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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출도
관리실에는 데이터 센터가 들어섰다.
이후 다시 가동하자 데이터 센터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크롭스크의 인터넷과 연결되었다.
수많은 데이터가 데이터 센터로 밀려들어왔다.
크롭스크에서 괜히 데이터 센터를 뜯어낸 게 아니다.
자잘하게 저장 장치를 이용해 저장하는 것이 답답해서 그냥 데이터 센터를 뜯어냈다.
관리실에서 돌리고 있기 때문에 전기세도 들어가지 않아서 좋다.
크롭스크였다면 발전소가 멈추는 순간 데이터 센터도 멈췄을 것이다.
전쟁과 각종 재해에 대비해 자동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놓은 시스템 덕분에 크롭스크의 문명이 아직까지 기능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추게 되어 있었다.
“흐흐흐흐.”
강지건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크롭스크의 수많은 자료들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라다의 도움으로 각 여러 기업들의 자료는 물론 크롭스크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밀들까지.
기밀들에는 굉장히 민감한 기술 정도들이 한 가득이었다.
특히 군사 기술에 대한 것들이 많았다.
제약 회사의 개발 정보.
수많은 연구소들의 데이터도 극초음속 수송기를 타고 가서 뜯어냈다.
문명 하나를 통째로 뜯어내는 것이었다.
또한 도서관도 털고 있었다.
이렇듯 라다가 지식과 정보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겔에서 써먹어야죠.”
굳이 지구에서 장사를 하는데 써먹을 필요도 없었다.
마겔의 문명 발전을 시도하면서 포인트를 벌기 위해서였다.
민감한 수준의 기술들은 지구에서 풀기는 어려웠다.
잘못하면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남 좋은 일만 하는 건 라다도 그리고 강지건도 원하지 않았다.
“천천히 해. 천천히.”
강지건은 배가 불렀다.
“그런데 크롭스크의 생존자들을 만나봤어?”
“아뇨.”
“챙길 생각은?”
“음, 글쎄요? 요구만 심해질 거 같아서 별로던데.”
라다는 단호하게 거부하는 표정을 지었다.
“라다가 싫다면 안 챙겨도 돼.”
“고마워요. 크롭스크 사람들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져서.”
위기의 순간에 서로 돕지는 못할망정 서로 배신하며 상대를 미끼로 던져주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라다도 그러한 희생양이 될 뻔했다.
신뢰가 배신당했던 기억은 지독한 불신을 불러일으켰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라다를 직접 배신했던 사람들과 연관이 없다는 사실은 라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라다의 논리는 간단했다.
“그때까지 살아있던 사람들이라면 하나는 확실하죠. 그 중에 다른 사람을 던져주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수일 거라는 거.”
소수는 희생 당하며 그저 버텼을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라다는 이들을 선별하는데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제 시간은 모두 주인님을 위해 쓰고 싶어요.”
삶의 목적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었다.
“고마워.”
“별 말씀을요.”
수줍게 웃는 라다를 끌어안은 강지건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손이 레깅스 속으로 쑥 들어갔다.
착 달라붙는 레깅스가 누르고 있음에도 강지건의 손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구멍을 살살 만져주자 흥건히 젖었다.
수고꼭지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물이 새고 있어.”
“배관공을 불러주세요.”
“응, 슈퍼 엘리트 배관공이 지금 간다.”
레깅스를 내림과 동시에 대물을 꺼내 구멍을 틀어막았다.
“이런, 얼마나 홍수가 난 걸까? 내 걸로도 안 되는데?”
“하윽! 펌프로 계속 퍼내주세요!”
“그럴까?”
푹찍퍽푹.
펌프질이 이어졌다.
쑥떡쑥떡 철떡철떡.
펌프질이 물이 퍼내진다.
“하응! 아흥! 헤응!”
근육질의 미녀가 어쩔 줄 몰라하며 쾌락에 신음했다.
