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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롭고 짜릿해
한 점. 또 한 점.
묵묵히 승리를 쌓으며 점수를 올렸다.
챌린저 10위권에 올라가자 점수 올리기가 점점 버거워졌다.
계속 만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한 판은 자신의 팀원이었던 사람이 다음 판에 상대 팀으로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10위권에 안착하자 계속 붙는 사람하고 또 붙게 되는 식이었다.
애초에 챌린저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체 랭커 중에서도 한 줌에 불과했다.
아니, 한 줌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0.01%
이마저도 프로게이머들이 이런 저런 실험을 하거나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차지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챌린저의 문턱을 구경해보지도 못한다.
그래서 천상계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구간으로 인정받는다.
한 번이라도 찍어 본 사람은 실력을 인정 받는다.
대리는 예외지만.
어쨌거나 강지건은 챌린저 10위권에 안착했다.
> 미쳫다
> 방송방송방송방송
> 방송할 정신이 있을까?
> 집중하는 중이겠지.
> 방송 때문에 지면 억울할 듯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점수를 체크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많은 전설 비제이들이 강지건의 상황을 체크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한 번 프로게이머를 이기는 건 있을 수 있다.
1:1에서 칼록을 꺾은 사건이 그것.
하지만 팀전에서 상대를 박살내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특히 반반 게임의 달인인 오대호를 박살 낸 것은 전설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불리한 상황에서는 기가 막힌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는 오대호가 힘도 못 쓰고 졌다.
순식간에 강지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소문이 퍼지니 다들 떠들기 시작했다.
써먹기 좋은 방송 소재, 놓치지 않고 문다.
잠깐 점수를 체크하며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내니까.
‘좀 쉬자.’
10위권에 들어가자 쉽지 않은 싸움이 이어졌다.
연승 행진이 한 번 끊기니 승패를 번갈아가며 하게 되었다.
아군이 일부러 던지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같은 팀이 아니고 호흡을 오래 맞춰본 것이 아니다보니 잘 맞지가 않았다.
친하게 지낸다고 해서 호흡이 맞는 건 아니다.
플레이 스타일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선수들은 돌격을 즐긴다.
돌격으로 성과를 거둔 경험이 쌓일수록 더 즐긴다.
한 편, 수비적인 성향의 선수들도 있다.
방어를 하며 상대의 공격을 무효화하고는 카운터 어택을 넣는다.
반격으로 재미를 많이 볼수록 이런 것을 선호하게 된다.
선호하는 플레이는 위급한 순간에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메타에 따라 맞는 스타일이 있다.
때로는 챔피언 혹은 패치에 따라 빛이 나기도 하고 빛바래기도 하는 스타일이다.
더구나 팀에 따라 스타일이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
모든 스타일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쓰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나만 잘 하기도 힘드니까.
선수의 개성은 그리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프로 선수가 이렇다.
랭커들은 더 심하다.
경험이 많이 쌓이면 이런 저런 스타일을 습득하지만 경험이 적을 땐 한 가지 스타일이 고착되는 경우가 많다.
강지건이 승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팀원들의 딱 맞는 스타일이 없이 자꾸 엇갈리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탑 랭커들도 진지하게 하고 있질 않았다.
반쯤은 연습 삼아, 감각 유지를 위해, 혹은 방송용으로 하고 있었다.
챌린저 1위를 찍는다면 좋지만 꼭 해야만 하는 숙제는 아니었다.
가끔 화제를 모으기 위해서 팀원들과 함께 도전하거나 혹은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서 챌린저 1위에 도전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그냥 신박한 픽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게임을 하는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마음에 안 든다고 자신에게 맞추라고 할 순 없었다.
다 솔로니까.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심각하기 트롤링을 하는 게 아니면 그냥 넘어간다.
컨디션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문제니까.
선수들에게 중요한 건 경기지 솔로 랭크가 아니었다.
때문에 강지건은 벽에 부딪혔다.
‘꼭 한 명씩 돌아가면서 예능을 찍는단 말이야.’
한 명이 예능픽을 하면 거기에 호응해주는 경우가 발생했다.
우연인지 서로 친한 선수들이 계속 팀이 갈리며 매칭이 붙었다.
한 명이 예능하면 다른 쪽에서 예능을 해주었다.
진지하게 임하면 점수따고 좋지만 서로 예능을 하면서 일부러 밸런스를 맞추고 있었다.
방송 중이었던 것이다.
시청자들도 친한 친구라는 것을 알기에 예능 대결이라고 했다.
한 물 간, 관 속에 들어갔던 챔피언들이 부활해서 앞에 등장했다.
카운터픽이 너무나 확실해서 최신 챔피언을 픽하면 바로 응징이 가능한 챔피언들.
이런 챔피언들이 다시 프로의 손에 의해 방송에 등장하니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때문에 일부러 카운터픽을 안 고르고 반반을 갈수 있는 픽을 하고 있었다.
과거의 영광이 부활하니 사람들이 다들 환호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신 챔피언을 안 한다고 윽박지를 순 없었다.
‘명분은 나한테 있지만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겠지.’
정치질을 당할 수 있었다.
