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16화 (1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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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나날의 시작

기계는 부품을 필요로 한다.

부품을 만들기 위해선 소재가 필요하다.

소재는 자원으로부터 얻는다.

자원을 얻으려면 수많은 노동력을 추가하거나 아니면 기계를 이용해야 한다.

모든 산업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기존의 문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정도.

“다시 회복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거 같아요. 그리고 그 전에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야 할 거고요. 그 동안 고생을 하느니 주인님하고 살래요.”

“아빠는?”

“음, 알아서 하겠죠.”

모진 고생을 하며 인간을 믿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던 라다였다.

아빠를 찾으며 절망했을 때도 부친은 없었다.

자신이 개고생을 할 때 섬에서 편히 지냈을 걸 생각하면 걱정보다 원망이 더 커졌다.

혈육의 정을 넘어 인간에 대한 신뢰 자체가 아예 무너졌었다.

라다가 강지건을 사랑하는 이유는 크롭스크를 벗어나게 해줄 존재이며 악몽같은 좀비를 직접 박살낼 수 있게 힘을 준 구원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강지건은 흐뭇하게 웃으며 라다를 끌어안았다. 품에 쏙 들어온다.

“한 판 할까?”

“어떻게 하실래요? 뒤로?”

레깅스를 내리며 엉덩이를 내미는 라다였다.

대충 짐을 챙겨 결국 전자제품 매장으로 돌아왔다.

트럭으로 이동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좀비들은 라다가 몽땅 때려눕혔다.

좀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화외골격의 힘은 막강했다.

“시간이 좀 남네요.”

“그럼 포인트라도 벌어야지.”

“사냥 데이트라도 할까?”

“좋아요.”

라다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떠오른다.

“누가 더 많이 잡나 내기해요.”

“좋아. 이기면 라다가 원하는 소원 하나 들어줄게.”

“그건 너무 불공평한 거 같아요. 제가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 너무 없잖아요.”

“그래서 싫어?”

“좋아요.”

사냥이 시작되었다.

포인트가 쭉쭉 올랐다.

‘으아, 이제 다음 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겠어.’

대결은 강지건의 승리로 끝났다.

일부러 져주기 위해 움직인 것이 아닌 이상 강지건이 훨씬 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 신체 능력은 강지건이 더 강했기 때문이었다.

“아쉽게 됐어요.”

“내가 방심하는 날 이길 수 있겠지.”

“그 날을 꼭 기다릴게요.”

강지건은 웃으며 등급을 올렸다.

- 매직-3으로 승급하셨습니다.

“이제 포인트 다 썼네. 다시 벌자.”

“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 퀘스트를 설정합니다.

- 좀비 100마리 처치시 10포인트.

“어?”

“왜 그러세요?”

“보상이 줄어들었어.”

“네?”

“십분의 일로 줄어들었어.”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인트를 더 벌어놓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그렇지만 더 높은 등급에서 더 좋은 아이템과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결과적으로는 더 뛰어난 능력을 얻을 기회가 생기니까 더 힘든 일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그러네. 그래도 등급이 올라가서 이제는 어지간한 일은 포인트도 못 받는 상태라는 거잖아. 걱정이야.”

“천천히 하실 건가요?”

“으음.”

라다는 강요하지 않았다.

선택은 오롯이 강지건의 몫이니까.

“이 침식이란 게 걱정돼. 만약 무너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살짝 두려워.”

침식이 심화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모르기에 더 두려웠다.

“그럼 크롭스크의 침식부터 막아보는 건 어떤가요? 그럼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등급을 올린 덕분에 퀘스트 슬롯 여유가 늘어났다.

“퀘스트 설정. 크롭스크의 침식을 0%로 줄인다.”

- 퀘스트를 설정하셨습니다. 크롭스크의 침식을 0%로 완성시킬 시 10만 포인트와 함께 포털 이용의 제한이 해제됩니다.

“오?”

원할 때는 언제든 크롭스크를 오갈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건 괜찮은데?’

무엇보다 10만 포인트면 등급을 빠르게 올릴 수도 있는 숫자였다. 하지만 강지건은 더 이상 빠른 등급 상승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

‘등급을 빨리 올리면 반대로 포인트 얻기가 더 힘들어져.’

이는 더 위험한 세계로 가서 싸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크롭스크 외에 다른 세상에 싸워도 되는 수준인지 알 수 없다는 것.

‘등급보다는 확실하게 강해지는 쪽으로 가자.’

지나치게 빠른 성장은 독이 될 것만 같았다.

전설에서도 티어만 올려봐야 실력이 안 따라주면 탈탈 털릴 뿐이었다.

‘침식도는 어떻게 낮출 수 있지?’

-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시스템은 냉정했다. 답을 주지 않았다.

‘이것도 관리자가 되기 위한 시험인가?’

문제 해결 능력을 시험했다. 이를 위해 가이드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도록 계속 유도했다.

보통은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를 만나면 피해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퀘스트를 통해 포인트를 주니 문제 해결을 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일단 좀비를 많이 잡아보자.’

획득 가능한 포인트가 10분의 1로 줄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주는 건 아니었다.

좀비를 모두 해치우는 게 정답이라면 세상의 모든 좀비를 찾아다니며 죽이면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일단 퀘스트 설정은 됐어. 10만 포인트 준데. 포털 이용 제한이 사라지고.”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거군요. 침식만 해결하면.”

