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10화 (9/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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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관리자가 되었다

‘예쁘네.’

라다가 강지건을 살폈듯이 강지건도 라다를 살폈다.

금발에 호리호리한 몸을 하고 있었다.

똑바로 쳐다보는 푸른 눈은 보석을 떠올리게 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였다.

레깅스가 다리 라인은 더욱 확실히 드러나게 했다.

살짝 굵은 허벅지는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떠올리게 했다.

“못 믿겠죠? 그럼 이건 어때요?”

“뭔가요?”

“제 서번트가 되는 겁니다. 제가 서번트로 지정하면 받아들이면 돼요.”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라다는 어림없다는 표정이었다.

“서번트가 뭔지 몰라도 이상한 거면 나만 손해 아닌가요?”

“세상에 서번트로 만드는 능력을 어디서 들어보셨어요?”

“최면 같은 거 아닌가요?”

“아, 그런 거 아니에요. 지금 지정할 테니까 메시지 뜨면 수락해보세요.”

강지건은 라다를 서번트로 지정했다.

- 서번트로 지정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갑자기 튀어나온 메시지창에 라다는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이것도 최면 같아요?”

라다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 보이는 메시지창이 환상 혹은 최면이라면 자신은 이미 최면에 걸린 상태였다.

‘어쩔 수 없어.’

일단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 라다 갈킨이 서번트로 등록되었습니다.

강지건은 서번트 관리창을 보았다.

이름: 라다 갈킨

보유 중인 스킬: 없음

보유 중인 아이템: 없음

관리자 정보와는 많이 달랐다.

‘스킬과 아이템을 사줄 수 있나보네.’

한편, 라다는 자신에게 뜬 메시지창을 보고 정보 확인에 들어갔다.

‘간단하네.’

대단할 것 없는 정보창이었다.

“이거 정말인가요?”

“잠시 기다려봐요.”

강지건은 상점창에서 아이템을 하나 샀다.

네이가라는 세계에서 구할 수 있는 싸구려 가죽 갑옷이었다.

흉부만 보호해주는 가죽 갑옷이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났다.

“어?”

“가져요.”

라다는 충격 속에 메시지를 보았다.

- 관리자가 가죽 갑옷을 선물했습니다.

- 착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생각하자마자 가죽갑옷이 입혀졌다.

톡톡.

가슴을 두드려보니 딱딱한 촉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내가 꿈을 꾸는 게 아니면 진짜란 소린데?’

한 번도 들어 본적도 없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기이한 일.

라다는 뺨을 꼬집어보았다.

아팠다.

‘꿈은 아냐.’

고통까지 재현하는 꿈은 없었다.

‘믿어보는 수밖에 없어.’

점점 믿고 싶어졌다.

사람은 여전히 신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말이라면.

정말 안전한 세상으로 갈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성노예가 되는 일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만큼 절망으로 가득한 좀비의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 라다였다.

“이제 좀 믿겨요?”

강지건은 서번트 슬롯을 하나 써버린 상황이었지만 낭비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

‘예쁘니까.’

마음에 들었다.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내가 우위에 있어.’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이 과감하게 질러버리라 외쳤다.

“조금요.”

“그럼 가볼까요?”

다시 얼굴을 완전히 가린 강지건은 일어섰다.

“여길 떠난다고요?”

“네, 전자제품만 구하러 갈 생각이에요.”

“하지만 거리에는 좀비가 가득해요.”

“같이 가긴 힘들 테니. 지켜봐요.”

3층까지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머리가 터진 좀비들이 보였다.

‘대단한 실력자.’

강지건의 능력이 엄청나다는 것이 느껴졌다. 적어도 지금까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은 것만 생각해도 약탈자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버릴 배신자가 될 것 같지도 않았다.

‘몸을 원하는 거라면 줄 수 있어.’

처녀였지만 이제 큰 의의를 두지도 않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시체를 보면 볼수록 희망이 샘솟았다.

3층에 도착해 비상구를 나왔다.

이어서 근처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깨끗한 방이었다.

“여기서 지켜봐요.”

강지건은 야구배트를 쥐고 창문을 보았다.

“뭐하려는 건가요? 여긴 3층이에요.”

창문으로 몸을 던질 것 같은 느낌에 말려보았다.

하지만 강지건은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

와장창!

깨진 유리창 밖으로 금방 사라진 강지건을 찾아 창가로 다가간 라다는 보고 말았다.

무차별로 좀비들을 쓰러트리고 있는 강지건을.

‘엄청나.’

전자제품매장이 있는 방향으로 달리며 강지건은 걸리는 존재를 닥치는대로 박살냈다.

좀비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것은 물론 몸뚱이도 마찬가지였다.

좀비들은 야구 배트 반경 안으로 들어서지 못했다.

마치 배트의 결계가 있는 거 같았다.

