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65화 (65/353)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재능충이 아니지만 반박하지 않는다

강지건의 조언에 아카데미에선 변화가 생겼다.

“정말 그렇게 조언했다고?”

“네.”

“그래서 결과는?”

“시험해봤는데 다들 편하다고 합니다. 적응이 순조로울 것 같습니다.”

“음, 그럼 그렇게 해보라고 해.”

감독과 프런트는 도박을 시도했다.

아카데미 선수들 본인들이 받아들인 것이라면 어지간히 이상한 선택이 아닌 이상 받아주면 된다. 더구나 현재 팀은 리빌딩 시즌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선수들의 재계약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보통 재계약이 잘 안 풀리면 아카데미에서 콜업하면 되지만 때로는 그냥 다른 팀의 선수와 계약하기도 한다.

메타에 따라 게임 스타일 등 여러 조합 문제를 고려해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콜업은 간단히 정하기가 어려웠다.

선수들이 1군에서 적응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2군에서 안정되지 않은 플레이가 1군에서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2군을 씹어 먹거나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기회를 줄까말까다.

2군들끼리 경기하면서 준수한 수준의 활약만 하는 것으로는 판단이 잘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요구하는 플레이들, 팀에 필요한 플레이들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 기회를 받는다.

못하면 재계약은 없고 방출된다.

아주 형편없으면? 통보를 받는다.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가망 없다는 통보를 받으면 괴로워한다.

하지만 가망이 없다면 하루 빨리 발을 빼는 게 더 낫다.

이 또한 전문가의 중요한 업무다.

어중간한 재능들은 확실하게 잘라낸다.

대기만성형일 순 있다.

어쩌면 늦은 나이에 데뷔해서 화려한 비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가 몇이나 될까?

더구나 프로게이머의 수명은 굉장히 짧다.

단숨에 치고 올라가는 수준의 재능이 아니면 그저 그런 선수로 고생하다가 끝날 확률이 더 높다.

희망고문을 끝내기 위한 통보였다.

물론 정말 죽도록 원하는 사람이라면 방출 통보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해외로 나가서라도 선수 생활을 한다.

하위권 리그에라도 가서 선수 생활을 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

모두 본인 선택이다.

“그나저나 뭘 보고 판단한 걸까?”

“모르죠.”

“그 정도로 잘 아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강지건과 처음 만나 코치로서 할 일을 얘기할 때는 모르는 게 많아 보였다.

“지식을 흡수해서 보는 눈이 더 좋아진 거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다른 유명 선수들의 플레이를 그대로 모방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였다.

자신의 원래 플레이가 뭔지 궁금할 정도로 타인의 플레이를 카피할 수 있었다.

완벽한 카피캣이었다.

“난 두려워.”

“뭐가요?”

“강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진지 모르겠어. 그런 선수가 다른 팀에 간다? 절망할 수밖에 없지. 아무리 노력해도 우승은 불가능할 테니까.”

“그 정도인가요?”

프런트 직원은 그래도 그 정도까지 되냐는 표정이었다.

“지금 우리 애들 폼 올라오는 거 못 느꼈어?”

“느꼈죠.”

“우린 강선수가 합류하기 전의 폼이 최고점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아니야. 더 좋아질 수 있었던 거야. 강지건 덕분에 그게 가능해지고 있는 거고.”

플레이에 자신이 붙어서 선수들은 더 자신 있게 플레이했다.

서로를 믿고 자신의 할 일을 한다.

부담이 줄어들고 집중력이 올라간다.

서로 불신을 하게 될 경우,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캐리병이 도지기 쉽다.

캐리병이 도지면 던지는 플레이가 나온다.

뭐라도 해봐야 하니까.

도박적인 플레이가 많이 나오면?

운 좋으면 이기고 아니면 처참하게 진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던지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습관으로 굳어버리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누군가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서로 미루다가 안 한다.

그렇기에 오더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누군가 콜을 하며 플레이를 정리해줘야 한다.

