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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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우승 그리고...

저녁에 잠깐 즐기는 것이기에 오래 즐기는 못했다.

날이 밝으면 강지건은 다시 출근해야만 했다.

성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성실한 청년으로 보일 뿐이었다.

> 와 결승 진짜 기대된다.

> 강지건 나오면 겜 끝나는 거 아님?

> 다른 건 몰라도 피지컬은 강지건이 원탑 맞지.

> ㅋㅋ 뭐가 원탑임. 그냥 팀빨이지.

> 마 다른 거 몰라도 피지컬로 강지건 까는 거 아니다.

> 모든 지표가 말해준다. 강지건은 어딜 가서 무얼 하든 게임을 캐리했다.

> 이런 선수 예전에는 없었지.

결승이 다가오자 전설 커뮤니티는 더욱 더 뜨거워졌다.

온갖 떡밥 중에 강지건이 세계 최고라는 떡밥이 던져지니 피라냐떼처럼 온갖 종자들이 모여들었다.

떡밥을 물어뜯기 위해서.

> 근데 뭐 하다가 이제 데뷔했데?

> 뭐 집에서 반대 한 거 아닐까?

> 군대부터 갔으면 뭐.

> 예전에는 실력이 별로 없었다거나?

> 그게 더 말이 안 되지.

> 못할 때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선수 가능성이 없었는데 갑자기 저렇게 되는 건 더 이상하다.

> 뭔가 뭔가 있지 않을까?

> 뭐가 있는데?

> 뭔가.

> 그 뭔가가 뭔데.

> 뭔가.

온갖 종자들이 분위기 잡고 설치며 커뮤니티 게시판은 잡소리로 흘러넘쳤다.

이 중에 강지건의 과거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겼다.

특이했기 때문이었다.

> 근데 군입대를 덜컥 해버리다니.

> 선수로 뛰었어도 부족할 판에.

> 제대했으니 이제 자유의 몸 아니냐?

> 이제부터 군대 걱정 없이 편히 선수생활 할 수 있겠네.

사람들은 다들 강지건이 계속 프로게이머 활동을 할 것이라 믿었다.

이런 가운데 강지건은 위튜브를 위한 영상 촬영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김밥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재료를 소개해드리죠. 한우 등심. 안심. 그리고 버섯입니다.”

“오빠, 왜 등심있는데 안심이 또 있어요?”

함께 출연하는 사람은 서주희였다.

둘 만의 요리 먹방을 찍어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건 고급스러운 티본김밥에 도전해보려고.”

“티본 김밥이요?”

“그래, 티본 스테이크 알지?

“네, 티자 모양 뼈를 사이에 두고 등심하고 안심이 붙어있는 거잖아요.”

등심과 안심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스테이크가 바로 티본스테이크였다.

“바로 그거야. 이걸 김밥으로 해서 동시에 먹을 수 있게 해보려고.”

“아하.”

“일단 고기는 밑간 해두고.”

소금과 후추를 이용해 간을 해둔다.

이어서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버섯을 이용해 소스를 만드는 동안 고기를 익힐 시간이 되었다.

차르르르르르.

버터를 녹인 프라이팬에서 고기가 구워졌다.

“아, 맛있어 보여요.”

강지건은 안심과 등심을 차례로 구워 레스팅했다.

이후 다 끝나자 김밥을 말 준비에 들어갔다.

“일단 고기를 썰고.”

얇게 썬 고기는 김에 깔린 밥 위에 올라갔다.

등심과 안심을 올린 뒤 돌돌 말았다.

“자, 티본 김밥.”

“이걸 어떻게 먹어요?”

“그냥 먹거나 소스 찍어먹거나.”

“그냥 넣어서 말면 되지 않나요?”

“그런 거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 일단 먹어봐. 아!”

“아!”

입을 벌린 서주희의 입에 김밥을 하나 넣어주었다.

“음! 맛있어요!”

“이번에는 소스도.”

“헉! 더 맛있어요!”

초감각을 이용한 요리였다.

재료가 가진 최고의 맛을 이끌어냈다.

서주희는 감탄을 멈추지 못하고 강지건의 팔에 매달렸다.

애정이 듬뿍 담긴 표정이었다.

“오빠도 하나! 아!”

“아!”

이번에는 서주희가 넣어주었다.

강지건은 맛있게 씹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영상이 위튜브에 올라갔다. 그리고 이를 진태성이 보고 말았다.

뿌득.

OP그룹 총수 일가의 일원인 진태성은 이를 갈았다.

‘이 새끼가?’

서주희가 환하게 웃으며 강지건에게 매달렸다.

여기까진 그러려니 했다.

서주희도 사람이고 방송을 위해 찍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눈빛이 마음에 걸리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지건이 김밥을 받아먹으며 서주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를 본 진태성은 가슴이 욱씬거렸다.

마치 자신의 것을 빼앗긴 느낌.

‘가만 두나 봐라.’

원래는 그저 서주희의 활동을 보기 위해 체크할 뿐이었다.

도도한 미녀가 위튜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보고 싶었으니까.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몸매를 감상하기도 했었다.

이전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점점 친밀함이 깊어지는 게 보였다.

