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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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정신을 차린 서주희 위에는 강지건이 있었다.

다리가 벌려진 상태.

자궁에 닿은 대물이 느껴졌다.

고통과 쾌락이 다시 깨어났다.

“깼어?”

“응.”

서주희는 볼을 붉게 물들였다.

제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나 변탠가 봐.”

눈치를 본다.

“괜찮아. 이제부터 내가 니 주인이다.”

“으응. 그럼 사귀는 건가?”

“사겨? 그러고 싶어? 정말?”

강지건의 물음에 서주희는 잠시 생각했다.

‘연인?’

연인이 되어 평범하게 연애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잔잔하고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노예?’

순간 가슴이 찌릿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강지건에게 지배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아래가 흥건해졌다.

물기가 차올랐다.

“나 변탠데 괜찮겠어?”

“주인이 필요한 거 아니었어?”

“그랬나봐.”

“그럼 노예해. 공짜 노예 거절 안한다.”

“오빤 지금 아무렇지도 않아?”

“알려줄까?”

“뭘?”

“라다랑 은설이도 내 노예야.”

“어?”

“한 명 더 있기도 하고.”

여자가 많다는 말에 가슴이 쓰라리다? 아니었다.

머리로는 실망이란 생각이 스쳤지만 가슴은 달랐다.

두근거렸다.

‘새로워. 뭘까?’

괴상한 상황에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 든 서주희는 신이 났다.

“앞으로 내가 부르면 와. 그리고 다른 놈하고 만나고 싶으면 말해.”

“그러면?”

“버려줄게.”

“으응.”

벌써부터 버린다고 하니 안절부절하는 마음이 들었다.

“혼나고 싶다고 아무데서나 가랑이 벌리는 노예년은 필요없으니까.”

자신을 함부로 하는 말에도 서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 벌려.”

강지건은 강압적으로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는 행동을 이어갔다.

배려 없는 행동에 서주희는 오히려 더 쾌감을 느꼈다.

어떤 사람은 성욕을 느끼면 재채기를 하기도 한다.

신경의 연결에 따라, 혹은 경험에 따라 만들어진 감정과 쾌락의 회로가 엉뚱하게 꼬이기도 한다.

서주희는 꼬여 있었다.

강지건은 서주희를 다루는 방법을 금방 파악했다.

“다리 잡아.”

확 벌리고는 허리가 들리도록 다리를 밀었다.

그리고 내려찍었따.

쿵! 쿵!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찍는 대물이 자궁을 쾅쾅 두드린다.

“흐악!”

폭력과 같은 섹스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목을 잡았다.

가냘픈 목이 느껴졌다.

힘을 강하게 준다면 부러질 것 같은 연약함이 느껴졌다.

계속 힘을 준다면 숨을 쉬지 못하고 질식할 것이다.

강지건은 서서히 힘을 주었다.

서주희는 목을 졸리면서도 엉덩이를 흔들며 받아냈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눈과 입은 웃고 있었다.

‘아아. 멋져.’

생전 처음 느껴보는 황홀한 쾌감에 취해버렸다.

자신을 강하게 구속하는 낯선 남자.

노예가 되어버렸다.

하루만에.

무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관계에 서주희는 결국 버티지 못했다.

‘더 이상은 무리군.’

더 강하게 한다면 쾌락을 느끼게 할 순 있어도 몸에 이상이 올 수 있었다.

인간의 육체에는 한계가 있었다.

강지건도 스킬이 아니라면 벌써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야들야들하네.’

서주희도 황윤주처럼 운동으로 몸을 가꾼 상태였다.

아름다운 몸이었다.

섹스 도중에 맞아서 여기저기 붉게 부었다.

“주인님.”

“야.”

“네?”

“이제는 오빠라고 불러봐.”

“응 오빠.”

일탈한 상황에서 현실로 돌아오자는 신호에 서주희는 반응했다.

‘계속해서 강한 자극을 주면 결국 익숙해져버려. 완급을 줘야해.’

괜히 방치 플레이가 있는 게 아니다.

방치함으로써 기대하게 만든다.

잔뜩 굶주리게 한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게.

긴 기다림 끝에 하게 되면 같은 자극도 더 크게 느껴진다.

이상성욕자는 쾌락주의자.

평범한 관계는 오히려 감옥과 같다.

자유가 억압된 것과 같다.

이런 상황은 만족을 못하게 되니 주인과 같은 존재가 나타나면 금방 자빠진다.

‘내가 더 강한 주인으로 남아야겠지만.’

마조들은 지조가 없다.

주인님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 영혼까지 바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지고 놀아달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받아들이는 관계다.

만족스럽지 않으면 더 좋은 주인님을 찾아 떠난다.

다른 남자와 자는 모습에 화가 난 주인님의 반응을 살핀다.

거기에 분노하며 심하게 혼내주지 않으면 결국 떠나버린다.

결구 마조의 짝인 사디스트는 마조의 손에서 춤을 추게 된다.

더욱 분노하게 만들기 위해 계속 마조는 사디스트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것이 한계에 이르면 결국 생명을 위협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이상성욕자이고 변태인 것이다.

정상이 아니다.

만족스럽게 자신을 괴롭혀주지 않으면 떠난다.

때문에 마조들은 말끔한 것 같으면서도 종종 덜렁거리며 실수한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설픈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다.

