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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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그런데 두 분이 어떻게 만나신 건가요?”

“인터넷으로 만났어요.”

“정말요?”

“네, 제가 처음에 음악 방송했는데 제일 처음 찾아와줬어요. 얘기도 많이 하고 용기도 얻었어요.”

“와아! 로맨틱!”

“그런가요? 잘 모르겠는데.”

라다는 슬쩍 웃고는 넘어갔다. 오해가 넘치게 할 표정이었다.

“으응.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고래 선수님? 정말 무슨 운동 하셨는지 안 알려주실 건가요? 제가 육상을 해봐서 공부 좀 했었어요. 절대 쇠질만 한 몸이 아닌데.”

“쇠질 했습니다.”

“잘못된 정보로 평범한 사람들을 희망고문하지 말아주세요.”

“쇠질 했습니다. 잘 했습니다. 방법은 여기 은설이 지인에게 배웠어요.”

“정말요?”

“네.”

“은설님. 지인이란 분은 누구신가요?”

“음, 선생님은 선생님이죠.”

야은설은 히죽 웃었다.

“선생님은 선생님이죠. 그런데 선생님 소개 좀?”

“그건 선생님한테 물어보고요.”

“아 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꽤나 유익한 장면들이 찍혔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그림 나오잖아.’

라다와 야은설의 근육미는 그 정도였다.

운동하는 모습만 틀어줘도 마냥 보게 될 정도.

또한 강지건은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프로게이머하면 비쩍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둘 중 하나던데.’

제대로 운동을 해서 몸을 키우는 선수는 보기 힘들었다.

보통 체력을 중심으로 한다.

운동 잘못했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난리나기 때문에 조심하는 면도 있었다.

옷에 가려져있던 숨겨진 일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잘 하면 대박 나겠어.’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별 말을요.”

“저,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식사 어때요? 제가 고마워서 꼭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우리 많이 먹어요.”

“으으, 좀 싼데로 가도 되죠?”

“음. 그럼 고깃집으로 가요.”

“그런데 얼마나 드세요?”

“인당 삼겹살 3킬로는 먹어요.”

“네?”

어마어마한 양에 다들 놀랐다.

고깃집에 카메라가 세팅 되었다.

녹화가 시작되자 강지건은 웃었다.

“여러분, 오늘은 합방 덕분에 얻어먹게 됐습니다. 제가 많이 먹는 관계로 종목은 돼지입니다. 와인을 가져오지 못해서 아쉽네요.”

록온의 실시간 방송도 오랜만에 켰다.

실시간으로 방송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강지건이 뭔가 한다니 관심을 가지고 온 것.

“하이하이! 안녀엉?”

옆에서 야은설이 고개를 들이밀며 인사하고 라다가 했다.

‘나도!’

황은주도 얼른 끼어들었다. 그때였다.

툭.

“아, 죄송.”

움직이던 라다와 부딪히며 황윤주는 강지건에게 기대게 되었다.

그대로 강지건의 어깨에 기대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사고였다.

> 오우야

> 벌써 취했어?

“아니! 아니에요! 갑자기 밀려서!”

“제가 실수했어요.”

라다가 얼굴을 비추며 변명해주었다.

하지만 떡밥을 물은 시청자들은 놀리는 데 집중했다.

> 그건 나도 봄. 하지만 쓰러지는 각도가 로맨틱각이었어.

> 가슴으로 어깨 압박 오우야

> 귓가에 입술이 닿는 거 같았는데?

> 강지건이 고개 돌렸으면 키스각이었지

“아잉. 아니라고요.”

황윤주의 애교에 놀림은 더 심해졌다.

잘못된 신호다.

놀리는 데 귀여운 반응을 보여주는 맛집이 있다?

그럼 더 놀린다.

더 보고 싶으니까.

가장 좋은 것은 화제 전환을 통한 무시였지만 황윤주는 갑작스러워서 반응을 제대로 못했다.

생방송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흐미 시펄 지들이 여기 전세 냈나?”

근처의 테이블에서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었다.

강지건이 바라보자 남자는 움찔하더니 성질냈다.

“뭘 꼬라봐? 어?”

벌떡 일어나다가 비틀거린다.

술로 인해 붉었던 얼굴이 더 붉어졌다.

분노인지 부끄러움인지 알 수 없는 붉음.

대신 화가 많다는 것을 확실해 보였다.

“넌 뭔데 새끼야? 어? 조용히 밥이나 쳐먹고 갈 것이지.”

성질을 내며 슬쩍 눈을 돌린다.

황윤주를 비롯해 라다와 야은설을 본다.

‘이 새끼 배알이 꼴린 거네.’

강지건은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나가서 얘기하죠.”

“나가긴 뭘 나가 새끼야! 너 내가 만만해 보이냐? 어? 사람 무시해?”

논리를 술과 함께 마셔버렸는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뜬금없다.

하지만 감정 하나만은 일관성 있고 확실했다.

‘퀘스트 설정. 취객 퇴치.’

-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빌어먹을.’

일단 새로운 상황을 만나면 퀘스트를 설정하고 보는 강지건.

취객 상대는 포인트도 주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자 짜증이 확 치솟았다.

“야, 술 쳐마셨으면 곱게 꺼질 것이지 어디 남의 여자 눈독 들이고 지랄이야?”