“그렇지.”

“그럼 원인만 제거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도 있겠네요.”

“응. 그래서 좀비를 닥치는 대로 다 죽여볼 생각이야.”

강지건의 말에 라다는 고개를 갸웃했다.

“전 세계의 인구가 50억이 넘는데요?”

“못 할 건 없지 않을까?”

“아뇨, 그게 아니라 보상은 10만 포인트잖아요. 전 세계 좀비를 지금 등급에서 다 죽인다고 해도 최소 5억 포인트 아닌가요?”

“어?”

“다른 방법이 있을 거 같아요.”

“그런가?”

‘생각해보니 라다 말이 맞는 거 같긴 해. 잘못했으면 시간 낭비할 뻔.’

“연구를 해봐야 할 거 같은데. 의사를 구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생존자들이 이미 연구하고 있지 않을까?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해결?”

“하지만 관리자가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잖아요.”

“하긴.”

강지건은 일단 주변에 다가온 좀비를 밀어냈다.

“일단 포인트 좀 벌자. 쇼핑 좀 해서 강해져야 하니까.”

해결 방법이 무엇이건 지금은 하나라도 더 쇼핑해서 강해져야 했다.

10분의 1 페널티는 막강했다.

1000포인트짜리 퀘스트를 깨도 들어오는 것은 100포인트.

3000포인트를 벌기 위해 3만의 좀비를 해치워야만 했다.

“역시 수지가 맞지 않아. 조금만 더 차분했으면.”

강지건은 뒤늦게 후회했다.

“어차피 조금 일찍 겪은 거잖아요. 덕분에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요.”

“그래, 우리 라다 아니었음 속상해서 죽었을 거야.”

“후훗.”

두 사람은 웃으며 다시 아지트로 돌아갔다.

이제 슬슬 지구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포털을 열고 이삿짐으로 챙겨준 짐들을 계속해서 안으로 집어넣었다.

옷부터 시작해 가구 그리고 전자제품들까지.

마지막으로 고급 와인들을 집어 넣은 뒤 두 사람은 사이좋게 안으로 들어섰다.

관리실 안은 짐으로 가득했다.

공간확장을 4레벨까지 올렸다. 총 사용된 포인트는 140포인트.

덕분에 짐들을 넣고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공간확장을 위한 포인트를 벌기 위해 1400마리의 좀비를 잡아야 했다.

‘당분간 등급업은 없다.’

생각 날 때마다 반복해서 결심을 떠올렸다.

충동적으로 등급을 올리지 않기 위해서.

“난 잠깐 상점 좀.”

강지건은 바로 상첨창을 열었다.

구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계속해서 포인트를 모았다.

* 초감각 - 3000 포인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감각을 갖게 해주는 스킬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감각은 중요해.’

인간의 감각만으로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뇌지컬이 아무리 뛰어나도 피지컬이 똥망이면 환상적인 캐리는 못하지.’

전설에서 많이 경험해본 일이었다.

입전설이라고 이래저래 말로는 뭐든 다 가능할 거 같다. 그런데 그걸 실행해야 할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로 끝날 뿐이다.

전설적인 선수들도 전성기가 지나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예전 같은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몸이 반응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어떻게든 채워나가지만 전설이란 게임은 패치가 굉장히 잦은 게임이었다.

경험만으로 버티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상황이나 메타가 되돌아오지 않는 이상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었다.

강지건은 전설이란 게임에 대입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점검했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감각.

인지능력이었다.

‘육문공으로 좀 더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해.’

마법진을 이용한다면 좀 더 확실하게 상승시킬 수 있었지만 마법진에는 단점이 있었다.

바로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

장점은 고정적으로 단숨에 능력을 상승시켜준다는 점이지만 이것이 단점이기도 했다.

마법진은 성장하지 못한다.

기능이 고정되어 있으니 일정 수준을 지나게 되면 쓸모가 줄어들게 된다.

수준이 높아지면 쓸모없어지게 된다.

‘마나연공법도 찾아야 해. 마법진은 편하고 좋지만 역시 연공법을 익히는 게 제일 좋아.’

그래서 일단 초감각을 선택했다.

인지능력을 통해 위험을 더 빠르게 감지하는 한편 육문공과 더불어 성장이 가능한 능력이기 때문이었다.

초감각은 초능력 중 하나였다.

임시 관리자 등급이 매직에 이르러서야 초능력 관련 스킬들이 오픈되었다.

‘이것만 있다면 한계를 벗어난 공격도 인지하고 반응하는 게 가능해져.’

보병 화기는 얼마든지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평균적인 병사의 신체 능력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차도 마찬가지다.

음속을 초월한 차는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음속으로 달리는 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또한 음속을 초월한 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도 한정적이다.

인지능력이 뒤떨어지면 뛰어난 성능을 가진 장비가 주어져도 평범한 인간의 선에서만 사용할 뿐이다.

그렇기에 최우선적으로 초감각을 선택했다.

초능력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킬.

계속해서 성장한다면 나중에도 유용한 능력이었다.

‘포인트를 아껴야 해.’

물론 포인트를 아끼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마법진은 단숨에 강해지지만 그만큼 많은 포인트를 벌려면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를 연달아 깨야만 하니까.

마법진에만 의지할 순 없는 것이었다.

‘느껴진다.’

초감각을 익힌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

마치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었다.

‘이것이 마나?’

무엇보다 마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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