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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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시 포프스

“대지의 마나를 이용해 수련한다라. 이건 델에게 주는 게 좋겠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나연공법을 무조건 많이 익힌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상성이 안 맞으면 오히려 시간만 잡아먹을 수 있었다.

때로는 효율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강지건을 비롯한 서번트들은 스킬로 익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수련이 될 정도니까.

하지만 직접 몸으로 익히는 이들에게는 여러 개를 동시에 익히는 것은 엄청나게 난이도가 높은 일이었다.

“나머지는 어떤 거죠?”

“족보 하나랑 나머지는 그냥 마법서랑 아티팩트 제작 관련 책이네.”

“어쨌든 대충 치워둬. 나중에 가져가자.”

라다는 내용물을 다시 상자에 담고는 오토바이 옆에 놓았다.

염력을 이용하니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그럼 시작할까?”

라다는 웃으며 몸을 띄웠다.

호수 위에 떠오른 나신에서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현란한 느낌을 주었다.

“넣어!”

강지건은 자신을 감싸는 염력에 몸을 맡겼다.

순간 물 위에 누운 것처럼 몸이 절로 떠올랐다.

라다는 허공에서 허리를 마음껏 흔들었다.

아울러 강지건의 몸을 조종하며 깊은 곳을 마구 찌르게 만들었다.

“후흥!”

‘행복해.’

대자연 속에서, 호수 위에서 하는 섹스는 운치가 있었다.

라다는 풍경을 머릿속에 담으며 염력을 열심히 이용했다.

이것이 염력섹스 혹은 염력을 이용한 공중부양섹스였다.

“햑!”

라다가 나가떨어졌다.

“역시 허공에서 하는 건 재밌어.”

그러자 야은설이 도전해왔다.

“나도! 나도 공중부양 할 수 있어요!”

바람의 힘을 가진 야은설은 바로 바람을 이용해 몸을 띄웠다.

라다의 염력처럼 세심하지는 않았지만 바람의 섹스는 나름 맛이 있었다.

거칠게 흔들리는 와중에 느껴지는 거친 느낌은 섹달랐다.

“헤릉!”

야은설은 느꼈다.

절정에 도달했다.

하지만 초능력을 멈추지 않았다.

‘더!’

끝까지 가고 싶었다.

절정 위의 절정을 느끼기 위해 쾌락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초능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느꼈다.

초절정.

“후아아아아아앙!”

하지만 아직 정신이 남아 있었다.

‘더!’

할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섹스에 임했다.

바람은 더욱 거칠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야은설은 혼절해버렸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의식이 뚝 끊어졌다.

초절정에 화경의 쾌락을 느끼기 바로 일보직전 의식이 끊겼다.

텀벙.

두 사람은 금방 호수로 떠올랐지만 옆에서 보고 있던 라다가 염력으로 띄워주었다.

“기절해버렸네.”

“욕심 많으니까요.”

“그건 그래.”

색에 대한 탐욕이 굉장한 야은설이었다.

호시탐탐 대물에 박힐 기회를 노리는 야심가이기도 했다.

“아마 색다른 분위기에서 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나봐요. 저도 더 좋았고요.”

“나중에 외딴 섬으로 소풍 한 번 가보자. 크롭스크에 괜찮은데 있지 않아?”

“많죠. 제가 확실히 알아둘게요.”

라다는 활짝 웃으며 옷을 입었다.

염력을 이용해 옷을 입으니 세 사람이 옷 입는 것은 순식간에 끝났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린 야은설과 함께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리아 가문의 남쪽에 위치한 소도시 게타.

타벨 왕국의 최북방에 위치한 영지들과 연결되는 연결점 역할을 하는 도시였다.

때문에 그럭저럭 경제가 발전해 있었고 상점들이 있었다.

여관들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이곳에 강지건 일행이 나타났다.

오토바이를 이끌고.

“저게 뭐지?”

“몰라. 새로운 아티팩트인가?”

“신기하긴 하네.”

“아깝게 저런데 마정석을 쓰다니. 돈이 많은 귀족인가 본데?”

