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만남
‘마조들 도발은 빡치지.’
강지건이 이에 대해 아는 것은 성에 관심이 많았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청소년 중에 성에 관심이 없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전 세계 청소년 중에 성에 관심이 없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강지건은 타고난 외모가 안 좋아 이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못 생겼다고 성욕이 없나? 아니다.
타고난 게 없으면 머리를 굴려야지.
그러다보니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했었고 마조와 사디스트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마조와 사디스트의 관계에서는 사디스트가 주도권을 가졌다고 보통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관계가 역전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마조는 괴롭힘 당하고 싶다.
엄격한 부모에게 혼나는 것처럼 혼나고 싶다.
그러려면 어찌 해야 하나?
혼날 일을 만든다.
혼날 일은 어떻게 만드나?
상대를 분노하게 만든다.
빡치게 한다.
때문에 마조는 평범한 사람과 오래 가지 못한다. 그리고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선을 넘은 행동을 하게 된다.
다른 이성을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화내길 원한다.
구속하고 화내고.
속박되길 원한다.
쾌락을 느끼는 회로가 꼬여있으니 마조 본인도 답답하다. 자신이 비정상인 것을 알아도 어쩔 수 없다.
성욕이 고조되면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하고 나면 갑자기 성욕이 가라앉는다.
그냥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꼬인 셈이다.
어떤 사람은 성욕을 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마조도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 꼬여 있는 셈이다.
근성이나 정신 따위로 어떻게 되는 문제가 아니다.
동성애도 그냥 꼬여버리는 것이다.
이걸 바로 잡으려고 평생 부정하다가 결국 우울증에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을 부정하는 것은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결국 살기 위해서, 자신의 욕망을 깨닫고 이를 받아들인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
‘날 열 받게 할 거야. 하지만 단순히 연기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마조와 사는 게 힘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상대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살피며 빡치게 하려고 한다.
혼나려고 기회를 노린다.
보통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마조들은 좋아하는 행동을 하다가도 싫어하는 행동을 일부러 섞어 빡치게 한다.
이들은 제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엉망으로 처리할 때가 있다.
어딘가 엉성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인내심 강하고 자상하고 좋은 사람이 마조와 살게 되면?
분노하지 않으니 점점 더 선을 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불륜을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NTR을 선사해버릴 수도 있다.
보통 불륜을 저지르면 숨기려 하지만 마조들은 상대에게 실수인 척 흘린다.
열 받으라고.
혼내달라고.
가끔 연락도 안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어딘가에 숨어 자신의 짝이 어떤 행동을 하나 지켜보고 있기도 하다.
힌트를 주었는데도 찾지 못해 헤매면?
모른다.
어떤 짓을 더 할지는.
강지건은 이런 글을 읽은 것이었다.
‘내가 피곤해지는 관계는 싫어.’
보통이라면 그냥 서주희를 대충 데리고 놀다 차버리면 될 일이다.
하지만 강지건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얘를 관리해봐야지.’
엄청난 힘을 가진 관리자가 되었다.
도전 욕구가 샘솟았다.
‘어떻게 조교를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던 강지건은 일단 소유욕을 버리기로 했다.
‘집착은 날 더 힘들게 할 뿐이지.’
분노는 에너지를 소모한다. 시간을 잡아먹는다. 자신이 할 일에 집중을 못하게 한다.
분노하면 사람은 자신을 분노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
인간의 매커니즘이 그렇게 설계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분노하게 한 대상에 집중하게 만들어져 있다.
적에게 집중하고 분석한다. 상황을 파악해 제거한다.
이런 일련의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게 바로 분노의 감정이다.
분노가 심할수록 반응은 더욱 폭력적이 된다.
이 때문에 화가 나면 일이 손에 안 잡히거나 공부하기가 힘들어진다.
‘사람들이 전설에 빠지는 것과 똑같아.’
전설을 하면 열 받는다.
화가 난다.
다른 일은 손에 잘 안 잡힌다.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괜히 질병겜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키보드 워리어도 마찬가지다.
정치충도 마찬가지다.
분노한 순간, 다른 일을 돌아보지 못하고 빠져버린다.
때문에 분노란 감정에 휩쓸리면 인생이 망가지기 쉽다.
진성 마조와 만나면 이 분노란 감정을 느끼기 쉬워진다.
‘얘는 이제야 눈을 뜬 거 같은데 반응이 어우.’
강지건이 파악한 서주희는 굉장히 순수하면서도 하드 한 마조였다.
순식간에 무너지며 이상해졌다.
멀쩡하던 사람이 단숨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강지건이 누른 스위치가 보통이 아닌 셈이었다.
“니가 떠나게 되면 떠나는 거고. 난 상관없어.”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처 받은 표정을 지었지만?
‘말려들지 말자.’
눈이 슬쩍 자신을 살피는 게 초감각에 걸렸다.
‘연기야.’
여러 행동을 보이며 반응을 살피고 있는 서주희였다.
