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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녀문
‘흐음.’
새로 산 스킬을 실험할 대상을 찾지 못했다.
마나 드레인이라면 상대의 마나를 빨아먹는 건데 이걸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더구나 앞에 ‘폭주’가 붙어 있었다.
이 스킬로 말하자면 한 번 쓰면 상대가 죽거나 혹은 시전자가 더 흡수 못하거나 스킬을 멈출 때까지 계속 마나를 빨아들인다.
더 중요한 것은 대상이 약하면 마나 드레인으로 인해서 마나 폭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걸 쓴다면 더 빨리 강해질 수 있겠지만.’
함부로 쓰기를 꺼려하는 강지건이었다.
‘나중에 적대하는 놈 만나면 써야지.’
굳이 지금 꺼내들 필요는 없었다.
좀 더 쇼핑을 할까하다가 결국 멈췄다.
‘너무 겁먹는 것도 안 좋아.’
중요한 것은 나중에 구해도 된다.
‘포인트나 더 벌어두자.’
강지건은 여자들과 뒹굴었다.
포인트를 벌기 위한 일일 퀘스트였다.
다음 날, 경기를 마치고 며칠 휴식을 맞이하게 된 강지건은 서번트들에게 통보했다.
“일단 나 혼자 간다.”
네이가.
마법 문명이 발달한 곳으로 보인다.
“같이 가면 안 될까요? 도울 수 있어요.”
“너희들은 여기서 계속 퀘스트를 해. 그게 나한테 더 좋으니까. 만약의 경우에는 나 혼자 몸을 빼는 게 더 편해.”
결국 서번트들은 수긍하고 말았다.
강지건은 바로 포털을 열고 네이가로 향했다.
깊은 산속에 자리한 계곡.
인적이 드문 곳에 빛나는 포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나타났다.
강지건이었다.
‘여긴 또 어디냐?’
포털이 닫히는 걸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어떻게 되든 24시간을 버텨야 한다.
등에 멘 배낭에는 24시간 동안 먹고 마실 음식이 들어 있었다.
대부분 에너지바와 에너지 드링크였다.
‘그나저나 저건 뭘까?’
계곡을 둘러보니 바로 근처에 이상한 게 보였다.
‘숨겨진 신전 뭐 그런 건가?’
마치 벽 속에 누군가 건물을 지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좌우의 벽에는 기사와 마법사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여기저기 문자로 보이는 규칙적인 문양을 보고 바로 스킬을 구매했다.
* 언어 (네이가 오로크 고대어) - 30 포인트
‘나의 뒤를 연자의 방문을 환영한다.’
“워우!”
심봤다.
딱 이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강지건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기연은 계곡 기연이지!’
안으로 들어가자 어둠이 보였지만 문제 없었다.
라이트를 켜고 안으로 들어갔다.
꽤 긴 통로.
주변에 뭔가 특별한 것은 없었다. 강지건의 감각에 걸릴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함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안으로 쭉 들어가다보니 문이 하나 나왔다.
거대한 철문이었다.
슬쩍 밀어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강지건은 힘을 줘서 밀기 전에 문 주변을 살폈다.
“흠.”
좌우로 열어젖히니 쉽게 열렸다.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해.’
안으로 들어가자 텅 빈 공간이 보였다.
허나 중심에는 푸르게 빛나는 연못이 있었다.
‘마나를 품고 있네.’
스스로 빛나는 마나의 연못.
‘일단 냅두고.’
당장 살필 생각은 없었다. 뭔가 더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들이 보였다.
강지건은 왼쪽부터 차례로 들어갔다.
‘여긴 침실인가?’
두 번째 방은 말린 고기가 잔뜩 있었다.
‘식량 창고인가? 그런데 이걸 상하지 않게 보관했다니. 대단한 마법이네.’
힐끗 벽면을 보았다.
마정석이 마법진 한 가운데 박혀 있는 게 보였다.
‘냅두자.’
굳이 뜯어갈 필요는 없었다.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마법진이었고 마정석이었다.
다음 방에는 의약품들이 가득했다.
‘상처 났을 때 쓰는 약들로 보이네.’
오래 살피지도 않고 바로 나와 다음 방에 들어갔다.
서재였다.
“오오.”
마법서들이었다.
기초 마법부터 고급 마법까지.
‘이걸 다 익히면.’
책들은 역시 마법진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다.
보관 상태가 좋았다.
하나 빼서 펼쳤다.
‘으음.’
글자는 이해가 되는데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스킬로 익히면 금방인데.’
책을 덮었다.
‘나중에 챙겨가자.’
버릴 생각도 없었다. 나중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되니까.
마지막 방은 각종 무구로 가득했다.
갑옷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관심을 끌기에는 대부분 부족했다.
‘연습용이네.’
한쪽 벽면에는 책장이 하나 있었다.
펼쳐보니 무기를 다루는 기본서들이었다.
‘갑옷 전투술이라. 이것도 선물용으로 써야지.’
