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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우승 그리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가 왔습니다.”
> 잘 왔다.
> 계속 프로게이머 하는 거임?
“일단은 계속 합니다. 계약했는데 지켜야죠. 우선 하고 싶은 말은 제 친구 라다 건드리지 마세요. 건드리면 제가 가서 물어버릴 겁니다.”
> 오우야.
> 이건 당연하지.
> 친구 잘 둔 덕에 인생 풀리는 고릴라.
> 진짜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친구 덕분에 유명해지고 돈도 벌고 빚도 해결하고. 정말 고마운 친구죠. 빚은 제가 버는 대로 이자까지 쳐서 갚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도움 받은 것도 평생 걸쳐서 갚아야죠.”
현실은 정반대였지만 강지건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갚을 빚 따윈 없었다.
강지건이 아니었다면 라다는 죽은 목숨이었다.
빚으로만 치자면 라다가 강지건에게 진 빚이 더 컸다.
하지만 지구인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다.
또한 강지건에겐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빚 문제는 해결됐으니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저 지금 좀 혼란스럽습니다.”
> 뭔데?
> 뭐가뭐가?
“제 부모님이 빚을 졌잖아요. 라다가 대신 갚겠다고 해서 제가 직접 만나러 갔어요. 그런데 말이죠.”
강지건은 인상을 구겼다.
화난 고릴라 표정이 되었다.
“잘 먹고 잘 사시던데요?”
> 잉?
“빚져서 뉴스까지 타신 분들치고는 잘 사시더라고요. 뭔가 이상해서 제가 사람 시켜서 따로 조사 좀 해봤습니다.”
강지건의 입에서 또 다른 사실이 흘러나왔다.
“돈을 다 빼돌리고 집 명의는 자식들 앞으로 해놓으시고 뭐 그런 식이더라고요. 대충 알아본 것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 어?
> 어엉?
> 씨발
“잘 사시더라고요. 누군 짐짝 취급 받다가 빚 문제로 생계 끊길 뻔했는데.”
억울함을 담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제가 정말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사고 안 치고 큰 것만 해도 저는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진짜 한 때, 진짜 어릴 때 사고 치고 싶었었어요. 아주 크게. 엿 먹이려고.”
> 얼.
> 아니 그걸 왜 말함.
> 선선선 선 넘지 마!
“진짜 그때 작정하고 사고쳤으면 부모님 재혼 가정 다 파탄 났을 겁니다. 그런데 안 했어요. 그래봐야 내 인생도 같이 시궁창행인데. 근데 생각해보니 시궁창에 빠지고 있었죠. 진짜 게임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네요. 어디 공장에서 일하다 빚 추궁 당하면서 쫓겨나고 뭐 그랬을 거 같네요.”
> 아니 대체....
> 이건 뭐.
> 후우.
“어쨌거나 사고 치거나 뭐 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군대 갈 때 서로 갈 길 가기로 했잖아요. 그러니 그냥 이제 연 끊어졌으니 저 안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러분. 그 사람들 저랑 이제 연관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 상속 포기 선언합니다. 그냥 그쪽에서 뭘 하든 저랑 상관없으니 저 찾지 마세요.”
강지건은 확실히 선언했다.
이어질 인연도 없었다고.
> 뭐 어쩔 수 없지.
> 빚지고 도망치는 것도 아니고.
> 어휴. 진짜.
“그럼 얘기는 이만하고 오늘은 그냥 기타나 쳐보겠습니다.”
강지건은 기타를 들고 클래식 곡들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크롭스크의 클래식 기타곡들이어서 신곡 발표회나 다름 없었다.
“이 곡들은 제 친구가 다 작곡한 거 잊지 마시고요. 함부로 퍼가거니 이상한 짓하다 걸리면 변호사와 법정 미팅 하게 될 겁니다.”
곡이 연주되었다.
정말 아름다운 기타 연주였다.
강지건이 연주를 하는 동안 라다는 포스타에서 보내준 변호사와 만나고 있었다.
“추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확실히 털어내겠습니다.”
“못 갚으면 재판을 해서라도 집어넣었으면 좋겠네요. 확실하게 차압하세요.”
“네.”
강지건이 직접 추심을 했다면 역풍이 심하게 불었을 것이다.
타인이라면 추심을 하는 것을 욕하지는 못한다.
빚을 받으러 간 것 뿐이지만.
하지만 가족이 빚을 받기 위해 추심을 한다?
이는 법적으로도 그렇고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자식이 부모를 고소하고 추심한다는 사실은 수많은 이들의 반대에 부딪혀 오히려 강지건에게 더욱 안 좋은 일만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빚에 대한 권리는 모두 라다가 가지고 있었다.
강지건이 말린다면 몰라도 라다는 아니었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중에 알려진다고 해도 라다가 중간에 끼어있기 때문에 무작정 강지건에게 화살이 돌아갈 일도 없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해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지 모릅니다. 도의적인 문제가 생기면 명성에 흠이 갈수도 있을 텐데요.”
“자식을 짐짝 취급한 부모에게 한 방 먹인 이야기라면 욕만 먹을 일은 아니죠. 이런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라다는 웃었다.
한국에서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미국이나 다른 나라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무엇보다 라다는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유명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미국 언론이 누구 편을 들어줄지는 이미 정해진 문제였다.
포스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럼 다음 곡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그럼요. 이미 데보라를 위한 노래도 만들어뒀는 걸요.”
