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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집에 들어가기 싫은 밤.

그것은 그런 기분이 들게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 온다.

물론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해서 진짜 집이 싫은 것도 아니고 꼭 안 갈 이유도 없다.

“오빠, 우리 집으로 갈래?”

“집에?”

“응, 나랑 윤주 둘이서 살거든.”

“그럼 윤주도 같이 가야 하잖아.”

“취해서 아무 것도 모를 걸? 아마 아침에나 일어날 텐데 뭐.”

술이 들어가 알딸딸해지니 좀 더 대담해졌다.

집이 가까웠고 무엇보다 모텔은 별로였다.

돈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다른 감정이 서주희의 안에 피어났다.

자신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더 깊은 관계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살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황윤주에 대한 묘한 경쟁심 그리고 불붙었던 질투와 성욕이 한데 어우러졌다.

“가자 응?”

“알았어.”

살짝 놀랐던 강지건은 그냥 받아들였다.

‘느낌이 나쁘지는 않아.’

쎄한 느낌은 없었다.

강지건은 자신의 초감각을 믿었다. 무엇보다 지구에서 범죄자로 쫓기게 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지구는 가끔 놀러오고 그냥 마겔이나 크롭스크에서 생활해도 되니까.

침식도 0%가 된 세계는 강지건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신중해질 필요가 없었다.

“우린 이만 가볼게요.”

“잘 놀았어요.”

“윤주씨 잘 데려다주고.”

“응.”

라다와 야은설은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강지건의 원룸으로 향했다.

물론 원룸에서 관리실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강지건이 지구에 있는 동안 두 사람은 크롭스크와 마겔을 오가며 일을 하면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두 사람을 보내고 황윤주를 등에 업은 강지건은 택시를 타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안 무거워?”

“나 힘 좋은 거 알잖아.”

“안 지쳐?”

“왜? 집에 갔을 때 힘 빠져있을까봐?”

“으응, 그건 아니구.”

서주희는 술기운에 찰싹 붙는다.

이윽고 택시를 부른 뒤 올라탄다.

세 사람은 함께 서주희의 아파트로 향했다.

서울 시내, 그것도 땅값이 상당히 비싼 동네에 있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던 강지건은 깨달았다.

“좋은데 사네? 집이 부잔가봐?”

“응.”

슬쩍 눈치를 보는 서주희.

강지건은 전혀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당한 태도에 마음이 더 동한다.

돈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니 뭔가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걸로 보였다.

‘하악!’

더 강한 힘을 느끼고 싶었다.

이상하게 편해지고 싶었다.

성욕이 고조될수록 느껴지는 불안감.

해방되고 싶은 욕구.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자신도 모르는 감정에 서주희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멈추려면 지금 멈춰야 했지만 결국 문을 열었다.

“들어와.”

안으로 들어선 강지건은 황윤주를 침대에 눕혔다.

“뭐 마실래?”

냉장고 앞에 선 서주희.

문을 열고 안을 살피는 척 허리를 숙였다.

강지건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뒤어 서서 대물을 밀착했다.

엉덩이에 닿은 딱딱한 대물에도 서주희는 당황하지 않았다.

강한 손길이 허리를 잡아 당길 때도 순응했다.

더욱 엉덩이를 비비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기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만족이 되질 않았다.

심각한 갈증.

답답한 느낌.

그때 강지건의 손이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아으.”

아프다? 아니었다.

시원한 느낌.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이상했다.

“오빠 더 세게.”

더 강하게 느끼고 싶어 말한다.

순간 강지건은 무엇인가 느꼈다.

서주희를 돌려 세워 강하게 안았다.

키스했다.

입술이 만나며 다시 불꽃이 튄다.

강지건의 손이 휘둘러졌다.

짜악!

“아응!”

놀랐던 서주희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토했다.

하지만 당혹스럽지 않았다.

당혹감을 느끼기도 전에 밀려온 쾌감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더!”

더 느끼고 싶었다.

짜악!

“하윽!”

가슴을 옥죄던 정체불명의 감정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해방감을 맛보았다.

이상한 느낌.

맞고 있어서 살짝 얼얼하고 아팠는데.

좋았다.

모든 게 좋았다.

처음 만난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녀인데도.

자식을 속박하던 모든 것을 던져버렸다는 사실에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복수했다는, 해냈다는 감정도 함께였다.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주희는 개처럼 엎드렸다.

