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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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녀문

마수.

네이가에 갑자기 나타난 존재는 몬스터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몬스터들을 지배해 하나의 군대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이가의 종족들은 이들과의 전쟁을 위해 협조하는 상태였다.

마수로 인해 거대한 바르차 제국이 멸망당했다.

바르차 제국이 당하니 다들 정신차렸다.

이후 끊임없이 마수들을 토벌하지만 마수들은 계속해서 알을 깠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타났다.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군. 성가셔.’

더구나 지휘하는 놈들로 보였다.

“그럼 그 놈들을 찾는 건 어렵나?”

“어렵다. 찾으러 가면 도망친다.”

‘게릴라전까지?’

게릴라전은 정규군을 충분히 괴롭힐 수 있다.

잡으러 갔는데 없다? 그럼 또 찾아야 한다.

때로는 쥐죽은듯이 가만히 숨어서 지나가길 기다리기도 한다고 했다.

“굉장히 지능적이네.”

“마수 자체도 강하지만 가장 성가신 것은 바로 몬스터를 다룬다는 것이다.”

“그럼 얼마나 강한 거지?”

“많이 강하다.”

“너하고 비교하면?”

“나 따윈 상대도 안 된다. 멸망한 바르차 제국의 소드마스터가 마수 하나와 동등하게 싸웠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마수들도 개체에 따라 강함이 다르니까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마수를 잡을 때 소수 정예만 보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강하기 때문에 결국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

즉, 마수 사냥은 몬스터와 인류의 전쟁 양상으로 이어졌다.

‘상당히 귀찮은 세계네. 쯧.’

마겔에서 침식도를 낮출 때가 제일 좋았다.

‘나무 같은 걸로 있으면 좀 좋아?’

마계수.

움직이지 않으니 그냥 가서 파괴하면 그만이었다.

숨지도 않고.

‘침식도가 높을수록 상대하기 힘든 존재가 되어 있다는 소리네. 이거 왜 서번트가 필요한지 알겠어.’

혼자서 다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등급을 올리긴 그렇고 여기서 세력을 키울 방법을 찾아봐야겠네.’

굳이 모든 일을 혼자 할 필요는 없었다.

“좋아. 도움이 되는 정보였어.”

“마수를 사냥할 건가?”

“그래.”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오자 델은 묵묵히 작업에 들어갔다.

‘강한 자. 어쩌면 소드 마스터?’

순간 묻고 싶은 게 생겼다.

“그대는 혹시 마나연공법을 알고 있나?”

“그렇지?”

“나를....... 제자로 삼아줄 수 있나?”

“응?”

“난 강해져야 한다. 가문을 이어야 한다.”

“왜? 집에 뭔 일 있어?”

“후계자인 남자들이 모두 죽었다. 이제 가문을 이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해야 한다.”

델은 가문의 사정을 말했다.

그리 대단한 비밀도 아니었으니까. 영지에 사는 영지민들도 다 아는 이야기였다.

카리아 가문을 아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알려진 그런 흔해빠진 이야기.

물론 직접 말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델은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았다.

‘강해질 수 있다면.’

살기 위해서 이미 한 번 굽힌 자존심, 또 굽히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가문의 이름을 위해선 뭐든 할 수 있었다.

“흐음.”

강지건은 마나연공법을 알지만 시스템을 통해 스킬로 습득했다.

수련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른다.

내용은 알지만 이걸 가르칠 정도는 되지 않았다.

‘매령이나 은설이라면 또 모를까.’

무왕계의 무인들은 두 사람은 이미 본인의 능력으로 무공을 익혔던 사람들. 마나연공법이라고 해도 익히지 못할 것 같지는 않았다.

“부탁한다. 아니, 부탁합니다.”

고민하는 모습에 낯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델은 고개를 숙였다.

“마나연공법은 함부로 가르쳐 줄 수 없는 건 알지?”

“안다.”

비기를 지키기 위해 혼인도 굉장히 제한되며 다른 집안으로 시집가는 여자들은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다.

마나연공법이 유출될 수 있었으니까.

자칫 잘못하면 귀족 가문들의 힘의 질서, 서열이 엉망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재능과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좋은 마나연공법을 가지고도 별 볼일 없는 수준에 머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마나연공법이 유출된다면?

확실하게 뒤처지게 된다.

“일단 생각해보지. 그나저나 당신 집에서 며칠 머물면서 여기 정보 좀 수집하고 싶은데 될까?”

“물론이다.”

강지건은 델을 따라 카리아 가문으로 향했다.

아켈은 델이 웬 남자를 데려오자 어이가 없었다.

“누구지?”

“강자입니다.”

“그래서?”

“마나연공법을 저 사람한테 배우고자 합니다.”

“뭐?”

“말리지 마세요, 아버지. 저 사람을 내보내고 싶으면 제게 가문의 마나연공법을 알려주시던가요.”

딸의 협박에 아켈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니 맘대로 해라.”

말을 한 아켈은 강지건에게 다가왔다.

“내 딸한테 함부로 손대지 마라.”

협박을 하면서 은근히 마나를 일으켰다.

금방이라도 습격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안 그런다. 걱정 마라.”

“으음.”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지만 아켈은 발끈하지 않았다.

‘내 아래는 아닌 모양이네.’

