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9화 (8/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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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관리자가 되었다

‘일단 등급을 올리자.’

짧은 시간에 다시 100포인트 넘게 벌었다.

총 243포인트.

160포인트를 써서 중-1이 되었다.

‘낮아서 그런지 팍팍 오르는구나. 고급까지는 거뜬하겠는데?’

고급이 되면 어떤 것을 구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새로운 세계로 가는 포털을 열 수도 있겠지?’

자연스럽게 기대가 됐다.

‘퀘스트를 설정한다. 좀비 50마리 퇴치.’

퀘스트 슬롯이 하나 더 늘어났다.

상점창에는 이것저것 추가된 것이 보였지만 자세히 살피지 않는 강지건이었다.

‘나중에 쉴 때 천천히 보자.’

지금은 봐도 소용없었다.

포인트를 버는 게 더 중요했다. 아울러 지구에 가져갈만한 것을 구해야 했다.

‘전당포에서 1달 정도 생활비만 벌 수 있으면 나머지는 뭐.’

음악과 소설만 이용해도 벌 수 있을 거 같았다.

‘가자!’

방을 하나씩 열었다.

가끔 좀비가 나오긴 했지만 대체로 비어있었다.

‘짐 같은 건 여기 있는 거 같은데.’

여행 가방들이 보였다.

갈아입다 만 옷도.

쓰고는 아무렇게나 내던진 타월도.

바닥을 굴러다니는 가운도 보였다.

하지만 사람도 좀비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방은 서둘러 떠나느라 난장판이 되어 있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방에선 좀비가 아닌 사람의 시체가 있기도 했다.

강지건은 조용히 방을 뒤지며 청소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레스토랑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다 여기 모여 있었나?’

상당수의 좀비가 보였다.

‘편히 쉬셔.’

머리를 팍팍 박살냈다. 속으로 명복을 빌어줄 여유도 있었다.

레스토랑은 썩은 음식들로 가득했다. 좀비도 한 가득.

주방 안에도 좀비들이 있어 처리했다.

‘어디 냉장고를 열어볼까?’

층을 전부 정리한 뒤에는 냉장고를 확인했다. 여러 식자재가 그대로였다.

‘이건 와인이네.’

잘 뒤져보니 와인도 나왔다.

하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

‘나중에 몇 병 챙겨갈까?’

공짜술.

무슨 맛일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취한 상태로 싸울 순 없으니까.

미션이 우선이었다.

계속해서 층을 클리어 해나갔다.

수영장이 있는 층에서도 좀비를 좀 발견했다.

‘후우, 좀 피곤하네.’

피로가 느껴질 땐 초콜릿을 먹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최상층에 도착했을 때였다.

호텔 펜트하우스.

안을 열고 들어가자 갑자기 누군가 공격을 해왔다.

팔을 들어 막았다.

까앙!

“잠깐!”

강지건은 공격하지 않고 외쳤다.

공격을 해온 것은 여자였다.

레깅스와 스포츠 브라를 한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맨발인 걸 보니 여기서 쉬고 있었나?’

“꺼져.”

여자는 굉장히 적대적이었다.

“해치려고 한 거 아니니까.”

“꺼지라고!”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일단 물러나자. 더 자극해봐야 대화가 안 되니까.’

물러나며 문을 닫았다.

“진정 좀 해요.”

문 밖에서 외쳤다. 안에서 반응은 없었다.

‘좀 기다릴까?’

생존자를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도시 상태가 엄청나게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하면 탈출을 시도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좀비로 가득한 도시 한 복판.

호텔에 아무리 식량이 많이 쌓여있다고 해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꺼져! 여긴 내 구역이야!”

안에서 여자가 외쳤다.

“해치지 않아요!”

“꺼지라고!”

여자는 막무가내였다.

“자꾸 계속 그러면 좀비 몰아옵니다?”

협박을 하자 겨우 조용해졌다.

좀비를 몰아오는 방법이야 간단했다.

비상구 문을 열고 좀비를 유인하면 된다.

계단을 계속 따라 올라온 좀비들이 꽉 채우게 되면 여자는 아래로 내려갈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알았어요. 원하는 게 뭐에요?”

“통성명부터 하죠?”

“굳이 알아야 할 이유 있나요?”

“알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지 않나요?”

여자는 굉장히 까칠했다.

“라다. 라다 갈킨.”

“전 강지건입니다.”

“어느 나라 이름?”

“대한민국이요.”

“장난? 그런 나라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세계 국명을 다 외우고 다니나요?”

“아뇨.”

“그럼 못 들어본 나라가 있을 수도 있죠.”

라다는 강지건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열 받은 강지건이 정말 좀비를 몰아오면 겨우 얻은 아지트가 박살 날 수 있었으니까.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은 라다였다.

‘겨울이 오면 어쩌면.’

좀비들이 죄다 얼어버리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죠?”

“그냥 사람을 봐서 반가워서 그러죠.”

“전 안 반가운데요.”

“왜요?”

“지금까지 만난 인간은 죄다 약탈자거나 배신자니까요.”

라다가 혼자가 된 이유가 있었다.

위험한 상황에서 미끼로 버려지거나 혹은 사람 좋은 척하면서 다가와 겁탈하려 했었다.