‘저런 사람이라면.’

라다는 어느새 강지건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기 시작했다.

대기업전자제품매장.

강지건은 브랜드는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물건일 뿐.

가격 또한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돈을 낼 일이 없으니까.

매장은 셔터가 내려가 있어서 다른 쪽으로 돌아들어가야 했다.

좀비들이 가득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느긋하게 쇼핑할 수 있겠어.’

더구나 매장이 상당히 컸다.

뒷문이 있어 박살내고 들어가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위로 가자.’

힘을 주어 뛰어올랐다.

단숨에 3미터를 뛰어올랐다.

이어서 손을 벽에 박았다.

콱!

손가락이 박혔다. 이후에는 그저 기계적으로 손가락을 박으며 기어올랐다.

옥상에는 사람들이 지냈던 흔적이 있었다.

‘사람이 있나?’

조심스럽게 옥상문으로 다가가 노크했다.

똑똑.

“계세요?”

똑똑.

“계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대답 안 하면 문 뜯어요? 10셉니다.”

조용했다.

“10 9 8 ... 1. 1 반의 반. 1 반의 반의 반. 1 반의 반의 반의 반. 이제 정말 끝납니다. 0. 땡이에요.”

콰직.

손잡이를 돌리는데 부서졌다.

잠금 장치를 아예 뜯어내버리니 문이 열린다.

끼이익.

안으로 들어가니 살짝 어두웠다.

상층부의 유리가 아니었다면 어둠 속을 헤맸을 것이다.

‘많네.’

다양한 제품들이 보였다.

거대한 티비에서 여러 생활 가전이 눈에 보였다.

‘다 챙기고 싶긴 한데.’

고민됐다.

‘이걸 가져가려면 힘들 거란 말이야?’

전자제품은 충격에 민감하다.

충격을 받으면 고장날 수 있다. 좀비들이 비싼 물건이라고 봐주면서 공격할 것 같진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강지건은 옥상으로 돌아나가 주변을 살폈다.

‘트럭이 필요해. 크고 아름다운 트럭!’

강화외골격을 입은 무법자가 좀비를 잡으며 도로를 질주했다.

트럭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구할 수 있었다.

도시에 화물차는 필수였다.

‘조기 있네.’

전자제품매장에서 나와 좀 달리니 쇼핑센터가 보였다.

화물 주차장을 찾아가니 대형 화물차가 그대로 있었다.

‘열쇠도 있고. 연료도 반은 남은 거 같은데. 이건 뭐지?’

수소전기화물차였다.

사방이 막힌 컨테이너형 화물차였다.

안에는 여러 물품이 잔뜩 있었지만 강지건은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죄다 내던졌다.

짐칸을 싹 비운 다음에는 트럭을 몰고 길로 나왔다.

좀비들이 대거 달려들었지만 대형 화물차로 그냥 밀고 지나갔다.

계속 밟혀서 속도가 잘 안 나왔지만 그렇다고 멈추거나 하지도 않았다.

‘역시 큰 게 힘이 좋아. 내 거시기도 커야 할 텐데. 부릉부릉.’

신이 나서 마구 밟았다. 연료가 빠르게 소모되는 것은 신경도 안 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털이 열렸던 빌딩에 도착했다.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몸만 나와서 좀비들을 때려눕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좀비들은 트럭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강지건을 쫓을 뿐이었다.

최상층에 숨겨두었던 것들을 챙겨 트럭에 실었다.

다음 목적지는 라다가 기다리고 있는 호텔이었다.

“기다렸죠?”

트럭을 몰고 나타난 강지건의 모습에 라다는 미소 지었다.

“정말 조마조마했어요.”

“별 문제는 없었으니까 걱정 마요. 이제 가죠.”

“가다뇨?”

“저기 트럭 타고 전자제품매장까지 가요.”

강지건은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하지만 라다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위험하잖아요.”

강지건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따라 나서고 싶지도 않았다.

많이 해치우긴 했지만 거리는 아직도 좀비로 가득했다.

어디서 계속 몰려나오는 것처럼 끝이 없었다.

도심 한복판이라 부족한 수가 계속 채워지는 식이었다.

모두 해치우기 전에 평화가 있을 순 없었다.

“흐음.”

“일단 저부터 지구로 데려가줘요. 그리고 전자제품은 나중에 직접 가서 구하면 되잖아요.”

“그것도 그러네요.”

강지건은 라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급할 것도 없지.’

전자제품을 하루 빨리 구하면 좋겠지만 며칠 늦는다고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컴퓨터는 어쩌면 호텔 직원실에 있을지 몰라요.”

“여기요?”

“네, 호텔 컴퓨터 있는 거 뜯어가죠.”

바쁘게 움직여 컴퓨터가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제야 강지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머리가 나쁘면 고생하네요.”

자신이 한 일이 헛고생 같아 입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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