화를 내도록 만든다.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다.

분노가 자신에게 향할 행동을 일부러 한다.

궁극적으로 자신의 연인과 남편에게 NTR을 선사한다.

괴롭힘도 오래 당하다보면 익숙해진다.

그러면 더욱 신박하게 새로운 방법으로 괴롭혀야 한다.

이걸 못하면 마조와의 관계는 파탄이 난다.

물론 이마저도 완전히 관계가 끊어졌다는 건 아니다.

찾아가서 혼내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간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할수록 상대가 더 열 받을 행동만 골라서 한다.

마조와 지내는 게 힘든 이유다.

숨고 도망치는 것도 결국 빡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술래잡기와 같다.

하지만 안 쫓아가면? 거기서 끝이다.

때리는 건 참아도 자극이 없으면 못 참는 수준이 되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때로는 반항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조차 빡침을 유도하기 위한 행동이다.

물론 도망치는 이유는 분노를 유발하기 위함만이 아니다.

때로는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 주기적으로 시기가 되면 연기처럼 사라진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 연인과 직장까지 다 내던져버린다.

때로는 관계를 파탄지경까지 몰고 갈 행동을 한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욕먹을 행동을 하며 함께 하는 아군의 뒤통수를 때리기도 한다.

사람마다 어떻게 꼬여있는가에 따라 행동이 다 다르다.

그래서 더 알기 어렵다.

마조는 꼭 머리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머리 굴리는 방식이 다를 뿐.

“니네 아버지는 뭐하시는 분이야?”

강지건은 호구 조사에 들어갔다.

일단 부잣집 딸내미가 마조이니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해결 못할 일이 생긴다고 해서 부담스럽지는 않다.

퀘스트로 쓸 수 있으면 뭐든 상관없으니까.

“판사.”

“판사?”

“응. 엄마도 판사. 할아버지는 변호사. 판사셨어. 할머니는 주부.”

줄줄이 가족 직업을 읊는다.

“큰 오빠도 판사, 작은 오빠는 로스쿨. 그리고 난 법대.”

“법대생이었어?”

“응.”

‘평범한 사람이라면 좆될 수도 있겠네.’

큰 확률로 그리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야, 너 이런 성향이면 진짜 어떻게 살려고 그랬냐?”

“나도 몰랐지. 오빠가 스위치 눌렀잖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주인은 노예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된다.

마조의 증상 정도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지니 상대를 살피는 관찰력을 수시로 동원해야 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이상성욕자는 수가 그리 많지 않다.

복싱으로 치자면 갑자기 사우스포를 만난 것과 같다.

왼손잡이가 많이 없는 상태에서 사우스포를 만나면 대응법을 몰라 헤매기 쉽다.

마치 전설에서 상대 챔피언의 스킬을 몰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싸움에서 밀리는 것처럼.

“아니, 그냥. 뭐.”

“좋았잖아. 돼지야.”

“응.”

“그럼 사랑한다고 해야지.”

“사랑해 오빠.”

비틀린 사랑의 고백은 손쉽게 흘러나왔다.

서주희는 눈을 반짝이며 품에 안겨있었다.

‘하아, 좋아.’

강한 수컷에게 지배당하는 느낌이 좋았다.

문득 집에 있을 아빠가 떠올랐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걱정이 되질 않았다.

“근데 우리 아빠 무서운데 오빠 어떻게 할 거야?”

누가 더 강한 수컷인가 궁금했다.

“나도 알고 보면 무서운 사람이야.”

“피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판사는 굉장히 무서운 축에 속하는 사람이다.

물리적인 폭력이나 그런 것을 말하지 않는다.

줄만 제대로 선다면 강한 권력과 너무나 손쉽게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줄을 제대로 서지 못했어도 판사는 평범한 시민에 비해서는 강력한 권한을 유지한다.

재판할 때의 판사는 왕이다.

그런 무서운 판사가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었다.

본인을 포함해 가족 전체가 법조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넌 왜 윤주랑 위튜브해?”

“그냥, 나까지 판사 해야 하나 싶어서.”

“집에선 뭐래?”

“혼나서 법대까지 들어갔지 모.”

기억력이 좋아 공부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법대에 들어갔다고 행복하지도 않았다.

사실 고통스러웠다.

매일 혼나다보니 익숙해졌지만 일탈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냥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아빠 밑에 있고 싶지도 않고. 아빠 되게 좋아했는데.”

“그래?”

사소한 일에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 마조는 기억해뒀다가 다시 화를 내게 한 행동을 반복한다.

보통은 사람을 즐겁게 한 행동을 반복하지만 마조는 다르다.

상대가 화내야 자신이 즐거운 것이다.

자신을 매도하고 혼낼수록 쾌감은 더 커진다.

“아, 나 어쩌면 자살해버렸을 수도 있겠다.”

“왜?”

“답답해서?”

답답한 것은 고통스럽다. 억압되는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하는데 길을 못 찾으면?

죽음으로 고통을 벗어나려 시도하게 된다.

다른 길을 보지 못하니까.

앞이 안 보이니까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쉽게 가랑이 벌린 이유가 있었구나?”

“이제 나 어떻게 해?”

“일 시킬 거야.”

강지건의 답에 서주희는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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