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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나날의 시작
빌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긴 아무도 없네?”
“사고가 터졌을 때 아마 다들 섬에 갔을 걸요.”
“섬?”
“네, 옥상에 헬기 있거든요.”
“아.”
진짜 부자들은 꼭 차를 타지 않는다.
길이 막히면 답답하니까.
시간이 아까워서 헬기 타고 출퇴근을 한다고 라다가 전했다.
무엇보다 대형 뮤지션의 경우 시간이 촉박하면 헬기를 타고 이동한다고도 했다.
스케줄은 절대적이었다.
지각이 때로는 원한을 사고 뒷담으로 이어지는 곳이 연예계였다.
그래서 최대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다고 했다.
“그런데 넌?”
“전 따로 있었죠. 축구 보느라 따로 떨어져 있었거든요.”
“축구 좋아해?”
“좋아했었는데 이젠 별로요.”
라다는 운동을 좋아했다. 축구도 즐겼었다.
“이젠 주인님이 제일 좋아요. 한 번 박고 갈래요?”
안전해지니 유혹을 한다.
“그럴까?”
아무도 없는 빌딩 안.
밖에는 좀비들이 가득했지만 두 사람은 녹음실로 들어갔다.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는 방이었다.
“테스트 좀 해볼게요.”
전원을 넣고 기계를 확인해보았다.
“이제부터 녹음해요.”
“뭘?”
“주인님하고 하는 거 녹음해볼래요.”
히죽 웃은 라다는 옷을 벗어던졌다.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만 하고 있어서 알몸이 되는 것은 잠깐이었다.
날렵해 보이는 근육으로 가득한 몸이었다.
하지만 여성스러운 둔부와 좀 더 커진 가슴은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아울러 피부가 좋아지니 소녀 같은 얼굴이 되었다.
여전사의 몸에 소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나연공진과 육문공의 효능이었다.
라다는 뒤로 돌아섰다.
다리를 살짝 벌리고 허리를 약간 숙였다.
엉덩이가 살짝 들린 자세에서 손으로 잡아 벌렸다.
“주인님 자지로 박아주세요.”
뒤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기대와 흥분이 가득했다.
강지건이 벗는 모습에 흥분했다.
‘더 커졌어.’
강지건 또한 육문공 덕분에 몸에 변화가 왔다.
라다가 여성의 아름다움이 더욱 성숙해졌다면 강지건은 남성의 매력, 특히 거시기의 발전이 두드러졌다.
이제는 대물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거대해서 보통 여자라면 질겁할 수도 있는 그런 흉기였다.
하지만 라다는 오히려 심장이 두근거렸다.
도전 정신은 어디 가지 않았다.
‘주인님의 자지.’
푸욱!
“아응!”
절로 신음이 터져나왔다.
강지건은 라다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라다는 뒤에서 박히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았다.
음란한 물소리가 녹음실을 가득 채웠다.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녹음되고 있는 중이었다.
“주인님! 주인님!”
라다는 즐거웠다.
‘행복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쾌감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숨이 막힐 정도의 쾌감이 밀려왔다.
뇌가 쾌감에 절여져서 계속 신음을 질렀다.
“큭!”
강지건은 한 번 발사했다.
이어서 마나연공진과 육문공 그리고 활생공이 발동했다.
현자의 시간이 오지 못했다.
사정과 함께 잠들었어야 할 짐승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빠져나간 기력을 몸에 축적된 마나가 대신했다.
“아아아아아아!”
노래 같은 신음이 울렸다.
퍽찌걱퍽찌걱
턱터터턱
살결의 비트가 요란하다.
두 사람의 녹음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뭐 좀 먹을까?”
챙겨온 음식을 먹었다. 햄과 치즈가 잔뜩 들어간 샌드위치였다.
스무개를 준비해왔는데 단숨에 없어졌다.
“하, 우리 이걸로 먹방해도 되겠다.”
“먹방? 그게 뭔가요?”
“그게 뭐냐면 말이지. 그냥 인터넷 방송으로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그걸 사람들이 봐요?”
“응, 많이 봐.”
돈도 꽤 잘 벌었다. 인기 있는 먹방 비제이는 팬들도 존재했다.
“신기하네요.”
“여긴 인터넷 방송 없어?”
“있죠. 그런데 대부분 게임 방송 보죠.”
“게임 방송은 우리도 있어.”
“그래요? 아마추어 리그 방송이 있는 건가요?”
“응?”
뭔가 얘기가 살짝 어긋난 느낌.
“아마추어 리그가 지구에 없는 건 아닌데. 여기는 어떤데?”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서 신청하면 중개해주는 캐스터가 있어요.”
“그래?”
“네, 형태는 여러 종류죠.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캐스터를 내세우기도 하고. 혹은 유명인이 해주기도 하고. 중요한 건 캐스터의 실력이죠.”
“실력?”
“네,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시야 화면을 뽑아낼 줄 알아야 하니까요.”
즉, 캐스터이자 편집자이기도 하다는 소리였다.
“엄청 어려울 거 같은데?”
“보통은 혼자 안 해요. 캐스터 팀이 있죠.”
“그런데 그렇게 방송하면 뭐 생겨?”
“지역 광고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해요. 대형 플랫폼에 광고를 넣는 건 너무 비싸니까요.”
“그 동네 사람들이 안 보면 그만 아니야?”
“이런 방송은 무료니까. 동네에서 인기 있는 팀이 경기를 하면 자영업자들이 경기 틀어줘요.”
“응? 그거야 손님이 안 보면 그만 아냐?”