꼬우면 좀 쉬었다 다른 시간대에 접속하란 말을 듣게 될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강지건은 참았다.
‘아, 역시 챌린저 1위 따윈 스트레스야.’
그때였다.
제타스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고래님. 혹시 지금 솔랭 게임 때문에 곤란하신가요?”
“네, 챌린저 1위 얼른 찍으려는데 좀 그러네요.”
지구에서 틈이 날 때마다 솔로 랭크를 돌렸기 때문에 10위 권에 도달했지만 이후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저, 이런다고 계약을 하지는 않을 건데요.”
“그건 상관없습니다. 다만 고래님이 솔로랭크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안타까워서요. 좀 더 높은 곳으로 가실 분이신데.”
제타스의 프런트는 기분 좋은 말을 속삭였다.
“감사합니다.”
마음이 조금씩 기울었다.
‘괜찮은 사람들이야.’
말했을 때 챙겨주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는데도 챙겨주면 감동을 느끼기 마련이다. 물론 말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환경에서 산 사람은 다르다.
안 챙겨주면 화낸다.
강기전은 아무도 안 챙겨주는 상황에서 커왔다.
챙겨주면 감동 먹었다.
제타스의 선수들이 총동원 되었다.
인맥이 동원되고 선수들이 직접 나서서 강지건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솔로 랭크에서 게임을 돌리며 강지건과 한 팀이 되면 무섭게 싸워주었다.
반대편에 매칭되면 게임을 취소해버렸다.
점수가 깎이는 행동이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더구나 제타스의 인맥에 동원된 선수들도 강지건과 한 팀이 되면 진지하게 어울려주었다.
그 결과 강지건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점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프로들이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니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능픽을 하면서 호응을 이끄는 것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 점수.
중요한 점은 정상의 랭커들이 게임을 안 돌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임을 안돌리니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
결국 강지건은 챌린저 1위를 찍는데 성공했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챌린저 1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점수에 따라 아주 잠깐 1위 자리에 있는 것뿐이라고 해도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천상계 인구는 0.01%.
애초에 발들이기도 힘든 세계에서 1등을 찍는 것이다.
흐름을 타지 못하면 찍기 어렵다.
“흐흐흐흐흐흐흐!”
기쁨이 차올랐다.
‘드디어!’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을 이루었다.
비록 시스템의 힘 덕분에 능력을 얻게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관리자가 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을 때만큼이나 기뻤다.
“축하해요, 주인님.”
“축하드려요.”
곁을 지키는 라다와 진매령이 좌우에서 안겨왔다.
어느새 옷을 벗어던진 두 여인의 나신이 기분을 더 좋게 한다.
승리의 트로피를 얻은 기분.
“흐흐흐, 잠깐만.”
강지건은 제타스에 전화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챌린저 1위 축하드립니다.”
“예전의 그 임시 코치건 하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네, 이렇게 도움도 받았는데. 대신 제가 바빠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는데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대신 연습은 확실히 도와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일단 만나서 자세한 얘기를 진행할까요?”
약속이 잡혔다.
강지건은 거침없이 계약해버렸다.
이스포츠 뉴스란에 강지건의 이름이 떴다.
> 고래 코치 됨.
> 헐.
> 선수가 아니고?
> 나이가 있으니까 코치 아닐까?
> 그래도 피지컬이 아깝다.
화제가 되었다.
20대 초반이면 늙었다고 하기 어렵지만 이스포츠판에서는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가 20대 중반이다.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오래 가지 못한다.
전성기가 무척이나 짧은 것이 이스포츠다.
> 어쨌든 대단하다.
> 근데 뭘 가르칠까? 먹방?
> 크크크. 제타스 먹방가나요?
> 제타스에 간 이유. 먹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 우걱우걱. 바나나 먹는 법 가르쳐주나요?
놀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 제타스 이런데 돈 쓰지 말고 더 좋은 선수나 영입하지.
> 그러게.
불만을 가지는 팬들도 있었다.
하지만 제타스의 프런트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렇게 함께 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제타스의 감독인 박동민은 강지건을 반겨주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시간도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 영상을 좀 봐주시죠. 다음 상대인 버스터의 미드라이너 반반입니다.”
“아, 상대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네요.”
“그렇죠. 하지만 솔로 랭크와 프로 경기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많이 다른 선수입니다.”
영상을 본 강지건은 바로 깨달았다.
‘그땐 진짜 실력의 반도 안 나온 거 같네. 실전에 강한 타입인가? 아니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걸까?’
가끔 스트레스가 높아질수록 집중력이 좋아지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물론 한계가 있긴 하지만 적정 수준의 스트레스가 있어야 제 실력을 내는 것이다.
이런 선수들은 팽팽한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확실히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갑자기 느슨해지기도 한다.
긴장이 풀리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제가 뭘 하면 되는 거죠?”
“이 선수의 스타일로 연습 상대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반반의 스타일을 흡수해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할 거 같은데요.”
“김코치, 부탁합니다.”
코치는 분석한 내용을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아이템 트리부터 주요 챔피언까지.
정보를 습득한 강지건은 연습 몇 번 해보더니 반반의 스타일을 그대로 카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