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88화 (188/195)

188회

세계의 결착

001

루테시아와 오를레앙 전면에 이르는 방어선에서 치루어지는 전쟁을 목격한다면 모든 이들이 '세계의 결착'이라는 표현을 내세울 것이다.

최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 제국과 브리튼 제국의 격돌.

그 강대국들이 모든 전력을 다해서 전쟁을 벌인다. 로마 제국으로서는 제국의 모든 사활을 이번 전쟁에 내걸었으니 동원된 병력은 말할 것도 없다. 북아프리카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던 건장한 용병대들은 물론, 북쪽의 초원을 떠돌던 용병 기병대들까지 참전했다. 중동의 사악한 주술사들과 그를 엄호할 로마 근위병들까지.

로마는 십만 대군이 아니라, 20만에 달하는 대병력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장기전은 결코 불가능하다고 여긴 비세리온의 전략은 틀리지 않았다. 투입된 병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물자들이 막대하게 소요된다. 빈곤에 빠진 제국이 막대한 물자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로마를 쳐라!"

호쾌하게 내달리던 브리튼 기사가 로마 장창병에게 난자되어 쓰러졌다. 그리고 로마 장창부대의 머리 위로 엘프 레인저들의 화살들이 쏟아져 내린다. 오를레앙 근방에서 이루어지는 공방전은 치열했고, 드디어 비세리온과 루키우스가 격돌하게 되었다. 양군의 본군들이 맞붙었다.

"루키우스!"

"거기 있었구나, 비세리온----!!"

성검에 속하는 엑스칼리버와 플로렌트가 접전.

시뻘건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플로렌트에서는 푸른색의 전격이, 그리고 엑스칼리버에서는 새하얀 오러가 솟구쳤다.

루키우스는 가웨인과 란슬롯을 모두 격파.

그리고 비세리온과 고대하던 결전을 치르게 되었다.

로마, 브리튼 양군들은 치열하게 난전을 벌이고 있었고, 그 중심에서 비세리온과 루키우스 또한 싸움을 벌였다. 비세리온은 생각 이외로 검술에 일가견이 있었다. 물론 앞서 싸웠던 가웨인과 란슬롯에 비하면 약하다. 하지만 뭐라고 할까. 적어도 루키우스는 비세리온이 더 싸우기 힘든 난적이라 여겼다. 천적에 가까웠다.

"루키우스다! 루키우스를 죽여라---!"

"폐하를 지켜라!"

브리튼 근위병들이 달려들었다.

루키우스는 그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다수와의 전투는 전쟁에 있어서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다. 그 다수에게 협공을 받을 지라도 그 곤경을 헤쳐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일 것이다. 플로렌트가 휘둘러질 때마다 푸른 전격이 사출되면서 병사들을 불태워버렸다.

"루키우스!"

브리튼 기사가 달려들었으나, 루키우스에게 일도양단을 당했다.

수만 명에 달하는 병력들이 뒤섞이면서 피투성이의 지옥을 만들어냈다. 뜨거운 전화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귓가를 찢는 것처럼 비명이 들렸다. 로마의 섭정관 루키우스을 수급을 노리는 브리튼 기사들이 달려들었으나, 은발의 기사에게는 조금의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화살들이 빗발치고 있음에도 루키우스는 건재했다. 그를 보고서 비세리온은 진정한 괴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비세리온은 말을 몰고서 그대로 퇴각.

오를레앙에 주둔하고 있던 갈리아 병력들이 쏟아져 나오며 로마 군단들을 먹어치웠다. 홍염에 타오르는 시가지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예상하였지만 어마어마한 피해가 아닐 수 없다. 대체 뭐란 말인가. 그 무엇이 이토록 참담하게 만들었는가.

결과적으로는 오를레앙을 침공하였던 로마 본대가 퇴각을 선언.

오를레앙은 무사했다.

"오라버니! 직접 전장으로 나가시다니 평소답지 않으십니다!"

아서가 뿜뿜 소리를 내면서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세피아의 기사왕 또한 전장에서 분전하였는지 고운 얼굴이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원탁의 기사단은 그들 전원이 참전하여 로마 병력과 맞서 싸웠고, 모르간과 멀린까지도 나서면서 로마의 사악한 주술사들을 상대했다. 멀린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모르간까지 나서서 분전해야 했을 정도로 전황은 좋지 않았다.

현재 전황은 고착화 상태를 유지.

로마 군단이 예리한 창으로 계속해서 찔렀으나, 브리튼의 방패는 용감하게도 막아냈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할까. 오를레앙과 루테시아, 이 두 개의 거점은 결코 함락되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여러 번이고 침공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루키우스는 어땠어?"

