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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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우승 그리고...

“지금부터 밴픽 들어가겠습니다!”

“지금 강지건 선수가 탑라이너인 칼록 선수 대신 들어왔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확실하게 상대 탑을 밀어버리겠다는 거죠. 탑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하면 과연 카이저가 알고도 당해줄지 의문입니다. 이미 출전 선수로 ‘우린 탑으로 간다!’라고 선언한 거거든요!”

“이거 팀 카이저 굉장히 기분 나쁘겠어요?”

“그렇죠! 그런데 가끔 그렇잖아요. 약점 뻔히 보이는데 안 노리는 게 더 이상한 거죠.”

> 와 이걸 이렇게 대놓고?

> 이게 근데 페이크 일 수도 있지 않나? 탑 노리는 척하면서 딴 데서 우당탕탕.

> 다른데 어디? 바텀? 미드? 둘다 만만치 않을 텐데?

> 아무리 뮤즈가 한 물 갔다고 하지만 밀어버릴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된다고.

> 작정하고 버티면 무조건 반반 갈 수 있는 선수가 뮤즈임. 미드 미는 건 당연 힘들지.

> 바텀 듀오는 최근 폼이 올라와서 더 힘들 텐데?

> 그럼 대놓고 탑 파겠다고 선언한 거네.

팀 카이저의 탑라이너는 속으로 발끈했다.

‘내가 만만해 보여?’

흥분했다.

“야, 웃어. 뭘 그렇게 표정 심각해.”

“네?”

“대놓고 와주면 땡큐하고 잡아먹을 생각부터 해야지. 진정하고 어떻게 잡아먹을까?”

“하하.”

뮤즈의 말에 금방 기분이 풀리는 탑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밴픽이 이어졌다.

상대는 정글을 먼저 뽑고는 바텀듀오부터 골랐다.

탑 카드는 최대한 숨기고 있었다.

“우리 탑은 뭐할까?”

“상대 조합 보면 탱커를 고를 거 같긴 한데.”

“하긴 쟤들 탱커 없으니 한타에서 이니시 걸기가 힘들겠네.”

“우린 한타 조합 갈까요?”

“으음.”

코치가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타 조합으로 짜자. 들어오는 걸 받아치게.”

마지막 챔프들을 고르며 결국 한타 조합을 완성한 팀 카이저였다.

하지만 제타스는 마지막까지 숨기던 탑 카드에서 최고로 다루기 어렵다는 칼챔을 뽑았다.

“어?”

“쟤들 뭐하자는 거지?”

“잘 하면 꽁승이겠는데. 초반에 버티기만 하자.”

뮤즈는 의욕을 보였다.

“아앗! 이거 실수일까요?”

“조합이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러면 굉장히 어려워 질 텐데요?”

강지건이 고른 칼챔은 전형적인 근거리 딜러였다.

한타에서는 빛을 보기 힘든.

라인전이 강하지만 한타에서는 크게 활약하기가 어려웠다.

특정 상황을 빼고.

이 때문에 쓰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난이도가 무척이나 높았다.

> 와, 이건 뭐냐.

> 시작부터 경기 던지죠?

> 실수 아냐?

> 여기서 저걸?

다들 놀랐다.

하지만 강지건은 자신 있었다.

“게임 시작하면 그냥 다들 할 거 합시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쳐다보지도 말고. 도와주지도 말고.”

알아서 가겠다는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네, 코치님.”

다들 웃으며 게임에 들어갔다.

이윽고 게임이 시작되자 강지건은 유유히 돌아다니며 할 거 했다.

그리고 탑에서 상대 선수를 마주하게 되자 강하게 라인전을 시작했다.

“아아! 시작부터 사정없이 몰아칩니다!”

“이거 엄청나요! 그냥 전투 기계입니다!”

“뒤가 없는 거 같아요! 갱 오는 걸 신경도 안 쓰는 듯한 모습입니다!”

카이저의 탑이 시작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다.

상성에서 초반에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중반에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는 맞아도 별 피해 없다는 식으로 그냥 밀고 들어가는 게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아직은 힘들었다.

그렇기에 인내를 가지고 사려야만 했다.

‘젠장.’

문제는 팀 카이저의 탑 라이너는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격성을 드러내고 싶은데 꾹 참으며 버텨야 했다.

강제로 생존형 플레이를 하려다보니 이래저래 삐걱거리는 면이 있었다.

메타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탑 라인에서 풀어주기 위해 정글러가 찾아왔다.

그리고 기습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강지건이 묘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무빙을 치며 더욱 파고들었다.

이미 공격이 시작되었기에 최대한 잡으려 할 때였다.

갑자기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미니언을 타고 획획 움직이면서 들어온 기습 공격을 피하고 정글러를 때리고 있었다.

카이저의 탑과 정글이 합심해서 때리려고 하지만 미니언을 타고 이동하며 스킬을 때려박고는 뒤로 점멸을 쓰며 빠졌다.

바로 따라 붙으며 잡으려 했다.

하지만 쿨타임이 들어오자 또 스킬을 쓰며 상대를 유도하다 미니언들이 오자 다시 미니언을 타고 공격을 피해내며 카운터를 넣었다.

“아아! 신들린 무빙입니다!”

“피하고 있어요! 잡질 못합니다!”

“공격이 모두 빗나가고 있어요!”

정글러가 쓰러졌다.

“2대1에서 1대1. 아직은 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때 남은 카이저 탑이 스킬을 쓰며 잡으려 했다.

그 순간, 강지건은 뒤로 무빙치며 상대 선수를 포탑 사거리 안으로 빨아들였다.

“아아! 포탑 포탑!”

“잡아냅니다!”

“2대1 대승! 대승을 이뤄냅니다!”

