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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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강지건의 이메일은 강지건이 관리하지 않았다.

라다가 관리했다.

라다가 엄청나게 뜬 이후로 강지건이 공개한 이메일로 엄청난 숫자의 제안이 쏟아져 들어왔다.

광고 제안도 상당히 많았다. 물론 라다에게 전해달라는 게 대부분이었다.

스팸과 이런 저런 제안이 엄청나게 많았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이들이 찔러나 보는 심정으로 함께 방송하자며 보내는 이메일도 한 가득이었다.

라다는 기계적으로 복사한 답변을 보내주었다.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지워버리면 이걸 빌미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일이었다.

괜히 매니저가 필요한 게 아니다.

외부의 연락을 받아 정리하는 것만 해도 엄청나게 시간을 잡아먹는다.

만약 여기서 라다가 외부 활동까지 했다면 라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을 것이다.

“흐음.”

광고나 인터뷰 제안은 죄다 매크로 답변으로 처리해버렸다.

대신 합방 요청 메일은 그래도 하나씩 살펴보며 정리했다.

기준 이하인, 가까이 해서는 안 될 부류들은 하나씩 정리해 스팸으로 등록해버렸다.

남자들의 합방 요청도 죄다 거부했다.

‘남자들 속셈이야 뻔하지.’

꿀 빨아보겠다는 속셈으로 보였다.

미녀를 출연시키면 자기 방송에서 좋아할 테니까.

라다에게는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일이었다. 괜한 오해를 사게 될 수 있으니 오히려 나빴다.

그래서 거절했다. 그리고 여자들 중에서도 거를 사람은 걸렀다.

라다가 만들어낸 흐름에 올라타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전부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합방 요청을 해올 이유가 없으니까.

다들 상부상조하자고 하지만 굳이 상부상조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두 거절하지도 않았다.

“얘는 어때?”

“흐음, 괜찮은 거 같아요.”

라다는 황윤주의 위튜브를 보여주었다. 합방 요청을 보낸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럼 같이 해볼래?”

“네.”

야은설을 통해 헬스 인맥은 만들어둘 생각이었다.

강지건의 구상에 검녀 클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헬스하는 애들이라면 그래도 괜찮겠지.’

검녀문의 제자로 들일 사람을 고르기 위한 선택이었다.

“뭐야 이것들은?”

박만혁은 짜증을 냈다.

여행 그리고 헌팅을 주요 콘텐츠로 삼은 위튜버로 인기도 꽤 있었다.

40만 구독자.

합방 요청을 보냈는데 매크로 답변으로 씹혔다.

“하, 진짜.”

“왜?”

“아니 이거 봐. 매크로잖아.”

“크크, 새끼 무시당했네.”

“와! 나! 진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열이 오른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하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순 없었다.

“어쩌긴 기회를 노려야지.”

“가만히 있으면 오냐?”

“하던 대로 해야지. 이런 년들은 악플 좀 당해봐야해.”

박만혁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은밀하게 인터넷 게시판 하나에 예전에 구했던 전혀 모르는 사람의 아이디로 라다에 대한 나쁜 소문을 유발할 법한 말을 올렸다.

> 근데 강지건 채널에만 여자가 둘이네? 무슨 관계일까?

> 썸 타는 관계 아닐까?

> 친구라기에는 어색해 보인다. 나만 느꼈어?

노골적이지 않게.

아슬아슬한 수준에서 의문만 제기하며 줄타기를 했다.

“이러면 열 받은 놈들이 알아서 떠들지.”

얼마 뒤, 박만혁은 글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던졌던 떡밥은 새 글로 만들어지며 불타올랐다.

남을 욕하고 싶은 참기 힘든 욕망을 가진 이들.

각도기 부서진 자들.

그리고 실전을 모르는 급식들이 떡밥을 물었다.

이런 것은 실시간으로 게시판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지 않으면 잡기 힘든 수준의 언론플레이였다.

더구나 알아낸다 해도 문제될 발언들이 아니다.

의혹 정도는 누구나 말해볼 수 있으니까.

확신한 것도 아니고 그냥 물어본 거니까.

악한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본인은 그냥 궁금해서 의견을 올려본 거라고 하면 모호하다.

악의는 서서히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강지건은 한 번 무왕계를 갔다 왔다.

이어서 지구에서는 경기에 나가 승리를 거두었다.

“사인 고마워요.”

제타스 프론트에서는 강지건에 대한 접근을 통제했다.

강지건 덕분에 제타스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런데 언제 한 번 우리 유니폼 입은 사진 하나만 찍어서 올려달라고 하면 안 돼요?”

“응원 부탁해보라는 거죠?”

“네!”

만나달라는 말도 없다.

“그런데 유니폼이 없네요?”

“드리겠습니다!”

프런트 직원이 준비해두었던 유니폼들을 내밀었다.

“알았어요. 부탁해볼게요.”

만나자는 약속은 귀찮지만 이런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었다.

지인 찬스를 쓰는 것으로 포장하면 그만이니까.

라다가 부른 노래의 인기는 떨어질 줄을 몰랐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여러 나라의 인터넷 음원 차트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주로 게임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세대를 통해 퍼져나갔다.

“저, 그런데 정말 친구들 맞나요?”

“네?”

“아니, 요즘 묘한 소문이 퍼져서요. 라다와 은설씨랑 강지건씨가 사귀는 사이라고.”

