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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나날의 시작
인기 비제이 늘보라는 시청자의 제보로 강지건의 영상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꽤 컸는데?’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전설 티어가 그랜드 마스터라는 점.
‘나보다 잘 해?’
전설에 있어선 늘보라가 강지건의 한참 아래였다. 하지만 방송은 티어로 하는 게 아니다.
프로게이머 출신보다 실버가 더 시청자가 많은 경우도 있으니까.
게임 실력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방송은 재미가 우선이 된다.
마스터가 아니어도 재미만 있으면 인기를 끌지만 챌린저를 찍어도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가 그리 많지 않다.
어쨌거나 강지건의 가능성을 본 늘보라는 생각했다.
‘시청자를 좀 더 늘려봐? 듀오라도 하자고 할까?’
합방을 통해 서로 함께 콘텐츠를 만들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물론 합방은 이런저런 명분을 붙여 ‘함께 상부상조 합시다’지만 속뜻은 다르다.
‘저쪽 시청자를 나한테 빨아올 수 있는 기회. 합방 대박나면 수익도 짭짤할 거고.’
1인 방송은 힘들다.
처음에는 잘 나가다가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반복되는 내용에 시청자들은 질려서 떠나기도 한다.
이들을 잡아두려면 지속적으로 새로운 떡밥을 뿌려야 한다.
합방은 이런 상황에서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법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잘 하면 시청자수를 더 늘릴 계기가 되기도 한다.
상대의 시청자를 쭈욱 빨아먹는 것이다.
‘마침 잘 됐어. 새로운 거 해볼 생각이었는데. 예전 인연도 있으니 일단 스토리 빌드업부터 해야지.’
늘보라는 함께하는 매니저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대본이 만들어졌다.
매니저는 시청자인척하면서 강지건의 영상을 소개한 프로게이머를 언급했다.
“아! 나 그분 알아! 근데 그분이 먹방을? 어디 한 번?”
위튜브 주소를 찾아들어가 처음 보는 것처럼 검색한다.
“어? 이분은 예전에 그?”
> 와, 이 사람이 그 사람?
> 그랜드마스터 푸파
> 푸파마스터다!
> 이것도 인연이네?
- 감쟈합니다님이 1,000원 후원하셨습니다. 둘이 합방해라! 미녀와 고릴라 함 찍자!
> 합방! 합방!
합방각을 세웠다.
선동을 통해 시청자 호응을 끌어낸 늘보라팀은 강지건에게 합방 제안을 보냈다.
좀비를 엄청나게 잡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 강지건이 하는 일은 간단하다.
먹고 라다와 함께 수련을 한다.
이후 먹방을 찍어 영상을 올리고 게임도 좀 한다.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늘보라에게서 쪽지가 왔다.
- 합방 한 번 해주시지 않으실래요? 제 시청자들이 너무 극성이라. 한 번만 살려주세요.
여기서 실패한다면 늘보라는 시청자들을 선동해 강지건을 파렴치한 녀석으로 몰아갈 수 있었다.
자기 채널 홍보에 늘보라를 이용해먹고 버렸다고.
여자 비제이 먹버한 놈이라고.
방송은 이미지다.
진실과는 관계없이 대처가 조금이라도 소홀하거나 늦으면 완전히 망가진다.
“이거 어떻게 생각해?”
“음, 뭐 이용하겠다는 거 아닐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강지건은 인터넷 방송을 많이 봤었다. 직접 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알아본 것도 있어서 쉽게 속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이건 뭐. 안 하면 저쪽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되니까.”
‘내가 빌미를 준 거니까.’
포인트에 눈이 멀어 충동적으로 했었다.
인터넷 방송을 안 할 거라면 상대가 뭐라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먹방 영상을 계속 찍어 올리는 것은 꽤 짭짤했다.
‘이걸로 백만 찍으면 점수가 꽤 들어올 텐데.’
1만 단위로 퀘스트를 설정해놓고 깨나갈 때마다 포인트가 쏙쏙 들어왔다.
10만 단위도 하나 걸어놓고 30만 50만 70만 그리고 100만까지도 설정할 예정이었다.
