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39화 (38/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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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롭고 짜릿해

“여기 자료들입니다.”

강지건이 코치직을 맡게 되었지만 사실 뭔가 코칭하는 일은 없었다.

대신 감독과 코치들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각 팀의 에이스들의 플레이를 재현해주는 역할이 주어졌다.

상대팀에 대한 전략을 세워도 그것이 정말 허점인지 알기가 어려울 때가 있었다.

조합상, 혹은 계산상으로는 약점이라 여겨져서 찔렸는데 오히려 반격을 당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

이런 때에는 무엇인가 계산 미스가 있다고 봐야 했다.

예를 들자면 선수의 기량에 따라 상성은 무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마어마하게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챔피언 간의 상성이 불리한 날에도 상대를 압도해버리는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컨디션이 나쁘면?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픽을 쥐고서도 밀려버린다.

혹은 예상치 못한 플레이가 나와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상대 선수의 기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 상대해보는 것이 최고였다.

하지만 한 시즌에 딱 2번 경기를 붙는다.

연습경기는 연습경기일 뿐 큰 의미를 부과하기는 힘들었다.

전력이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한 시즌에 2번.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면 숫자는 더 늘어나지만 만나지 못하게 되면 딱 4번만 상대하고 끝나게 된다.

이것도 패치에 따라서 선수의 플레이에 변화가 오니 결국 시즌이 지나서 패치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새로운 선수와 붙는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지건은 그야말로 치트키였다.

반반 오대호의 플레이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엄청나게 연습한 결과 결국 압도하며 승리를 거머쥔 제타스였다.

감독과 코치는 자신들의 전략을 전면 재점검하며 새로운 공략을 만들어냈다.

제타스 선수들의 역량에 맞춘 공략법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이뤄져야 하는데 강지건이 이 시뮬레이션의 핵심이었다.

“완전 복사기 수준인데요?”

“저 정도 기량이면.......”

“그래, 세체 소리 들어도 이상하지 않지.”

세체, 세계 최고를 이르는 신조어가 강지건에게 쓰였다.

현재 전설 한국 리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라고 불리고 있었다.

리그의 규모나 자금력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규모나 자금력은 다른 국가의 리그들이 더 뛰어났다.

하지만 세계 대회 우승을 제일 많이 가져간 리그는 한국 리그였다.

현재까지 열린 세계 대회의 우승을 절반 이상 한국 리그의 팀이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중국에게 왕좌를 넘겨준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되찾아오는데 성공했다.

초창기에 우승한 유럽과 대만, 그리고 연속으로 두 번 우승했던 중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리그의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들은 세계 각국의 리그에서 용병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축구에 브라질이 있다면 전설에는 대한민국이 있었다.

그리고 강지건은 이런 한국 리그의 에이스들 플레이를 너무나 손쉽게 재현하고 있었다.

“정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피지컬입니다.”

“만약 강코치가 더 어릴 때 빠르게 데뷔했다면 더 엄청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죠. 지금 저 피지컬인데 어렸을 땐 더 하지 않았을까요?”

제타스의 감독과 코치들은 착각을 하고 있었다.

강지건의 피지컬은 관리자가 된 덕분에 얻은 것.

더 어린 나이에는 그냥 흔한 겜돌이1이었을 뿐이었다.

“강코치님, 진짜 엄청납니다. 대영 정글의 플레이까지 그대로 해내시다니.”

대영은 한국 리그 최고의 팀으로 일컬어지고 있었다.

따로따로 놓고 보면 비슷한 실력의 선수가 없다고 말할 순 없었다.

하지만 팀으로서의 조합은 그야말로 극강.

각 포지션별로 최고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쉽게 막기 어려웠다.

대영은 적은 오직 대영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했다.

그냥 제 발에 걸려 넘어지길 기대하는 게 전부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극강의 팀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패치로 인해 메타에 변화가 오면 약해지기도 한다.

적응하는 동안에는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멍을 만들려면 결국 정글러를 잡아야 하니까요.”

