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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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시 포프스

“흐음.”

서진남은 딸이 함께 방송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운동만 하더니.’

처음에는 대학에 입학한 것도 있고 해서 놔두었다.

친구인 황윤주는 꽤 오래된 친구이며 별 문제가 없었다. 적어도 서주희를 안 좋은 길로 이끌 가능성은 매우 적었었다.

인터넷 방송도 건전하게 진행했으며 서주희가 운동을 시작하며 더 예뻐진 것도 보기 좋았으니까. 명문대 딸이 아름다움까지 겸비하니 여기저기서 혼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간을 보고 있긴 했지만.

그런데 최근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라다는 그렇다고 쳐도.’

라다 갈킨에 대한 정보는 많이 없었다. 아무리 대한민국에서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판사 집안이라고 해도 미국인의 정보를 손금 보듯이 구하긴 힘들다.

물론 미국에서는 탐정을 고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용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별로 없었다.

헬스클럽의 관장이라는 진매령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야은설도 같았다.

나오는 정보는 굉장히 적었다.

하지만 이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더 자세히 알려면 돈을 더 써야 한다. 다만 기본적인 인적사항에서 범죄와 연루된 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문제는 강지건이었다.

‘가정환경이 나빠.’

이혼한 부모는 각자 가정을 꾸렸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손에 자라다 혼자 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군입대.

그리고 제대후 현재까지.

그냥 게임만 하다 인터넷 방송으로 뜬 케이스였다.

‘이런 놈이 주희 근처에 맴돈다니.’

그나마 안심이 되는 건 못 생겼다는 거.

고릴라 같은 얼굴은 인기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다만 운동할 때 보여주는 근육들은 남자로서 좀 부러웠다.

하지만 보통 젊은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타입은 아니었다.

‘이 놈을 어떻게 떼어내지?’

가장 쉬운 방법은 방송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친구인 황윤주와의 접점도 많이 줄어든다.

지금은 함께 살게 허락을 해주었지만 행여나 황윤주 때문에 서주희와 강지건이 만나게 될걸 우려한다면 황윤주도 내보내야 했다.

‘으음.’

서주희가 대학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 받은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1년 정도는 풀어주고 싶었다.

‘인맥을 동원하기에는 단가가 너무 안 맞고.’

인맥을 동원해서 뭔가 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람들은 무작정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

하나 해주면 당연히 하나 받길 원한다.

강지건을 떼어내기 위해 인맥을 동원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흐음, 좀 더 지켜봐야겠군.’

서진남은 딸을 지켜낼 자신이 있었다.

때문에 여유를 가졌다.

다만 친척 중 한 명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진수야, 나다. 다른 게 아니고 요즘 이상한 놈 하나가 주희 근처에 있는데 이 놈 감시 좀 해줄 수 있겠냐? 아, 너도 안다고? 그래. 부탁 좀 하자.”

사촌 중에 경찰 서장이 한 명 있었다.

강지건에게 꼬리가 붙는 순간이었다.

‘음?’

원룸을 나서던 강지건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항상 외출 할 땐 감각을 열어놓는다.

그렇기에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다 안다. 초감각의 수련을 겸해 하는 일이기도 했다.

‘저 인간은 뭘까?’

초감각에 한 남자가 걸려들었다.

강지건을 찍으며 감시하는 게 보였다.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주차된 차에서 슬쩍 하고 있었으니까.

평범한 사람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수준이었지만 강지건은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다 알고 있었다.

‘나한테 감시가? 왜?’

강지건은 뭔가 대단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게임 좀 했을 뿐.

‘게임 실력 때문에 정부 기관에서 움직일 일은 없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주희 때문인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혼담이 오고가는 거 같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보통 집안은 아니니까. 상대 집안도 그렇겠지.’

강지건은 피식 웃으며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뭐 실컷 봐라.’

걸릴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조금만 조심하면 될 일이다.

강지건은 여유롭게 제타스 연습실로 출근했다.

평범한 하루였다.

