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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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충이 아니지만 반박하지 않는다

며칠 뒤, 강지건의 기타 연주 영상이 위튜브에 올라왔다.

> 헐, 고릴라의 기타 연주.

> 근데 괜찮네?

> 라다 작곡이라고 함.

> 아아, 친구 잘 둔 덕분에.

> 근데 진짜 재능충 아니냐? 프로게이머 해. 기타도 연주 해. 진짜 저 재능이 어떻게 지금까지 안 알려진 걸까?

> 몰라. 묻지 마.

> 핸드 싱크 아니냐?

> 흠, 설마?

> 현역 기타리스트다. 핸드 싱크 아니다. 싱크로율 100%다. 내가 직접 확인해봤다. 저게 핸드 싱크면 진짜 달인이다.

논란이 뜨거워졌다.

프로게이머가 갑자기 기타 연주를 했다.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잘 해도 너무 잘 했다.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강지건은 간단히 답했다.

< 내가 연주한 거 맞음.

설명이고 뭐고 없다.

> 젠장. 말만 하지 말고 증명을 하란 말이야!

<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할 거면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근거를 대는 게 맞지 않을까? 내가 증명을 더 해서 얻을 건 또 뭔데?

> 명예! 돈!

< 명예는 몰라도 돈은 아닌 거 같아. 난 지금 마음이 몹시 아파. 치료가 필요해. 치료 안 해주면 연주는 못할 거 같아.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야. 책임져.

> ㅋㅋㅋㅋㅋㅋ

> 그치 그냥 증명하면 호구지

> 맞지 가짜라고 할 거면 왜 가짜인지 근거는 대야지. 무조건 가짜라고 빼애액 하면 쓰나

> 님덜 가짜 주장하다가 고소미 먹지 말고. 각도기 잘 챙겨요. 박살나기 일보직전이네. 아니 이미 부서졌나?

논란이 뜨거워졌다.

그런 와중에 음원사이트와 저작권 협회에서는 일처리를 빠르게 해서 음원을 등록했다.

순식간에 팔려나가는 기타 연주 음원.

라다의 작곡이라니 일단 팔렸다.

이후 보유한 출판사를 통해 악보를 팔았다.

> 쓸모없는 걸로 싸우긴. 위대한 작곡가의 곡을 영접하고도 딴 데 정신 팔린 너네는 영혼이 메마른 놈들이다.

> 이 곡을 듣고도 핸드 싱크니 뭐니 하는 거야? 강지건이 위대한 기타리스트가 아니면 뭐 어때? 작곡가는 진짜인걸.

> 라다가 연주한 버전을 듣고 싶다.

음악에 진지한 이들은 연주곡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 이건 진짜 감정을 건드리는 곡이야. 듣고 있으면 할머니가 생각나.

> 할머니가 차려주신 배 터지는 밥상이 떠올라.

> 우리 할머니도 그랬어.

> 그나저나 강지건의 연주가 진짜라면 그의 재능은 어디가 끝일까?

사람들은 점점 강지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프로게이머, 위튜브 크리에이터, 그리고 이제 하나 더 추가된 기타리스트.

어느 것 하나만 잘 하기도 어려운데 강지건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형, 기타 연주 진짜?”

“응.”

“해줘요.”

“마음이 아파서 안 될 거 같아. 치료 받기 전에는 안돼.”

“그 금융치료 말이죠?”

“응, 그게 내 아픈 영혼을 치유할 유일한 치료제야.”

경기 시작 전, 강지건과 팀원들은 농담을 주고 받았다.

“자, 긴장 너무 풀렸다. 오늘 이기면 내가 고기 구워줄게.”

“진짜요? 영상에서 봤을 땐 정말 궁금했는데.”

“응, 아무나 안 구워주는 거니까. 이겨라. 이기면 승리의 맛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웃으며 경기에 임하는 제타스.

상대팀은 리그 중위권 팀이었다.

초반에는 스노우볼을 꽤 잘 굴리지만 지휘관이 없어 혼전 상황이 되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는 팀이었다.