라인전이 반반으로 가고 있다면 결국 정글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정글러의 동선이 게임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세계 대회에서 팀의 우승에 기여하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던 선수의 플레이를 자료만 보고 그냥 재현해버린 강지건이었다.

놀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음, 제가 재현했다고 해도 결국 카피한 수준이니까요. 현실은 다를 수 있죠.”

“따라하는 것만 해도 어딘데요.”

감독과 코치들에게 뛰어난 선수는 필요에 따라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바꿀 수 있는 선수였다.

어떤 메타에서도, 어떤 조합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뽑아낼 수 있는 선수.

플레이 성향을 손쉽게 바꾸는 것은 물론 팀원들과의 호흡을 위해 전혀 다른 스타일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선수는 사랑 받을 수밖에 없다.

작전 실행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강지건은 포지션에도 구애받지 않고 있었다.

어떤 포지션을 시켜도 모두 소화했다.

덕분에 최강이라는 대영과의 경기를 앞두고 제타스의 모든 선수들은 자신들이 맞서게 될 선수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익숙해지는 건 매우 중요했다.

익숙해지면 좀 더 상대하기 수월해진다.

타이밍을 잡을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공격해야 할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건 매우 중요하다. 상대를 읽을 수 있다면 좀 더 확실하게 들어가는 게 가능해진다.

그냥 눈으로 봤을 때와 직접 경험해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경험을 통해 타이밍을 익히면 공략이 더 완벽해질 수 있었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함정을 팔 수 있다.

매번 통하는 건 아니더라도 한 번이라도 저격에 성공하면 상대 선수의 멘탈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원래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실력 발휘를 못하게 막는 거니까.

때문에 한 번 패배로 당황한 선수들이 멘탈을 바로 잡지 못하고 역스윕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강지건은 여러 플레이를 따라하는 것을 퀘스트로 설정해서 포인트를 벌었다.

‘100 포인트라니 짭짤해.’

훈련을 도와주는 일도 퀘스트로 하면 10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다.

강지건은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꾸준히 포인트를 벌었다.

“진짜 선수 등록 한 번 해보지 않으실래요?”

감독인 박동민이 은근슬쩍 권유해보았다.

“선수요?”

“네, 그냥 후보 선수로 로스터에만 등록해두는 거죠. 선수 겸 코치 어때요?”

“으음.”

“물론 선수 겸 코치로 등록하면 선수 연봉도 지급해드릴게요. 최저로 맞춰드릴 수밖에 없지만.”

“제가 선수로요? 그럼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그럴 녀석 없을 겁니다.”

박동민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그럼 하죠 뭐.”

충동이 이끄는대로 대답해버렸다.

‘나라고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대신 제가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일이 생겨도 이해해주세요.”

“그건 걱정 마시지요. 절대 강코치가 비난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감독이 확실하게 지원해주겠다 약속했다.

이쯤 되니 강지건도 욕심이 났다.

‘선수라. 나쁘지 않아.’

프로게이머.

어렸을 때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다.

게임으로 외로움을 견뎌내었던 강지건에게는 꿈의 직업이었다.

결국 코치 계약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 겸 코치가 되어버렸다.

> 와, 고래 이제 선수임?

> 데뷔전 언제?

> 다음 경기라던데?

> 뭐? 대영전인데? 그냥 버리는 건가?

> 대영전이니까 이해한다. 신인에게 경험치 먹여야지.

계약을 하고 몇 시간 뒤, 강지건은 로스터에 등록되었다.

시즌 중이었지만 계약에 문제는 없었다.

강지건은 소속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스포츠 팀에서는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선수를 1군으로 콜업할 수도 있었다.

시즌 도중이라고 해서 딱히 문제가 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제타스의 행보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 대체 강지건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 피지컬 좋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선수 겸 코치?

> 뭐 우린 모르는 뭔가 있겠지.

강지건에 대한 비난은 줄지 않았다.

> 아니 하고 많은 선수 중에 하필?

> 노신인 계약을 왜 하냐구여.

> 팀 운영이 장난인가?