아무리 대충 넘기려 해도 무시하기가 힘든 수준이 되었다.

“치워야겠네.”

다시 한 번 영상을 돌려보는 진태성은 차분한 표정이었다.

화가 나서 뜨거웠던 머리가 식었다.

“예쁘네.”

활짝 웃는 서주희가 보였다.

가지고 싶었다.

그 옆에 있는 강지건은 쓰레기로 보였다.

‘빨리 치워야겠어.’

아름다운 트로피에 쓰레기 냄새가 배이기 전에.

결승 날이 밝았다.

제타스는 대영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선수들은 의욕으로 가득했다.

“힘들겠지만 이겨야 한다. 버틴다는 생각으로 하면 후반에 기회가 꼭 찾아올 거다. 저쪽도 작년처럼 포스가 넘치는 건 아니야.”

세계 대회 우승을 결정짓기 직전에는 무적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플레이를 했었다.

진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모습.

그냥 일방적으로 계속 두들겼다.

대영이 할 것은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알면서도 당했다.

압도적으로 강한 팀, 메타의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면 무적의 포스를 뿜어내게 된다.

하지만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경기 시간이 약간 늘어났다.

강하다는 느낌은 여전하지만 압도적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냥 강팀.

그런 느낌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대신 뭔가 더 끈끈해진 느낌이 있었다.

“준비는 다 끝났으니 긴말 하지 않는다. 이겨라. 너희들이 최고란 걸 증명할 시간이다.”

“네!”

“자 모여!”

“화이팅!”

“으허허!”

웃기는 구호로 분위기를 띄운다.

긴장을 해소하려는 행동이었다.

강지건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윽고 선수들이 부스 안에 들어갔다.

경기가 시작되고 제타스는 잘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중반부터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대형 오브젝트를 한 번 빼앗기면서 터진 것이었다.

킬도 내주고 대형 오브젝트도 빼앗기고.

최악이었다.

주도권을 잡으면 어지간해서는 다시 내주지 않는 팀이 대영이었다.

더구나 이제는 크게 지는 상황에서도 끈기있게 버티며 경기를 다시 뒤집기도 했다.

“아오!”

패배 직호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센데?”

“어떻게 했어야 할까?”

“일단 오늘 정글 상태가 너무 좋아. 쟤 못 잡으면 답 없어.”

“젠장.”

한지혁은 이를 악물었다.

정말 악몽 같았다.

정글에서 계속 견제 당하면서 성장에서 밀렸다. 중간에는 킬까지 내주며 밀리자 다른 라인들이 흔들렸다.

아군 정글러는 약한데 상대 정글러는 강했다.

평범하게 2:2 혹은 3:3 교전이 나와도 이기기 힘들었다.

피드백이 오고갔다.

감독 박동민은 유심히 선수들의 표정을 살폈다.

코치의 이야기를 듣는 선수들의 표정은 많은 것을 얘기해준다.

한지혁은 집중하지 못했다.

‘저렇게 해도 안 될 텐데?’

코치가 해주는 말이 한 귀로 들어와 다른 귀로 나갔다.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다만 코치의 말대로 한다면 이길 수 없다는 사실만이 계속 떠올랐다.

‘뭔가 다른 게 필요해.’

“저 다른 방법을 택하고 싶은데요.”

“왜?”

“지금 말씀하신 것으로 오늘은 못 막습니다. 저쪽 컨디션 좋아요. 진짜 좋아요.”

컨디션이 좋은 날.

투수로 치자면 잘 긁히는 날이다.

이런 날 퍼펙트게임을 하기도 한다.

프로게이머에게도 게임이 유난히 잘 되는 날이 있다.

반대로 안 되는 날도 있지만.

컨디션이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그럼 좀 더 리스크 있는 픽을 하겠다고?”

“초반부터 말려야 해요.”

코치는 슬쩍 박동민을 보았다.

“원하는 대로 해 봐.”

실패하면 교체하겠다는 말 따윈 하지 않았다.

경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압박을 줘서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다.

압박감이 도움이 되는 선수가 있지만 한지혁은 그런 유형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나친 압박감은 실수를 유발하기도 한다.

긴장을 아예 안 하는 유형이라면 적당한 압박이 약이 될 수도 있다.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민감한 선수들에겐 독이 될 수 있었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지나치게 강해져서 플레이에 영향을 줄 수 있었으니까.

잠시 뒤,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밴픽 단계에서 결국 한지혁은 원하는 픽을 고를 수 있었다.

밴픽은 완벽했다.

원하는 조합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다르게 흘러갔다.

“미친 놈.”

경기를 보던 박동민은 저도 모르게 욕을 했다.

“진짜 컨디션 좋다더니.”

“다 터트리고 다니네요.”

대영의 정글러는 컨디션 최고였다.

뭘 해도 막지 못할 정도로 잘 하고 있었다.

“왜 하필 오늘.”

“준비하겠습니다.”

패배가 확정된 순간 강지건이 나섰다.

“부탁합니다.”

코치와 프런트 직원이 모두 강지건을 바라보았다.

“맡겨두세요.”

강지건은 교체선수로 정글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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