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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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건

‘세상에 이렇게 막 퍼주다니. 시스템은 진짜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강지건은 위튜브 구독자가 또 10만이 늘어나자 다시 퀘스트를 설정했다.

10만 구독자가 늘어날 때 1000포인트씩 더해졌다.

100만 구독자가 되면서 1만 포인트를 벌지는 않았다.

1000 + 2000 + 3000.

이런 식으로 기존의 포인트에 1000포인트씩 더해지면서 계속 중복으로 벌어들였다.

이걸 700만까지 하니 240만 포인트가 넘었다.

강지건이 위튜브 영상 촬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다.

서번트들까지 동원하는 이유다.

라다와 야은설이 열심히 연주곡을 익혀서 벌어들이는 포인트에 위튜브 구독자 퀘스트가 더해지면서 상당히 많은 양을 벌어들이게 되었다.

‘여기에 진매령의 운동도 있고. 요리 레시피에 내 먹방과 프로게이머 활동도 있고.’

전 세계에서 꾸준히 팬을 만들고 있었다.

하나의 채널에 여러 가지 콘텐츠를 담는 것이었다.

‘델까지 합류해서 한다면 더 좋겠지.’

미녀들이 늘어나고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

2천만 혹은 3천만도 꿈은 아니다.

‘1억까지 간다면 진짜.’

이렇다보니 침식도를 해결해 세계를 자유롭게 하는 것보다 위튜브로 벌어들이는 포인트가 더 많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안 돼.’

하지만 강지건은 직감했다.

대기업 집단인 OP 그룹과 척을 지게 되었다.

‘조만간 조사를 시작하게 될 거 같다고 했으니.’

진매령과 라다가 입을 모아 말했다.

분명 진태성과 접점에 있는 사람들의 정보를 다 털어볼 거라고.

라다는 자신이 표적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OP를 잡아야 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면 확증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서도 부정할 수 없는 확증.

하지만 재판이 아닌 사적인 보복에는 확증 따윈 필요없다.

심증만 있어도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힘 있는 자들은 법의 심판 따위에 기대지 않아.’

직접 해치울 수 있으니 법에 기대지 않는다.

사적인 보복은 불법이라고 해도 교묘하게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보복인지도 모르고 당하게 할 수도 있었다.

가장 흔한 것은 직장에서 해고당하게 만들기다.

돈만 좀 쥐어주면 사람을 고용해 성추행범이나 강간범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빚이 있다면 채권을 사들여 괴롭힐 수도 있고 멍청한 가족이 있으면 사기를 쳐서 곤란에 빠트릴 수도 있다.

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흠씬 두들겨 패고 싶다면 슬그머니 깡패를 이용해 패버릴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방법은 무수히 많았다.

돈이 있다면, 권력이 있다면 사람 괴롭히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걸리면 역풍이 불겠지만 이 역시 언론 플레이와 법정 공방에서 지루한 대치를 하다보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다. 로비까지 하면 재판까지 가기도 전에 아예 무혐의로 사건 종결시켜버릴 수도 있다.

‘놈들을 잡는다.’

지구에서 권력을 한 번 잡아볼 생각을 했다.

‘일단 대한민국부터 시작해볼까?’

적이 생기니 의욕이 생겼다.

이전에는 그저 노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날 건드린 놈들에게 고통을 주고 싶다.’

복수심이 활활 타올랐다.

그렇잖아도 절망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었다.

힘이 있지만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에 집중했다.

그런데 자꾸 불쾌하게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결국 음해하려는 놈까지 나타났다.

화가 났다.

‘내가 만만해 보이니까 이러는 거야.’

강지건은 웃었다.

“라다, 크롭스크의 기술 중 쓸만한 거 있어?”

“기술은 아직 알아봐야 하지만 한 가지 아이템이 있긴 해요.”

“뭔데?”

“게임요.”

“게임?”

“네, 크롭스크의 게임들이 있어요. 전설보다 더 재미난 것도 있고요.”

“오호?”

전설과 같은 게임은 크롭스크에도 있었다.

“한 때는 크롭스크 최고의 게임이었지만 내리막길을 가고 있었어요.”

“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서 킬러 콘텐츠가 나왔거든요. 이 때문에 몰락하고 말았죠.”

아무리 세계적인 인기를 끈 게임이라도 재미가 없어지면?

외면 받는다.

더 재미난 게임이 등장하면 밀려난다.

이를 위해선 한 가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었다.

“게임이 게임사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단명하고 만 거죠.”

축구나 야구의 소유자는 없다.

협회가 규칙과 규격을 통제하는 수준이다.

종목 자체는 아무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한 마디로 무료.

장비와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포츠는 달랐다.

서버가 없으면 즐기지 못한다.

유지비가 든다.

또한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었다.

누군가의 지적재산이었다.

이스포츠의 미래를 위해 재산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었다.

물론 이런 게임도 고전 게임이 되고 한 수십년이 흐른 뒤에는 저작권이 풀릴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 후에 고전 게임을 즐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럼 그냥 무료로 풀어볼까?”

“그러셔도 되고요.”

“아니야. 이건 좀 더 생각해보자. 일단 간단한 게임 없어?”

“폰 게임들이 있어요.”

“그럼 폰 게임부터 차근차근 팔아보자. 대박 나면 좋고.”

“네, 그럼 게임 회사에서 데이터 회수해올게요.”

라다는 즉시 움직였다.

‘폰 게임 하나 대박나면 조단위로 벌기도 하니까. 조까진 필요도 없어. 수백억만 해도. 으음, 이것도 퀘스트하면 포인트를 확 벌어들일 수 있겠는데?’

강지건은 사업에 대한 퀘스트도 할 생각을 했다.

