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재능충이 아니지만 반박하지 않는다
라다의 초능력은 염력이었다.
사실 라다의 움직임은 근육의 힘을 쓰지 않고 있었다.
모든 움직임은 염력으로 통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염력을 더욱 갈고 닦기 위해서.
섬세하게 염력을 다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파워가 늘어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드래곤이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이질 못했다.
라다가 염력으로 고정시킨 탓이었다.
아무리 초능력을 각성한 공룡, 드래곤이라고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 수많은 스킬을 익힌 라다를 이길 순 없었다.
“흐음.”
여기저기 만져보던 라다는 염력을 이용해 드래곤을 마음대로 움직였다.
“크릉!”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 드래곤 하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아 몸 안에서만 소리가 맴돌았다.
“이걸 어떻게 할까?”
“잡아먹으면 안 되나요?”
“그렇지만 이건 특이한 개체잖아. 연구해보고 싶기도 한다.”
“가서 주인님한테 물어볼게요.”
“응.”
마침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강지건은 바로 마겔로 넘어왔다.
“뭐야?”
“이 공룡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
강지건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이거 꼭 드래곤 같은 느낌인데?”
“그렇죠?”
“야, 너 내 말 들리냐?”
드래곤에게 말을 해보았지만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지건에게는 소통의 수단이 있었다.
“어, 드래곤 맞네.”
상점창에 언어가 있었다.
드래곤이라고 딱 박혀 있었다.
“야.”
강지건이 성대로 낸 소리는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어?”
드래곤은 갑자기 이해가 되는 상대방의 뜻에 갸우뚱했다.
“너 여긴 왜 왔어?”
“궁금해서 와봤다.”
“그래서? 공격하려 했다는데?”
“적대해서 그랬다.”
“그럼 앞으로 어쩔 건데?”
“이건 무슨 힘이냐? 날 보내줘라. 다신 안 온다.”
강지건은 잠깐 고민했다.
‘그냥 죽이긴 아까운데.’
보내준다는 선택지 따윈 없었다.
나중에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보내주겠는가?
상대는 초능력을 각성한 공룡, 드래곤이었다.
“너 능력이 뭐냐?”
“나는 불을 쓸 수 있다.”
“화염룡인가?”
“화염룡이 불을 다루는 존재라면 맞다.”
“해봐.”
“하려면 힘들다. 날 자유롭게 풀어다오.”
강지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안 되겠다. 선택해라 죽을래? 아니면 말 들을래?”
“살고 싶다.”
드래곤과의 대화는 단순했다.
“좋아.”
강지건은 상점에서 폭탄을 두 개 구입했다.
안틸로프산 폭탄은 버튼을 누르면 터지게 되어 있었다.
“자, 이게 뭔지 잘 봐. 좀 있다가 니 목에 설치될 거니까.”
멀리 언덕에 폭탄을 설치했다.
“요걸 요롷게 누르면.”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언덕이 날아가버렸다.
“이렇게 된다는 말씀.”
“무섭다. 너 무섭다.”
“이제 네 목에 설치할 거야. 가만히 있어.”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드래곤은 저항할 수 없었다.
온 힘을 다해보지만 라다의 염력은 요지부동이었다.
“크렁!”
목 뒤의 피부를 째고는 안에 폭탄을 넣었다. 이후 봉합하고는 상점에서 산 포션을 부었다.
말끔하게 붙어버렸다.
“앞으로 말 안 들으면 펑!”
“잘 듣겠다.”
“좋아.”
조련을 위한 폭탄이 설치되었다.
“드래곤이라니 놀랐어요.”
“그래, 마겔에서 갑자기 침식도가 줄어든 게 아마 저 녀석 때문일지도 몰라.”
“불을 다룬다고 했으니 달려드는 건 다 태웠겠네요.”
라다와 야은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드래곤은 결국 강아지처럼 공사현장 옆에 붙어 살게 되었다.
물론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하러 가도 된다.
자유도 주어졌다.
그러나 1주일 이상 떨어져있다 오면 폭탄 터트린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보면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흐음. 뭐 어때.”
“근데 쟤 막 인간처럼 줄이고 그럴 수 있을까요?”
“아, 폴리모프? 그거 상점에서 팔아.”
“네?”
“팔더라고 5000포인트인가 그래.”
“그럼 인간형으로 데리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서번트로 만들거나.”
“굳이? 라다보다 약한데.”
“그래도 귀엽잖아요.”
야은설이 웃으며 말했다.
귀엽기는커녕 너무 커서 두려울 정도였지만 힘을 가진 자들에게는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보일 뿐이다.
