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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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나날의 시작

방송을 끈 상태에서 계속해서 게임을 하며 점수를 쌓았다.

강지건의 랭킹은 실시간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이는 랭킹 사이트에 반영이 되었다.

> 와, 고래 봐라. 이제 곧 챌린저 찍을 듯.

> 연승 뭐냐.

> 저거 핵 아니냐?

> 핵은 무슨.

> 핵무새들 지겹지도 않냐. 뭐 지들보다 잘 하면 무조건 핵이래.

> 저게 말이 되는 플레이냐고.

잘하는 사람에게는 필연이라 할 정도로 따라붙는 의심이 바로 핵 사용 의혹이었다.

게임 플레이를 더욱 원활하게 보조해준다고 하지만 실상은 보조가 아니다.

상대를 박살내는 게 핵이다.

어지간히 못하는 게 아닌 이상 핵으로 다 박살낼 수 있다.

> 저 구간에서 저 승률이 말이 되냐고.

> 아, 의심이 지나치니 혹한다.

> 본인이 검증해야지 별 수 있나.

게임사에 신고도 들어갔지만 게임사에서는 강지건을 핵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높은 티어에서 핵 사용자가 물을 흐리면 게임에 악영향이 생기니 게임사에서도 신경을 쓴다.

하지만 강지건은 핵 사용자가 아니었다.

순수 실력.

> 게임사에서 순수 실력이라고 하던데.

> 그냥 못 잡은 거 아니고?

> 이건 불러서 확인해봐야 한다.

이어서 여러 비제이들이 슬쩍 비난을 하며 방송 콘텐츠로 삼았다.

핵이 아니라면 증명을 해보라는 식이었다.

결국 수많은 합방 쪽지를 받고 사정을 알게 된 강지건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할까? 말까?”

사실 안 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도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주인님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일단 이건 검증하고 가는 게 맞겠어. 퀘스트 설정. 핵 사용자 아니라고 증명한다.”

- 퀘스트가 설정되었습니다. 보상은 50 포인트입니다.

“오, 50포인트면 해야지.”

이젠 좀비 500마리 잡아야 50포인트다.

결국 프로 리그 해설가와 합방을 스케줄을 잡았다.

당장은 힘들었고 시간을 조율해야만 했다.

크롭스크에서 좀비를 사냥하며 라다의 부친을 찾기 위해 움직이다 시간이 다 되자마자 지구로 돌아온 강지건은 바로 움직였다.

해명 방송을 하기 위해 해설가를 찾아갔다.

보통 한 스포츠 종목의 해설가들은 나이가 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스포츠는 달랐다.

역사가 매우 짧기 때문에 해설가의 나이가 젊어도 별로 이상할 건 없었다.

“안녕하세요. 고래님.”

“안녕하세요. 막타님. 팬입니다.”

“하하! 정말요?”

“네! 정말이죠!”

“하하하! 이거 정말 귀한 분을 모셨네요.”

생방송되는 현장, 채팅창의 분위기는 자유롭기 그지없었다.

> 막타의 팬이었다니 거짓말 마라.

> 막타는 팬이 없다.

막타 임동재. 전설 초창기에 데뷔했던 선수로 세계 대회 준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도 막타의 실력을 인정해주지는 않았다.

그냥 얻어걸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한 가지 인정받는 것이 있었으니 그야말로 막타.

라이너가 다 잡아놓으면 귀신같이 나타나 막타를 치고 킬을 먹었다.

“막타치는 실력은 정말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도 보면 이게 보통 플레이가 아닌데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 못해요.”

> 우리가 전알못이었다고?

> 그래서 님 우승 몇회?

> 아, 그래서 막타처럼 세계 준우승 해봤냐고. 막타도 잘 해.

> 손이 뇌를 따라가지 못한 막타를 욕하지 마라.

> 뇌와 손의 부조화를 대표하시는 막타님이시다.

