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68화 (68/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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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충이 아니지만 반박하지 않는다

한바탕 뒹군 이후.

황윤주는 라다와 야은설과 대화를 나누었다.

“친구라면서요?”

“친구지.”

“섹파?”

“응, 그것도 있고. 주인님이기도 하고. 뭐든.”

라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어휴.”

“생각해봐. 남들에게 이런 걸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럼 은설씨도?”

“응, 예전부터 함께였어.”

‘정말 재주도 좋아.’

황윤주는 힐끔 강지건을 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서주희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서주희는 그게 또 좋다가 엉덩이를 흔들며 아양을 부렸다. 말투는 애 같았다.

“웅, 그래서영 주희는 떡볶기가 먹고 싶어요.”

“떡이라면 여기도 있지. 대떡.”

대물을 쥐고 흔들자 서주희는 깔깔 웃더니 입에 문다.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래 니가 좋으면 됐지 뭘.’

서주희의 집안이 엄격한 것은 황윤주도 알았다.

제대로 웃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황윤주와 친구가 된 것도 수준에 맞는 친구를 두라는 부모님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었다.

딸의 친구고 아직까지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서주희의 부모님은 별로 간섭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고 있는 거 알면 대번에 난리 날 텐데.’

무서웠다.

그런데 서주희는 그런 것은 이제 관심 없다는 표정이었다.

‘항상 뭔가 잘못하면 불안해했는데.’

누가 옆에 없는데도, 부모님이 알 수 있는 게 아닌데도 불안해하며 결국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신뢰한다는 건가? 본지 얼마 안 된 사람을?’

문득 서주희가 강지건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걸 떠올렸다.

‘다 맡긴 거구나.’

친구의 마음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서주희는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이것이 마조의 또 다른 습성이기도 했다.

사람과 상당히 친해졌다가도 갑자기 관계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딱히 상대가 뭘 잘못한 게 아닌 데도 벌어지는 일이다.

아무리 애정을 주고 우정을 나눠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황윤주가 친구로 가까이 지낼 수 있었던 건 서주희가 가진 본성이 표면위로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번 올라온 본성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모두 강지건 때문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방송은 어떻게 해요?”

“음, 그냥 내키는 대로 하면 되지 뭘. 알아서 구상해줘.”

“남자 게스트도 되나요?”

“그건 빼고. 남자는 주인님 하나면 충분해.”

야은설이 가로막고 나섰다.

“네.”

거절 따윈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같이 하면 인기는 확실하겠어.’

황윤주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라다와의 긴밀한 관계였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위튜브 스타가 되고 싶었으니까.

오히려 이렇게 한 남자와 함께 잠자리를 하게 된 사이라는 사실이 행운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보다 강지건을 보면 꼴렸다.

하고 싶었다.

강지건의 몸은 보면 볼수록 예술이었다.

‘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걸까?’

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꾸준히 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했다. 하지만 물어보면 대답은 항상 같았다.

“쇠질 했어.”

안 가르쳐준다. 라다와 야은설이 웃는 것을 보며 뭔가 있는 것 같았지만 더 묻지는 못했다.

지금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사업은 어때요?”

“잘 되고 있지. 좀 바쁘기도 하고.”

강지건은 경기를 빼먹을 정도로 프로게이머에는 건성이었다.

프로 실격이라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는 행동.

비난의 목소리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강지건은 신경쓰지도 않았다.

‘뭐 어때?’

황윤주는 다시 한 번 강지건의 대물을 품었다.

‘좋아.’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기분 좋으니까.

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흐음.”

여자들과 신나게 자고 난 뒤, 강지건은 남는 시간을 살폈다.

‘뭘 해볼까?’

뭐든 해도 된다. 여자들을 꼬시러 가도 되고. 하지만 뭔가 다른 방법으로 포인트를 얻고 싶었다.

‘좀 더 간단하고 괜찮은 그런 게 있지 않을까?’

그때 문득 보인 것이 있었다.

모니터에 띄운 위튜브 메인 화면에 기타를 들고 있는 가수가 보였다.

‘예전에는 저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가수를 보고 가수가 되보고 싶다고 생각도 했었다.

생각만.

재능이 없다는 걸 확인했을 땐 금방 포기했다.

가야 할 길이 아닌데 걸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이젠 모든 게 달라졌다.

‘될 거 같은데?’

영상을 보던 강지건은 깨달았다.

자신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관리실에 라다가 비치해 놓은 기타를 가져왔다.

이후 바로 연주 영상 하나를 실행시켰다.

‘어디 보자.’

영상을 끝까지 다 보지도 않았다.

영상을 보면서 손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어긋난 소리를 내더니 점점 스피커에서 나오는 연주 소리와 일치되기 시작했다.

악보를 보는 것도 아니고 소리를 기억했다가 연주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보고 따라했을 뿐이다.

“이게 되네?”

초감각과 신체 능력이 만들어낸 것이다.

연주의 피지컬이란 것.

바로 연주의 재능이었다.