라다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길가에 있는 쇼윈도가 모두 모니터로 바뀌고 방송이 나오니까요. 지나가다보면 보게 되어 있어요. 지역 상회에 가입하면서 하는 일이기도 하죠.”
거리의 쇼윈도가 방송용 스크린으로 변한다는 소리였다.
평소에는 투명하다가도 경기 시간이 되거나 광고를 집행하는 시간이 되면 스크린으로 변한다.
“이쪽은 인터넷 방송이 발전했나보네?”
“네, 시대의 흐름이 그랬으니까요. 방송은 더 이상 방송국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죠.”
“그럼 방송국은 없어진 거야?”
“그건 아니에요. 살아남은 방송국들은 다들 특별한 플랫폼으로 거듭났죠. 아무리 재미있는 방송을 해도 사람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어야 인기가 생기니까요. 방송국은 일종의 커트라인처럼 작용하면서 사람들을 걸러내는 역할도 하거든요.”
수준미달인 사람들을 걸러내고 재미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출연하는 방송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또한 방송국마다 점점 특색을 띄며 재미를 더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방송국은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여러 개 운용하며 개인을 위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까지 진출했다.
인터넷 방송계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모든 경계가 허물어졌다.
신문사는 더 이상 신문만 찍어내지 않았다.
모든 미디어는 어떤 형식으로든 인터넷 플랫폼으로 연결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대단하네.”
지구와 같으면서도 살짝 앞서가는 형태였다.
“인터넷 방송에 관심 있으신가요?”
“응? 뭐 그렇지. 한 번쯤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거든.”
“그럼 지구에서 하시면 되겠네요.”
“응, 먹방 해보자.”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어요.”
“부탁해.”
강지건은 일해서 돈 벌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 방송도 퀘스트로 설정하고 하면 포인트도 벌고 좋지 않을까요?”
“그건 좀 생각해보고. 퀘스트 설정을 무한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그럼 그냥 하죠. 주인님이 좋다면 저도 좋아요.”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 강지건에게 다가간 라다는 물 먹는 짐승처럼 고개를 숙였다.
목을 길게 빼고.
대물을 입에 머금었다.
식후 섹스가 시작되었다.
식사 후 섹스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회사의 장비를 뜯어내기 시작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회사에는 많은 자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철통같은 보안을 위한 금고도 있었다.
금고 안에는 엄청난 보물이 들어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중요한 데이터가 담긴 휴대용 저장장치가 있을 뿐이었다.
기밀을 요하는 작업물이나 자료들이 보관된 것이었다.
“이 중에 혹시 섹스 비디오 같은 것도 있어?”
“그건 아빠 사무실에 있어요.”
라다는 부친의 사무실 금고도 열었다.
안에는 권총과 약간의 현금 그리고 섹스 비디오가 담긴 저장장치가 있었다.
여러 영상이 있었다.
여자 남자 가리지 않았다.
“이건?”
“사고 친 사람들 영상이에요. 회사에서 사들인 거죠. 물론 사본이 없다고는 장담 못하지만.”
“그럼 사나마나 한 거 아니야?”
“이건 사고 친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구입한 것들이에요. 이걸 보여주면 대부분 고분고분해지거든요.”
“그럼 다른 녀석이 유출하면?”
“이걸 판 녀석도 죽고 유출한 녀석도 죽는 거죠.”
“죽어?”
“네, 죽어요. 이게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호구처럼 당하면 계속 수작을 부리거든요.”
“몇 번 죽인 적이 있는 거야?”
라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다고 들었어요. 아버지 말씀이 일을 확실히 매듭짓지 않으면 계속 질척거린다고. 이후에 이런 영상을 파는 사람들은 팔고 나면 사본을 싹 지워버린다고 하더라고요. 실수로라도 유출되면 죽는 건 자신들인 줄 아는 거죠.”
영상 중에는 마약을 하는 영상도 있었다.
마약과 섹스 스캔들.
연예계에서는 멈추지 않고 쫓아다니는 사건들이었다.
“근데 이 사람들은 살아있을까?”
“모르죠. 하지만 한 명은 아버지와 섬으로 갔을 테니 살아있을 거에요.”
“섬에 연락은?”
“얼마 전에 끊어졌어요. 거기에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죠.”
좀비가 왜 어떻게 퍼졌는지 아무도 몰랐다.
안전한 섬이라고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다.
“벙커 같은데 숨는 게 더 안전하지 않아?”
“개인 벙커에 숨은 사람들은 많이 버틸 수 있겠죠. 하지만 바깥 사정에 어두운 만큼 위험한 일도 있어요.”
라다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얘기했다.
“한 번은 벙커를 가진 사람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죠. 이후 그 사람은 다른 생존자를 받아들였어요. 정말 착한 사람이라서 그걸 멈추지 않았는데 그게 문제긴 했어요.”
새로 들어온 사람 중에 감염자가 있었던 것이었다.
좁은 벙커 안에서 갑자기 좀비로 변해버렸다.
난리가 났다.
벙커는 버려졌다.
감염자를 받아준 벙커 주인은 좀비에게 당하고 말았다.
“어쨌거나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언젠가 만나게 되긴 하겠죠.”
“보고 싶지 않아?”
“음, 모르겠어요. 지금은 주인님과 함께 있으니까.”
라다는 크롭스크에 미련을 버렸다.
“앞으로 이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여기도 살만해지지 않을까?”
“지금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은 세상이라면. 문명이 훨씬 뒤로 후퇴하겠죠.”
살아남은 사람들이 한동안 버티긴 할 것이다.
하지만 기계들은 영원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