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109화 (109/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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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건

초능력을 얻게 된 윤경미는 놀랐다.

“바람의 힘이네.”

강지건이 말하자 윤경미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이게 뭐죠?”

“초능력. 이제부터 경미도 초능력자야.”

“아.”

생각지도 못한 것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상황에 처했는지 깨달았다.

“저는 이제 막 싸우고 그래야 하나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그냥 날 위해서 살면 돼. 싸우는 건 내가 해도 되니까.”

“하지만.”

“자세한 얘기는 주희 네가 해줘. 난 바쁘니까.”

쑥하고 대물이 빠져나가자 윤경미는 움찔 놀랐다.

잡고 싶었다.

하지만 바쁘다니 잡질 못했다.

허전했다.

“잘 들어요. 우리가 목숨 걸고 싸울 필요는 없지만 주인님을 위해서 포인트를 벌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어떻게 하면 되냐면요.”

서주희의 설명이 이어졌다.

퀘스트와 포인트에 대해 들은 윤경미는 깨달았다.

“그럼 저도 퀘스트?”

“아마 그럴 걸요.”

순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퀘스트 때문에 자신을 안은 건가 싶어서.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그럼 어때? 날 곁에 두시겠다는데. 내가 잘하면 되는 거 아냐?’

“지금 서운하셨어요?”

“제가 부족했어요. 오빠는 그래도 절 선택해주신 건데.”

“맞아요. 주인님의 선택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죠. 선택 당하는 거 자체가 축복인걸요.”

서주희의 강지건 찬양은 멈출 줄을 몰랐다.

마주친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대신 광기에 휩싸여있었다.

“혹시 지금 오빠 상상하면서 말하는 건가요?”

“당연하죠. 전 언제나 주인님 생각뿐이에요. 흐약!”

손으로 자신을 위로하다가 느껴버리는 서주희였다.

“잘 알겠어요.”

윤경미는 검녀가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되었다. 아울러 강지건의 여자들과의 관계에 의해 포인트를 얻는 것도, 그리고 위튜브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포인트를 얻는 것도.

‘한 마디로 오빠가 퀘스트로 삼을 수 있는 일을 성공할 수 있게 도우면 된다는 거네?’

목숨을 걸 필요는 없었다.

그저 강지건을 위해 살면 그만.

윤경미는 웃었다.

‘오빠를 위해 사는 건 당연한 건데.’

청소년이던 시절, 아이돌에 목숨 걸었던 윤경미는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제 윤경미의 영원한 오빠는 강지건이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경험이 쌓이고 성숙해진다.

보통은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약간 다르다.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마음속으로는 십새끼 개새끼 욕을 하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죽도록 패주고 싶은 사람이 있지만 제대로 팰 자신이 없기 때문에 혹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상황이 분노조절을 하게 만들고 눈치를 보게 만든다.

상황이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

착하게 살지 않으면 지옥을 선사해주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며 사람들은 그런 사회의 환경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한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다.

어떻게 해도 맞지 않는 구멍에 자신을 넣지 못한 사람들은 방황한다.

또한 잘 맞아 떨어졌던 사람들도 충격을 받으면 구멍에서 튕겨 나온다.

다시 돌아가려 해도 맞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서는 특정 스위치가 눌리면 자신의 길에서 이탈해버리기도 한다.

윤경미가 그랬다.

주부로서, 아내로서의 활동이 정해져 있고 이를 벗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약속을 믿어왔다.

다들 그렇게 행동하니까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아무런 자극이 없었다면 그냥 꾹 참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억울함은 일탈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주부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모습을 벗어던지기란 쉽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의식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술기운이 올라왔을 때 진매령이 살짝 등을 밀어주었다.

분위기에 취해 강지건에게 안겼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쾌락의 폭풍에 마음이 활짝 열려버렸다.

슈퍼스타가 되었을 땐 과거의 향수가 자극되었다.

젊어지고 싶은 욕구.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며 상황극이 펼쳐졌다.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이상 윤경미는 소녀였다.

청소년 시절 자신이 좋아하던 오빠를 열심히 따라다니며 응원하던 열정이 되살아났다.

여기에 검녀가 되며 쐐기가 박혔다.

“집에 가고 싶지 않아.”

절대 되돌아갈 수 없었다. 꾹 참고 살던 그 시간으로, 그나마 성실하게 살던 주부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초능력자가 되었다.

쾌락을 알게 되었고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그래도 가야 해. 알잖아?”

“나 여기서 살고 싶어.”

“그래도 되긴 해. 하지만 그래서 주인님에게 도움이 될까?”

“알아, 나도 알아. 하지만 돌아가는 건 끔찍해.”

관리실에 있을 때, 강지건에게 안길 땐 소녀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나이 든 주부가 된다.

하루에 얼굴 한 번 볼까 말까한, 불륜을 저지른 남편.

이제는 자신과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자식.

집은 외로운 감옥이었다.

그 안에 돌아가면 느끼게 될 노화된 자신이 싫었다.

“트레이너가 되면 되잖아.”

“내가 할 수 있을까?”

“네가 하고자 한다면 못할 건 없어. 자, 거울을 봐.”

진매령이 윤경미를 거울 앞으로 이끌었다.

“피부가 좀 더 좋아진 거 같지?”

“응.”

“몸에도 활력이 좀 더 돌고.”

“응.”

“그게 주인님의 힘이야.”

“그럼 나 다시 젊어지는 거야?”

“네게 미인공을 가르쳐줄게.”

