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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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롭고 짜릿해

지구로 돌아왔다.

라다와 진매령은 검녀 클럽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고 야은설은 무왕계에서 검녀문을 지키게 했다.

‘이제 챌린저 1위를 찍어야지.’

퀘스트 슬롯을 비우기 위해 게임에 접속했다. 그러자 수많은 쪽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대충 제목만 보면서 지웠다.

모르는 사람이 보낸 건 무조건 지웠다.

- 저랑 언제 또 방송해요?

늘보라에게 온 것은 지우지 못하고 잠시 고민했다.

‘얘한테는 이제 더 볼 일 없어.’

과거였다면 여자 비제이와 알게 된 것만으로도 호구처럼 질질 끌려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미녀들을 안을 수 있게 된 강지건에게 늘보라는 그냥 흔녀1이 되고 말았다.

비제이라는 직업도 강지건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 죄송합니다. 챌린저 1위도 찍어야 해서 바빠요.

괜히 일 핑계는 대지 않았다.

강지건의 아이디는 이미 다 까발려진 상황이다.

숨긴다고 숨길 순 없었다.

그러니 확실히 말한다.

‘내가 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강지건은 당당하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또 다른 메시지는 다른 이유로 거부하기가 힘들었다.

- 안녕하세요. 이스포츠 전설팀 제타스 프런트입니다. 강지건님의 도움 덕분에 저희 팀이 이번에 1승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하며 기프티콘을 보냅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신다면 한 번 연락주세요. 따로 제안할 일이 있습니다.

‘오오, 기프티곤.’

기프티콘은 총 10개의 치킨 쿠폰이었다.

‘나쁘지 않아.’

입 싹 닦지 않고 이렇게 정성을 들이니 나쁘지 않았다.

결국 강지건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고래님이시군요. 그렇지 않아도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안하실 게 있다고 들었는데 뭐죠?”

“혹시 임시 코치직 해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네?”

“고래님 실력이 너무 아까워서요. 하지만 일 때문에 바쁘시다고 하시니 가끔 코치로서 실력을 발휘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물론 대우는 다른 코치와 동등하게 해드립니다.”

제타스에서는 강지건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피지컬이 좋았고 무엇보다 여러 가지 요구한 플레이들을 그대로 실행하며 칼록 유민수의 연습을 도와주었다.

칼록은 경기에서 활약한 뒤 코치진에게 말했다.

“진짜 치트키에요. 그 분은. 꼭 잡으세요.”

강지건에게 요구했던 플레이는 상대팀 탑라이너의 플레이였다.

아무리 프로팀끼리 연습경기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실력 파악은 어려웠다.

연습경기에서 보여주는 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실전에서는 많은 게 다르다.

그래서 연습경기에서 파악한 것은 그냥 참고만 할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실전에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경기 영상을 보고 분석해서 최대한 비슷한 실력을 보이는 상대와 맞대결을 해보며 감각을 끌어올린다.

물론 이는 쉽지 않다.

선수와 똑같이 할 수 있다면 선수로 뛰지 연습 상대로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수로 안 뛰는 사람이 드디어 나왔다.

강지건.

연습 파트너로서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상대 탑라이너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제타스는 초반 전략을 준비했고 칼록은 이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만약 강지건이 다른 선수들, 더 뛰어난 선수들의 플레이까지 그대로 재현해낸다면 연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전략 준비가 더욱 수월해지는 것이다.

이는 맞상대 하는 선수를 미리 경험해보며 전략의 허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완벽한 작전도 수행 능력이 없으면 도루묵이다.

감독과 코치가 아무리 완벽하게 분석하고 대응할 작전을 짜내도 선수들의 능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쓸모없다.

그렇다고 선수들을 탓할 순 없다.

모든 것을 생각대로 다 할 수 있는 선수가 그리 흔한 게 아니니까.

이런 면에서 볼 때 강지건의 실력은 정말 아까운 것이었다.

선수로 활동한다면 월드 챔피언이 될 가능성도 있어보였다. 하지만 본인이 일 때문에 프로게이머 생각이 없다고 하니 강권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 임시 코치직을 제안했다.

활동하다보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물론 코치로서 연습 상대만 해주어도 충분히 돈값은 가능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한 제안이었다.

“진짜요? 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자주 돕지 못할 텐데.”

“일주일에 한 번. 딱 한 번이라도 도와주시면 됩니다.”

제타스에서는 통 크게 투자하기로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돈을 벌려면 좋은 성적이 필요했다.

성적이 좋게 나와야 스폰서도 잡기 쉽고 뛰어난 선수들도 영입하기 쉬워진다.

스폰서에게는 돈값을 하는 팀, 선수에게는 몸값을 불릴 수 있는 팀이란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선 성적이 가장 중요했다.

“음, 만약 일주일에 한 번도 어려워지면요? 제가 사업을 시작해서 갑자기 문제가 터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아, 그러신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타스에서는 강지건을 잡고자 모든 수를 던졌다.

‘다른 팀에서 채가면 안 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소문이라도 나게 된다면?

강지건을 영입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그러니 최소한 다른 팀에 넘어가지 않게 붙잡아 두는 게 필요하다고 보았다.

“잠시만요. 생각해봐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그나저나 이번에 또 도와주실 수 있나요? 염치없이 자꾸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아, 그게 저 챌린저 1위 찍으려고 해서 어렵겠는데요. 당장은 힘들고 챌린저 1위 찍으면 그때 하죠.”

“네, 그럼 파이팅!”

“감사합니다.”

강지건은 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가 아쉬운 게 아니야.’

하지만 마음은 이미 굳었다.