또는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기 위해 공격하기도 했다.

사람과 엮여서 좋은 꼴을 보지 못했다.

신뢰란 것을 내버리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순간 홀로 움직였다.

결국 안전한 아지트도 구해 잠시 편히 지내고 있었다.

“음, 많이 힘들었나보네요.”

“그래서 원하는 게 뭐죠?”

라다는 초조했다.

강지건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마음을 완전히 닫아버린 모양이네.’

결국 강지건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싫다면 뭐.’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면 서번트로 만들어볼까 싶었다.

‘생존력이 좋아서 혹했는데.’

좀비로 가득한 도시에서 여자 홀로 생존해 있었다.

상당한 능력을 가졌을 것 같았다.

‘일단 제안이나 해보자. 안 믿으면 어쩔 수 없고.’

포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설득이나 해보자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지구라는 세계에서 온 사람입니다. 다른 세계에서 왔죠.”

라다는 대꾸하지 않았다.

“헛소리 같죠? 그런데 사실이에요. 이제 돌아갈 수 있는 시간까지 하루도 안 남았네요.”

강지건은 두서없이 이야기를 했다.

“제가 서번트를 한 명 지정할 수 있어요. 서번트로 지정되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안전한 지구에서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꿈같은 얘기네요.”

“날 믿어보는 건 어때요? 어차피 여기 계속 있어봤자 죽을 뿐이잖아요.”

“탈출할 거니까 걱정 말아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갈게요. 행운을 빌게요.”

싫다는 사람에게 계속 권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 근처에 전자제품 구할 수 있는 곳이 어딘가요?”

“전자제품은 왜요?”

“인터넷에서 뭐 좀 받으려고요.”

“별난 사람이네요.”

“혹시 인터넷에서 생존자 찾아보신 적 있나요?”

“충고해줄게요. 인터넷에서 떠드는 소리는 믿지 마세요.”

“왜요?”

“낚시 당할 테니까요.”

인터넷에서 허위 정보를 미끼로 순진한 사람들을 낚는 일이 있었다.

라다도 한 번 경험한 일이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은 믿지 않는 게 좋아요.”

“고마워요. 뭐라도 주고 싶은데. 뭐 구해다 줄까요?”

“당신이라면 받을 수 있겠어요?”

라다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사람이 그리울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

살아남겠다는 독기만 가득할 뿐.

“알았어요. 정보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근처에 전자제품 어디서 구해요?”

라다는 방향을 알려주었다. 대기업전자제품매장은 굉장히 가까웠다.

“고마워요. 그럼 갈게요.”

강지건은 떠나려 했다.

하지만 라다는 문득 불안해졌다.

‘저렇게 간다고 하면서 좀비를 유인해오면 어쩌지? 갑옷 같은 걸 입고 있었는데.’

유인하다 죽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가능할 거 같았다.

자신의 기습을 막았던 강지건을 떠올리면 무리도 아니었다.

내려다본 빠루는 휘어져 있는 상태였다.

박살 낼 정도로 강하게 쳤는데 강지건의 팔에 맞고 휘어져버렸다.

‘흠집도 내지 못했었어.’

“잠깐만요.”

“뭐죠?”

“좀비 불러오려는 거 아니죠?”

“안 그래요.”

원하는 답을 들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불안했다.

이런 경우에는 아지트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제일 안전했다.

‘지금 탈출하려다가 저 사람한테 잡힐 수도 있어.’

의심이 깊어지니 최악의 상황을 계속 떠올렸다.

결국 라다는 문을 열기로 했다.

“잠깐만 기다려 봐요.”

짧은 시간 동안에 단단히 무장했다. 만약을 대비해 빨리 도망치기 위해 항상 준비해뒀기에 준비는 금방 끝났다.

문이 열렸다.

“떠나려고요?”

“봐서요.”

이길 수 없는 상대와 만났다면 결국 강한 자에게 아지트를 내줄 수밖에 없다.

구역 싸움을 하는 고양이와 같았다.

“정말 좋네요.”

펜트하우스는 으리으리했다. 한쪽에는 먹다만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제대로 만들어진 샌드위치가 보였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음식 먹어도 괜찮아요? 유통기한 지나거나 하지 않았나요?”

“그런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도시가 본격적으로 좀비에게 먹힌 것은 한 달 전 이야기였다.

잘 보관된 것들은 유통기한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몰라서 그래요.”

“그것보다 얼굴이나 좀 보여주지 그래요?”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니 신뢰가 되질 않았다.

표정을 봐야 거짓말인지 아닌지 예측이라도 해볼 수 있었으니까.

“공격하지 마요. 좀 더 뒤로 가요.”

라다를 뒤로 물린 강지건은 얼굴부분만 해제했다.

부분 해제 기능을 활성화 한 것이었다.

“아까 물어본 거 정말 몰라서 물어본 건가요?”

“네.”

“세상이 이렇게 된지 한 달 정도 밖에 안 됐어요. 진짜 기억 안 나요?”

“기억이고 자시고 난 오늘 왔다니까요?”

강지건은 웃으며 답했다.

“으음.”

쉽게 판단은 어려웠다.

라다는 혼란스러웠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지건을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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