마차도 없이 홀로 사람이 타고 다닐 수 있는 탈 것.

이륜이동수단인 오토바이는 게타의 사람들에겐 생소한 물건일 뿐이었다.

하지만 생소하다고 해서 크게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네이가에는 마법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법으로 훨씬 더 경이로운 일을 벌이는 자들을 보았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 놀라지는 않았다.

물론 마정석을 하나도 이용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면 놀라서 자빠졌겠지만.

적당한 여관을 찾아서 오토바이를 방에 넣어두었다.

마구간 같은 곳에 맡겼다가는 도적이 훔쳐갈지도 모르니까.

딱히 오토바이가 아까운 건 아니었지만 라다는 확고했다.

“남한테 넘겨주고 싶지는 않아요.”

“왜? 그냥 흔한 산악용 오토바이인데.”

“그래도 호수까지 타고 달렸던 걸요. 나중에 장식품으로 쓸 거에요.”

추억이 깃든 기념품을 보는 눈빛이었다.

“그렇다면야.”

강지건은 말리지 않았다.

중간에 달리다 지겨워졌을 땐 라다를 앞에 태우고 섹스를 하면서 달렸었다.

매우 위험한 짓이었지만 라다의 염력을 믿고 한 짓이었다.

달리면서 섹스한 라다는 오토바이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스피드 섹스가 마음에 든 것이었다.

앞을 보고 달리는 와중에 뒤쪽에서 강지건이 엉덩이를 공략했다.

‘주인님과 함께 달린 추억의 물건. 잊을 수 없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쓰다 버릴 일회용품 같았던 오토바이가 소중한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사람의 추억은 물건에 가치를 더한다.

남에게는 별 거 아닌 물건이 어떤 사람에게는 세상에 하나 뿐인 물건이 되는 것이다.

오토바이를 방에 넣어둔 세 사람은 거리로 나왔다.

“지금부터 뭐하죠?”

“일단 상점이나 한 번 쭉 돌아보자.”

딱히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마수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 되는데 이것은 델과 아켈이 직접 알아봐준다고 했다.

왕국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직접 움직여 얻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그렇기에 강지건은 네이가의 문화를 조금 즐겨볼 생각이었다.

온 김에 뽕을 뽑으려는 것.

문화를 즐기는 가장 빠른 길 중 하나는?

쇼핑이다.

돈만 있으면 빠르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지건은 아켈이 챙겨준 돈 이외에도 상자에서 얻은 금화와 보석이 있어 돈을 쓰고 싶었다.

“일단 뭐 좀 먹어요.”

거리에 빵집이 있었다.

빵집에서 구워진 빵은 도시 곳곳에 팔려나갔다.

“많이 굽네.”

“한국에서처럼 간식으로 먹는 게 아니니까요.”

빵을 굽기 위해선 장작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있는 곳이 바로 도시라는 점.

모든 사람들이 빵을 굽기 위해 장작을 쓰긴 어려웠다.

인근의 숲을 초토화 시킬 게 아니라면.

결국 불은 꼭 중요한 순간에 피웠다.

주로 저녁에 잠자기 전에 불을 피웠고 낮에는 집에 붙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시골 농가였다면 모르지만 도시에서는 먹고 살기 위해선 어디에서든 일해야 했다.

당연히 집에서 불을 피우고 있을만한 여유를 가진 사람은 적었다.

불을 안 피우니 뭔가 해먹기도 힘들다.

결국 뭔가 먹고 싶다면 사먹어야 한다.

이 때문에 빵집이 장사가 잘 됐다.

새벽부터 빵을 구워 저녁 바로 전까지 장사를 하고 문을 닫는다.

저녁에 장사 안 하는 이유는 손님이 잘 안 찾아오는 것도 있지만 저녁에는 다른 집들도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산 빵을 먹고 일부는 점심이나 허기질 때 좀 먹는다. 그리고 남은 빵은 저녁에 불을 피우며 만든 요리와 함께 먹는다.