라다와 한 판 붙은 이후 강지건은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
‘내일은 경기가 있으니 쉬어야겠네. 경기 끝나면 무왕계에 한 번 갔다 와야지.’
전해줄 것이 생겼다.
또한 받을 것도 있었다.
‘제자를 데리고 다니다보면 힘들 거야. 차라리 장갑수송차를 주는 게 낫겠어.’
이제 크롭스크에서는 극초음속 수송기를 타고 다니면 그만이었다.
크롭스크에서는 이제 적당한 전기 트럭으로도 충분했다.
좀비가 된 이들은 죄다 힘을 잃고 쓰러졌다.
죽은 것이다.
길을 방해할 존재들이 사라졌으니 기존의 차량으로도 별 문제는 없었다. 단지 길에 쓰러진 시체들 때문에 길이 많이 불편해졌다는 것이 문제긴 했다.
하지만 치울 엄두는 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인구가 대도시의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지나 시체들이 부패하길 기다리는 게 전부.
그 전에 도시에서 쓸 만한 것들을 모두 챙기는 게 더 남는 장사였다.
강지건이 포인트를 있는 대로 관리실 공간 확장에 쓴 것이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었다.
라다가 일하는 동안 야은설이 돌아다니며 지시한 물건들을 챙겨왔으니까.
어쨌거나 장갑수송차는 이제 크롭스크에서 쓸 일이 없었다.
‘무왕계가 좀 혼란스러워지겠지만 알게 뭔가?’
다른 세계의 문물이 등장하면서 생길 혼란 따윈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생태계 교란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은 없었다.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외계인이 나타난 걸로 치면 되는 거지 뭐. 따지고 보니 외계인 맞네.’
“크크크크크크.”
혼자 웃으며 계획을 정리한 강지건은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글들을 읽었다.
> 강지건 내일 실력 뽀록난다
> 먹방이나 했으면
> 운이야 운 운은 두 번 안 통해
저주를 퍼붓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었다.
강지건은 이들은 가뿐히 무시하고 다른 글들을 보았다.
‘뭘 하고 놀아볼까?’
직업 걱정도 없고 침식에 대한 것도 실마리를 찾았다.
남은 것은 시간을 들여 강해지는 것이 필요할 뿐.
포인트를 벌고 스킬을 습득하면 금방 침식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니 걱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챌린저 1위도 찍어봤고.’
문득 해보고 싶은 일이 하나 생겼다.
‘리그 우승. 세계 우승.’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에는 포기했던 일들인데 막상 기회가 닿으니 해보고 싶어졌다.
‘올해만 하고 끝내자.’
길게 할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매우 짧았다.
강지건이 한 해만 뛰고 은퇴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큰돈을 받고 뛰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리그 평균으로 따지면 최하위권 연봉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일이다.
다음 날, 강지건이 제타스의 선발로 나서는 것이 알려졌다.
그런데 사무국에 제출된 명단에는 강지건과 제타스의 정글러인 한지혁이 함께 라인업에 들어가 있었다.
“어? 이거 잘못된 거 아닌가?”
“그거 맞아요?”
정글러로 활약했던 강지건. 그리고 원래 정글러였던 한지혁.
두 사람이 함께 경기를 뛴다니 리그 사무국에서는 새로운 기대감을 품었다.
“혹시 기가 막힌 새로운 전략을 찾아낸 게 아닐까요?”
“뭐 투 정글? 그게 뭐가 새로운데?”
정글러를 두 명 동시에 기용하는 작전은 이미 오래 전에 실행되었던 것이다.
전설이 이스포츠 종목으로 태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땐 그야말로 혼란스러웠다.
포지션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수많은 작전이 만들어지고 사장되었다.
반짝 한 것도 있고 없어진 것도 있다.
하지만 이 중에 아예 게임의 방향성을 정해버린 것이 바로 라인 개념이었다.
탑, 정글, 미드, 바텀, 서포터.