“오빠. 나 좀 더.”

수치스러운 자세에서 뒤돌아본다.

혼내달라고.

“이제보니 아주 나쁜 아이였구나?”

“응, 나 나빠.”

“그럼 벗어.”

강지건은 강하게 나갔다.

개를 길들이는 조련사처럼.

상하 관계를 확실히 주지시키기 위해서.

“응.”

작은 목소리로 답한 서주희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슬쩍 살핀 강지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근엄한 표정이었다.

마치 자신 따윈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내려다보는 시선.

‘멋져.’

좋았다.

굴복하고 싶었다.

마구 다뤄지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보지 벌려.”

“네.”

어느새 공손해졌다.

처녀면서 엎드려 보지를 벌렸다.

수치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 짜릿짜릿했다.

‘나 변탠가봐.’

“변태년. 어떻게 해줄까?”

“으응, 혼내주세요.”

“말을 해. 말을.”

“자지로 혼내주세요. 보지 막 찔러주세요. 피나게 해주세요.”

“처녀야?”

“네.”

“처녀가 이러고 아주 상변태네?”

“네, 변태에요. 상변태 중에 상변태. 제발 혼내줘요.”

빗장이 풀리자 서주희는 모든 것을 오픈해버렸다.

술기운의 힘이 들어가 이성이 마비된 것도 컸다.

욕망에 더욱 충실했다.

무엇보다 처음이라 미숙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상황에 따른 감정을 조절하는 성숙함이 없기에.

서주희는 멈추지 못하고 모든 것을 드러내버렸다.

쉬운 여자가 되어버렸다.

“쉬운 년이구나.”

“아니 아니에요. 나 안 쉬워요. 나 이런 여자 아닌데.”

“근데 처음 보는 남자 앞에 벌거벗고 엎드려서 보지를 벌려?”

“으응, 그건 오빠니까. 오빠니까.”

“나라서?”

“네, 오빠가 멋져요. 제발 찔러줘요. 피나게. 오빠가 첫 남자가 되어줘요. 혼내줘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욕망이 시키는 대로 원하는 것을 요구했다.

“이년이 어디서 명령질이야?”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며 상스럽게 말하자 신음이 터진다.

“흐응!”

“변태년. 혼나봐야지.”

다짜고짜 대물을 질러넣었다.

‘얘는 배려가 오히려 안 좋겠어.’

마조 성향이라는 게 강지건의 눈에 보였다.

보통 여자라면 이렇게 하지 않는다.

‘내가 뭘 누른 거지?’

강지건의 존재 자체가 스위치를 눌러버린 것이었다.

무경험의 처녀는 스위치가 들어오자 그냥 오픈되었다.

“악!”

“콱콱 조여봐.”

“네! 네!”

강압적으로 다루는데도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더 밀착해왔다.

흥분하고 황홀해하는 게 보였다.

머리를 당겨 쾌감에 취한 표정을 확인했다.

거칠게 다뤄도 받아들였다.

‘이거 습관 되면 위험하겠어.’

이상성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성향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숨겨왔던 성향에 눈을 뜨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강한 자극에 취해 버리다보면 다른 일반적인 관계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조의 경우.

애인이나 남편에게 NTR을 선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드럽게 대하면. 정성을 다하면 고쳐지겠지 하는 것은 안 통한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반응한다.

부드럽고 정상적인 관계에서 느끼는 쾌감에 만족을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신을 좀 더 험하게 다루는 사람에게 넘어가 버린다.

물론, 마조들은 당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관계에서도 끌려 다니는 건 아니다.

때로는 사디스트 성향의 파트너를 더욱 자극한다.

자극하는 이유?

열 받게 행동하는 이유?

더 혼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구속하고 혼내고.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쾌감을 느끼다보니 결국 비정상적인 상황에 자꾸 관계를 끌고 들어가게 된다.

이런 사람을 바꾸려면 결국 자극 밖에는 답이 없다.

정상적인 관계에서 더 강한 쾌감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힘들다.

“아앙!”

아팠다. 고통스러웠다.

“좋아요!”

“변태년! 암퇘지!”

“하윽!”

목을 잡고 조르자 꺽꺽 거리면서도 더욱 표정이 뒤집어진다.

느끼더니 실금까지 해버렸다.

“헤헤. 헤헤헤헤.”

첫 경험을 매우 하드하게 치른 서주희는 혼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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