> 제타스 대영전 포기한 건 이해해도 팀까지 포기한 건가? 갑자기 비제이를?

비제이 출신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닌데 비난의 구실이 되었다.

특히 리그의 한 팀은 비제이들이 활동하는 플랫폼 기업인 올프리 티비가 주인이었다.

> 올프리 챌린저스를 갔어야지.

> 아 왜 우리팀 가지고 그래?

> 니네팀은 쟤 한 명 들어가도 별 문제가 없잖아.

> 그 돈 쓰고 그 성적이면 고래가 들어가도 별 문제는 없을 듯.

> 돈 많은 올프리티비.

> 근데 고래는 록온에서 활동하자나.

> 경쟁사의 비제이를 빼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진검승부 아니겠는가?

강지건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았다.

“흐음.”

비난이 빗발치지만 별 감흥은 생기지 않았다.

‘그래봐야 다 내 아랜데 뭘.’

관리자가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지구도 관리할 수 있다.

지금은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었다.

지구인으로 살았던 삶의 기억 때문이었다.

고향 세계이니 별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즐기고 싶었다.

‘한 번 손 대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할 거야.’

이미 문명 개발은 마겔에서 하고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 크롭스크와 무왕계도 침식도를 0%로 만들면 두 세계에서도 개발은 진행될 것이다.

굳이 지구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하루 정도 더 지구에 머물 거야.”

다음 경기에는 꼭 출전하고 싶어졌다.

“저도 응원하고 싶어요.”

“저도.”

“그럼 같이 가자. 참 그 전에 할 일이 있지.”

강지건은 진매령과 라다를 숨길 생각은 없었다.

진매령은 흐뭇하게 웃엇다.

진매령도 결국 라다처럼 미국인으로 등록되었다.

대만계 미국인.

사실 세계의 화교 중에 대만계는 진짜 대만하고 관계가 전혀 없는 경우가 꽤 있었다.

청나라가 멸망하며 중국은 공산당과 국민당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두 세력의 대결에서 패한 국민당은 결국 대만섬으로 넘어갔다.

대륙 본토는 공산당이 차지했다.

이때 당시 외국에 나와 있던 중국인들은 국적을 선택해야 했다.

중국 공산당에 소속되기 싫었던 이들은 결국 대만 국적을 선택했다.

대만은 구경해보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대만 국적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시스템은 진매령을 대만계 미국인으로 둔갑시켰다.

결국 진매령도 미국 국적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이나 미국과는 전혀 상관없는 무왕계의 사람이었다.

대만이나 중국 사람으로 정하게 되면 훗날 문제가 생길까 싶어 한 선택이었다.

다음 날, 강지건은 천천히 일어나 컨디션을 점검해보았다.

데뷔 전이 있는 날.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냐.’

알고 보면 그냥 게임을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강지건은 긴장으로 살짝 떨었다.

오랫동안 동경해왔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1세트 저격. 할 일은 상대 정글러 말려 죽이기.’

강지건은 대영의 정글러인 베어 강대운의 플레이를 그대로 카피했다. 그러면서 동선 움직임에 대한 성향도 어느 정도 파악했다.

심지어 급박한 전투에서 주로 보이는 무브먼트, 혹은 반응까지 캐치해냈다.

여러 패턴이 있었지만 결국 강지건은 이를 잡아낸 것이었다.

초 단위로 변하는 전투 상황 속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읽으며 반응하는 것은 결국 피지컬의 영역이었다.

단 한 번의 클릭, 약간의 움직임이 움직임이 많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한 대만 더 때렸으면 상대를 잡고 전투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데 엉뚱한 움직임으로 모든 것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프로 경기에서도 나오는 일이었다.

주로 예측이 빗나간 경우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상대를 읽고 반응했는데 상대가 예상 밖의 움직임으로 이를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피지컬이 뛰어나다면 이런 실수를 줄이는 게 가능하다.

강지건의 임무는 오직 하나, 상대 정글러를 박살내서 멘탈까지 부셔버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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