출근하고 게임하고 밥 먹고 게임하고.

플레이오프가 코앞이기 때문에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 경기에서 승자가 나오면 두 팀 중 하나 고를 수 있는데 어디 고르는 게 좋을까요?”

“강선수는 어떻게 생각해요?”

“흠, 고른다면 원라이프가 좋겠죠.”

“하긴 거긴 막강한 거 같지만 리빌딩한 팀이라 구멍이 확실하긴 하죠.”

원라이프는 미드와 바텀이 강하다. 반면 탑과 정글이 매우 취약했다. 탑은 신인 선수들로만 구성 되어 있는데 잠재력은 뛰어나다고 평가 받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잠재력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안 된데.

그걸 터트려야 한다.

그런데 언제 터질지 모르니 다들 답답한 거다.

정글의 경우에는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았다.

탑 라이너가 제대로 버텨줘야 정글이 좀 더 자유로운 동선을 짜며 상대방을 노릴 수 있는데 탑이 약하니 자꾸 가서 봐줘야 한다.

이렇게 되니 강한 탑 라이너가 있는 팀과 싸우게 되면 정글 동선이 단순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탑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탑이 터지니까.

미드는 워낙에 강해서 잘 버티고 바텀도 강하니 보통은 잘 버텼다.

하지만 탑이 약하니 결국 플레이가 제한되고 만다.

이런 단점이 확실하기에 강팀이면서 약팀으로 분류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팀 카이저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거긴. 미드 때문에 버티는 팀이죠.”

“그럼 카이저가 더 만만한 거 아닌가요?”

“그게 몰라요. 고점이 워낙 높은 팀이라.”

강지건은 팀 카이저에 대해 생각했다.

스프링 시즌을 시작하고 하위권에서 놀다가 갑자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팀.

선수들을 마구 바꾸며 로스터를 돌려댔다.

이 과정에서 팀의 레전드 선수인 뮤즈 선수까지 빼버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었다.

세계 대회 우승 3회의 기록을 가진 팀 카이저.

뮤즈 선수는 세계에서 3번 우승하면서 전설을 써내려간 선수였다.

전 세계에 팬이 있는 선수로 가장 유명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스포츠 전설을 보면서 뮤즈 선수를 모르면 뭘 안다는 말도 못한다.

“흐음, 하지만 시즌 초반 모습을 보면 영 아닌 거 같던데.”

“이유는 짐작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하죠.”

제타스의 감독 박동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팀 카이저가 로스터를 돌리며 뮤즈까지 빼버리고 시즌 초반과 중반을 보낸 이유를.

바로 리빌딩 문제 때문이었다.

과거 함께 우승을 일구었던 우승 멤버들은 이제 뿔뿔이 흩어진 상황.

팀을 지키고 있는 것은 뮤즈 뿐이었다.

이후에도 팀 카이저는 지속적인 영입으로 상당한 경기력을 뿜어냈다.

팀 카이저를 거친 스타 선수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돌아갔지만 어느 순간 게임의 메타가 공격적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팀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버티는 운영은 공격적인 운영에 잡아먹히게 메타가 변한 것이 원인이었다.

물론 이런 가운데에서도 팀 카이저는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버티는 수준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리빌딩이 필요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2군에서 콜업한 선수들이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잠재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기복이 엄청나게 심했다.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 뮤즈 선수는 리더십을 발휘해 팀을 이끌었다.

신인 선수들은 뮤즈의 오더에 반응하며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플레이는 뮤즈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 때문에 피지컬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었다.

본인의 라인에 집중해도 모자란 판국에 신인들의 뒤를 바주어야만 했다.

뮤즈는 이를 악물고 버티며 이를 소화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인 선수들은 기복이 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뮤즈 선수가 너무 뛰어난 게 리빌딩에 걸림돌이 되긴 하고 있죠.”

각자 자신의 할 일을 해야 한다.

오더를 듣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자신의 롤을 소화할 수 있도록 되어야 하는데 압박감에 자꾸 무너지는 것이었다.