이와 같은 개념이 정립된 이후에도 혼란은 계속 있어왔지만 차차 방향을 잡아나갔다.
이때도 초창기에 여러 작전들이 실행되었었고 투 정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쓰이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잠깐 허를 찌르는 것은 가능해도 결국 알고 나면 매우 불안정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현재 상태에서는 이에 맞는 조합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성공하면 다시 화제가 되지 않을까요? 잠깐 비원딜 시대가 있던 적도 있었잖아요.”
“그거야 메타상 그럴 수밖에 없던 거고.”
비원딜이 활약할 수 있었던 배경은 결국 메타에 있었다.
비원딜 메타가 열린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혹시 투 정글 메타가 열려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게임사에서도 알지 못한 무언가 있지 않을까요?”
“그걸 찾아냈다면 정말 큰 인기를 얻긴 하겠지. 하지만 아직 확인되지도 않은 걸 기사로 내면 안 돼.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전문가의 말 운운하면서 기사를 내다가 잘못하면 역풍을 맞는다.
게임에 대해서 뭣도 모르면서 함부로 떠들었다고.
공신력이 떨어지면 좋을 게 없었다.
“그럼 그냥 입 다물까요?”
“그래, 그냥 준비만 하고 있어. 그리고 괜히 다른 쪽에 정보 흘릴 생각 말고. 너 때문에 잘못해서 졌단 소리 듣게 되면 수습하기도 귀찮다.”
“알겠습니다.”
사무국에서는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행여나 이야기가 흘러나가지 않도록.
“경기 때까지만 참아.”
“네.”
얼마 뒤, 경기가 시작되고 강지건이 서포터로 간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 헐 서포터라니.
> 걍 우습게 보인 거 아닐까?
> 우습게 보였네.
> 마, 리그 최약체 팀이자너.
> 최약체 배틀러스 상대로는 진짜 서포터가 아니어도 이긴다는 자신감?
> 저러고 져봐야 하는데. 그래야하는데.
강지건이 서포터로 뛴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의아함을 드러냈다.
> 혹시 자기가 서포터를 하면 찬스보다 더 잘 할 자신 있다는 건가?
> 찬스가 배틀러스 에이스인데.
> 아, 찬스만 잡으면 되고요.
찬스 남성균. 배틀러스의 서포터이자 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선수였다.
최약체지만 그래도 서포터의 기량을 발휘해 가끔 경기를 뒤집는 경우가 있었다.
문제는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점.
‘아니 왜 나한테 이러는 거지?’
선발 라인업을 본 남성균은 어이가 없었다.
“성균아. 화내지 말고. 힘 빼. 그냥 혼란 주려고 한 거일 수도 있어.”
“혼란이요?”
“그래, 저 녀석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전부하다시피 하잖아. 서포터 뛴 건 본 적도 없고.”
“하긴.”
“저 녀석 때문에 우리 플랜도 백지화됐고. 어쨌거나 중요한 건 놈에게 말려들지 않는 거다. 어쩌면 네 성격 알고 도발하는 건지도 몰라.”
“알았어요.”
코치의 다독임에 남성균은 분노를 삭혔다.
‘그래, 날 노린 게 분명해.’
하지만 다짐은 잊지 않았다.
‘감히 날?’
삭혔던 분노가 다시 화륵 타올랐다.
“화가 많이 났네.”
인게임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어떻게 할까요?”
원딜인 조명석이 물었다.
“존대 빼고 간단하게.”
“어떻게 해?”
“딜교 고.”
“오키.”
초반부터 어마어마한 딜교환을 위한 무빙에 들어갔다.
원래라면 조합의 특성상 한 쪽이 밀리는 경우에는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
전설의 챔피언들은 각기 능력치와 스킬이 다르다.
구성상 초반에 강한 챔피언이 있는가 하면 중반 혹은 후반에 특화된 것들도 있다.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강해지는 챔피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