더구나 팀원 중 한 명은 경기가 불리해지면 감정적으로 플레이하는 성향이 있었다.

‘멘탈만 터트리면 문제없지.’

물론 지나치게 방심하면 상대의 던지는 플레이가 슈퍼 캐리로 둔갑하기도 한다.

캐리와 막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잘 되면 캐리고 안 되면 막장인 것이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인베 가자.”

초반부터 작전을 건다.

상대 중에 멘탈이 과자처럼 잘 부스러지는 녀석이 있으니 집중적으로 노린다.

한 마디로 심리전이다.

프로의 경기는 상대를 분석하고 한다. 작전에 당하는 본인들도 안다. 그렇기에 스스로 경계하며 때로는 역으로 작전을 걸어 박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지건이 앞장서고 있었다.

역으로 잡으려 했지만 강지건은 피했다.

가장 앞에서 스킬의 포화를 맞고 쓰러져야 했지만.

> 우와아아아아아아!

> 다 피했다!

> 어케했누?

> 저걸 못 맞추냐?

강지건은 스킬샷을 죄다 피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좀 느린 챔피언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강지건이 고른 챔프는 속도와 회피에 장점이 있는 챔피언이었다.

“원딜 잡아!”

뭘 해도 결국 원딜부터 잡는다.

잡아야 할 포지션 중에서는 서포터가 가장 가치가 떨어졌다. 서포터라고 해서 많이 죽으면 안 되지만 그래도 죽어도 되는 포지션을 고르라면 사람들은 서포터를 고른다.

그게 가장 피해가 적기 때문이었다.

반면 원거리 딜러는 최대한 잘리지 않게 보호해주는 게 맞았다.

메타가 변해도 마찬가지였다.

성장만 하면 한꺼번에 딜을 넣어주며 변수를 만들어주는 존재니까.

스킬이 쏟아지면 상대팀 원딜을 잡고 미드라이너까지 잡았다.

시작부터 2킬.

기분 좋은 시작 이후 스노우볼은 무지막지하게 굴러갔다.

미드라이너로 출전한 강지건은 상대 미드를 압박하다 정글러를 불러 잡았다.

미드에서 성장 차이가 나자 대형 오브젝트를 챙겨 바로 포탑을 밀었다.

이후 경기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무지막지한 성장 격차를 이용해 강지건은 계속해서 라인을 밀고 들어갔다.

“형 너무 깊숙이 들어간 거 아냐?”

“나머지는 사라지면 핑만 찍어줘.”

정글러와 함께 미드를 밀기 시작했다. 상대팀은 결국 자신의 라인을 버리고 이를 막기 위해 모이려 했다.

“탑 내려감.”

“바텀 듀오 어디 감.”

“천천히 미드로 모여. 유인할 테니까.”

강지건은 잡힐듯 말듯 엉덩이를 흔들며 유혹했다.

상대 미드와 정글러가 잡으로 달려오는 순간 뒤로 빼며 도망치려 했다.

상대팀은 둘러싸며 잡아먹으려 했지만.

“지금!”

강지건이 상대 탑라이너를 향해 다이브하며 스킬 콤보를 욱여넣었다.

이후 정글러가 뒤따라오며 지워버렸다.

상대 팀에서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움찔했다.

그 순간, 나머지 선수들이 달려들어 전투를 열었다.

숫자에서 밀리고 실력에서 밀리고.

전투는 순식간에 정리되며 그대로 일방적으로 적 본진까지 밀며 끝이 났다.

이후 이어진 세트에서는 멘탈이 붕괴된 선수 하나가 무리한 캐리를 시도하다가 계속 잘리며 무난하게 승리를 챙겼다.

캐리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때 강지건이 계속 엉덩이를 흔들며 미끼를 던져대니 참지 못하고 덤빈 탓이었다.

“형 진짜 게임 얄밉게 한다.”

“그래서 싫어?”

“아니, 나야 좋지.”

강한 선수와 한팀이다. 싫을 리가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강지건은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주었다.