“오오, 정말 좋은 소식이군요. 얼른 알려야겠습니다.”
변호사는 포스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데보라의 팬이기도 했다.
“그럼 수고해주세요.”
“걱정 마시지요. 확실히 처리해놓겠습니다.”
복수는 시작되었다.
이후 강지건의 부모들은 추심을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 때문에 자신들의 명의로 된 것들을 빼앗겼다. 아울러 재판이 벌어졌다. 빚을 내서 가족 명의로 돈을 빼돌리고 안 갚는다며 소송을 건 것이었다.
이 소송의 목적은 단순히 돈을 받아내는 게 아니었다.
재판이란 것이 길어지면 1년은 가볍게 넘어간다.
계속 질질 끌면 사람을 괴롭게 한다.
변호사를 쓰지 않으면 법정에 들락거리느라 피곤해서 자기 할 일도 못한다.
반면 변호사를 쓰면?
재판이 길어지면 그게 다 변호사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재판에서 져도 변호사에게 지불한 비용은 돌려받지 못한다.
때문에 재판이 길어지면 평범한 사람들은 굉장히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돈이 없으면 재판을 제대로 하기도 힘들다.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하면 제대로 자신의 변호하지 못해 패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결국 라다가 시킨 일은 최대한 괴롭혀 주라는 것이었다.
법치 국가에서 법은 곧 무기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 법을 휘두르는 데 돈이 있으면 더욱 편하게 싸울 수 있다.
기타 연주를 마친 강지건은 라다를 불렀다.
“라다, 나도 미국에서 사업을 좀 해볼까봐.”
“직접 하시게요?”
“그건 아니고. 일단 투자자로 활동해보려고.”
“어쩌시려고요?”
“좀 더 발전한 세계의 기술로 지구의 산업을 잡아먹을 생각이야.”
강지건은 안틸로프를 떠올렸다.
굉장히 위험한 세상이지만 기술력은 확실히 지구를 뛰어넘는 세계.
“안틸로프의 기술력이라면 지구는 미개한 수준이지.”
안틸로프는 이미 우주로 진출한 문명이었다.
지구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지구의 문명 따위는 미개하다고 말해도 할 말이 없다.
이것은 과거 기독교인들이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보고 미개하다고 여긴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위험하잖아요.”
“바로 갈 생각은 없어. 일단 크롭스크의 기술부터 시작해보자. 기업들의 특허들을 살펴보고 싶어.”
“알았어요. 최우선 사항으로 두고 진행할게요.”
“그래, 고마워. 라다 덕분에 정말 내가 많이 편하다.”
“주인님을 위한 일인 걸요. 얼마든지 시켜주세요.”
“그래, 이리와 봐.”
강지건은 라다를 끌어안고 옷을 벗겼다.
이내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어 쾌락으로 이어졌다.
‘주인님, 다행이에요.’
강지건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라다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스프링 우승을 하며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지건은 검녀와 서번트들을 데리고 크롭스크로 향했다.
크롭스크는 문명이 발전했지만 반대로 자연이 그대로 남은 곳도 있었다.
이제는 인간의 그림자도 보기 힘든 곳이 된 관광지로 유명한 섬.
작은 섬이지만 해변에 지어진 리조트는 버려진 곳이나 다름없었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숨에 다 망가지지는 않아서 아직 쓸만했다.
이곳에 강지건과 여인들이 수송기를 타고 나타났다.
섬에 착륙한 수송기에서 내린 여인들은 모두 벗은 상태였다.
“정말 멋져요!”
“와아!”
서주희와 황윤주도 함께였다.
“어서 가요!”
옷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강지건은 웃으며 걸었다.
걸을 때마다 대물이 덜렁거리더니 여인들의 나신에 고개를 쳐들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뜬 대물이었다.
‘시원하네.’
바람이 불어왔다.
강지건은 여유롭게 바닷가의 건물을 찾아 들어갔다.
바다가 환히 보이는 구조물이었다.
침대에 먼지가 쌓여있었다. 검녀들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청소를 했다.
황윤주는 거처를 청소하고 있었다.
“푸하!”
“놀고 있어?”
“헤헷!”
반면 서주희는 아무 것도 안 하고 놀았다.
“이게 혼나려고!”
강지건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서주희는 움찔 놀라면서도 은근히 미소지었다.
‘화난 모습의 주인님 너무 멋져.’
자신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섹시해보였다.
그렇기에 자꾸 분노를 유발하고 싶었다.
“이리 와!”
강지건은 거칠게 서주희를 들어올렸다.
물속에 있던 몸이 너무나 쉽게 들어 올려졌다.
찰싹.
엎드려진 서주희는 볼기를 맞았다.
“아앗!”
“혼나봐야해! 같이 일해야지!”
찰싹!
“잘못했어요! 흑흑!”
“뭘 잘했다고 울어!”
찰싹!
“앙앙! 잘못했어요.”
“잘못했지?”
“네!”
“그럼 가서 도와줘.”
“네!”
서주희는 얼른 뛰었다. 뛰면서 실룩거리는 엉덩이 빨간 상태였다.
그러나 서주희의 달리기는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신이 난 모습이었다.
자연 속에서의 파티를 약속한대로 강지건은 데려올 수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데려와서 파티를 열었다.
마겔의 검녀들 또한 함께였다.
더구나 특이한 것은 드래곤인 용희도 함께였다는 것이다.
다른 세계로 넘어온 용희는 얌전하게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주변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