분위기가 후끈후끈했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프로 제안 많이 받으셨을 텐데 정말 생각 없나요? 보여준 실력만 놓고 보면 당장 1군 라인으로 서도 어느 정도 될 거 같은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생활 패턴 문제라서요. 게임에 전념하긴 힘들 거 같습니다.”

“아, 그건 어쩔 수 없죠.”

막타는 강지건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진짜라면 정말 프로급인데.’

난이도가 1티어에 속하는 챔피언들을 너무나 쉽게 사용하는 강지건이었다.

제대로 쓰지 못하는 프로도 상당한 챔피언들이었다.

쓸 줄 아는 것과 써서 승리를 따내는 건 다른 레벨이었다.

강지건은 자신의 주력챔처럼 너무나 능숙하게 사용하고 슈퍼플레이를 반복했다.

애초에 난이도가 어렵지만 제대로 쓰기만 하면 슈퍼플레이가 터지는 챔피언들이긴 했다.

문제는 슈퍼플레이를 못하면 망했다고 봐야 하는 챔피언들이라는 것.

어려운 챔피언을 잘 한다면 조금 난이도가 낮은 챔피언들도 어렵지 않게 다룰 순 있을 터였다.

숙련도의 문제일 뿐이었다.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며 방송 시간을 좀 떼운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 다들 의혹을 가지고 계시니까 한 번 풀고 가죠.”

게임이 시작되었다.

강지건은 평소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압살.

“오오, 이 분 진짜 잘 하시네요. 그냥 막타를 다 쓸어 담는데. 제 후계자 하실래요?”

“그건 좀.”

> 막타를 치면 막타의 후계자

> 나도 막타

> 내가 막타

> 막타 거절 당함

> 팬이라며!

“이분 실력 진짜 엄청나요. 프로급 피지컬인 건 확실하고요. 절대 핵 사용자 아닙니다.”

> 공식 해설자가 인증했다. 논란 끝이다.

> 와, 진짜 어마어마한 실력.

> 우리 팀에 와주지 않을래? 우린 너와 같은 뛰어난 미드가 필요해.

> 우리 팀으로!

> come to usa!

> 우사국은 꺼져라.

게임은 강지건이 속한 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지건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상대를 박살냈다.

“진짜 엄청난 피지컬이에요. 상대를 예측하고 움직이는 거 어떻게 하는 거죠? 공격이 들어올 걸 알고 있었나요?”

“음, 하다보니까 보이더라고요.”

그때였다.

막타의 폰으로 메시지가 떴다.

“어? 제타스의 유민수 선수네요.”

“칼록 선수요?”

제타스의 칼록 유민수. 탑라인에 서는 선수로부터 한 판 붙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한 판 하자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해도 되나요?”

“네, 해보시는 게 어때요?”

칼록은 인터넷 방송을 하다 누가 더 피지컬이 좋은지 붙어보라는 시청자와의 내기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탑라인에 서는 칼록도 피지컬이라면 어디 가서 밀린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자부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 있었다.

하지만.

“음, 이거 음.”

>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발리는 현장

> 프로급 아마추어 등장

> 괜히 프로급이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

1:1 대결에서 강지건이 유민수를 박살내고 있었다.

> 칼록 지금 샷건 침

> 엔터 키 뽑아!

“칼록선수! 진정해요! 징계 징계 징계!”

분노를 참지 못한 탑 라이너들은 기행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욕설은 너무나 흔해서 기행 축에 잘 끼지도 못한다.

괜히 탑신병자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었다.

칼록은 욕설은 하지 않고 재대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같았다.

피지컬만 놓고 싸우는 것으로는 강지건을 이길 수 없었다.

지구 최강 피지컬을 가진 사람이 바로 강지건이었으니까.

이 때문에 피지컬 비중이 높은 스포츠에서 세계 챔피언을 먹는 것도 퀘스트로 설정이 안 될 정도였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1:1 승부 승리. 보상 10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게임이니까 그나마 포인트를 주고 퀘스트로 인정해주는 정도.