“우와, 형 이거 뭐야?”

“식기 전에 먹어. 앞으로 3초 후에 맛없어진다.”

허겁지겁. 제타스 선수들은 고기를 집어먹었다.

마겔.

거대한 중장비들이 동원되고 수많은 건설 자재를 이용한 공사가 진행되었다.

크롭스크에서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것들을 가져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놔두면 다 망가질 것들.

망가지기 전에 최대한 뽑아먹기 위한 공사였다.

건물은 무조건 1000년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짓는 게 목표였다.

철근과 시멘트 그리고 바위들이 아낌없이 사용되었다.

마겔의 원주민들은 빠르게 공사 장비에 익숙해졌다.

라다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니 다들 금방 익혔다.

성채 도시가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겔의 문명은 빠르게 발전하는 중이었다.

“아! 야! 어! 여!”

원주민들은 죄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강지건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그냥 좀 더 익숙하고 편한 언어가 마겔 공용어로 채택되었다.

말을 배우는 것은 아이일수록 빨랐다.

멍하니 텔레비전만 보면서도 말을 익혔다.

마겔의 문명이 빠르게 발전하며 여러 퀘스트가 차례차례 클리어되었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메시지가 뜰 때면 강지건은 예정된 퀘스트를 다시 설정했다.

건물이 완공 될 때마다 100포인트.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이 1000명이 넘어가니 1000포인트. 이런 식이었다.

더구나 반복 퀘스트 중에는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도 있었다.

3000명의 식량 해결.

기타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퀘스트가 반복되었다.

강지건의 포인트는 매일 갱신되며 쌓여만 갔다. 포인트가 쌓일수록 마겔의 문명은 더욱 발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을 바라보는 존재가 있었다.

“크르르릉.”

아주 먼 곳에서 바라보는 존재에게 도시가 선명하게 보였다.

어마어마한 시력을 가진 존재는 바로 거대한 공룡이었다.

날개가 달린 공룡은 다른 공룡들과는 조금 달랐다.

용.

드래곤.

‘저것들은 작은 것들인데 뭐하는 걸까?’

그냥 공룡이 아니라 지성을 가지게 된 드래곤이었다.

과거 마겔의 침식도가 올라갈 때 마인들과 좀비들을 대량으로 살상해 침식도를 낮춘 마겔의 원주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 이상한 놈들하고는 다른데.’

드래곤의 눈에는 마나가 보였다.

각성하면서 얻게 된 타고난 감각.

‘먹을까? 아냐. 쟤들은 양도 얼마 안 되는데.’

드래곤은 입맛을 다시다 고개를 흔들었다.

작아도 맛있으면 먹을 순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고 해서 뭔가 좀 더 맛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고기.

그렇기에 차라리 포만감이 느껴지는 공룡을 잡아먹는 게 더 만족스러웠다.

‘좀 더 가까이 가볼까?’

배도 부르고 심심하기도 했다.

마주치는 비슷한 덩치의 공룡들은 죄다 멍청했다.

드래곤은 답답했다.

결국 결심을 내린 드래곤은 도시에 가까이 다가갔다.

인간들이 하고 있는 일은 흥미로웠다.

작은 인간이 조작하는 이상한 것이 움직이며 큰 힘을 내는 것도 흥미로워보였다.

그래서 관찰을 위해 접근하자 소동이 일었다.

“으아아아!”

“공룡이다!”

“전투 준비!”

인간들에게 공룡은 식사거리이자 적이었다.

갑자기 적대적으로 나오니 드래곤은 기분이 나빴다.

‘덤비면 죽여야지.’

포악해지려는 순간이었다.

“이건 또 뭐야?”

라다와 야은설이 앞으로 나섰다.

“글쎄요?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상한 놈이잖아. 마나도 품고 있고.”

“어떻게 할까요?”

“잠깐 기다려봐.”

라다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무기도 뭣도 없었다.

드래곤은 갑자기 다가오는 라다를 가지고 놀고 싶어졌다.

그래서 움직이려 했는데.

“크릉?”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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