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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어이없는 이야기였다.

이미 파괴된 연합의 별을 준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설마 마인들이 그걸 다시 복구했을 리는 없고. 만들었나?”

“저는 마인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묻는 거네. 자네 뭔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못 믿으시겠다면 실물을 보여드리죠.”

연합의 별은 1억 포인트짜리였다.

강지건이 지금 가진 포인트로는 절대 살 수 없었다.

하지만 회심의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이템 무료 구입권이었다.

안틸로프에 들어온 이후 불가능에 도전한다며 받게 된 보상이었다.

강지건은 이를 함부로 쓰지 않았다.

최대한 비싼 것을 사는데 쓰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연합의 별이었다.

“잠시 멈출 수 있겠습니까?”

“알았네. 만약 자네가 거짓을 말한 거라면 알겠지? 이제부턴 아무도 자넬 믿지 않게 될 거네.”

“알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함대가 정지했다.

주변에는 그 어떤 행성도 별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 공간 속에 함대가 먼지 같이 떠 있을 뿐.

강지건은 함선 외부로 나가 아이템 무료 구입권을 사용해 1억 포인트짜리 연합의 별을 구매했다.

‘이 사람들이 버텨 줘야해.’

안틸로프의 침식도는 여전히 99%였다.

즉, 현재 남아있는 개척 함대가 사라지면 안티로프의 침식도가 100%가 된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강지건은 이들을 지켜야만 했다.

그리고 지키기 위해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선 연합이 가졌던 최고의 기함을 다시 쥐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보시죠.”

구매를 하고 얼마 안 있어 바로 연합의 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없었는데 있게 됐다.

“헉!”

“연합의 별!”

함대원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연합을 위해 최후까지 싸우다 산화한 영웅들이 탔던 전함.

제독부터 시작해 갑자기 모든 함대 승조원들이 자세를 잡고 경례를 올렸다.

같은 전함은 아니겠지만 연합의 별이 그대로 나타나자 저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진짠지 확인해보고 싶네.”

“얼마든지요.”

강지건은 휴게실로 안내되었다.

개척 함대의 승조원들은 서로 연합의 별로 향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모든 자료와 일치합니다. 연합의 별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혹시 마인의 수작은?”

“전체 스캔도 끝냈습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허어.”

“더구나 이것 좀 보시지요.”

한 승조원이 제독을 함교의 지휘석으로 안내했다.

“여기 글 보이십니까?”

“이건.”

제독의 죽은 전우의 글이었다.

기함이 처음 나왔을 때 지휘석에 적은 글이었다.

“연합을 위하여.”

간단한 문장이 심금을 울렸다.

제독은 눈물을 흘렸다.

“어떻게 이것까지? 마인들이 모르는 걸 텐데?”

마지막 전투에서 연합의 별은 적진 한 가운데로 돌진했다.

적의 기함과 충돌하며 스스로 자폭했다.

뒤를 이어 수많은 연합의 전함들이 똑같은 길을 걸었다.

다른 연합군의 퇴로를 열기 위해서.

자폭 공격은 수많은 마인 함대를 집어삼키는 폭발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남은 연합군은 퇴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오직 퇴각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었다.

함교가 남아있을 가능성 따윈 존재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함교의 지휘석에 적힌 문구를 유출한 게 아닌 이상.

하지만 기함 내부의 일은 무엇이든 유출되지 않았다. 외부로 발설하다 걸리면 그 즉시 처형할 정도로 보안에 민감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강지건이 마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 뭘까?”

“마인보다 더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적이란 소린가?”

“적도 아군도 아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그래, 연합의 별이 다시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지.”

“예우는 해줘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야겠지.”

연합의 별은 단순한 추억 따위가 아니었다.

연합군 소속의 전함 중 가장 뛰어난 전함이었다.

그야말로 최신 기술이 집약된 기술의 결정체.

문명의 무기란 그런 것이다.

기술의 결정체다.

더구나 연합의 별은 효율 따윈 무시하고 만들어낸 것이었다.

“지원자 모집 방송을 준비하도록. 내가 직접 하겠다.”

“알겠습니다.”

연합의 별은 아직 연합의 것이 되지 않았다.

강지건이 요구한 것은 서번트로 계약할 2명의 여자였다.

“함대에 알린다.”

제독이 직접 방송에 나섰다.

“지금 밖에 연합의 별이 보일 것이다. 얼마 전에 우리를 찾아온 정체불명의 인간, 강지건에 의해 이곳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미 조사를 끝냈으며 마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아울러 내부 스캔 결과 연합의 별임이 확인되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방송을 듣던 군인들은 환호했다.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한, 파괴된 기함을 다시 마주한 기쁨 그리고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해병대 출신인 미샤 발렌코프도 그 중 하나였다.

“진짜라니. 진짜 연합의 별이라니.”

방송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공짜가 아니다. 강지건은 자신과 계약할 서번트 2명을 요구했다. 2명이 강지건과 계약을 한다면 연합의 별은 다시 우리의 손에 들어온다. 나는....... 솔직히 말하지. 악마가 내게 속삭이고 있다. 2명을 내주고 연합의 별을 손에 넣으라고. 이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나를 평생 원망하고 저주해도 좋다. 2명을 뽑는다. 지원자가 없다면 내가 임의로 선택하겠다. 이상.”