“제가 일대일은 자신 있어요. 그런데 진짜 경기에서 붙으면 모르겠네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죠.”

막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칼록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칼록은 리그에 소속된 선수였다.

선수의 위상이 너무 구겨지면 해설자인 막타의 입장도 좋지만은 않다.

“어쨌거나 정말 대단한 피지컬인데 이렇게 썩히다니 아깝긴 하네요.”

“나이가 있으니까요. 저도 제 인생 챙겨야죠.”

“그쵸. 인생 중요하죠.”

분위기는 곧 정리되었다. 프로도 솔랭을 돌리다보면 질 때가 있으니까.

솔로 랭크에서 몇 번 졌다고 프로 자격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팀 게임이니까.

“자, 그럼 게스트분께서 돌아가실 테니 잠깐만 쉴게요. 인사 좀 하고 오겠습니다.”

잠깐 방송이 중지되었다.

“오늘 정말 수고하셨어요.”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막타 임동재가 강지건을 부른 것은 우연이었다. 사실 합방 요청을 한 사람들은 꽤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막타였을 뿐.

강지건은 제안을 한 사람 중에 가장 게임에 대한 영향력이 높은 막타를 선택했을 뿐이었다.

막타가 해설가라고는 해도 부수입을 위해 인터넷 방송을 했다. 강지건은 여기에 여흥을 안겨줄 좋은 콘텐츠였을 뿐이었다.

서로의 조건이 맞아 성사된 방송.

분위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다음에 또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꼭 연락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좋게 헤어졌다.

막타도 강지건도 모두 윈윈했다.

손해를 본 것은 1:1 대결에서 박살난 칼록뿐이었다.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1:1에서 졌다.

프로보다 피지컬이 뛰어난 아마추어가 있다.

방송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 와 실화냐?

> 칼록이면 어중이 떠중이도 아닌데.

> 리그 탑쓰리 탑 아님?

> 팩트: 한국 리그는 탑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 팩트: 코리안 탑은 언제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 팩트: 오직 넘버원만이 진짜 탑이다.

> 마지막 팩트는 탑이 썼구만.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강지건의 인지도는 또 다시 껑충 뛰었다.

> 그래도 피지컬은 인정인데 프로 경기는 얘기가 다르지.

> 본인이 그랬잖음. 경기랑 1:1 라인전이랑 다르다고.

> 중국에도 프로랑 1:1 뜨는 겜비들 있음.

> 피지컬만 가지고 프로 못함.

> 혼자 잘 싸우면 뭐함. 팀 박살나면 게임은 져 있는데.

> 그래도 저런 피지컬이 흔한 건 아니지.

> 20살 넘었다는데. 곧 에이징 커브 오겠지.

> 진짜 아까운 사람들 많음.

> 그나저나 먹방 봄? 진짜 ㅋㅋㅋㅋ

> 봄.

> 먹킹답다.

게임을 통해 쌓은 인지도가 위튜브 구독자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프로게이머랑 맞짱 떠서 이긴 위튜버라고 소문나자 외국인들이 더욱 많이 찾게 되었다.

> 이 사람 푸드파이터 아님?

> 본업이 푸드파이터 부업이 프로게이머면 진짜 웃기겠다.

> 이 정도면 푸파 맞지.

> 원래 처음 알려질 때도 푸파로 알려졌었음.

> 게임은 푸파 실력을 알리기 위한 홍보의 도구였다.

> 도구.

> 전설의 서포팅.

> 어디 대회라도 나가려나?

> 그냥 먹방만 해도 돈 벌겠다.

> 잘 먹네.

> 근데 저 와인은 무슨 와일일까? 궁금하네.

방송을 보는 사람들 중에 와인에 빠진 사람들은 호기심을 보였다.

강지건이 마신 술은 크롭스크에서 30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자랑하는 고급와인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알릴 수 없으니 강지건은 그냥 침묵할 뿐이었다.

‘기분은 좋네.’

구독자 수 10만 돌파를 달성했다.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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