실수할 때마다 무리한 플레이가 종종 나오는 것이 그것이었다.

보통 선수를 육성할 땐 과감하게 플레이할 것을 주문한다.

자꾸 주춤거리다보면 싸워야 할 때 안 싸우니까.

무엇보다 게임 메타가 공격적이니 일단 싸우는 법이 익숙해지도록 코칭 해야만 했다.

하지만 뮤즈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경기력에 큰 차이가 있었다.

결국 뮤즈를 빼고 로스터를 돌려버리는 초강수가 나온 것이었다.

누구든 하나 터지라고.

스스로 생각해서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든 압도적인 전투력을 각성하든.

뭐든 하나 터지길 기대하며 로스터를 돌린 것이다.

신인들이 빠르게 성장해주길 원했다.

뮤즈에게 기댄 상황에서는 빠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

또한 성장 없이는 세계 대회에 나가도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신인들의 잠재력은 폭발하지 않았다.

팀 카이저는 결국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시즌 막판에 승리를 쌓으며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다.

주전급 선수들이 막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없는 게 아니었다.

주전에 속한 탑과 정글 선수들이 기복이 좀 있었다.

잘 할 때는 엄청난데 한 번 밀리면 답도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으니까.

“확실히 지금은 도깨비 같은 팀이 되어버렸어요. 탑과 정글의 기복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고점만 놓고 본다면 팀 카이저가 원라이프보다는 높아요. 저 팀은 한 번 터지면 막기 힘들죠.”

무엇보다 경기 경험이 풍부한 뮤즈는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선수였다.

승리만 맛 본 선수가 아니다.

패배의 쓴 맛도 경험해보았다.

또한 지속적으로 메타가 변하고 있는데도 언제나 수준급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했다.

“만약 뮤즈 선수가 빛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굉장히 힘든 경기가 될 겁니다.”

이 때문에 팀 카이저를 상대하는 팀들은 뮤즈가 좋아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한물 간 피지컬이니 뭐니 하지만 아주 가끔 번뜩이는 플레이는 감탄만 나오게 한다.

“바텀이 더 보강되면서 생존력이 높아졌으니 탑과 정글도 좀 더 안정을 찾을 거 같기도 하고요. 물론 아직은 완벽하지 않으니 터트릴 방법이 있긴 하죠.”

“그럼 팀 카이저가 더 쉬운 상대 아닙니까?”

“그래도 고점만 놓고 보면 팀 카이저가 더 위니까요.”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무엇보다 탑과 정글이 기복이 있는 대신 고점은 정말 높아요. 풀리면 답도 안 보일 걸요.”

도깨비 같은 팀이라서 대응 전략을 짜는 게 쉬운 것 같으면서 어려웠다.

상대도 바보가 아니니 자신들이 표적이 될 걸 알고 게임을 준비하니까.

결국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뭐라 말하기 힘들었다.

“그런제 강선수가 직접하면 어떨 거 같아요?”

“음, 저를 탑에 세워주신다면 고속도로를 뚫어드리죠.”

“하하하, 좋아요.”

뮤즈 선수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했지만 굳이 맞상대해줄 필요는 없었다.

‘경기만 이기면 되지 뭘.’

터트리기 쉬운 약점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갈 생각은 없는 강지건이었다.

“그럼 편히 보도록 하죠.”

팀 카이저의 경기는 치열했다.

결국 혈전 끝에 3:2 승리를 따내며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얼마 뒤, 1위 팀이 원라이프를 택했다.

“우리 상대는 팀 카이저군요. 아쉽게 됐네요.”

“어쩔 수 없죠.”

“그럼 준비합시다.”

지금까지 기다린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가장 최근의 경기를 분석하며 상대의 허실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아울러 상대 선수의 플레이를 흡수해 연습 상대를 해주어야 하기에 강지건은 매우 바빴다.

‘당분간 경기에 집중한다.’

침식을 낮추기 위한 활동은 잠시 뒤로 미룬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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