“미인공?”

진매령은 웃으며 무왕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너도 익히면 미녀가 될 수 있어.”

“아아!”

윤경미는 진매령의 품에 안겼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우린 친구잖아?”

쭈욱.

키스가 이어졌다.

윤경미는 진매령에게 감사의 키스를 했다.

“정말 고마워. 오빠에게 안기게 해줘서.”

이젠 진매령과 강지건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럼 열심히 살면 돼. 주인님 곁에서.”

“응.”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그럼 가자.”

진매령과 윤경미는 손을 마주 잡고 지구로 돌아왔다.

검녀 헬스클럽 안이었다.

강지건은 윤경미가 만든 팬클럽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 안녕하세요. 강지건입니다. 제가 아시는 분이 팬클럽을 만드셨다고 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앞으로 많이 지켜봐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강지건은 위튜브 채널 주소와 함께 영상 링크를 남겼다.

영상에서는 자신이 팬클럽에 글을 남긴 것을 인증했다.

> 여기가 강지건의 팬클럽!

> 오오 이제부터 여기에 글을 남기면 지건형님이 보시는 겁니까?

> 형님의 우람한 근육은 어떻게 만든 겁니까?

> 미치도록 달리면 근육이 생길까요?

> 혹사하면 횡문근융해증에 걸릴 수 있으니 그만두세요. 근육 녹아요.

> 근성 좋아하다가 근육 녹아요.

> 진짜 저런 몸은 타고 나는 것도 있음. 아무나 쉽게 되는 게 아님.

커뮤니티 대문에 걸린 사진에는 웃통을 까고 등근육을 내보인 강지건이 있었다.

> 남자의 등.

> 하악 휴륩휴륩.

이상한 글을 남기는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강제 퇴장 당했다.

윤경미가 어느새 조직을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편, 강지건은 녹화를 위해 방송국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오오, 갑작스럽게 출연 요청했는데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핫! 걱정 말아요.”

강지건은 뜨거웠다.

현재도 얘기를 하는 동안에 각국의 음악 차트에서 등반을 하고 있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며 점점 많이 알려질수록 등반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가속이 붙었다.

나중에 정말 유명해지면 부르기 힘들지도 모르니 미리미리 불렀다.

출연료 쌀 때 한 번 더 출연시켜야 실적에도 남는다.

더구나 시청률도 대박이 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강지건이 1등이었다.

사방팔방에서 갑자기 강지건의 매드 런을 불러댔다.

영어로 된 가사라는 것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청소년들은 기를 쓰고 발음을 연습해서 불렀다.

음원 차트 1위를 찍은 뒤에는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수많은 아이돌을 다 재끼고 1등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강지건을 부르지 않은 피디는 없었다.

하지만 강지건은 몸이 하나라 모두 다 나가줄 순 없었다. 아울러 딱히 무대에 목마르지도 않았다.

게스트를 불러 노래를 듣고 인터뷰를 하는 음악쇼의 녹화가 시작되었다.

“아, 진짜 이분 요즘 뜨겁죠. 정말 미치도록 달리고 있습니다. 매드 런! 강지건!”

소개가 나오자 무대 위에 올랐다.

온갖 이펙트가 팡팡 터진다.

불꽃이 솟아오른다.

팡하고 연막이 터지며 그 속을 걸어 들어간 강지건은 잠시 뒤 관객석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게 무대에 선 기분인가?’

살짝 두근거렸다.

생전 처음 서본 무대.

생소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강지건은 노래를 불렀다.

거친 목소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공기가 터지는 충격음이 마이크를 터트릴 것 같았다.

관객들은 모두 압도되었다.

잠시 뒤, 진행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와 이거 진짜. 어마어마한 무대였습니다. 잠깐 이리 앉아보세요.”

“네.”

“몇 살 때부터 노래 하셨어요?”

의심스럽다는 눈빛.

“왜 그러시죠?”

“아니 이런 실력이 있는데 안 알려진 게 희한해서요.”

“남들 앞에서 제대로 불러본 것은 친구를 만난 뒤입니다. 그 전에는 노래방에 간 적도 없어요.”

“네? 노래방을 간 적이 없어요?”

“돈이 없어서요.”

“아.......”

강지건의 스토리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부모에게 짐짝 취급 받으며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며 버텨야만 했던 강지건을.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고 조용히 성장해 이제는 세상에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진흙 속에 파묻혔던 진주가 제 발로 걸어 나와 빛나고 있었다.

“그럼 노래를 불러본 게 최근?”

“네, 라다랑 만나서 놀다가 부르게 됐어요. 워낙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라 맞춰 주다보니 어쩌다 불렀는데 계속 부르라고 하더라고요.”

“오, 그럼 라다씨한테 배운 건가요?”

“그건 또 아니고요. 그냥 계속 부르라고 조르더라고요. 그러더니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라고 하는데 뭔가 싶었죠.”

“아, 그 분이 아니었음 그럼 이 노래는?”

“세상에 나올 일이 없었겠죠.”

“오오.”

라다가 친구를 위해 만들어준 노래라는 스토리가 더해졌다.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더욱 빛났다.

“그런데 프로게이머시잖아요. 그럼 앞으로 가수 활동하시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빚부터 갚고 생각해보려고요.”

“아아. 빚 갚아야죠. 우정을 깨지 않으려면 빨리 갚으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후 녹화가 끝났다. 방송 전까지 함구해달란 이야기가 있었지만 강지건의 스토리가 살짝 세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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