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17화 (16/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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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나날의 시작

신기한 일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보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마나가 보였고 느껴졌다.

오감은 물론 또 다른 감각이 개화했다.

새로운 감각은 세상에 가득한 마나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엄청나다.’

강지건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주변을 바라보았다.

관리실 안의 마나가 보였다.

더구나 라다의 마나도 보였다.

라다를 마나를 통해 인식하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어, 새로운 감각을 익혔더니 좀.”

강지건의 설명을 들은 라다는 부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저도 가지고 싶어요.”

“퀘스트 열심히 해서 포인트 벌어오면 사줄게.”

“약속이에요?”

라다는 노동 의욕을 불태웠다.

‘꼭 익히고 싶어. 초감각.’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었다.

포인트 앵벌이를 해서라도 강지건과 같은 감각을 가지고 싶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능력이 뒤처지면 강지건에게 쓸모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쓸모없는 존재는 언젠가 버려지기 마련이다.

굳이 버리려 하지 않아도 잊힌다.

버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한 번 할까?”

“네!”

기쁘게 대답한 라다는 열심히 대물을 물고 빨며 봉사했다.

“흐아아앙!”

기쁨 속에서 두 사람은 더욱 더 강해졌다.

언젠가 쓸모없어질지 모를 마법진이지만 부부를 위한 칼탄의 마법진은 아직까지는 효과가 좋았다.

한바탕 즐긴 뒤, 관리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져온 가구들을 조립해서 배치하고 전자제품들 또한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크롭스크의 전자제품들은 성능이 상당했다.

무엇보다 보조 저장 장치를 많이 가져와서 상당한 양의 소설과 음악을 다운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레이블에서 뜯어온 장비들까지 모두 설치하자 겨우 일이 대충 마무리 되었다.

“앞으로 여기서 지내는 건가요?”

라다의 질문에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마시며 강지건이 웃었다.

“그래, 여기가 최고로 안전하잖아.”

“전 좋아요.”

지구에서 생활을 위한 거점은 라다가 본격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게 된 이후로 정했다.

“그럼 수고 좀 해줘.”

“네, 맡겨주세요.”

소설 번역을 라다에게 맡겼다.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결국 라다가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로 인기를 끄는 것도 퀘스트로 인정되지 않을까요?”

“음? 한 번 해볼까? 소설로 총 조회수 백만을 달성하겠다.”

- 퀘스트로 설정됩니다.

보상은 10 포인트였다.

“뭔가 많이 짠데?”

“그래도 10 포인트가 어디에요. 좀 더 높은 목표는 어때요?”

“아냐, 이거 클리어 못하면 퀘스트 슬롯 하나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시스템은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길 원하는 거 같네요.”

“그런가봐.”

무리한 퀘스트를 설정하면 엄청나게 많은 포인트를 벌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무리한 퀘스트로 퀘스트 슬롯을 죄다 도배해버리면 포인트를 추가로 벌 수 없다.

스스로의 힘으로 강해지고 퀘스트를 클리어 해야 한다.

“그럼 한 번 슬쩍 물어보는 건 어때요? 등급도 높아졌으니 혹시 모르잖아요.”

“알았어. 복싱으로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시스템은 묵묵무답이었다.

“안 해주는데?”

“굉장히 불친절하네요.”

“어쩌겠어. 그래도 이거 덕분에 라다 만날 걸.”

“후훗.”

불이 붙어서 한 판 뛰어야 했다.

엉덩이를 벌리고 신음을 신나게 내지른 라다는 정사가 끝난 뒤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제 정말 일할 게요.”

“그래, 난 퀘스트 좀 더 알아볼게.”

중요한 문제였다.

다른 세상에 가더라도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포인트는 확실히 알아두는 게 좋았다.

어떤 행동이 얼마나 많은 보상을 주는지 파악해야 쉬지 않고 포인트를 벌 수 있다.

‘소설이 총 조회수 100만이 10포인트라니. 너무 짜.’

강지건은 투덜거리며 다른 설정을 해보았다.

‘퀘스트 설정. 복싱 프로 라이센스 획득.’

-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어? 왜 이게 설정이 안 돼?’

설마 하는 생각에 한국 챔피언 획득을 설정해보았다.

-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잉?’

한국 챔피언도 안 된다고 한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설마 하는 생각에 일본 챔피언을 걸어보았다.

-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세계 챔피언.

-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올림픽 금메달.

-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올림픽 금메달도 퀘스트 설정이 안 되는데 어째서 소설이 10 포인트야?”

시스템의 가치관이 이상해 보였다.

번역을 하던 라다가 얘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등급 때문 아닐까요?”

“등급?”

“상점창에서 초능력을 구매하실 수 있게 되었다고 하셨잖아요. 어쩌면 그게 분기점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뭐가 기준일까?”

“몸으로 할 수 있는 거?”

“몸으로 하는 거? 그럼 소설은?”

“소설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내는 거잖아요. 신체적인 능력과는 상관없고. 혹시 상점에 타인의 정신에 간섭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잠시 상점창을 살펴본 강지건은 감탄했다.

“없어.”