“그 동안 미드와 바텀은 할 거 다했죠!”

“지금 제타스 정글이 엄청나게 크고 있어요!”

홀로 2:1에서 승리를 따내고 라인까지 마저 밀고 유유히 귀한하는 강지건은 개선 장군과 같았다.

이후 굴리기 시작한 스노우볼은 계속 커지며 결국 팀 카이저를 압도해버렸다.

한타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우직하게 탑에서 밀고 들어가는 동안 스플릿으로 바텀에서 밀고 들어갔다.

방어가 분산되니 강지건은 막을 수 없었다.

한타는 마지막 본진에서 일어났지만 이땐 성장 차이가 너무 커서 한타력이 부족한 칼챔이란 것도 무의미했다.

“밴하자.”

팀 카이저는 바로 대응했다.

강지건에게 칼챔을 쥐어주지 않기로 한 것.

이게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었다.

똑같은 픽을 그대로 가져가서 실수를 줄이면 이길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건 상대가 더 많은 실수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때 의미 있는 이야기.

서로 완벽하게 자기 할 거 한다면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라인전을 너무 포기하는 픽은 버리고.”

이거저거 주문이 코치진에게서 나오지만 선수들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만능 조합이 어디 있다고.’

그런 건 없다.

다 될 거 같다? 역으로 말하자면 이도저도 아닌 조합이란 소리였다.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이런 식으로 다 조금씩 하는 조합을 짜는 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상대가 확실히 후벼팔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닌 거니 한 가지만 확실히 하면 밀리게 되니까.

“라인전 강화로 가자. 라인에서 밀리면 답 없으니까.”

“최대한 포탑 끼고 받아쳐봐.”

“알았어요.”

공격적인 챔프가 탑에 주어졌다.

라인전이 강한 챔프였다.

이를 바탕으로 조합을 완성해 나갔다.

제타스는 끝까지 강지건의 픽을 숨겼다.

보여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마지막.

갑자기 강지건이 똥챔이라 알려진 챔프를 들고 나왔다.

“아니 이건 무슨 뜻이죠?”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이게 무려 5년 만에 공식전에 등장한 챔피언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을 패배로 장식했었죠.”

“그 경기 저도 기억납니다. 그때 당시에 이제 사망선고가 떨어졌다며 다들 아쉬워했었죠.”

“이후 안 쓰는 게 정답이란 표현을 듣는 챔피언이 되었죠.”

이미 한물 가버린 챔피언을 꺼내든 강지건이었다.

신규 챔피언이 대거 나오고 메타가 변하고 여러 가지 변화를 거쳐 결국 관짝에 들어가 무덤에 묻힌 챔피언이었다.

다시 볼 일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활했다.

일단 관뚜껑을 박차고 나왔다.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그런데 신기한 건, 지금 팀 카이저에 저 챔프를 잡을 상성을 가진 챔피언이 없다는 거죠.”

“아앗! 그건 그러네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이미 한 물간 챔피언을 선택한 강지건은 1세트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다들 할 거 해요. 오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고 보지도 말고. 알아서 하다보면 게임 이겨 있을 테니까.”

강지건은 강하게 라인전을 시도했다.

카이저의 탑 라이너도 강하게 받아쳤다.

그러다 슬글슬금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뒤로 갔다.

카이저의 정글러가 왔다.

하지만 강지건은 끝까지 버티며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몇 번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 왜 안 죽는 건데?

> 왜 못 잡는 건데?

> 저걸 못 잡아?

> 아오!

아주 약간의 피만 남기고 강지건은 살아남았다.

한 대만 더 치면 될 거 같은데 들어가질 못했다.

상대도 포탑에 맞으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강지건은 본진으로 돌아갔다가 텔레포트를 다른 라인으로 탔다.

갑자기 이뤄진 기습 공격.

바텀이 순식간에 터져 나갔다.

이후 강지건은 상대 정글을 돌면서 전리품을 챙기고 탑으로 유유히 향했다.

라인 손해를 본 것은 상대 정글을 빼먹는 것으로 어느 정도 복구했다.

중요한 점은 바텀 라인이 확실하게 풀린 것.

결국 바텀이 터지니 카이저의 정글러는 바텀을 케어해주어야 했다.

상대 정글이 바텀에 출몰하니 강지건은 편하게 탑에서 라인전을 하며 성장했고 결국 상대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후 주도권을 잡은 제타스는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쭈욱 스노우볼을 굴려 게임을 매듭지었다.

“2:0! 이제 한 세트만 더 따내면 제타스가 결승 진출합니다!”

“이거 정말 어떻게 된 일인가요?”

“탑이 다 했어요!”

“그렇습니다. 탑이 다 했죠. 그런데 어떻게 다 한 거죠?”

> 지렸다.

> 그냥 가지고 노네

> 탑차이

> ㅌㅊㅇ

> ㅌㅊㅇ

“아직 안 끝났어. 다들 정신 차려!”

뮤즈가 선수들을 다독여보지만 탑과 정글은 이미 멘탈이 나가버린 상황이었다.

첫 세트에서 2:1로 싸우고 못 잡은 것부터 시작해 이번에는 몇 번이고 잡을 수 있었는데 잡지 못한 것까지.

조금만 더 무리를 했더라면.

죽더라도 잡고 죽었더라면.

후회스러운 장면을 떠올리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하지만 이런 게 꼭 좋은 건 아니었다.

‘내가 해야 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까지 한 것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

무기력함을 벗어나기 위해 무리한 플레이를 시도하게 되었다.

3세트는 제타스가 뭔가 특별히 하지도 않았는데 팀 카이저는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자충수를 둔 것이다.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타스가 결승에 진출했다.

상대의 멘탈을 노린 작전이 보기 좋게 먹혀들어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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