“뭐?”

“왜 뭐 임마. 너 나 무시하냐? 한 판 뜰까?”

강지건이 티셔츠를 잡았다.

이어서 좌우로 당겼다.

쫘악 늘어나며 찢어지는 옷.

무시무시한 근육질이 드러난다.

술에 취해 시비 걸었던 남자가 주춤한다.

그 순간 라다가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둘을 찍기 시작했다.

“왜? 쫄았냐? 시비 걸더니 왜 닥쳤어? 어? 뭐라고 말 좀 해보던가.”

근육 고릴라가 코앞에서 으르렁거린다.

험상궂은 얼굴에서 보이는 악의.

“죄송합니다.”

분노조절장애는 치료되었다.

마지막 선을 넘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포스였다.

남자는 조용히 계산대로 향했다.

함께 하던 친구들이 따라나왔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선 순간, 참았던 분노가 다시 발작한다.

“아오 씨발!”

뒤를 돌아보며 다시 돌진할 것처럼 굴지만 친구들은 잡아준다.

“야, 야, 참아.”

“그래, 니가 참아. 아까 카메라로 방송도 하는 거 같던데. 찍히면 우리만 엿 된다.”

“에이 썅.”

친구들은 알고 있었다. 가만히 놔둬도 돌진하지 않으리란 것을.

하지만 잡아주지 않으면 쪽팔려서 당분간 보기 힘들어진다.

친구를 위해 잡아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 뒤, 하나의 영상을 보았다.

강지건의 술집 에피소드.

> 야 저거 누군지 몰라도 표정을 보고 싶다.

> 모자이크 치워바라 누군지 좀 보게.

> 목소리 변조도 좀 치우고

> 아씨 야동도 아니고 뭔 모자이크야!

> 함 보여도!

“와씨 좆될뻔.”

“근데 이 자식 프로게이머였어?”

“씨발, 무슨 프로게이머가.”

이스포츠에 관심 없었지만 프로게이머들 사진을 몇 번 본 적 있었다.

보통 프로게이머들은 비쩍 말랐거나 뚱뚱했다.

근육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강지건은 달랐다.

“뭔 조폭 같이 생겨선.”

“난 그거 특수부대 출신 뭐 그런 줄 알았는데.”

“어휴.”

남자는 안티팬이 되었다. 이후 시간만 생기면 강지건을 비롯해 라다와 야은설까지 까는 댓글을 쫓아다니면서 달았다.

한편, 고기집 안.

> 헐. 저걸 다 먹네.

> 대식이 뭔지 보여줄게.

> 사실 저 사람들은 먹방 클럽 회원이었던 거 아닐까?

> 그냥 푸드 파이트 대회에서 만난 거 아닐까?

> 고게 맞는 거 같다. 접점이 없어 보였는데 이제야 보인다.

강지건과 라다 그리고 야은설은 어마어마한 양의 삼겹살을 해치웠다.

우걱우걱.

거대한 상추쌈을 한 입에 다 넣고 씹는데 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고기만 빨리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야채와 밥까지 사라졌다.

쌈장도 몇 번이나 리필했다.

상추가 금값이라 사장님은 울상이 되었다.

슬쩍 리필되는 상추를 줄여서 주니 강지건이 슥 돌아본다.

직접 서빙을 하던 사장은 움찔했다.

고개를 살짝 까닥인 강지건은 쌈을 안 싸고 고기만 구워서 입에 우겨넣었다.

‘아, 고마우신 분.’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다.

야채 대신 다른 밑반찬을 조금 더 챙겨준다. 서비스로 계란찜을 하나 더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감사합니다.”

오는 것이 있으니 가는 것이 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자 속도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먹는 속도가 느려지자 겨우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어떻게 그렇게 드실 수 있어요? 오늘 치팅 데이?”

“평소에도 이렇게 먹어요.”

“네?”

“이렇게 먹어야 몸을 키울 수 있으니까.”

“아니 거기서 더 키운다고요?”

“네.”

“헐!”

‘대체 어디까지 키울려고?’

“혹시 무슨 종목 출전하시게요?”

“아뇨.”

“그런데 왜?”

“방송 찍잖아요. 이 정도는 해줘야죠.”

“아니, 방송해도 다 그 정도 못 해요.”

“그럼 제가 이깁니다.”

“그게 이기는 거라니.”

“결과적으로 윤주씨도 이겼잖아요?”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거야 저 두 분 덕이죠. 어딜 날로 드시려고.”

“그니까 제가 이긴 거잖아요. 내 친구들인데.”

“그거야 친구분들 덕이죠.”

“친구 잘 두는 것도 능력이에요. 억울하면 윤주씨도 좋은 친구 사귀세요.”

“하! 서러워서!”

황윤주는 반주로 함께 시켰던 소주를 원샷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한 번 더 따라 마셨지만 감질맛 났다.

결국 나팔을 불었다.

“아무리 열 받아도 술은 그렇게 마시면 안 될 텐데요.”

“뭼마!”

술병으로 강하게 내리친 황윤주는 외쳤다.

“야! 니 내 친구해라!”

“취하셨어요.”

“안 취해써! 말땅혜!”

혀가 점점 꼬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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