“최고점에 닿은 것 같으면 또 넘어가고 있어. 지금은 강선수가 직접 뛰지 않아도 다 박살 낼 수 있을지도 몰라.”

“허어. 그럼 세계대회 우승도 가능할까요?”

“지금 강선수에게 전달할 다른 리그 팀 자료 만들고 있어. 이거 가지고 완벽하게 플레이를 재현한 강선수 상대로 연습한다면.”

이길 확률이 확실히 올라간다.

상대가 쓸 수 있는 수를 미리 파악하고 초반부터 봉쇄해버리면 스노우볼 굴리기 딱 좋으니까.

더구나 제타스는 스노우볼 굴리는 플레이도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스노우볼은 기다리는 게 아니다.

빼앗아먹는 거다.

상대의 것을 빼앗아먹는 요령이 있어야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다.

한타 중심의 게임 운영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제타스는 리그 우승은 물로 세계 대회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팀이 되었다.

“중요한 건 강선수 의지야.”

“왜요?”

“못 느꼈어? 강선수는 딱히 미련이 없어. 그냥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는 식이야. 다른 선수들하고 달라.”

“으음, 재계약 조건을 좀 일찍 제안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안 해줄 걸? 괜히 이상한 짓하다가 미운털 박히지나 말아. 선수가 아닌 코칭만 다른 팀에서 해도 골치 아픈 수준이야.”

감독은 조용히 넘어가고자 했다.

‘세계 대회 우승으로 꿀맛을 봐야 떠나질 않을 텐데.’

강지건을 잡는 것이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강지건은 보통 선수들과 다른 모습을 많이 보였다.

선수 생활에 별 미련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할 수 있으니까 한다는 태도.

보통은 이런 자세를 탓하겠지만 강지건의 실력이 너무 좋다보니 싫은 소리 한 마디 하기가 두렵다.

조언을 끝내고 연습까지 한 강지건은 다음 경기 불참을 통보했다.

“리그 하위권이잖아요? 저 없어도 될 겁니다.”

팀에서는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수용했다.

강지건이 바쁘다는 걸 인정했다.

애초에 안 하겠다는 사람을 코치부터 시작해 살살 꼬드긴 것이다. 여기서 강제로 몰아붙여봐야 강지건이 맘대로 하라며 태업해버리면 곤란할 뿐이다.

노골적으로 던지지는 않더라도 몇 경기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패배로 이끌면 땡이다.

전설이란 게임은 중요한 전투가 한 경기에 최소한 한 번 정도는 일어난다.

여기서 더 밀리면 안 된다는 시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더 힘이 빠지기 전에, 상대가 더 강해지기 전에 찾아가서 잡아야만 한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수 좀 해주면?

다 이긴 경기를 놓칠 수도 있다.

전투 한 방에 멘탈이 갈리면? 그냥 허물어지기도 한다. 뭐라도 해보겠다며 막 던지다가 그냥 망한다.

따라서 경기에 나서는 선수의 멘탈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강지건은 다음 경기에서 빠지게 되었다.

“다들 잘 하고.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 요즘 기합이 바짝 올랐는데 너무 긴장하면 기복이 심해진다.”

적당한 긴장은 좋다.

하지만 지나친 긴장은 압박감을 높인다.

압박감이 높아지면 실수했을 때 자꾸 만회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조금이라도 불리해지면 캐리하려는 마음이 꿈틀거린다.

인내심이 적어지고 게임 내 플레이에서도 조급함이 드러나게 된다.

이러면 여유를 가진 상대가 함정을 파고 잡아먹기도 한다.

물론 슈퍼 캐리를 하는 날도 온다.

그래서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고점은 높은데 저점이 낮은 선수.

“즐겜해. 한 번 하는 프로. 세계 대회 우승이 목푠데 리그 경기에 떨어서 되겠어? 그럼 난 간다.”

강지건은 충고를 남기고 연습실을 나섰다.

“코치님 말이 맞을까?”

“틀리겠냐?”