아침에 우유나 치즈와 함께 빵을 먹는 것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혹은 전날 저녁에 만들었던 요리와 함께 빵을 먹는다.

저녁에 집안 온도를 올리기 위해 불을 피우고 이 불을 이용해 스튜나 뭐든 만들면 아침에 빵과 먹을 수 있다.

비록 차갑더라도 든든한 한끼가 된다.

도시 전체에서 빵을 원한다. 그러니 빵집 주인은 수요를 계산해 빵을 만들어놓으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빵은 한 번 구워두면 그래도 며칠 놔두고 팔 수도 있다.

수요 계산이 약간 틀어져도 시간이 좀 지난 빵은 싸게 파는 게 가능하기도 하다.

강지건은 지나가며 빵을 하나 샀다.

동전을 몇 개 주니 커다란 빵 하나를 줬다.

“이거 장발장이 훔쳤다는 빵 같은데?”

엄청나게 묵직한 빵은 약 5킬로그램 정도 되는 무게였다.

“장발장이요?”

“있어. 빵 훔쳤다고 감옥에 간 사람.”

장발장이 훔친 것으로 알려진 깜빠뉴라고 불리는 빵은 매우 거대했다. 혼자 먹는 게 아니고 온 가족이 모여서 하루 종일 뜯어 먹을 수 있는 빵이다.

이 빵 하나 때문에 장발장은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형벌은 조금 가혹하긴 하지만 민중 봉기가 일어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다.

“민중 봉기가 일어나는 시대에 이런 커다란 빵을 훔쳤으니 엄청난 짓이긴 하지. 용서 받지 못할 짓이야.”

봉기가 일어난다는 것은 먹고 살기 힘들어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

식량에 대한 통제를 해야 했으니 당연히 훔친 자를 강하게 처벌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게 그 빵하고 비슷해요?”

“응.”

강지건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던 이야기를 기억해낸 것이었다.

“그럼 그 소설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보셨나요?”

라다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졌다.

크롭스크 사람이라 지구의 문학에 대해서는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소설도 안 읽었고 영화도 안 봤고.”

“왜요?”

“게임이 더 재미있었거든.”

정확히는 와 닿지가 않았다.

“나도 힘들었는데 딴 나라 사람이 쓴 혁명에 관한 소설에 관심이 생길 리가 없잖아.”

유명했지만 그저 그 뿐이었다.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관심도 없는데 읽어야 할 건 학교 성적에 반영되거나 시험에 나오는 것들뿐이었다.

물론 억지로 읽게 했다고 해서, 영화를 보게 했다고 해서 재미있게 봤을 거란 보장도 없었다.

인생 자체가 암울했던 강지건에게는 문학이고 뭐고 그저 시간 낭비였고 고통일 뿐이었다.

“그럼 이젠 읽으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흠, 침식을 모두 처리한 뒤라면 모르겠다. 근데 그때가 되어도 안 읽을 거 같아.”

“왜요?”

“네가 있잖아.”

라다는 순간 볼이 붉어졌다.

“저는요!”

“그래, 은설이도 있고.”

엉덩이를 토닥여서 달래주는 강지건이었다.

문학보다는 여자가 더 좋았다.

“후으.”

체시 포프스는 한숨을 내쉬며 걸었다.

“빵 하나.”

“오늘도 팔다 남은 빵?”

“네. 아껴야죠.”

“그렇게 돈 모아서 뭐 하게?”

“몰라요. 돈이라도 많으면 뭐든 일이 풀리겠죠.”

“돈도 잘 벌면서. 흰 빵은 어때? 야들야들한데.”

“왜요? 또 팔다 남았어요?”

“어, 주문한 인간이 어제 안 왔어.”

흰 빵은 빵집에서 잘 굽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이 먹는 빵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맛있지만 그만큼 비싸다.

“됐어요.”

팔다 남은 빵을 산 체시는 품에 안았다.

꽤 커다란 체시의 상체를 반 정도 가리는 수준이었다.

싸게 산 빵을 뜯어먹으며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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