마지막은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제독이 우릴 팔려는 건가?”

“뭔 개소리야! 2명으로 연합의 별을 얻을 수 있는데!”

“내가 간다!”

해병대원들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쓸모없어! 하긴 뭘 해! 아무 것도 못했다고!”

“트레샤! 드디어 널 위해 뭔가 할 수 있겠다!”

해병대원들은 마지막 전투 현장에 있었다.

이들의 장비는 전투외골격.

최신 전투외골격이라고 하나 우주 공간에서의 전투에서는 그리 쓸모가 있지는 않았다.

전함 내부에서 하는 전투라면 몰라도.

적어도 전투기갑 정도는 탑승하고 있어야만 전투에서 그나마 활약이 가능했다.

하지만 해병대의 장비는 전투외골격이 끝이었다.

무력하게 기함을 비롯해 수많은 전함들이 희생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해병대 중에는 자폭한 전함에 연인이 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이 있기도 했다.

아무 것도 못하고, 싸우지도 못하고 지켜봐야 했던 울분이 터져나왔다.

“날 데려가!”

미샤 발렌코프도 즉각 지원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엔지니어들도 웅성거리더니 지원하기 시작했다.

“서번트가 뭔지 몰라도 내가 가는 게 낫겠지.”

“나이 든 내가 가는 게 제일 낫지 않겠어?”

“영감은 상급 엔지니어잖아. 있어야지.”

“내 데이터는 모두 함에 기록되어 있다고. 나 없어도 다들 잘 할 수 있어.”

엔지니어의 활동 데이터는 신참 엔지니어에게 중요했다.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증강현실을 통해 바로 현장에서 뛸 수 있게 지시를 내려주는 가이드 역할을 해주니까.

데이터에 없는 문제와 직면했을 때 엔지니어들은 기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을 한다.

선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며 안틸로프의 문명은 발전한 것이었다.

“안 돼. 가려면 나처럼 무식한 놈이 낫지.”

엔지니어들도 서로 지원했다.

한쪽에서 묵묵히 사진을 보고 있던 다피림은 이미 지원을 완료한 상태였다.

‘아버지.’

연합의 별에는 다피림의 부친이 타고 있었다.

‘꼭 되찾을게요.’

다피림의 부친도 엔지니어였다. 부친의 영향으로 엔지니어가 된 다피림이었다.

‘그 사람이라면. 마인들을 아주 잘 죽여줄 거 같아요.’

다피림은 이미 강지건의 전투 데이터를 확인했다.

보고 있자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데이터가 진짜라고 가정한다면 다피림의 이상형이었다.

마인에 대한 증오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다피림이었다.

‘제 모든 걸 주어서라도 돕고 싶은 사람이에요.’

전투 도중 녹음된 음성에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미쳐도 좋았다.

마인을 죽인다면.

마인과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고 압도하는 남자였다.

더할 나위 없이 멋져 보였다.

다피림에게는 우주 최고였다.

지원자들이 넘쳐났다.

“여기서 고르면 됩니다.”

제독의 말투가 변했다. 마치 상급자를 대하는 태도였다.

“많군요.”

“그만큼 연합의 별을 원하는 겁니다. 우리의 의지를 이해해주십시오.”

“이해합니다.”

강지건은 몰랐다.

하지만 휴게실로 안내했던 병사를 통해 연합의 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엄청난 스토리를 가진 비운의 전함이었다.

‘본의 아니게 울려버렸네.’

강지건은 조용히 지원 서류를 살폈다.

지원 사유는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일단 남자는 걸러냈다.

특정 나이 이상도 걸러냈다.

베테랑도 걸러냈다.

너무 어려도 걸러냈다.

계속 걸러내며 좁히다 결국 1000명 선으로 줄였다.

“이 두 사람으로 하겠습니다.”

강지건의 선택은 미샤 발렌코프와 다피림이었다.

“알겠습니다. 통보하도록 하죠.”

“바로 불러주셨으면 좋겠군요. 여러분에게 보여줄 것이 있으니.”

강지건이 미샤 발렌코프를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충성을 다하겠다라.’

이미 대가를 받았다는 뜻이었다.

강지건은 마음이 내키는 대로 선택했을 뿐이었다. 재능은 스킬로 채워주면 된다.

그리고 안틸로프의 살아남은 사람들은 마인이라면 치를 떨고 있었다.

안 싸울 사람이 없었다.

침식이 원인이라고 알려주면 세상 끝까지 침식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일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게 확인되었다.

‘이런 사람들을 지원해줘야지.’

아울러 또 다른 지원자인 다피림은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마인을 죽이는 모습에 반했다며 자신을 가져달라고 구구절절 애원하면서 또 감사 인사를 남겼다.

조금이나마 부친의 복수를 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다피림의 사연을 들은 강지건은 다피림을 선택했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오죽하면 나한테 사랑을 느꼈을까?’

대면한 적도 없는데 전투 데이터 보고 반했다고 할 정도였다.

마인 타도 외에는 머릿 속에 없는 거 같았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지건이 선택한 지원자 둘이 함교에 들어섰다.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두 여자의 경례를 받으며 강지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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