“흐음. 그건 저 녀석이 쓸모 있을 경우 얘기지.”
강지건은 드래곤에게 다가갔다.
“야.”
“왜 불렀나?”
“넌 암컷이냐 수컷이냐?”
“그게 뭐냐?”
강지건은 암컷과 수컷에 대해 알려주었다.
“모른다.”
“몰라?”
“모른다.”
“엄마 없어?”
“엄마가 뭐냐?”
“그럼 첫 기억이 뭐야?”
“하늘이 보였다.”
“그게 끝?”
“땅도 보였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나보네. 알 같은데서 깨어나서 그냥 혼자 자란 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자연에 적응하기까지 보살핌을 받지 못한 존재가 살아남는 경우는 희박했다.
보통 죽지 않을 정도로 성장해서 능력을 갖추기 전에 주변의 천적들에게 잡아먹히는 사냥감으로 지내게 되니까.
아무리 강력한 생물이라 하더라도 새끼 때에는 힘이 없기 마련이다.
“야.”
“왜 또 부르나?”
“너 가서 공룡 5000마리 잡아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럼 너에게 작아질 수 있는 힘을 주겠다.”
“작아지는 힘?”
“그래, 나처럼 작아질 수 있다.”
“싫다.”
“왜?”
“왜 작아지나? 약해지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거절이었다.
목에 폭탄이 심어졌지만 약해지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너 그냥 가서 5000마리 잡아와.”
“싫다.”
“누른다?”
“간다.”
폭탄 버튼을 누르려하니 잽싸게 멀어지는 드래곤.
“괜찮을까요?”
“이거 들고 관리해. 아니다. 라다라면 그냥 없애버릴 수도 있겠구나.”
“저도 잡을 수 있어요!”
야은설이 끼어들었다.
“그래그래, 어쨌단 교육 좀 시켜.”
“그런데 쟤 이름 뭘로 할까요?”
“용희로 하자.”
“용희? 암컷이 아니면요?”
“내 말을 거부했던 벌이야.”
“크크크크.”
이후 드래곤은 용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서번트가 아닌데 5000마리 잡는다고 포인트가 들어올까요?”
“그거야 실험해보면 알겠지.”
퀘스트는 이미 설정되었다.
어차피 용희가 잡아오는 게 카운트가 안 된다면 라다나 야은설이 나서면 된다.
초능력이라면 공룡잡는 건 순식간이었다.
마겔에서 서번트들은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웃기는 녀석.’
지구로 돌아온 강지건은 용희를 떠올리곤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초감각은 점점 더 예민해지네.’
관리실이 아닌 원래 있던 원룸.
텅 빈 공간에 선 강지건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건물 전체의 상황이 눈에 그리듯 머릿속에 들어왔다.
사소한 소리와 울림 그리고 마나의 흐름까지.
모든 에너지의 파동이 느껴졌다.
무생물에서도 에너지의 파동은 존재했다.
계속해서 날카로워지는 초감각.
초월의 날개 덕분에 한계를 넘어서려 하는 초감각은 주변의 상황을 일목요원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누구도 강지건의 이목을 피할 순 없었다.
‘어디 좀 더.’
영역을 좀 더 넓히자 정보가 흐릿해진다.
‘아직은 여기까지인가?’
제대로 집중해서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은 원룸 건물과 근처 건물 몇 개가 다였다.
‘윗집은 섹스하네. 옆집도 섹스하고. 꼭대기는 자위중이고.’
모든 상황이 다 들어왔다.
‘저 여자는 기분도 안 좋은데 좋은 척하고 있고.’
여자들이 샤워하는 것도 다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하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아, 썩겠어.’
남자들의 행동도 다 인식 되니까.
남자들의 자위부터 온갖 행동이 다 감지된다.
‘차단.’
강지건은 의식을 집중해 초감각을 차단했다. 이후 다시 자신을 중심으로 1미터 안의 것들만 감지하도록 전환시켰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공간.
이 안에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능력이 발전하면 더 심해지겠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어디까지 강해질지.
‘그 전에 즐길 수 있는 건 다 즐겨봐야지.’
언젠가 무의미하고 식상하게 느끼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최대한 즐길 수 있을 때 많이 즐겨보고 싶었다.
‘나가서 돌아다녀볼까?’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은 강지건은 거리로 나갔다.
못 생겼다고 하지만 모자를 눌러쓰고 다니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
덩치가 큰 데다 인상이 별로 좋지도 않으니 자세히 볼 생각을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모자로만 가려도 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흐음.’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흐음.’
굳이 여자들의 알몸을 보려 노력하지 않아도 다 인지 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