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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관리자가 되었다
‘난리 났네.’
건물 주변만 문제가 아니었다.
도로 전체가 좀비로 가득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빠져나갈 구석은 없었다.
좀비로 가득한 도시 한 가운데에 뚝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나마 옥상이라서 좀 나은 걸까?’
이대로 24시간 동안 조용히 있다가 돌아가면 그만이긴 했다.
다시 볼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뭔가 굉장히 아쉬웠다.
‘퀘스트 설정 좀비 1마리 잡기. 퀘스트 설정 좀비 10마리 잡기. 퀘스트 설정 좀비 100마리 잡기.’
- 퀘스트가 설정되었습니다.
각 1, 10, 100 포인트를 벌 수 있었다.
‘헐? 좀비 하나당 1포인트야?’
- 좀비 1당 1포인트입니다.
‘100마리 달성 보너스는?’
- 없습니다.
‘아까비.’
아쉬웠지만 연연하지는 않았다.
‘100 포인트가 어디야. 바로 다음 등급으로 업그레이드 가능한데. 그나저나 이게 침식도 1%의 세상이라고?’
뭔가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다.
침식도 1%의 세계인데 벌써 멸망한 거 같았다.
아포칼립스 월드.
‘더 무서운 세상은 대체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 걸까?’
처음으로 살짝 두려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용기를 되찾았다.
‘나에겐 포인트와 상점창이 있으니까. 방법이 있을 거야. 일단 저 좀비들이 다 포인트니까.’
강지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기로 쓸 것을 찾고 있었다. 훈련용 강화외골격을 착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무기를 쓰고 싶었다.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
주먹으로 때리려면 그만큼 가까워지게 된다.
‘가까우면 위험하지.’
행여나 좀비의 공격이 강력해서 당하면 문제니까.
옥상에는 별 다른 것이 없었다.
결국 조용히 한쪽에 있는 문으로 향했다.
문은 잠겨있었지만 옥상에서 열면 쉽게 열 수 있는 것이었다.
달깍.
잠금을 해제하고 문을 열자 어둠이 보였다. 하지만 강지건이 계단에 들어서자 자동으로 불이 들어왔다.
‘젠장?’
불빛에 반응한 좀비가 외치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어어어어.”
강지건은 이를 악물고 계단 아래를 보았다. 좀비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나마 느려서 다행이네.’
옥상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갔다.
이어서 계단 위에서 뛰면서 발차기를 날렸다.
‘지건 킥!’
빠악!
이단옆차기가 정확하게 좀비의 머리에 꽂혔다.
머리가 박살난 좀비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1포인트!’
발차기 한 방에 1포인트를 벌자 강지건은 신이 났다.
‘힘도 별로 안 들었어.’
강화외골격 덕분이었다.
킥의 속도는 물론 위력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계단부터 청소할까? 아냐. 한층씩 정리하자.’
계단 아래쪽으로 내려갔는데 갑자기 위쪽에서 문이 열리며 좀비가 쏟아져들어오면 진퇴양난이 될 수 있었다.
옥상 아래층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역시 좀비가 있었다.
‘지건 펀치!’
달려가서 냅다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앞으로 빠르게 달리다 스탭을 밟으며 반동을 이용해 회전시키며 모든 힘을 펀치에 집중했다.
빛살처럼 들어간 펀치에 머리가 퍽 하고 터졌다.
‘1포인트!’
별로 숨차지도 않았다.
복도에 있는 좀비를 향해 달려들어 순식간에 해치웠다.
‘10포인트 겟!’
순식간에 10좀비 열 마리를 해치우며 10포인트를 벌었다. 10 포인트를 보너스로 더 얻으며 다시 퀘스트 설정.
계속 반복하다보니 20포인트 넘게 벌었다.
‘와씨, 20포인트면 개고생을 해야 하는데 순식간이네. 개꿀이네.’
흥이 났다. 하지만 살짝 숨이 가빴다.
‘조금만 쉬자. 지나친 흥분은 금지.’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아울러 쓰러진 좀비들을 살폈다.
옷은 피와 고름이 뒤엉켜 엉망이었다.
고름은 부패해서 생긴 것이었다.
‘옷차림을 봐선 지구랑 별로 다를 것 없는 수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초코바를 하나 먹고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고층 빌딩 최상층.
한쪽에는 관리실이 있었다. 경비실을 겸하는 곳이었다.
텅 비어있는 곳이었지만 카메라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건물 안도 난리네.’
여기저기 좀비가 보였다.
관리실을 나와 다음으로 들어간 곳은 회의실.
회의실 안에 있던 좀비들은 손쉽게 처리해버렸다.
‘엄청 크네.’
별로 볼 것은 없었다.
이어서 들어가려 한 곳은 문이 잠겨 있었다.
“어?”
똑똑.
노크를 해보았다.
“계세요?”
똑똑.
반응이 없다.
‘누군가 있을 거 같은데.’
