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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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

요란한 신음 소리가 손님을 모신 객실에서 흘러나온다.

멀리 대기하고 있던 야은설은 신음 소리를 듣자 침을 꿀꺽 삼켰다.

어린 시절, 몰래 봤던 부모님의 방에서 나던 소리와 비슷했다.

더 크고, 더 음란했다.

갑자기 아이가 된 것처럼 방으로 향한 야은설은 때 마침 열려 있는 문틈 안을 보았다.

아주 미세한 틈이었지만 침상이 보였다.

침상 위에는 라다가 나신으로 몸을 흔드는 중이었다.

거대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동시에 탄탄한 복근이 물결쳤다.

야은설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멋져.’

강지건도 멋졌지만 야은설도 멋지게 느껴졌다.

넋을 읽고 두 사람의 행위를 훔쳐보았다.

얼마 안지나 강지건이 몸을 일으키며 라다가 뒤로 눕게 되었다.

자연히 라다의 상체는 보이지 않게 되었고 강지건의 등이 보였다.

우람한 등근육이 꿈틀거리는 모습에 야은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더구나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단단한 바위 같은 엉덩이와 가랑이 사의 거대한 대물이 보였다.

“아.”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육중한 대물이 라다의 구멍을 찔러대고 있었다.

한껏 벌어진 살구멍에 라다는 신음했다.

그때 강지건이 뒤를 돌아보았다.

‘앗!’

야은설은 가슴이 철렁해 후다닥 도망쳤다.

‘걸렸어! 혹시 날 봤을까?’

잠시 뒤, 문이 열렸지만 쫓아오는 기색은 없었다.

금방 문이 닫히고는 다시 야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으.’

야은설은 다시 훔쳐볼 용기가 나지 않아 자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새벽이 와서 신음이 멈췄을 때, 야은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다.

다음날, 강지건은 매화검후와 아침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 제 소개장이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대영표국을 찾아가시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세계에서 온 강지건에게는 이해 못할 무공비급보다는 옆에서 도와주는 도우미가 더 좋은 보답이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매화검후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질문을 던졌다.

“이곳 사람도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습니까?”

“저와 계약한 사람만 갈 수 있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서번트가 되는 방법 밖에 없지.’

서번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매화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제 제자와 계약을 맺어주시겠습니까?”

“갑자기 그런 제안을 하시는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번 혈마교에게 습격 당했다.

언제 다시 습격당할지 몰랐다.

강지건이 계속 머물며 지켜준다면 모를까 여러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했으니 보호해주길 바라긴 힘들었다.

“검녀문의 맥이 끊어져선 안 됩니다.”

문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제자를 강지건의 세상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검녀문의 모든 무공비급과 함께.

“언제 습격해서 멸문당할지 모릅니다. 사문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이 방법 밖에 없스빈다.”

“그럼 문주가 계약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네?”

“문주와 제자 한 명을 선택해서 계약하면 도움을 드릴 순 있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사실 제겐 특별한 능력이 있죠. 무공을 순식간에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계약한 서번트도 마찬가지죠.”

“정말입니까?”

매화검후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공을 단숨에 배운다고?’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여기 라다는 원래 무공을 전혀 몰랐습니다. 함께하게 된 지 한 달도 넘지 않았죠.”

“정말입니까?”

매화검후가 보기에 라다도 엄청난 힘을 지닌 것으로 보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무가의 자식이어도 힘든 경지에 한 달도 안 되어 도달했다는 말에 경악했다.

“네,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계약하면 금방 탄로날 일을.”

“그럼 제게도 그 힘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대신 절 도와주셔야 하죠.”

매화검후는 잠시 고민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경건히 인사를 하는 매화검후였다.

“결정하신 겁니까?”

“네.”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한 번 계약하면 절대 무를 수 없습니다.”

“하겠습니다.”

사문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어차피 다른 도움을 기대할 순 없어.’

산속의 작은 문파일 뿐이었다. 혈마교의 노림을 받는 이상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지키기 위해선 강한 힘이 필요했다.

죽은 제자들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힘이 필요했다.

‘필요하다면 이 몸을 던져서라도.’

강지건이 침대로 끌고 간다면 기꺼이 안길 의향이 있었다.

‘혈마교.’

원한이 그만큼 깊었다.

도망치거나 숨을 생각만 했었지만 이젠 달라졌다.

기다리고 있다가 오는 족족 잡아 죽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좋습니다. 그럼 계약하죠.”

강지건은 웃으며 계약을 시도했다.

- 매화검후 진매령과 서번트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하겠다.”

- 강지건과 계약 하시겠습니까?

“하겠습니다.”

메시지가 뜨자 매화검후는 당황하지 않고 답했다.

- 서번트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 매화검후 진매령이 서번트가 되었습니다.

서번트로서의 일은 라다가 설명해주었다. 자신의 능력을 보는 것부터.

“그럼 일단 제 말을 증명하기 위해 가볍게 무공 하나 전수해주죠.”

저렴하지만 또 유용한 무공, 육문공을 사주었다.

“아!”

순간 매화검후는 탄성을 내질렀다.

갑자기 육문공의 무공구결이 뇌리에 떠올랐다.

마치 오래전부터 익히고 있었던 것처럼 선명했다.

살짝 기를 돌려 수련을 위해 육문공을 돌리자 금방 효과가 나타났다.

‘익숙해. 마치 어렸을 때부터 배운 걸음마처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주군, 제게 힘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매화검후는 애원했다.

