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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시 포프스

“그냥 본 거 아니고?”

“다 읽었어요. 못 믿겠으면 지금 다 외워볼게요.”

체시는 빠르게 책내용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책을 펴 본 델은 감짝 놀랐다.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외우고 있었다.

“그만.”

“이제 믿으시나요?”

“너 천재구나?”

“네, 그러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방금 그 마나연공법은 제가 익히는 법을 다 분석했어요.”

“진짜?”

“네!”

“그럼 직접 익힐 수도 있는 거야?”

“그건.......”

체시의 표정이 흐려졌다.

체시는 천재긴 천재였지만 반쪽짜리 천재였다.

관심 있는 것에 대한 암기력과 이해력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마법이나 마나연공법을 직접 익히는 일은 엄청나게 못했다.

마력의 재능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럼 일단 내가 가르쳐주는 걸 익혀봐.”

델은 스킬로 익힌 육문공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계속 자동으로 익히는 무공.

스킬 시스템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용을 하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스킬 시스템은 지식도 알려주었으니까.

육문공을 암송해주자 체시는 바로 외웠다.

신기한 개념들이 있었지만 델의 설명을 통해 모두 완벽하게 이해했다.

“이건 몸을 계속 좋아지게 하는 수련법이군요.”

“그래, 주군의 서번트는 모두 익히고 있어. 자동으로 수련되기 때문에 효율이 좋지.”

“부러워요.”

“언젠가 네게도 서번트 자리가 날지도 모르지.”

“네!”

체시는 꼭 서번트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그전에 자신이 얼마나 뛰어나고 유용한지 증명할 생각이었다.

“저 이제부터 수련해볼게요.”

육문공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간단해서 허탈할 정도였다. 문제는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

하지만 체시는 자신의 수준에서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수련에 임했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기 위해서.

진매령은 헬스클럽에서 아파트 단지 회원들과 친목을 다졌다.

“어쩜 몸매가 이렇게 좋아요?”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저도 정말 가능할까요?”

“네, 제 지시를 철저히 지켜주시면 가능해요.”

초감각은 유용했다.

상대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 수 있었으니까.

운동을 통해 어디까지 몸매를 가꿀 수 있는지도 가늠이 가능했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단번에 도달할 순 없어도 꾸준히 따라준다면 나름 멋진 몸매를 만들어줄 자신이 있었다.

“음,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먹는 것은 제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해서 드셔보세요.”

초감각 때문에 요리 실력도 상당한 진매령이었다. 강지건과 같았다.

미식에 있어선 어디 가서 뒤질 수 없는 미각이었다.

레시피는 간단했지만 일반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는 고급진 요리법이었다.

“새우 감바스를 먹되 양을 철저히 조절하세요.”

맛없는 것을 먹으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칼로리를 최대한 줄인 레시피를 만들었다.

영양 균형도 신경 썼다.

“어머, 이렇게 먹고 운동해도 되나요?”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해요. 지나친 다이어트식과 무리한 운동은 살은 빼도 늙어보이게 만드니까 하나마나죠.”

고생하면 살 빠진다.

고생해서 살을 빼면 사람은 늙어 보인다.

“어머, 그럼 안 되죠.”

예뻐 보이고 싶어서 하는 다이어트인데 늙어보이게 된다면?

본말 전도다.

하나마나다.

옷만 예쁜 것을 입으면 뭐하나?

얼굴이 늙어버렸는데.

과도한 다이어트는 몸에 무리를 가져오기 때문에 병에 걸리기도 쉬웠다.

“그래도 이건 좀 죄책감이 드는 식단인데요?”

“죄책감 느끼지 마세요. 즐겁게 살고 싶잖아요. 즐기면서 몸매를 가꿔요.”

“호호호, 관장님 말씀 기억할게요.”

“믿을게요.”

진매령은 굉장히 젊어보였다.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린 마흔으로 해두었다. 그런데 지구에서 사람들이 볼 땐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수준이었다.

관장의 나이에 놀라고 외모에 또 놀란다.

존재 자체가 바로 증명.

진매령의 외모가 다이어트론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다들 희망을 품었다.

‘우리 애도 등록시켜줘야지.’

‘매일 드라마보고 과자나 먹어서 쪘는데. 관장님 보고 정신 차렸으면.’

처음에는 애들이 등록하는 것을 꺼려했었지만 이제는 마음이 바뀌었다.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운동이 점점 즐거워졌다.

효과도 조금씩 보고 있었다.

한 번에 확 살이 빠지지는 않았지만 근력이 붙으며 에너지가 솟았다.

잠자리에서도 남편을 압도할 수 있었다.

자신감도 솟았다.

낮에는 주부들이 이용했다면 저녁에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찾았다.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해볼게요.”

모두 아파트 상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만 구성한 레시피였다.

상가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레시피를 뿌리니 장사가 잘 된다며 고마워했다.

어쨌거나 학생과 직장인들도 체력이 붙는 것을 느끼며 운동을 계속할 마음을 먹었다.

운동을 할 때도 음악을 듣거나 하면서 했다.

더구나 넋 놓고 해도 어느새 귀신 같이 나타나 진매령이 모두 운동을 봐주고 있었다.

몸에 무리는 가지 않고 크게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운동 초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피곤하지 않으면 운동한 것 같지 않아서 첫날 무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무리를 하고 난 다음날부터 근육통에 시달린다.

고통은 사람의 정신을 지배한다.

운동하러 가기 싫어지게 만든다.