먹방은 매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수련을 하다보면 영양분이 부족하니까 먹어야 한다. 기왕 먹는 거 먹방을 찍으며 일석이조를 노리는 것이었다.
‘포기하기에는 아까워.’
프로게이머도 사정상 포기해야했다.
인터넷 방송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 합시다.
결국 강지건은 합방을 수락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고래님과 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 고래님이 누구냐고요? 아니 이 사람아! 합방하라고 노래했던 사람이 고래님을 모르면 어떻게 해! 어? 나 어쩌라고! 어? 책임 질 거야? 어? 금융치료 해줄 거야?”
> 아니 아줌마. 여기서 금융을 들먹여?
> 근데 고래님을 몰랐다고 하면 솔직히 죄인 맞지.
> 손해배상 해줘야지.
> 고건 인정. 불러오라고 했으면 섭외비 들어갔을 텐데. 노력에 대한 손해배상은 해줘야지.
시청자 게시판 인심이란 것은 이성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그냥 꼴리는 대로 돌아간다.
거기서 옳고 그름은 논하다가는 꼰대 취급받기 딱 좋다.
“전설에서는 그랜드마스터인 킹몽킹! 위튜브에서는 위대하신 먹방러 먹킹! 킹킹고래킹님을 소개합니다! 나와 주세요!”
“안녕하세요, 고래입니다.”
“왜 고래인가요?”
“고래처럼 커지고 싶어서요.”
합방을 한다고 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음성채팅으로 연결해 함께 게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얼굴을 팔면 아까우니 천천히 콘텐츠를 뽑아먹자고 한 결과였다.
> 아니 사진 인증 해야지.
> 위튜브 가면 얼굴 나오는데 뭔 인증 요구야
> 가서 봐라. 여기서 떠들지 말고
> 큐 돌려!
> 하악하악! 우리 보라 마스터까지 버스 태워주세요!
- 보라사랑님이 100,000원 후원하셨습니다. 우리 보라 마스터 다는 거 보고 싶어요. 그랜드마스터님
“아,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안 되는 건가요?”
“실버를 플래까지는 만들 수 있어요. 제가 잘 하면 되니까. 하지만 다이아부터는 달라요. 실버가 다이아가면 참치보고 달려드는 상어들처럼 달려듭니다. 맛집 되는 거죠.”
“그래두우! 안 될 까 요?”
- 바라보라님이 미션을 거셨습니다. 늘보라 마스터 티어 승급시 1,000,000원. 이건 안전 자산이지.
미션이 걸렸다.
“헉! 바라보라 회장님 감사합니다!”
“아직 돈 안 들어왔잖아요.”
“저거 반으면 반 드릴게요. 어떻게 안 될까요?”
“이렇게 열렬한 금융지원을 받는데 무조건 안 한다고 뺄 순 없죠. 도전하겠습니다.”
“도전!”
“그런데 실버잖아요. 하루 이틀로 안 될 텐데 괜찮겠어요?”
“흐흐, 괜찮아요. 다들 참을 수 있을 겁니다.”
> 승리를 보여줘.
> 더 이상 패배는 모오 다메다
> 위닝 멘탈을 보여주세요.
“일단 마스터 가려면 늘보라님도 실력을 갖춰야 할 테니까 피드백을 드릴게요.”
늘보라가 방송을 하는 것처럼 강지건도 방송을 했다.
처음에는 강지건의 방송에는 시청자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피드백에 시청자가 하나둘 늘어났다.
진지하게 전설을 하는 사람들이 방송을 보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 거기서 그렇게 움직이면 안 되죠. 할 일 없을 땐 가만히 있지 말고 우리팀이 뭐하나 살피세요. 미니맵도 좀 보고 상대동선 체크도 해주세요. 그리고 와드 위치는 프로들 박는 거 보고 공부하시면 참고가 되실 겁니다.”
“자잘한 거라고 그냥 넘어가지 말아요. 이런 걸 잘 해야 센스가 있다고 하는 겁니다.”
“무의미한 지표는 없습니다. 분석하기 나름인 거죠.”