남들은 수없이 노력해야 겨우 곡을 연주하겠지만 강지건은 그냥 한 번 보기만 하면 연주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악보 읽는 법만 배우면 다 되겠는데?’

악보가 전부는 아니다.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은 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다.

“대단하세요.”

“라다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죠.”

“음, 이걸로 퀘스트 좀 설정해봐야지. 지구 기타 연주곡 1000개 외워서 연주하기.”

- 퀘스트가 설정되었습니다.

“어?”

포인트가 꽤 컸다.

1000 포인트.

“꿀인데?”

하나에 1포인트라고 하지만 곡을 외우는 것만으로 포인트가 들어오니 꿀이었다.

“제가 할게요. 하게 해주세요.”

퀘스트 내용을 들은 라다가 직접 나섰다.

어차피 작곡가로 활동하기로 했다. 위튜브 영상도 찍어야 하는데 커버 영상을 찍으려면 기타 연주 영상 같은 것도 쓸모가 있었다.

“저는요? 저도 뭔가 하고 싶어요!”

“은설이는 그럼 바이올린으로 해보자.”

야은설에게는 바이올린 퀘스트를 하도록 했다.

“그럼 주인님은요? 피아노 하실 건가요?”

“그건 남겨둘 거야. 악기 연주는 너희들이 해.”

‘굳이 내가 다 할 필요는 없지.’

서번트가 움직여도 퀘스트는 깰 수 있었다.

굳이 모든 것을 직접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몸을 쓰는 스포츠는 못해도 이런 쪽도 괜찮다는 거지?’

강지건은 가수들의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할 수 있을 거 같아.’

성대모사.

목에 굉장히 무리를 주는 행동으로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지건의 몸은 보통 몸이 아니었다.

더구나 초감각과 신체를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능력이 어우러지니 못할 게 없었다.

‘소프라노부터 해볼까?’

여자 성악가를 따라 노래를 불러보았다.

가사는 이해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며 점점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이해하고는 그대로 따라하게 되었다.

몇 번 영상을 돌려본 뒤에는 완벽히 똑같이 해냈다.

“이게 되네?”

“후훗, 못 할 수가 없죠.”

강지건은 가수로서 인기를 한 번 누려볼까 싶었다.

“근데 내 얼굴에 가수하려면 성향 좀 타겠어.”

“아무래도 그렇죠.”

못 생겼다고 가수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잘 생긴 가수가 부르는 감미로운 발라드와 못 생긴 사람이 부르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못 생긴 사람이 노래를 더 잘 불러도 인물이 좋은 쪽이 더 인기 많고 돈도 잘 버는 경우는 허다하다.

연예계란 그런 곳이다.

사랑을 받아야 돈을 번다.

무조건 실력으로 줄을 세우는 곳은 아니다.

“발라드나 그쪽은 꽝이고.”

인상이 험하니 결국 좀 거친 느낌의 음악을 해야 했다.

사실 본인이 원하면 발라드 못 부를 것도 없지만 강지건이 노리는 것은 인기였다.

‘음원 판매량하고 콘서트 기록 같은 것도 퀘스트로 설정할 수 있을 텐데.’

물론 리스크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슬롯이 낭비된다.

‘아냐, 난 못 생겼어도 서번트가 대신 해도 되는 거니까. 라다는 인기 많으니까.’

강지건은 생각을 전환했다.

“앞으로 지구 퀘스트에 음악을 추가할 거야.”

“좋군요. 의욕이 생겨요 주인님.”

라다는 반색했다.

“일단 퀘스트를 설정해보자.”

하나 버린다고 생각하고 퀘스트를 하나 설정했다.

‘퀘스트 설정. 음원 판매로 100억원 달성.’

- 퀘스트가 설정되었습니다. 보상은 1만 포인트입니다.

“오오!”

“1만 포인트!”

강지건은 빌보드 차트 1위 같은 것은 조건으로 걸지 않았다.

빌보드 같은 것은 결국 활동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음원 판매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가능했다.

음원 사이트에 등록하면 듣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서 사줄 테니까.

‘채널을 통해서 딱 한 번 홍보하면 알아서 듣겠지.’

영상을 확인한 구독자들이 알아서 구매해 듣게 될 것이다.

더구나 누적이기 때문에 한 곡으로만 달성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클리어가 힘든 것을 퀘스트로 하면 발목 잡혀.’

포인트를 좀 더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슬롯이 계속 낭비된다.

“주인님도 기타 연주곡 몇 개 올리는 건 어때요?”

“그럴까?”

“네, 발표해요.”

“그러지 뭐.”

곡은 굳이 새로 찾을 필요도 없었다. 크롭스크의 인터넷에 널려있던 기타 연주곡 중에 히트 친 클래식 기타 곡들을 몇 개 챙겼다.

“작곡은 라다가 한 걸로 해두자.”

“네!”

누가 했던 상관없었다.

강지건은 연주했다.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였다.

연주 촬영이 끝난 뒤에는 바로 저작권 등록부터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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