“다른 남자 만나도?”
“아무데서나 가랑이 벌리는 년은 필요없다고 했잖아?”
“화 안 나?”
“아니 여자 많은데 뭐하러 너한테만 신경 써? 귀찮게 하지 마라. 딴 놈 만나고 싶으면 만나. 귀찮게 하지 말고.”
“진짜?”
“어. 뭣하면 딴 놈 소개해줄까?”
치킨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마조로 각성한지 얼마 안 되는 서주희는 소심했다.
“아냐.”
진짜 딴 놈에게 안기면 떠나버릴 거 같았다.
‘첫 남잔데.’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지 잘 알고 있기도 했다. 불만이 쌓인 것도 아닌데 헤어질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 오빠.”
“어쨌거나 일이나 잘 해. 돈도 좀 벌고. 방송도 시키는 대로 해. 너 먹을 건 니가 벌어야지. 내가 널 챙겨야 해?”
“챙겨주면 안 돼?”
“이게?”
기둥서방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부려먹으며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혼내기로 했다.
이게 이득이니까.
“으응, 할게. 잘 할 게. 방송 도우면 되는 거지?”
“그래.”
서주희는 미끼를 물었다.
“정말 잘 할게. 열심히 할게.”
“좋아. 만약 못하면 내가 혼낼 거야.”
갑자기 반짝이는 눈.
광선이 쏘아지는 것 같다.
“이렇게.”
빠지지지지지직!
강지건의 손에서 전류가 튀었다.
“어?”
“난 초능력자야.”
서주희에게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것도 가능하지.”
쑥.
대물이 구멍에 들어갔다.
“이 꽉 물어.”
서주희는 시키는 대로 했다. 다음 순간.
빠지지지지지지직!
약한 전류가 구멍을 통해 전신으로 번져갔다.
“으으으응!”
감전에 깜짝 놀란 서주희는 오줌을 질질 쌌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대물 전기 고문.
“이건 나 밖에 못 할 걸?”
당연하다.
강지건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또 있는 게 아닌 이상.
“으, 응.”
서주희는 눈알을 굴리며 강지건을 바라보았다.
“주인님. 잘 할게요.”
당황하더니 이내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웃는다.
해맑게 웃는다.
너무나 환하다.
‘생각나면 일 안 하고 놀겠지. 조건이 완성되었을려나?’
-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마조 조교 퀘스트를 걸었었다.
도박에 가까웠지만 성공했다.
시스템은 인정해주었다.
‘100 포인트. 이거 짭짤한데?’
능력을 쓴 것과 별개로 상대를 파악하고 조건에 맞춰 행동을 유도해냈기에 얻어낸 포인트였다.
‘이거라면.’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만으로도 포인트를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소중한 지구.’
강지건은 더더욱 함부로 능력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 쓰는 퀘스트로 포인트 벌어야지.’
지구에서의 생활이 더욱 즐거워질 것 같았다.
서주희는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자궁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던 뇌전의 짜릿함을.
고통도 있었지만 문제 없었다.
짜릿했다.
전기 고문이었는데 황홀하기까지 했다.
‘아아, 절대 다른 사람으로는 안 돼.’
전기를 사용하는 초능력자가 또 있다면 모를까. 물론 전기의자에 앉으면 고문을 받을 수 있다지만 강지건에게 직접 혼나는 것이 더 좋았다.
더 강하고 대단한 남자였다.
초능력자.
‘날 가지고 놀려고 하고 있지만.’
강지건이 내건 조건들. 행동들.
뒤늦게 생각해보니 의도가 보였다. 휘둘리지 않으려고 상황을 유도한 것.
하지만 서주희는 알면서도 받아들였다.
한 가지가 진심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정말 날 하찮게 보는 눈빛이었어.’
없어져도 신경도 안 쓸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이용해 매달린다는 생각은 못했다.
혼나고 싶은 것이지 버려지고 싶은 게 아니니까.
세상은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특정 기준이 ‘정상’으로 정해져있기에 다들 이 기준에 맞춰 사람을 대할 뿐이다.
이 기준이 태어나면서부터 사회로부터 주입된다.
이것이 문화다.
때문에 특정 국가나 지역 혹은 집단에서는 정해진 문화가 있고 이에 맞춰 행동하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치부된다.
서주희는 정상에서 한참 벗어난 욕구를 가졌기에 비정상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상적인 욕구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사랑 받고 싶어.’
혼나고 싶으면서 사랑받고 싶다.
그렇기에 마조는 괴롭다.
상대를 화나게 하면서 동시에 행복하게 해줘야한다는 것은 모순에 가깝다.
‘사랑해요, 주인님.’
옆에 누워 눈을 감은 강지건의 얼굴을 본다.
마음이 복잡하다.
자신의 욕망이 사랑에 위배되는 감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자신을 알면서도 받아주고 또 노력하는 것이 강지건이었다.
서주희의 첫 남자였다.
“사랑해요, 주인님.”
소리 내어 진심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