“정보를 토대로 인플레이 상황을 계속 머릿속에 그려보세요. 그게 시야를 넓혀주고 아울러 어디에 적이 있는지 상상이 가능하게 해줍니다. 시야가 넓어진다는 거죠.”
강지건은 자신이 그랜드 마스터를 찍으면서 알게 된 것들을 풀었다.
“자기 화면만 보면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릅니다.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데 이기길 바라는 건 복권 구매랑 같죠. 운에 맡기는 겁니다.”
“어? 지금 왜 점멸 안 씁니까?”
“어? 지금 왜 궁 안 씁니까?”
“어? 지금 왜 뒤로 안 뺍니까? 갱 오는 거 모르겠어요?”
지속되는 강지건의 갈굼에 늘보라는 부글부글 끓는 표정이었다.
“아니 어떻게 지금 갱이 오는지 어떻게 알아요!”
“아니?”
> 아니?
> 아니 이걸?
> 아니이이이이?
> 싸움이다!
“왜 몰라요?”
“어떻게 알아요?”
“잘 봐요. 5초후에 갱 들어옵니다. 5, 4, 3, 2, 1.”
강지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상대팀 정글러가 모습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아아아아앗!”
허겁지겁 뒤로 빼며 도망치는 늘보라.
하지만 이미 설계된 갱을 피할 각은 없었다.
결국 킬을 따이고 만다.
“거 봐요. 온다고 했죠?”
> 와, 이게 그랜드 마스터의 시야인가?
> 우리 눈에는 안 보였는데.
> 이게 보인다고?
“전설은 계속 정보를 받아들이며 상황을 분석해야 해요. 적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만큼 유리한 게 없죠. 그걸 위해서 끊임없이 정보를 파악해야 합니다. 프로 레벨에서는 이런 걸 역으로 이용해 낚시를 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게 안 되면 티어 올리는 거 포기해야죠.”
> 맞음. 프로들은 낚시성 플레이도 하더라.
> 속된말로 빵뎅이를 흔들어댐.
> 페이크 걸어서 유리하게 게임 가져가기도 함.
> 프로 낚시는 레베루가 달라요.
> 시야 가지고 플레이도 하는 미친놈들임.
“후잉! 쉥님 너무 어려워요.”
“운다고 티어가 올라가지 않아요. 울지 말고 게임 하세요.”
“후잉.”
“백만원 안 받을 겁니까?”
“후잉. 알았어요.”
강지건과 늘보라의 방송은 흥했다.
늘보라의 시청자수가 올라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지건이 망한 게 아니었다.
전설을 진지하게 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강지건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강지건의 방송 시청자수가 순식간에 늘어났다.
특히 청소년들의 숫자가 상당했다.
> 아, 진짜 코치 함 받아보고 싶다.
“코치는 아카데미 가서 받으세요.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늘보라와의 방송이 끝나고 다음 날은 일이 있다며 피했다.
늘보라도 이해했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학생인 경우도 상당했다.
인터넷 방송이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다보니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흐음, 그러니까 저기 생존자가 있는 거 같다고?”
강지건의 직업은 임시 관리자.
크롭스크에 들어와 생존자 수색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침식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수집하기 위해 움직이며 생존자를 찾는 중이었다. 혹시나 좀비로 변화시키는 질병을 막을 단서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라다의 아버지가 갔다는 섬 방향으로 꾸준히 움직이며 주변 건물을 수색 중이었다.
“네, 예전에 저기에 캠프가 차려진 적 있었는데 깃발을 꽂아놔서요.”
창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깃발이 꽂힌 게 보였다.
강지건은 라다의 말에 따라 수색에 들어갔다.
좀비들을 박살내며 앞으로 가며 퀘스트도 설정했다.
“다른 생존자와 만난다.”
- 퀘스트가 설정되었습니다.
“만약 생존자를 만나면 조심하세요.”
“왜?”
“개자식일 수도 있으니까요.”
라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예전에 고생했다더니.’
강지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존자와 대화는 그럼 라다가 알아서 해.”
뒤로 빠지기로 했다.
‘난 충동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