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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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녀문

검녀 헬스클럽.

“여성 전용?”

몇몇 여자들이 흥미를 보였다가 지나갔다.

하지만 황윤주와 서주희 그리고 라다가 나타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엇?”

“혹시?”

젊은 사람들, 특히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은 라다를 알았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기 시작한 노신인 강지건의 친구.

강지건의 채널을 통해 라다를 접한 이들은 죄다 팬이 되었다.

노래도 잘하고 말도 잘 하고 예쁘다.

마지막이 결정적이었다.

예뻤다.

무지막지하게 예뻤다.

특히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하는 영상을 본 이들은 다들 감탄하며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매일 아침을 영상과 함께 시작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여자의 탄탄한 몸매 그리고 예쁜 얼굴의 조화가 색다른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근육이 우락부락한 것도 아니었다.

과하지 않은 근육에 리프팅으로 보여주는 파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파트 근처 상가에서 라다가 발견되었다.

외국인이니 잘못 보기도 힘들다.

“저기 라다 아님?”

“맞는데?”

“헐!”

따라간다.

라다가 다른 두 사람과 함께 헬스클럽에 들어가는 게 보인다.

뒤따라간 고등학생들은 멈춰야만 했다.

여성전용 헬스클럽.

금남의 구역.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가봤다.

“저기 여기.......”

“죄송합니다. 여성 전용이에요.”

입구에서 컷.

황윤주의 인맥으로 체대에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은 칼 같이 잘라냈다.

되돌아나온 학생들은 소문을 퍼트렸다.

> 뭐여? 라다가 다니는 헬스클럽이 있다고?

> 황윤주도 봄.

> 미친. 인증 없음 머다?

> 인증.

용감하게 사진을 떡하니 올려버린다.

황윤주와 함께 나오는 사진이 게시판에 뿌려졌다.

순식간에 소문이 났다.

아울러 목격자들이 학교에서 떠드니 여학생들도 알게 되었다.

“아앗! 라다 언니가 거기에?”

“우와!”

강지건은 프로게이머지만 라다는 아니다.

하지만 라다가 더 유명했다.

강지건은 곁다리.

작곡가이자 뛰어난 보컬이기도 한 라다는 본인이 가수로 활동하지 않겠다고 하는데도 가수로 인정 받았다.

싱어송라이터.

세계적인 스타.

그런 스타가 우리 동네 헬스클럽을 다닌다?

여고생들이 몰려갔다.

“핫!”

“진짜다!”

“언뉘이이이이이!”

“사인 해주세요!”

“오늘은 처음이니까 해주지만 다음부턴 회원만 사인해드릴 겁니다.”

“어? 혹시 여기 사장님?”

“제 지인이 시작한 곳이에요.”

표면상 헬스클럽 관장은 진매령으로 되어 있었다.

“아아, 그 강지건이라는 분?”

“아뇨, 다른 분 있어요. 운동 잘 하시는 분.”

“오오.”

“그럼 여기 회원 끊으면 언니 자주 볼 수 있나요?”

“시간이 맞으면? 한가할 때는 아마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아아아!”

집에 돌아간 여고생 여중생들은 떼를 썼다.

“엄마!”

“왜!”

“나 헬스 끊어줘!”

“학원도 빼먹는 년이 뭔 헬스야! 너 다이어트 지금 몇 년째야. 엉?”

“아냐! 이번엔 진짜 열심히 할 거야. 내 친구들 다 가입한다고 했단 말이야.”

“뭐? 왜? 헬스클럽에 오빠 떴어?”

“아니라니까!”

아이돌을 좋아하는 딸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니 수상했다.

“뭐야? 이실직고 해라?”

“응, 사실 요기 앞에 상가 있잖아. 거기 새로 생긴 헬스클럽 알지?”

“알지.”

오가며 자주 봤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거기에 라다가 회원이래.”

“라다? 그게 누군데?”

주부들도 인터넷을 잘 하는 시대지만 관심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라다 갈킨. 이 노래 부른 사람.”

딸이 폰으로 노래를 실행한다.

“앗! 이 사람이 거기 다녀?”

“응!”

“혹시 그거 사칭 아니니? 이 사람 월드 스타라며?”

“응! 근데 아니래. 지인이 시작한 곳이라고 회원 끊었데. 종종 나올 거래.”

“뭐?”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월드 스타가 우리 동네에 출몰한다.

하지만 이내 안색이 굳는다.

“근데 사생 같은 거 붙는 거 아냐?”

“으응?”

“그렇잖아. 그런 애들 나오는 데면 팬이랍시고 나타나서 얼마나 시끄러운데. 안 돼!”

“아니야아! 가끔 나온다고 했어어! 숙소도 아니잖아아아아아!”

딸이 고성을 내지른다.

불리하면 소리친다.

자연에서는 목소리 큰놈이 이긴다.

하지만 인간 사회는 다르다.

“이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권력도 무시못한다.

“엄마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 하니까 그렇지!”

“암튼 안 돼. 너 운동은 안 하고 거기 가서 시간 죽일 거잖아. 가서 공부나 해!”

“아앙, 엄마. 내 친구들으으은.”

친구를 파는 것은 필사기와도 같다.

