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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

무공 수준만 놓고 보면 현재 덤벼드는 혈마교의 무리는 별 볼 일 없었다.

매화검후 혼자서도 다 쓸어버렸을 것이다.

허나, 이상한 힘을 얻게 된 혈마교인들은 쉽게 죽지 않았다.

몸에 상처가 나도 다시 재생하기 일쑤였으며 기이한 힘을 이용했다.

“사술이냐!”

이 때문에 싸움이 굉장히 불리했다.

“너만 항복하면 된다니까 그래.”

“죽어라!”

매화검후 진매령은 계속해서 저항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치욕을 당할 순 없었다.

차라리 죽을 생각이었다.

‘죽자!’

목숨을 도외시한 공격이 이어졌다.

혈마교의 무사들은 목이 날아가며 하나둘 쓰러졌다. 하지만 매화검후의 몸에도 상처가 하나둘 늘어났다.

“크으.”

출혈이 심해지니 점점 몸이 무거워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공이 잘 모이지 않게 되었다.

이어질 듯 하면서 끊기는 상황이 이어지니 더 이상 싸움은 어려웠다.

하지만 매화검후는 발악했다.

최후까지 항전하기 위해서.

“문주님!”

“문주님을 지켜라!”

아직 살아남은 검녀들이 매화검후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

하나둘 쓰러져나가는 검의 꽃들.

“아깝다. 아까워.”

혈마교의 인물은 혀를 찼다. 부하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때였다.

꽈릉!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싸움이 일어나는 현장을 본 강지건은 한탄했다.

“아아, 이럴 수가.”

예쁜 여자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에 눈이 돌아갔다.

“이 나쁜 놈들! 아니 왜!”

충동에 몸을 맡겨버렸다.

선악의 구분 따윈 하지도 않는다.

그냥 마음에 드는 편이 우리 편이다.

꽈릉!

일단 번개를 던졌다.

혈마고의 무사 하나가 번개를 맞고는 터져나갔다.

살점이 사방으로 튄다.

“누구냐!”

꽈릉!

대답대신 번개를 날려준다.

“뇌! 신!”

감각에 걸리는 혈마교의 무사들이 느껴진다.

번개가 번쩍하면 터져나갔다.

“으아아! 괴물!”

“괴물이다!”

혈마교의 무사들이 주춤거리다 도망치려 했지만 어림 없었다.

“어딜!”

뒤늦게 달려온 라다가 염력으로 모두 묶어버렸다.

“간다! 뇌! 신!”

동시에 여러 개의 번개를 소환하며 휩쓸었다.

적을 터트린 번개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휩쓸었다.

퍼퍼퍼퍼퍼퍼펑!

죄다 터져나갔다.

지휘를 하던 혈마교의 간부도 그냥 터졌다.

“아! 이런!”

다 죽이고 나서야 강지건은 깨달았다.

“퀘스트!”

얼마나 분노했는지 퀘스트 설정도 잊었다.

“으아아아아아!”

퀘스트가 날아갔다는데 원한이 생겼다.

이성은 없다.

오로지 충동만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주인님!”

“크으.”

라다가 달려와 꽉 끌어안은 뒤에야 분노가 가라앉았다.

키스를 받자 그제야 기분이 좀 풀렸다.

“화 푸세요.”

“고맙다, 라다.”

두 사람의 이질적인 모습에 놀란 검녀문의 생존자들은 얼어있었다. 하지만 문주인 매화검후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은공께 감사드립니다.”

일단은 인사다.

알아듣지 못하는 인사에 강지건은 정신을 차리고 바로 언어를 구입했다.

‘무왕계 공용어.’

무왕계는 특이하게도 공용어가 존재했다. 각 지역마다 혹은 인종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가 따로 있긴 했지만 공용어를 통해 서로 소통이 가능했다.

“제 이름은 강지건입니다. 여기는 제 연인인 라다.”

“반갑습니다. 저는 검녀문의 문주를 맡고 있는 진매령입니다. 혹시 어디서 오신 분들이신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우린 다른 세상에서 왔습니다.”

강지건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답했다. 무왕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거짓말할 수도 없었다.

그냥 솔직하게 오픈해버렸다.

“그러시군요.”

매화검후 진매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나 보인 능력은 경천동지할 정도였다. 매화검후가 달려든다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입고 있는 갑옷 또한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절대 무왕계의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혈마교와 원한이 있으셨나요?”

“혈마교가 뭡니까?”

“방금 은공께서 잡은 이들이 혈마교 소속입니다.”

“아, 그냥 나쁜 놈들 같아서.”

“그러시군요.”

대화를 하며 매화검후는 강지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성격이 급하고 호색한 거 같다.’

좀 더 침착한 사람이었다면 싸움을 멈추게 한 뒤에 전후 사정을 살폈을 것이다. 여자라고 해서 꼭 선한 것은 아니었다. 무왕계에는 요녀들이 모인 악한 집단도 존재했으니까.

또한 사악해 보인다고 모두 나쁜 것도 아니었다.

나쁜 일을 하는 거 같지만 은밀히 이웃을 돕고 정의를 수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때문에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강지건은 겉만 보고 판단했다.