“그래요?”

사실 더 깊은 관계다.

별로 문제가 될 건 아니다.

어차피 라다도 연예인으로서의 인기는 별로 생각 없었으니까.

야은설도 마찬가지였다.

노리는 건 구독자 수였다.

“이거 소문이 계속 퍼지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하지만 라다씨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라. 스캔들 같은 거 퍼져도 신경 안 쓸 겁니다.”

“하지만 나쁜 소문이 계속 돌 텐데.”

“일단 말은 해볼게요.”

강지건은 대충 답하며 유니폼을 챙겼다.

“어떻게 할 거야?”

“내버려두죠 뭐.”

“괜찮겠어?”

“외부 활동도 안 하는데. 이런 노이즈면 오히려 상관없죠. 영상으로 그냥 친구라고 하면 되요.”

“그래도 될까?”

“네.”

라다는 별 타격을 받지 않았다.

사귄다는 소리가 기분 나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인기가 하락할까봐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지구인들이 전부 절 욕해도 주인님만 제 곁에 있어주시면 되요.”

지구인 전체의 사랑보다 강지건의 사랑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래, 그럼 놔두지 뭐.”

무엇보다 크롭스크의 연예계를 주름잡던 대형 레이블 사장의 딸이었다.

노이즈는 때에 따라선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외부 활동이 없던 스타들은 일부러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한다.

논란을 통해 관심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기행도 서슴지 않는다.

노이즈도 결국 관심이 있기에 생기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면 노이즈도 안 생긴다.

그냥 조용하다.

뭘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때문에 무명의 경우에는 욕이라도 먹는 게 반응이 없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 사귀는 스캔들이야 뭐 상관없죠. 정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연애한다고 사진 한 방 찍어서 올려도 되고요.”

“그럼 속였다고 화내면?”

“그땐 친구였지만 사람들의 반응으로 의식하게 됐다고 하면 되죠 뭐. 어차피 작곡가는 대중에게 어필할 필요가 별로 없으니까요.”

유명 작곡가의 노래라면 흥행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작곡가가 꾸준히 외부 활동을 할 경우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보통은 작곡가가 누군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관심은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집중된다.

가수가 관심의 중심에 선다.

“관계자들에게만 인정받으면 그만이에요.”

사회에서 매장되어야 할 정도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럼 대박이 나는 게 좋겠네?”

“네, 곡 의뢰가 좀 들어왔으니까. 이것만 조율해서 몇 곡 선보일까 해요.”

아티스트 선정도 이미 끝났다.

“누군데? 만나야 해?”

“음, 그거야 저쪽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죠.”

어느새 이야기는 일 얘기로 넘어갔다.

박만혁이 시작한 언론플레이는 두 사람에게 관심 받지 못했다.

데보라 콜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가수였다.

‘아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우연히 알게 된 라다의 노래.

들어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황급히 제안을 던졌다.

‘이 곡을 내가 부르게 허락해주다니.’

나중에 매니지먼트사에서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수많은 가수들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라다는 데보라를 선택했다.

신인 싱어송라이터이지만 가볍게 볼 수만은 없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데보라는 신인 시절 반짝하며 떠올랐다.

압도적인 1위를 찍지는 못했지만 출연했던 광고가 인기를 끌며 상당한 인지도를 쌓았다.

신인이 가진 신선함도 한 몫했다.

하지만 처음에 잠깐 반짝하고 만 것이 문제였다.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나는 것이었다.

괜히 원 히트 원더라는 말이 생긴 게 아니다.

수많은 가수들이 한 번 반짝하고는 사라진다.

물론 그 보다 훨씬 많은 대다수의 가수들은 반짝이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오직 소수만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독차지한다.

그래서 스타다.

문제는 미국 매니저먼트의 시스템 상 반응이 좋지 않은 연예인은 오래 가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특히 가수는 더 심했다.

음반 하나 내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작은 회사의 경우에는 몇 번 실패하면 적자보고 파산하는 수준이다.

데보라가 소속된 회사는 대형 매니지먼트였다.

때문에 어느 정도 버텼다. 회사에서도 기대했다.

‘왜 얘가 이렇게 됐지? 좀 더 하면 뜨지 않을까?’이런 생각으로 지원을 좀 더 해왔다.

하지만 점점 반응이 없으니 회사에서도 포기 직전이었다.

데보라가 라다의 곡을 물어오기 전까지는.

“데보라. 정말 잘 했어. 하지만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이번에 실패하면 아마 재계약은 어려울 거야. 회사에서도 해줄 만큼 해줬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알아, 제이크. 걱정 마. 꼭 성공할 거야.”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런 말은 안 쓴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성공하지 못하면 죽음이다.

파산이다.

한 번 나락에 떨어지면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스캔들을 일으켜 가십의 중심에 서는 방법을 써야할지도 모른다.

“일단 한국에 가면 라다를 만나. 그리고 강지건의 채널을 통해 얼굴을 한국에 알리는 거야. 여기까진 이해했지?”

“응.”

“그럼 이제부터 한국에 대해 배워보자. 두유노 김치하면 무조건 안다고 해야 해. 아니 한 번 먹어보자. 불라면이랑 치킨도 미리 경험해봐야 해. 맛있게 먹는 표정 짓는 거 잊으면 안 돼.”

데보라 콜의 소속사 포스타에서는 코리안 코인을 땡기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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