‘이것도 위튜브처럼 포인트 퍼주면 대박이겠다.’

포인트를 빨리 벌고 싶어졌다.

‘잠깐, 이참에 아예 가수로 데뷔도 해볼까? 그럼 구독자를 더 늘릴 수 있을지도 몰라.’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지건은 해보기로 했다.

‘팬클럽도 만들고 팬클럽 숫자로 퀘스트를 설정해보자.’

하지만 한 가지 설정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노래 순위를 퀘스트로 거는 건 진짜 모험이야.’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오랜 시간 동안 퀘스트 슬롯이 낭비되니까.

계획을 세운 강지건은 노래를 고르기 시작했다.

‘어떤 컨셉으로 할까?’

크롭스크의 인기 가수들을 돌아보다 한 가수를 택했다.

‘그래, 래퍼를 해보자. 발라드는 나랑 안 어울려.’

고릴라 같은 외모로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봐야 웃음벨만 울리고 말 수도 있었다.

감탄이야 하겠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일 거 같았다.

‘차라리 강렬한 이미지를 새기는 게 좋지.’

하지만 거칠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험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선 굳이 잘 생길 필요는 없으니까.

적당한 가수를 골랐다.

노래는 번역되지 않았지만 한 번 불러보았다.

거칠고 강렬한 느낌의 랩이 강지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노래를 부른 가수보다 훨씬 잘 불렀다.

‘그래, 이거면 되겠어.’

감동이 있는 목소리였다.

강지건은 크롭스크에 나가 있는 라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인터넷이 크롭스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 나 래퍼 할 거야. 이 가수 노래 좀 작업해줘.

- 네, 돌아가면 할 게요.

‘이제 슬슬 준비하면 돼.’

포스타에서는 라다의 제안을 받았다.

“강지건을 미국에서 데뷔시킨다고요?”

“네, 준비한 게 있어요.”

“음, 저희랑 계약하시는 건가요?”

“물론이죠. 대신 수익을 그리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냥 위튜브 활동 때문에 하는 거니까요.”

“하하, 데보라의 곡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다른 가수의 곡도 만들어드릴게요!”

“하핫! 그럼 확실히 서포트하겠습니다. 계약 하시죠.”

포스타의 이사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이봐! 다들 모여봐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들어보라고!”

“뭔가?”

“라다의 곡을 더 계약했지.”

“진짠가?”

“그래, 데보라는 물론 다른 가수들의 곡도 주기로 했어.”

“조건은?”

“라다의 친구를 미국에서 가수로 데뷔 시키는 거야.”

“흠, 어렵지는 않군.”

수많은 가수가 데뷔한다.

한줌도 안 되는 이들만이 반짝이는 스타가 되고 대부분은 망한다.

곡을 냈는지 존재조차 모르고 넘어가게 되는 무명가수들은 널려 있다.

“그래, 스타로 만들어달란 조건은 없었다. 위튜브 활동 때문에 하는 거라고 했지.”

“그 정도면 수익이 아주 안 나는 것도 아니겠군.”

“실력만 나쁘지 않다면 데보라 콘서트에 몇 번 데려가서 오프닝 무대에 세워주면 충분하지 않겠어?”

“뮤직 비디오에 그 정도면 확실히 서포트 한 거지. 그런데 라디오 지원 같은 것은 요구하지 않았나? 앨범 판매라던가.”

“그런 얘기는 없었어.”

“그럼 쉽군. 잘 했어.”

스타로 만드는 게 어렵지 가수로 데뷔만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노래도 잘 부르나?”

“악기 연주는 곧잘 했으니까 모르는 이야기지.”

“잘 했으면 좋겠군.”

강지건은 운동을 하기 위해 검녀 헬스클럽을 찾았다. 꾸준히 헬스 영상을 올리는 서주희와 황윤주와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거의 배경 수준에 불과했지만 뒤에 병풍처럼 서 있으면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했다.

미녀와 야수라며.

“아이고. 이것 좀 마셔봐요.”

“네, 감사합니다.”

“힘내요.”

그런데 여느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유부녀 회원들이 강지건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라다와 관련된 일이고 함께 운동하러 오기도 하기 때문에 강지건의 일이 알려진 것이었다.

감정이 풍부한 여자들이 강지건을 동정하며 챙겨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거리가 좁혀졌다.

운동하다가 쉬는 동안에는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그런데 누구랑 사귀는 거야?”

“네?”

“라다?”

“으음, 친구인데요.”

“그래도, 어떻게 미녀들만 이렇게 친구로 둔 거야?”

아줌마들은 호기심을 보였다.

“운이 좋았죠. 게임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친해졌어요.”

대충 둘러댔다.

이세계 얘길 할 순 없으니까.

“그래? 게임하면 막 이상한 애들이 많다고 그러던데.”

“많죠. 그런데 앞으로는 게임 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거에요.”

“왜?”

“운동 같은 거 같이 하려면 모이기가 힘들잖아요. 근데 게임은 그냥 인터넷에 접속하면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까요. 어디 멀리 있어도 어울릴 수도 있고요. 점점 늘어나겠죠.”

“그건 그러네.”

몇몇 아줌마들이 동의했다.

“근데 애들 공부 안 하잖아.”

“그게 문제긴 하죠.”

강지건은 더 설득하지 않았다.

‘괜히 말만 길어져. 호감도 깎아먹을 짓을 할 필요는 없어.’

이미 성인이 되어 자기 생각이 확고한 사람들이었다.

논쟁을 벌인다고 해서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괜히 싸움만 나고 감정만 상할 확률이 더 높았다.

논리적으로 근거를 통해 압박하면 마지못해 인정은 해도 마음까지 승복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는 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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