“아마 상점창에 정신과 관련된 것이 나오기 시작하면 관련 내용의 퀘스트에 페널티가 들어가는 거 아닐까요? 너무 쉽잖아요.”

“조금이지만 노력을 하라는 걸까?”

“그런 거 같아요.”

“으으음.”

문득 강지건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퀘스트 설정. 전설 챌린저 티어 달성.”

- 퀘스트가 설정됩니다. 보상은 200 포인트입니다.

“게임인가요?”

“응, 다행히 이건 쳐주네.”

“아무래도 게임이기 때문 아닐까요?”

엄청난 피지컬이 플레이에 영향을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 캐릭터 자체의 성능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피지컬이 있어도 잘못된 판단을 하면 온갖 스킬 다 맞고 데스 카운트만 적립하게 된다.

“다행이다. 난 일단 게임을 좀 해야 할 거 같아.”

“네, 편히 하세요.”

라다가 일하는 동안 강지건은 게임을 하게 되었다.

전설에 접속했다.

마스터를 찍고 한 동안 하지 않았던 게임.

오랜만에 다시 하려는데 패치 때문에 다시 조정을 해야만 했다.

‘이거 문젠데?’

주력으로 사용했던 챔피언들이 너프를 먹었다.

라인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되면 게임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다른 챔피언을 익히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너프를 극복하거나.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하다가는 망하기 딱 좋다.

메타를 따라가는 것.

이것은 프로들도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경험 많은 프로들도 메타가 변하면 고생한다. 세계 챔피언을 먹은 팀도 리그 꼴찌 전력 팀에게 패배를 당할 수 있다.

정신 차려야 한다.

패치가 이뤄지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경험이나 플레이 방식은 리셋된다고 생각해야 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프로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 때문에 프로게이머의 적성으로 메타 적응력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아무리 감독과 코치가 분석해주고 판을 짜준다고 해도 선수가 적응하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다.

‘으음.’

다행스럽게도 강지건의 피지컬은 지구 최강이었다.

초감각 덕분에 인지능력은 그 어떤 지구인보다 뛰어났다.

여기에 반응 속도도 어마어마했다.

문제는 판단력이 피지컬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것.

메타가 변하니 자꾸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

주력 챔피언들은 너프 먹고 하향되었다. 여기에 새로 1티어급으로 상승한 챔피언들은 생소했다. 이들의 상대법을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챔피언의 숙련도까지 올리려니 최강의 피지컬을 가지고도 헤맬 수밖에 없었다.

하위 티어에서는 자기 챔피언만 잘 해도 된다.

하지만 천상계에서는 상대를 보고 골라야 했다.

팀원들과의 합도 고려해야 한다.

급조된 팀이라고 아무렇게나 하면 패배를 면하기 어렵다.

티어에 따라 요구되는 플레이들이 있고 이를 해줘야만 한다.

기본이 요구되는 것이다.

더 높은 티어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요구 사항은 점점 늘어난다.

더구나 천상계중의 최고, 챌린저 티어는 프로게이머들이 즐비하다.

‘이대로는 안 돼.’

강지건은 큐를 잡기 전에 최근 메타의 흐름부터 분석했다.

분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래저래 분석해놓은 것을 보며 하나씩 실험해본다. 이어서 상상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 계산한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또한 상대가 그릴 수 있는 그림들도 상상해본다.

바둑처럼 수싸움을 하는 것이었다.

강지건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프로들의 경기를 보면 메타를 더 빨리 캐치할 수 있지.’

천상계에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몇 번이고 게임을 돌려보며 분석하던 강지건은 감을 잡았다.

‘좋았어. 이제 감 잡았으.’

큐를 돌렸다.

‘다 보인다!’

초감각 덕분에 상대가 스킬을 쓰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캐치할 수 있었다.

덕분에 카운터 넣는 것이 엄청나게 쉬워졌다.

어려운 플레이가 빵빵 터졌다.

> 프로게이머인가?

> 겁나 잘하네.

> 승차감 좋고요.

>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카운터어택.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며 넣는 공격이 연달아 터지니 다들 미쳤다고 환호했다.

어쩌다 한 번만 터져도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칭송할 플레이가 연달아 터졌다.

<승리!>

승리하자마자 친구 추가 요청이 밀려든다.

“흐흐흐흐흐.”

강지건은 자신의 능력을 깨달았다.

‘이거면 챌린저는 되겠는데? 잘 하면 프로게이머도 가능할지도.’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될 생각은 없었다.

프로게이머가 되면 생활의 중심은 팀이 된다.

관리자인 강지건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깝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었다.

‘허탈해.’

게임으로 포인트를 버는 게 가능했지만 강지건은 마음이 아팠다.

프로게이머가 되는 상상을 해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길이 열렸지만 활동은 어려웠다.

‘그냥 인터넷 방송이나 하자.’

그렇기에 길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탕수육의 산을 쌓아놓고 해봐야지.’

예전에 한 번 영상을 올리고는 제대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영상 하나로 대박이 날 수 있을 정도로 인방계, 인터넷 방송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주문을 하고.’

강지건은 탕수육을 ‘대’짜로 10개 시켰다.

7개는 방송하고 3개는 라다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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