‘아마 우리의 미모를 보아서 그런 거겠지.’

검녀문의 여인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딱히 아름다운 여자만 뽑는 게 아니었다.

검을 수련하다보니 일단 몸매가 관리된다. 내공을 쌓다보니 피부가 좋아진다. 여기에 익히고 있는 무공도 여인에게 적합한 것이어서 효과가 더욱 뛰어났다.

아름다운 검무가 검녀문의 시초혔다.

이 때문에 검녀문의 무공은 미적인 부분이 많이 발달했다.

‘그래도 강한 무력을 가진 사람.’

강지건이 가벼운 사람이라고 하지만 적대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속셈이야 어찌 되었든 일단 검녀문을 도와준 은인이니까.

“은공을 대접해야 하지만 현재 사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혹시 바쁘지 않으시다면 잠시 머물면서 기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습격을 받아 여기저기 난장판이었다.

시체를 치우고 수습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본 강지건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매화검후는 제자를 강지건과 라다에게 붙여주었다.

야은설.

검녀문의 제자인 야은설은 사저들의 희생으로 겨우 살아남았다.

입문한지 얼마 안 되어 전투력이 부족했다.

눈물을 흘리며 사저들이 죽어가는 것을 동기들과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번개와 함께 강지건이 나타났다.

번개의 화신.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강지건은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혈마교의 무리를 휩쓸어버렸다.

가타부타 말하고 뭐고 그런 것도 없다.

갱생 시키려는 의지도 없었다.

그냥 죽였다.

강지건의 강력한 모습을 본 순간 야은설은 푹 빠져들었다.

‘멋있어.’

사문을 위기에서 구해준 남자.

뭐라고 소리칠 때, 굉장히 야한 옷차림의 여자가 나타나 안아주며 분노가 멈췄다.

여자의 전신은 모두 갑옷과 같은 것에 뒤덮여 있었으나 몸에 쫙 달라붙었다.

덕분에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무왕계에서 이런 몸매를 드러내는 옷은 여자에게는 금기에 가까웠다.

기루의 창녀도 입지 않는 옷이다.

갑옷으로 가려졌다 한들 몸매가 확연히 드러나니 벌거벗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보고 있자니 민망할 뿐이었다.

문주인 매화검후와 이야기를 마치자 안내를 맡게 된 야은설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뇨, 그냥 옷이 신기해서.”

“이거요? 강화외골격이라는 겁니다. 전투 갑옷쯤 되죠.”

“하지만 몸이.”

“몸이?”

“너무 달라붙는 거 아닌가요?”

이야기를 듣던 라다가 웃었다.

“혹시 여기선 입으면 안 되나요?”

“그게, 몸을 그렇게 드러내놓고 다니는 것 같은 모습은 좋은 말 듣지는 못해요.”

“그렇군요. 그럼 적당한 무복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기다려주세요.”

야은설은 강지건과 라다를 위한 무복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가져온 무복을 대충 걸친 두 사람은 편히 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운치가 있어.”

“그러게요. 이렇게 후원만 보면 평화로운데.”

밖은 시체가 즐비했다.

아름다운 곳에서 검을 익히던 여인들은 졸지에 날벼락을 맞았던 셈이었다.

잠시 정원의 풍경을 즐기고 있으니 야은설이 차와 다과를 내왔다.

쌉쌀한 맛의 차와 산뜻한 느낌의 과일향이 나는 과자였다.

“음, 좋군요.”

“더 드릴까요?”

야은설은 시녀처럼 주변에 대기하며 떠나질 않았다.

“바쁘신 일 있는 거 아니신가요?”

“은인을 모시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딱 잘라 말하는 야은설은 미소를 지었다.

그늘진 미소였다.

사문이 공격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죽은 상황이었다.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뭐라 위로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은인이 아니었다면 멸문 당했을 겁니다.”

“그런데 습격자들은 어떤 존재들입니까?”

라다가 조금씩 정보를 습득했다.

혈마교, 검녀문.

무왕계의 세력들은 정사로 나뉘어져 있던 것까지.

“혈마교에서 갑자기 강력한 자들이 나타났다고요?”

“네, 그리고 천마와 검마라는 자들이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어요.”

“흐응?”

이야기를 들은 강지건은 딱 느낌이 왔다.

‘갑자기 강해져? 상처 입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덤벼?’

무공만 놓고 보면 별 거 아닌 자들이 신비한 힘을 갖게 되자 강한 고수들과 맞먹기 시작했다.

“이건 마치 마계수 같군요.”

“그래, 침식당하고 있는 자들이 마도 녀석들인 거 같아.”

힌트는 얻었다.

강지건은 바로 퀘스트를 설정했다.

“무왕계의 침식도를 0%로 만든다.”

- 퀘스트를 설정하셨습니다.

보상은 예상대로 30만 포인트.

‘마정을 구해서 파괴하면 되겠지.’

혈마, 천마, 그리고 검마를 차례로 목표로 삼아 퀘스트를 설정했다.

그 결과.

혈마 - 3만 포인트

천마 - 3만3천 포인트

검마 - 3만8천 포인트

삼마의 목에 걸린 포인트가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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