‘가끔 게임 연습 도와주고 돈 챙기는 거면 괜찮네. 대외적으로 내밀 수 있는 명함도 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퀘스트 설정. 제타스 임시 코치 되기.’

설정이 끝났다. 보상은 무려 1000포인트였다.

‘이건 직업의 경쟁률을 감안한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게임에 접속했다.

‘1000포인트면 해야지.’

문득 지구에서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눈은 모니터를 보며 손으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딴 생각으로 가득했다.

‘여자를 많이 안을 수 있는 거라면. 일본에서 AV배우라도 해볼까? 근데 얼굴 팔리는 건 좀 그런데. 날 제대로 써줄지도 의문이고. 어떻게 방법이 없나?’

<승리>

게임은 승리했다.

연승을 계속 이어나갔다. 피지컬 하나로 상대를 압도했다.

상대를 압도해주기만 하면 다른 팀원들이 알아서 게임을 굴려주었다.

티어가 챌린저였다.

대다수가 프로였다.

혹은 프로의 운영을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척하면 척.

다들 알아보고 맞춰주니 미드를 장악해주기만 해도 게임은 쉽게 풀렸다.

운영은 엿 바꿔먹고 오로지 피지컬 하나로 상대를 초반부터 압살해버리니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전설 리그 프로게임단 중 가장 인기 있는 팀 중 하나인 버스터.

오대호는 버스터의 미드라이너였다.

게임 닉네임은 ‘반반’.

이름 때문에 오대오라는 별명이 붙어있었고 본인도 이를 그냥 수용해 아예 닉네임에 적용했다.

플레이도 닉네임처럼 그냥 반반이었다.

준수했다.

어떤 선수를 만나도 지지 않았다.

문제는 약팀의 선수를 만나도 압도하는 모습을 그리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

그야말로 반반의 마스터였다.

하지만 팀이 불리할 때마다 기적처럼 되살리는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아무리 불리한 경기라도 기적과 같은 플레이로 반반으로 이끄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압도적인 팀이 인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나 이렇게 불리한 경기를 뒤집는 플레이도 인기 상승의 한 요소가 되어준다.

언더독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때문에 오대호는 꽤 인기가 많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반반을 가져간다고 알려졌으니까.

그런데.

그 신화가 깨지고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야! 좀 잘 해봐!”

“야야야야야야!”

“아니, 거기서 그렇게 들어가면 안 돼지!”

오대호의 방송은 비명으로 가득했다.

계속해서 ‘아니’가 터져 나왔다.

“고래 뭐야? 왤케 잘 해?”

> 미친 자임

> 프로게이머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음

> 제타스 칼록도 발라버린 실력자임

“와, 진짜. 이 정도일 줄이야. 근데 왜 탑을 했데? 천상 미드라이너인데? 황제 라인에 서야지.”

> 님 지금 그 발언 탑을 무시하는 거임?

> 탑라이너로서 들어주기 어렵군.

> 상체의 꽃은 탑이다.

> 탑이 약하면 팀도 약하다. 불문율이지.

> 탑이 강해야 팀이 사는 거 모르나? 요즘은 탑 메타여!

“아니 그게 뭔 소리야. 전설은 미드 게임이지. 미드를 지배해야 경기를 주도하는데.”

> 하지만 탑이 터지면 고속도로가 개통되지.

> 자꾸 그렇게 말하다가 고속도로 개통식을 보게 될 겁니다.

“와 협박은 무슨.”

열심히 게임을 하면서도 입은 멈추지 않았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게임은 이미 졌어.’

중요한 것은 뒷수습이었다.

게임을 하다보면 질 수도 있다. 솔로랭크에서 무조건 100% 승리는 프로도 못한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문제는 자신이 고래, 강지건에게 밀렸다는 점이었다.

“내가 반반을 못했네. 대체 어떤 괴물이길래. 난 어떤 싸움을 한 거지?”

> 못한 거지.

> 실력이 없는 거지.

> 여기 거지.

> 거지.

“아니 왜. 저 분 실력이 최소 프로급이야. 진짜 우리 팀에 스카웃 하면 좋을 거 같아. 말나온 김에 프런트에 연락할게. 여보세요? 핼로우?”

이미지 관리를 위해 방송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오대호는 계속 방송하며 강지건과 한 팀이 되기도 했다.

“와, 편하다. 잘한다.”

탑에 선 강지건은 그냥 고속도로를 뚫어버렸다.

난이도 최강인 칼잡이 챔피언, 칼챔을 잡고 상대를 발라버렸다

초반부터 꾸준히 솔로 킬을 내준다.

덕분에 정글은 탑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정글 동선이 편하게 풀리니 게임이 잘 풀린다.

오대호는 버스 탄 기분을 맛보았다.

“이게 특급 버스구나. 승차감 진짜 좋아. 와.”

20분이 좀 넘은 시간에 승리했다.

탑에서 계속 얻어터진다. 보통 터진 게 아니라 수습을 위해 누구든 지원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다른 라인이 터진다.

더구나 지원을 갔는데도 강지건을 잡지 못했다.

역으로 강지건이 2:1 싸움에서 더블킬을 내버렸다.

“저 분은 탑이 맞네. 천상 탑이네. 우리팀 왔으면 좋겠다.”

> 말 바꾸는 거 봐.

> 미드가 최고라며?

> 고래가 미드 서면 반반은 실업자행.

> 아, 이게 밥통 챙기기구나?

> 여러분은 철밥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계십니다.

강지건이 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수많은 이들이 강지건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강지건의 위튜브 구독자는 다시 한 번 폭발했다.

더불어 방송에 대한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가장 큰 변화는 프로팀들이 강지건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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