멀린이 물었다.

그에 대해서는 비세리온이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괴물이야. 대체 어디서 그런 년이 나타난 거야? 무지막지하던데."

"로마의 전신 로물루스의 피를 짙게 이어받은 후예, 라고 생각하면 돼. 어때, 간단하지?"

"너무 간단해서 허탈할 지경인데."

자신의 동생까지 죽여버린 로마의 시조 로물루스.

그 과격한 성질과 폭군에 필적할 성격을 헤아려보면 로물루스에 가장 잘 어울리기는 하다. 늑대의 젖을 먹으면서 용맹스러운 전사로 이름이 높았던 로마의 건국왕. 그 핏줄을 가장 짙게 물려받은 로마의 황녀. 지금은 전 대륙에 전화를 몰고 온 전쟁광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당장에 죽여야 할 악적과 같았다.

란슬롯과 가웨인은 다른 전선에서 활약하고 있었고, 후방에 있던 아그라베인과 케이까지 지원군을 이끌고 합류하면서 손실된 병력을 충당했다. 브리튼 본국의 세율 또한 몇 배로 높임으로서 전쟁비용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만약 전쟁이 수 개월이나 지속된다면 브리튼도 견디기 어려우리라.

"로마의 식량 사정은 어때? 이렇게까지 시간벌이를 해주고 있는데."

"예상했던 대로 로마 본영에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외국에서 고용된 용병들이 소규모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곧바로 아그라베인이 보고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식량 사정이 악화되고 로마의 재정적 상황이 악화되자 고용비까지 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해지면서 불안을 느낀 외국 용병들이 무력시위를 일으켰고, 그를 진압하기 위해서 로마 병력들이 투입되었다는 보고였다.

물론 브리튼에게는 이로운 일이다. 옛적부터 로마는 외국 용병들의 힘을 자주 빌렸다. 그 외국 용병들이 줄지어 반란을 일으킬 정도라면 분명 로마 본영 또한 분위기가 흉흉할 게 분명하다. 믿을 수 없는 아군만큼 불안요소도 없을 테니까. 고용한 용병들에게 대금을 지불할 수 없을 정도라면 20만 대군을 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서고트의 함대가 지중해 연안을, 그리고 동맹을 맺은 게르만 기병대들이 로마 국경을 넘어 로마군의 치중을 담당하고 있는 보급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으니, 루키우스라 할지라도 견딜 수는 없겠죠."

"그런가."

루키우스는 강하다.

개인적인 무력 또한 강한 것은 물론, 지략적인 면에서도 지지 않는다.

그녀의 치명적인 단점은 전쟁의 시기를 잘못 골랐다는 것이겠지. 동고트와 페르시아, 훈족, 서고트 등 여러 강적들과 전쟁을 치르면서 약화된 재정 상태. 그리고 황실의 무능. 모든 악성 요소들이 겹치고 겹치면서 악화된 상황 속에서 무리하게 전쟁을 감행했다. 설령 뛰어난 지휘관이라 할 지라도 전쟁에 대한 준비와 그 기반이 약하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

보급을 끊어버리고 청야전술을 통해서 현지조달까지 막아버리니 로마의 20만 대군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 지금의 로마군에게 있어 가장 큰 불안요소는 브리튼군이 아니라 열악한 식량사정과 푹동을 일으키는 외국 용병들이었다. 로마가 고용한 외국 용병만 하더라도 수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보수를 받기 위해서 참전하였는데, 로마 제국이 그를 지불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방어. 그리고 수비. 전장의 고착화를 이용한다."

"예. 란슬롯 경과 가웨인 경에게도 그 방침을 전하겠습니다."

아그라베인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면서 그 명령에 수긍했다.

현재 브리튼군은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로마의 루키우스를 몰아낸다면 최강대국의 지위는 브리튼이 가지게 된다. 북방의 게르만과 서쪽 변방의 서고트까지도 외교적인 형식을 통해서 굴복시키고 있었고, 전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들을 속국으로 지배하고 그들의 위에서 군림할 수 있는 기회가 들어오게 될 것이다.

루키우스 티베리우스를 멸망시킨다.

이제 드디어 브리튼 일대기가 종식될 대단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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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가 늦었네요.

주인님(북큐브 편집자)께서 원고를 토해내라고 하셔서.... 주인님이 시키시는데 노예가 따라야지. 고료 잘 주니 노예 생활도 할 만합니다.

#고급_노예 #미_투 #살려줘 #하루_2연재 #주_5일 #북큐브 #자살각

#고료_더_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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