가장 먼저 탑라이너인 칼록이 받아들이며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저 형 말 듣고 실력이 더 좋아졌어. 그럼 된 거지 뭐. 야. 누가 나랑 라인전 내기할래? 피자 내기 콜?”

“어, 나랑 하자.”

탑과 원딜이 라인전에 붙었다.

“우린 술래잡기나 하자.”

정글과 서포터가 술래잡기 연습을 시작했다. 상대의 동선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다.

돌아다니면서 몹을 빼먹고 상대를 잡는다.

꽤 광범위하지만 재미로 하는 것이었다.

혼자 남게 된 미드는 한숨을 쉬더니 챔피언들을 처음부터 하나씩 꺼내 잡아보았다.

모든 챔프를 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다룰 줄 안다.

그래도 주력으로 삼는 챔프는 정해져 있다.

가끔 의외의 픽으로 상대를 놀라게 해주기 위해선 여러 챔피언의 숙련도를 높여둘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메타가 변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메타가 변하기 전에 모든 챔피언의 숙련도를 높여두면 따라가기가 더 수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챔피언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활용법도 다르다. 하지만 하나씩 쓰면서 이래저래 활용하다보니 새로운 각이 보이기도 했다.

연습실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강지건의 일상은 24시간을 주기로 변했다.

지구와 침식도 0%로 만든 세계에서 24시간을 보내다가 무왕계에서 24시간을 보냈다.

무왕계에서의 일은 강지건이 할 게 별로 없었다.

진매령이 모두 해결했다.

앞을 막고 덤벼드는 놈들 모가지를 죄다 썰어버리고 무공이란 무공은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계속해서 혈마교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강지건이 무왕계에서 하는 일은 정해져 있었다.

“휴잉!”

“야흉!”

검녀들을 안아주며 수련을 한다.

섹스를 하면 강해진다.

검녀들도 알기에 적극적으로 안겼다. 이후에는 진매령을 진하게 안아주었다.

“그럼 난 갈게.”

“네, 상공. 하루 빨리 이 세상을 정화할게요.”

24시간 동안 강지건을 보지 못하는 생활을 계속 반복해야만 하는 진매령은 의욕에 불타올랐다.

매일 안기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답답했다.

‘이게 다 마인들 때문이야!’

적개심이 더욱 더 강해진다.

때문에 혈마교가 앞을 막으면 말도 하지 않는다.

가타부타 말도 없이 죄다 학살해버렸다.

물을 다루는 초능력.

수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져서 이제는 100미터 안에 있는 물을 다룰 수 있을 정도였다.

즉, 100미터 안에 들어서게 되면 죽은 목숨이란 소리였다.

공기 중에 수분이 있고 사람에게 피가 있는 한 진매령의 지배력을 피해갈 순 없었다.

오직 똑같이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나 엄청난 내공과 무공을 가진 이들만이 진매령에게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로막은 이들은 오래 가지도 못했다.

때문에 진매령은 이제 매화검후가 아니라 피의 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빨리 가자.”

하지만 소문이 어찌 퍼지던 진매령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 빨리 무왕계의 침식도를 0으로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

무왕계에서 24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강지건은 반갑게 맞이하는 라다와 야은설을 볼 수 있었다.

“무왕계는 어때요?”

“잘 풀리고 있어.”

“음식은 입에 맞는데요?”

“응, 좋다던데?”

강지건은 각종 통조림과 간편식을 대량으로 구입해 가져다주었다.

일주일은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식수까지 대량으로 가져다주니 장갑수송차는 멈출 이유가 없었다. 연료도 포인트 상점에서 구매해 잔뜩 실어주었다.

보급을 위해 멈출 필요가 없으니 목적지를 향한 이동이 점점 빨라졌다.

“다행이네요.”

“먹을 수만 있어도 상관없다고 했으니까. 그나저나 데보라는?”

“3시간 뒤에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 그럼 시간 좀 있네?”

라다와 야은설은 웃으며 강지건에게 안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