자식 기죽이기 싫은 부모들은 친구 얘기 나오면 무리를 해서라도 해주는 경우가 보통이었으니까.

어쨌거나 아파트 단지에 헬스클럽 등록을 하려는 이들이 상당히 늘어났지만 성공한 청소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헬스클럽은 순항 중이에요.”

“흠.”

검녀 헬스클럽은 검녀문의 지구 지부였지만 회원들이 모두 다른 세계를 오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일반 회원들은 입문자와도 같다.

특별한 회원이 되지 않는 이상 검녀문의 검녀로 인정할 이유가 없었다.

검녀문의 입문 무공도 모르는 사람을 검녀라고 할 순 없었으니까.

마겔의 검녀문에서도 도화검무 정도는 다들 배웠다.

도화검무에 자신의 초능력을 접목해 초능력 검술을 만들어나갈 정도였다.

“매령이 아직 합류가 늦어지고 있지만 곧 가능할 거야. 조금만 더 수고해줘.”

“걱정 마세요, 주인님.”

라다의 업무량은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라다 엔터테인먼트의 업무에 이어 헬스클럽 그리고 출판사까지 챙기고 있었다.

야은설이 옆에서 돕고 있다지만 보조적인 수준이었다.

업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배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두 사람이 인간의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초인이기 때문이었다.

강지건하고 한 번 침대에서 뒹구는 것만으로도 모든 피로가 풀린다.

“그럼 갔다 올게.”

네이가 24시간, 무왕계 24시간.

최소 48시간 동안은 못 보게 되는 것이었다.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주인님.”

야은설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매일 강지건에게 안겨 있고 싶다.

하지만 침식도를 낮추는 것은 강지건이 원하는 일.

절대 방해할 수 없었다.

도움이 못 될 망정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 아쉬워 하지 마. 갔다오면 엉망으로 망가트려줄 테니까.”

“흐윽.”

레깅스 속으로 파고 든 손이 꿈지럭거리자 야은설은 가볍게 느껴버렸다.

굿바이 키스 대신 굿바이 핑거링이었다.

“간다.”

라다에게도 핑거링을 해주고는 포털에 몸을 던졌다.

다시 돌아온 네이가.

마나 연못은 여전히 빛을 뿜고 있었다.

병에 한 병 채웠다.

투명했던 병 안에 푸른빛을 머금은 마나수가 가득했다.

‘이건 그냥 놔둬도 등불 대용으로 쓸 수 있겠네.’

피식 웃으며 가방에 챙겨 넣었다.

뭔가 특별히 목적이 있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그냥 해본 것이었다.

이윽고 동굴 입구에 선 강지건은 힘을 주어 바위를 들었다.

몇 걸음 걸어서 나가자 틈이 적당히 벌어졌다.

밖으로 나온 다음에는 다시 바위를 옮겨 입구를 막았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통로가 있는지도 모를 수준이었다.

‘북쪽은 사람이 없을 거 같고. 역시 남쪽으로 가야하나?’

일단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어떤 세상인지 파악이 필요해. 정보 없이 움직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무왕계에서 실감한 일이었다.

만약 진매령이 없었다면 무왕계에서 마인을 찾아 처치하는 일은 굉장히 오래 걸렸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진매령이 계속 무왕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마인, 자칭 천마라고 하는 자를 찾고 있지만 위치 특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조직을 만들어야 해.’

때문에 강지건은 네이가에도 검녀문을 만들 생각이었다.

‘조직이 있어야 일이 편하지.’

뭐든 직접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최소한 정보만이라도 수집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면 재빨리 자신이 찾아가 처리하면 된다.

‘일단 남쪽으로.’

강지건은 남쪽으로 달렸다.

도중에 만난 몬스터는 모두 강지건의 힘이 되었다.

마나 드레인으로 쪽쪽 빨아 먹었다.

네이가 북쪽에 펼쳐진 험난한 북방 산맥 아래에는 타벨 왕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겨울이 긴 땅이라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지만 살았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하지만 춥기 때문에 풍족하지 않고 풍족하지 않으니 싸움이 잦았다.

목숨이 걸려있는데 먹을 것을 보고도 내 것이 아니니 순순히 물러난다?

아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으니 약탈을 시도한다.

때문에 타벨 왕국인들은 굉장히 거칠고 싸움을 잘했다.

싸움을 못하는 사람들은 다 죽었거나 죽을 예정이니까.

강한 사람들 밖에 남지 않는 것이었다.

외부 사람들이 타벨 왕국인을 볼 땐 대체로 두 가지 상황으로 정리된다.

약탈 하러 왔거나.

약탈품을 팔러 나왔거나.

이러한 나라에서 기사 가문이란 것은 굉장히 큰 권력을 의미한다.

겁나 잘 싸우는 집안이란 소리다.

카리아 가문도 타벨 왕국의 기사 가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이 가문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데릴사위로 오지 않겠나?”

후계자 문제였다.

자식이라고는 딸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딸만 낳은 게 아니다.

아들들이 죄다 싸우다 죽은 것이었다.

자손도 남기지 못한 채.

때문에 카리아 가문의 가주인 아켈 카리아는 전사들을 찾아다니며 데릴사위로 들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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