강지건의 힘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마나를 못 느낄 사람은 아닌데.’

아켈은 자신의 딸인 델의 재능을 잘 알고 있었다.

삼류 마나연공법만으로도 뛰어난 성장을 보였다. 여기에 좋은 마나연공법이 더해지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모른다.

그런 딸을 이긴 사람이라고 했다.

마나를 못 느낄 리가 없었다.

때문에 아켈은 자신의 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어쨌든 방문을 환영한다.”

대충 인사를 남긴 아켈은 등을 돌렸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었다.

손님용 침실에 자리하게 된 강지건은 시간을 살폈다.

‘아직 18시간 남았네.’

동굴에서 사람을 만나게 될 때까지 일직선으로 비행했다.

이렇게 해서 만난 것이 바로 델.

문제는 카리아 가문의 영지에 도착하니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카리아 가문의 영지는 꽤 괜찮은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 한 가운데에 있는 장원이 바로 영지의 중심.

한 번 슥 고개를 돌리는 걸로 대충 상황 파악이 다 끝나버렸다.

‘바로 떠나기도 뭐하고.’

앞으로 네이가에서 활동할 세력의 거점으로 삼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델도 나쁘진 않아 보이고.’

아직 서번트를 더 둘 수 있었다.

‘빠르게 강해진다면. 여기 일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진매령이나 야은설이 무공을 가르쳐주는 것으로도 분명 강해질 순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서번트라면.’

하지만 굳이 델을 골라야 할 이유도 없었다.

‘사실 힘이나 재능은 문제가 안 돼.’

부족한 것은 스킬로 채워주면 된다.

없던 재능도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스킬이었다.

강지건도 스킬을 익히고 엄청나게 강해졌으니까.

절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숨겨진 힘을 각성했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쟤 말고 좀 더 똑똑한 사람을 두면 일이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만약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기 일만 먼저 챙기려 한다면?

헛수고가 되어버린다.

‘가문에 대한 집착이 강했어.’

어쩌면 침식을 막는 일보다 가문을 더 챙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좀 더 두고보자. 완전히 내 여자가 된 다음이면 모를까.’

결국 강지건은 관망하기로 했다.

“변변치 않지만 많이 먹어라.”

“고맙다.”

델이 잡은 사슴의 고기가 구워졌다.

싱싱한 고기를 구워서 소금을 뿌렸다.

한 입 먹어본 강지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기 구울 줄 모르는 건가?”

“뭐?”

“줘 봐.”

씹던 고기를 뱉어버렸다.

이어서 사슴 생고기를 직접 챙겨서 고기의 질을 확인했다.

‘이건 꽤 좋은 고기군.’

초감각으로 고기를 확인하는 순간 머릿속에 어떻게 구워야 할지 레시피가 떠올랐다.

이것이 바로 재료를 다룰 줄 아는 자의 요리 방식이었다.

이름이 같은 재료, 심지어 똑같이 납품된 것이라 하더라도 좀 더 좋은 게 있고 질이 아주 살짝, 진짜 조금 떨어지는 게 있다.

이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그냥 줘도 모른다.

하지만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때로는 구분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식을 경험한 민감한 혀는 무섭다.

예리한 칼날 같다.

강지건은 소금을 확인했다.

‘꽤 괜찮은 암염이야.’

소금을 고기에 뿌려서 놔둔 뒤에 불을 조절했다.

불의 온도에 따라 익는 속도가 다르다.

또한 숯불이기 때문에 숯의 상태도 점검했다.

‘다행히 좋은 거네.’

숯의 질이 나쁘면? 고기의 맛도 망칠 수 있다.

모든 것을 확인하고 자신이 떠올린 레시피대로 조리하기 위해 조정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요리사인가?’

왕궁의 요리사들이 요리할 때 까다롭다는 말을 들었었다.

델의 입장에서는 별 같잖은 짓이라고 치부하고 넘겨버렸었다.

수련하기도 바빠 먹는 것에 신경 쓸 틈이 없던 것이다.

먹고 튼튼해지면 그만이다.

맛없는 고기구이라고 해서 문제가 될 건 하나도 없었다.

강지건은 고기를 정확히 구워냈다.

두께마저 최적으로 맞추고 몇 번 뒤집지도 않고 구워냈다.

마지막으로 레스팅에 들어갔다.

“이제 먹어봐.”

시간이 되자 접시에 세팅해서 주었다.

고기를 썰어먹은 델은 깜짝 놀랐다.

‘맛이 달라?’

재료는 모두 같았다. 시설도 같았다.

단지 변한 것은 조리 방법뿐이었다.

재료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은 재료의 맛을 최고로 이끌어낼 줄 안다는 것.

같은 재료라도 대충 만들면 맛도 대충 날 확률이 높다.

잘못 요리하면 비싼 재료로 길가에서 파는 MSG범벅 떡볶이보다 못한 요리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대는 요리산가?”

“아니.”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요리할 수 있는 거지?”

“이걸 왜 못해? 니가 모자라서 그런 거 아니고?”

“뭐?”

“너도 마나연공법 알잖아. 그럼 니 감각으로 고기의 상태가 어떤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텐데? 안 해봤나?”

순간 델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마나연공법을 요리에 써먹었다고?’

난생 처음 접해보는 발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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