간절했다.

“흐음, 일단 라다와 얘기해봐. 서열은 라다가 위라는 것 잊지 말고.”

“네, 주군.”

나이는 매화검후가 더 많았지만 그런 것에 의의를 두지 않았다.

라다는 천천히 강지건이 익힌 무공과 자신이 익힌 것을 알려주었다.

이제는 한 팀이 되어 움직이게 되니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알고 있는 무공을 알려주셨으면 해요.”

“하지만 그것은.......”

“사실 주인님이 작정하신다면 당신의 무공은 구할 수 있습니다.”

“네?”

“주인님에게는 다른 세상의 문물을 손에 넣을 수단이 있어요. 무공을 전수하는 것을 경험해보셨으니 알겠지만 그냥 대가를 치르기만 하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믿지 못하겠어요. 그건.”

매화검후는 망설였다.

사문의 무공은 지켜져야만 하니까.

주군으로 모셨다고 해서 무공을 모두 넘길 순 없다.

무인에게 있어 사제 관계는 부모 자식 관계와 같다. 군신 관계가 중요하다고 한들 무공이 우선이었다.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던 강지건은 웃었다.

“검녀문의 입문무공인 도화검무부터 시작해서 장문인들만 익힌다는 매화검무까지 내가 익히고자 하면 못 할 건 없어. 그리고 후반부가 실종된 난화검무도 난 완벽하게 배울 수 있어.”

“허억!”

검녀문에서 사용하는 무공은 외부에 알려졌다.

도화검무는 물론 장문인들이 쓰는 매화검무도 이름은 알려진 상태.

하지만 난화검무에 대한 이야기는 200년이 넘도록 오직 검녀문의 장문인들의 입으로만 전해진 내용이었다.

후반부가 없어 완벽하지 못한 무공.

하지만 검녀문의 그 어떤 무공보다 뛰어난 무공이 바로 난화검무였다.

외부에는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강지건의 입에서 난화검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그럼 제가 익히게 해주세요. 만약 사실이라면 제가 아는 모든 무공을 내놓겠습니다.”

강지건은 웃었다.

* 난화검무 - 1,000 포인트

바로 매화검후가 익히도록 해주었다.

“아아! 드디어!”

난화검무의 내용이 머리에 떠올랐다.

서둘러 공터로 달려가 난화검무를 펼쳐보았다.

검무를 펼치자 허공에 난이 그려진 듯 공간이 갈라졌다.

마지막 순간 꽃을 그리듯 검무를 추었다.

간결하면서도 서늘한 검의 꽃이 피어났다.

넋 놓고 보고 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목이 떨어진다는 난화검무였다.

전대 장문인으로부터 들은 그대로 검무가 시전되자 매화검후는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난화검무가 검녀문에 돌아왔습니다.’

잠시 흐느껴 울던 매화검후는 다시 돌아와 강지건에게 절했다.

“난화검무를 검녀문에 돌려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이젠 믿겠지?”

얼마 전부터 편하게 자신을 대하던 강지건에게 매화검후는 싱긋 웃어보였다.

“그런데 제게 가르쳐달라고 하신 연유가 있으신지요?”

“무공을 구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해. 일을 해야 하지. 그러니까 그냥 구할 수 있는 건 그냥 구하고 싶은 거야.”

“알겠습니다. 검녀문의 무공을 전부 내놓겠습니다.”

검녀문의 모든 무공은 이미 강지건의 손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굳이 버틸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좋았어.”

강지건은 흐뭇하게 웃었다.

“우선 네 무공부터 올려보자.”

강지건은 활생공과 초월의 날개까지 사주었다.

덕분에 포인트가 많이 깨졌지만 아직 여유가 있었다.

‘여유구먼.’

새로운 무공들을 연달아 받은 매화검후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헌데, 주군 이 초월의 날개라는 것에서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있습니다.”

“뭔데?”

“초능력이라 한 부분입니다.”

“음, 그건 또 다른 힘이야.”

“제가 배울 수 있겠습니까?”

“이걸 배운 방법이 좀 그런데.”

강지건은 라다가 초능력을 얻게 된 계기를 알려주었다.

마겔에서 섹스를 한 뒤에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놀라버렸다.

“소첩을 안고 싶어서 하시는 말씀이라면 거짓말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언제든 소첩을 부르시면 됩니다.”

매화검후는 진실을 알고자 했지만 대답은 같았다.

‘어찌 그런.’

부끄러웠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장문인이긴 하지만 사실 처녀인 매화검후였다.

검녀문의 여인들은 한 번 입문하면 죽을 때까지 남자를 멀리했다.

오직 검을 수련하며 살다 죽었다.

검녀들에게 검화란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이는 남자를 가까이하다가 무공을 유출할 위험이 있기에 세워진 규율이었다.

직계 제자들은 모두 규율을 따라야만 했다.

하지만 이젠 지킬 이유가 사라진 규율이 되고 말았다.

‘주군께서 무공을 다 익히실 수 있으니.’

강지건이 마음만 먹으면 세상에 널리 퍼트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루 정도 이곳을 떠나야 한다니. 불안하옵니다.”

“딱 하루야.”

“으음.”

결국 매화검후는 하루를 비우기로 했다.

얼마 후, 세 사람은 마겔로 향했다.

“여기가 마겔.”

원시 세계 마겔에 도착하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의혹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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