직접 뭔가 해서 배울 생각은 없는 강지건이었다.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상점에서 구할 수 있었으니까.
굳이 고생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익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방구석에는 두 개의 물건이 있었다.
갑옷 그리고 뭉툭한 봉.
‘연자에게 주는 선물이라.’
앞에 있는 석판에 글이 적혀 있었다.
갑옷에 손을 대고 편지의 내용대로 마나를 주입하자 갑옷이 꾸물거리더니 순식간에 팔을 타고 올라왔다.
이어서 전신이 갑옷으로 덮였다.
마지막으로 무기를 들고 마나를 주입했다.
원하는 모양으로 자유자재로 변하는 무기.
그때였다.
- 으하하하하!
강지건은 압박을 느꼈다.
뭔가 안으로 파고들려는 게 느껴졌다.
“훗.”
- 끄어어어어어억!
웃으며 뇌력을 일으켰다.
비명이 울려 퍼지더니 파고들려던 것은 흩어졌다.
형체가 없던 것이라 흩어지며 결국 소멸되어버린 것.
‘육체를 노린 것이었구나. 다른 사람이었다면 당했겠네.’
강지건은 자신이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힘이 없었다면 당하는 건 나였어. 정신 차리자.’
세상을 돌아다닐 때 좀 더 조심해야 할 이유가 늘어났다.
‘어쨌거나 이제 여기 있는 건 모두 다 내거라는 거지.’
강지건은 밖으로 나갔다.
이어서 벽에 새겨진 글과 석상을 모두 지워버렸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바위를 들어서 입구를 막았다.
‘이제 아무나 들어가진 못하겠지.’
중장비가 있거나 바위를 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주변이나 좀 돌아보고 오자.’
강지건은 날아올랐다.
순간 산맥이 보였다.
‘젠장.’
깊은 산맥 속에 있는 산 속의 계곡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자.’
세상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일단 주변을 돌아다니면 짐승이나 환경부터 살폈다.
그때 한 몬스터 무리를 만났다.
“오, 이건?”
침식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강지건은 바로 몬스터의 곁으로 다가갔다.
붉은 피부의 몬스터는 강지건을 보자 소리쳤다.
“마나 드레인!”
손을 뻗으며 힘껏 외쳤다.
순간 몬스터의 마나가 쪽 빨려서 강지건의 손을 통해 몸으로 스며들었다.
마나연공법인 초월의 날개에 의해 흡수된 마나는 단숨에 정제되고 축적되었다.
“오.”
엄청난 수준의 발전은 없었지만 아주 약간 늘어난 것이 느껴졌다.
‘이러면 얘기가 많이 다르지.’
감각을 넓게 퍼트렸다.
‘느껴진다! 몬스터들이 느껴진다!’
이어서 마나 드레인이 시작되었다.
마나를 쪽 빨려 죽은 몬스터들의 사체가 늘어났다.
24시간 동안 산맥을 헤매며 사냥을 한 뒤 다시 동굴로 돌아온 강지건은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싹 모았다.
‘저것도 가져가고 싶지만.’
하지만 한 가지 가져가지 못하는 게 있었다.
바로 마나의 연못.
‘다 말려봐?’
강지건은 마나 드레인을 떠올렸다.
‘아니다.’
허나 금방 포기했다.
마나의 연못은 마나의 맥과 연결되어 있었다.
‘괜한 짓으로 엉뚱한 영향을 줄 순 없지.’
마나를 쪽 빨아들였는데 그게 네이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었으니까.
침식을 하려는 존재들과 싸우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네이가가 쉽게 무너질 수 있었다.
‘지나치게 강해지면 좀 그렇지.’
그래서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침식도를 제로로 만들면 마음대로 쓸 수 있어. 나중에 여기다 검녀문을 세워야지.’
비밀스러운 곳이니 차지하기도 딱 좋았다.
동굴의 물건을 죄다 관리실로 밀어넣은 뒤 돌아갔다.
“주인님 오셨어요?”
“네이가는 어떤가요?”
“산맥 속에서 시작해서 잘 모르겠어. 일단 나쁘지 않은데 침식의 기운을 머금은 몬스터들이 좀 있더라.”
“마인이 아니라 몬스터인가요?”
“그런 거 같아.”
“그런데 이 물건들은 다 뭐죠?”
강지건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 함정도 있었군요.”
“어, 그러니까 선물이라고 넙죽넙죽 받는 것도 조심해야 해.”
“알겠어요. 능력을 좀 더 키워야겠네요.”
자칫 잘못했으면 육체를 빼앗길 뻔 했다.
강지건이 강했으니까 빠져나온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냥 골로 가는 것이었다.
“그럼 다음에는 같이 갈 수 있는 건가요?”
옆에서 듣고 있던 야은설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지만 아직 안 돼. 진짜를 못 봤잖아.”
“힝.”
“대신 오늘은 뜨겁게 안아주지.”
“얼마나 뜨겁게?”
“어느 정도를 원해?”
“최고로 뜨겁게!”
“간다!”
광란의 섹스판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