안쪽에서 문을 잠갔다면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괜히 부수고 들어가서 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죽었나?’
좀비가 되었다면 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반응이 없었다.
‘그냥 잠그고 나간 걸까?’
최상층 사무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꽝!
시원하게 문짝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책상이 보였다.
‘여긴 비서실?’
그렇게 생각되는 공간이었다.
안쪽에 문이 하나 더 있었다.
똑똑.
“계세요?”
역시 반응이 없었다.
손잡이를 돌려보니 안 돌아간다.
잠겼다.
꽈앙!
다시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사무실이 보였다.
온갖 진귀한 것들로 장식된 화려한 공간이었다.
‘이게 다 얼마야?’
생활비가 부족했다.
가져다 팔면 돈이 좀 될 것 같았다. 한 쪽에 놓여 있는 골프백을 살폈다. 고가의 장비 같았다.
물론 모르는 브랜드.
가져다 판다면 그냥저냥 좀 챙길 수 있을 거 같았다.
‘뭐 또 없나?’
탐색이 시작되었다.
문자 같은 것은 알아볼 길이 없었다.
크롭스크의 문자는 몰랐다.
‘상점에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게 있으려나?’
찾아보니 있었다.
* 크롭스크 카덴어 - 10 포인트
망설임없이 구매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주변의 문자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또 다른 언어가 섞여 있어 몰라보는 것들도 있었지만 언어에 더 포인트를 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덴이니까 카덴어만 해도 대충 쓸 만하지.’
만약을 위해 포인트는 아껴둘 생각이었다.
사무실 한쪽에는 침실과 드레스룸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있었다.
침실은 별로 대단한 건 없었다. 그림 몇 점이 걸려 있었다.
‘여긴 별 볼 일 없고.’
하지만 드레스룸에 들어가자 명품으로 보이는 옷들과 장신구가 보였다.
‘남자용이지만 이것만 해도 나쁘지는 않겠는데.’
명품으로 보이는 시계들이 잔뜩 있었다.
넥타이핀과 고급스러운 커프스들도 보였다.
구두나 옷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일단 챙기자.’
시계와 커프스 넥타이핀은 부피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가방 안의 공간을 별로 차지하지 않았다.
‘이계의 명품이라 가격을 제대로 받지는 못하겠지만.’
비싸게 팔려면 비싸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원룸에서 사는 무직자가 비싼 명품을 팔고 다닌다면? 절도로 신고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전당포에 싸게 싸게 넘기는 게 낫지.’
굳이 모험을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감옥에 갇힌다고 해도 도망칠 자신은 있었다.
포털이 있으니까.
하지만 포털을 통해 가는 세상은 위험하다.
감옥을 박살내고 탈옥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괜히 쫓기느라 힘을 빼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관리자다.’
강지건은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지구의 부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관리자 등급이 더 중요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구에서의 생활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사람의 가치관이란 변하는 법.
‘재벌이고 대통령이고 뭐고 관리자가 최고잖아?’
등급을 올리면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될 터였다.
지구 따윈 손짓만으로 휘두를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게 될지도 몰랐다.
침식이란 힘에 맞서는 관리자의 힘이 지구의 문명에 밀릴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직업도 필요 없어. 아니, 취업해봐야 관리자로 활동하기 힘들어. 오히려 불편해.’
취업을 통해 포인트를 얻을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비 잡으며 포인트를 올리다보니 포인트를 얻어 스킬을 사면 포인트를 훨씬 쉽게 벌 수 있을 거 같았다.
“흐흐흐. 하하하하하하하!”
어마어마한 행운을 쥐게 된 것이 실감이 났다.
‘확실히 털어보자!’
의욕이 샘솟았다.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눌러보았다.
컴퓨터가 켜졌다. 하지만 암호 입력창이 떴다.
책상 근처를 뒤져봐도 나오는 것은 없었다.
서류 따윈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전산화 시켰나보네.’
아깝게 느껴졌다.
엄청난 회사로 보였다.
사내 망, 그것도 최상급 관리자의 아이디로 접속하면 기밀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혔다.
‘어쩔 수 없지.’
신기술 같은 게 있어도 팔긴 어렵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다보면 쓸모가 있을 거 같아 한 번 시도해봤을 뿐이었다.
‘어디 보자.’
최상층에서 구할만한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골프채는 나중에 가져가자.’
챙겼던 시계와 장신구들도 골프백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다.
가지고 다니다 박살나지 않게.
다시 비상구를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바로 아래층에도 좀비들이 있었다.
몽땅 해치우고는 하나씩 뒤졌다.
‘여긴 휴게실인가 보내.’
사무실과 휴게실이 공존했다.
휴게실 안에는 여러 장비가 있었다.
‘VR도 있고 AR도 있고.’
하지만 챙기지는 않았다.
‘뭔가 없을까?’
그러다 우연히 태블릿 컴퓨터를 하나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