결국 며칠 운동 다니다 그만둔다.

고통스러운 행동을 계속 하려면 그만한 동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독해져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독기를 품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운동의 시작이 고통스러우면 안 된다.

즐거워야 한다.

재미있고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

또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취미가 붙는다.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해줄 때, 장기간 할 때 사람은 점점 변하게 되는 것이다.

고통은 좋은 수단이 아니다.

즐거움이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길이다.

진매령은 이러한 방법을 중심으로 회원들을 이끌었다.

먹는 것도 맛있게.

운동도 쉽고 간단하게.

어딘가의 보디빌딩 대회에 나올 것 같은 몸매를 만들기 위한 운동은 그만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만 하면 되는 것이다.

대회용 몸매가 아닌 생활 속에서 가꾸는 몸매를 위한 운동은 달라야만 했다.

피곤하면 기피하게 되니까.

취미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계속 즐거움을 안겨주고 유지해줘야 했다.

학생과 직장인들에게는 피로를 회복하고 약간의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수준으로만 운동 시켰다. 대신 맛난 레시피를 알려주어 기분도 풀게 했다.

운동도 하고 맛난 것도 먹으면서 운동 효과를 경험하게 되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 수 있었다.

초감각을 통해 이러한 것을 계산해낸 진매령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회원들이 점점 늘어나더니 급기야 수용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더 받을 수 없어요.”

“네?”

“회원 분들이 쾌적하게 운동하기 위해선 회원을 더 받을 수가 없어요. 여기서 더 받으면 운동을 하는 시간 사이에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안 됩니다.”

아파트 부녀들 사이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회원들이 급증했다.

하지만 아파트 상가에 차린 헬스클럽이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다.

결국 회원을 더 받지 않는다는 말에 다들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회원권을 가진 회원들은 자신들이 뭔가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만끽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다는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 지났을 때, 강지건이 나타났다.

“어머? 저 분은 누구?”

“여긴 여성 전용인데?”

“아, 위튜브 촬영 때문에 밤에만 잠깐 와서 돕고 있어요.”

“아!”

혼자 나타난 건 아니었다.

라다와 야은설 그리고 서주희와 황윤주까지 함께였다.

위튜브 촬영이라고 하니 이해해주었다.

영업 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 왔다.

촬영은 철저히 회원들의 이용 시간이 끝난 뒤에 이뤄지는 것이었다.

“잠깐 보고 가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대신 조용히 해주셔야 해요.”

이어서 촬영이 시작되었다.

“우와.”

“와아.”

강지건이 웃통을 벗고 나타나자 자리에 있던 회원들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얼굴은 못 생겼다.

그런데 몸은 끝내줬다.

조각상이 따로 없었다.

아니, 조각상보다 더 멋있었다.

근육을 잔뜩 키운 보디빌더들과는 질이 다른 근육이었다.

날렵해 보이는 근육이었다. 크기도 적당했다.

잔근육의 선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 미대생 회원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사진을 찍어댔다.

늦게까지 남아있던 아줌마 회원들은 감상에 바빴다.

여고생 회원도 몸매 감상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은 어떤 운동을 합니까?”

“오늘은 관장님을 소개하겠습니다! 관장님 나와 주세요!”

“안녕하세요, 진매령입니다.”

진매령의 위튜브 촬영이 시작되었다.

촬영은 잔잔했다. 딱히 자극적이지 않았다.

다만 배경에서 강지건이 보디빌더 포즈를 잡는 모습이 수시로 잡혔다.

나중에 편집을 하며 자막을 넣으면 웃긴 상황으로 포장이 가능해지는 것이었다.

예능의 촬영은 그 자체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었다.

편집과 포장이 중요했다.

괜찮은 것도 통편집으로 버려지기도 하고 별 거 아닌 게 엄청나게 재미있게 포장되기도 한다.

본인은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보는 사람은 짜증을 느끼게 될 수 있고 별 거 아닌 말도 웃기는 농담이 되기도 한다.

이래서 예능 프로는 편집과 자막이 굉장히 중요했다.

출연진도 중요하지만 출연진만으로는 재미있는 예능 영상이 태어나기 힘들다.

편집자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이해가 높은 라다가 있기에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더구나 라다의 센스는 상당했다.

지구, 대한민국 예능의 포인트를 빠르게 캐치하면서 더 재미있는 편집으로 강지건의 채널의 인기를 올리고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구독자가 계속 상승해 이제는 500만에 달하는 구독자를 가진 채널이 되었다.

500만 달성으로 엄청나게 포인트를 벌었기에 강지건은 여유로운 상황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지건씨. 한 마디 하셔야죠.”

“쇠질합시다. 쇠질은 즐거워요.”

강지건의 대사는 별 거 없었다.

유행어를 미는 것처럼 그냥 같은 소릴 할 뿐이었다.

이미 인지도가 높은 상황이라 적당히 재미있게 포장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채널의 인기는 이제 강지건 혼자 올리는 게 아니었다.

서번트들과 서주희 황윤주가 함께 하면서 구독자를 빠르게 흡수하는 중이었다.

채널은 하나의 작은 방송국처럼 성장하고 있었다.

“저기 방금 찍은 건 어디 가면 볼 수 있나요?”

“오늘은 어렵고 며칠 뒤에 업로드되요. 여기 이분 채널이고요.”

“프로게이머 강지건입니다.”

“네?”

“프로게이머?”

색다른 소개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지켜보던 회원들이 기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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