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회
로마 쟁란
007
루키우스의 병력들이 계속해서 북상.
브리튼 본군은 루테시아와 오를레앙을 중점으로 하여 방어선을 구축.
양군의 움직임은 이렇다고 할 격변이 없었다. 로마 본군의 후방 사령부라 할 수 있는 제노아가 가웨인의 병력이 공격을 받았을 뿐, 다른 공방전은 없었다. 비록 서고트 왕국의 함대에 의해 지중해 연안이 공격을 당하여 보급에 차질이 생겼지만 루키우스는 그것을 감내하기로 했다. 장기전으로 몰고 갈 생각은 없다. 애초에 그녀는 단기 결전을 노렸다. 만약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로마 제국은 그 부담감을 버틸 수 없을 테니까.
"오라버니, 역시 장기전이 좋지 않을까요?"
아서가 제안했다.
로마는 십만 대군을 운용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그 대군을 온전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물자가 필요하다.
지금의 로마 제국으로서는 그를 장기적으로 운용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리가 없었고, 심지어 서고트 왕국의 함대가 대활약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교황 비길리우스 또한 루키우스를 지원하는 로마 귀족들에 한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었다.
이번 전쟁은 로마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루키우스는 되도록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서두르고 있었고, 그녀가 병력을 다루는 용병술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으리라.
"그렇겠지. 애초에 이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어. 그런 전쟁을 일으킨 전쟁광 자식은 이 세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죽여야 해. 살려둔다면 언젠가는 또다시 전쟁을 일으킬 테니까."
그녀를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다.
이탈리아 쟁탈전에서도 가웨인의 후발부대가 그녀를 막아섰을 뿐, 나는 루키우스 티베리우스라는 황녀와 직접적인 교전을 벌이진 않았다.
하지만 루키우스의 용병술과 전쟁 방식을 통해서 그녀의 성격이 어떠한 지를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전쟁의 광기에 침식당해버린 전쟁광. 흔히 전쟁을 생업으로 삼는 지휘관들이 겪는 '저주'에 가깝다. 항상 그 손에 피를 묻혀야 하며, 마치 직업병처럼 언제나 전쟁을 갈구한다. 자신의 생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도 전쟁을 일으키고 싶어하고, 그 전쟁이 지속되고 대규모로 진행될수록 쾌락을 느낀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을 전장에서 만나본 적이 몇 번은 있다.
주로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는 용병들이 그러했다. 돈벌이로 사람을 죽이는 용병들은 윤리 의식이나 개념이 희석된 인간들로, 언제나 전쟁에서 살육을 즐기다가 빠른 죽음을 맞이했다.
살인광 용병들만 전장에서 만나도 골치가 아플 지경인데, 그 살인광보다도 더 지독한 인간이 로마 제국의 1인자가 되어버렸다. 한 국가를 책임지는 섭정관이 전쟁광이 되어버렸으니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이상하겠지.
-----불필요한 전쟁.
나는 전쟁에 대해서 비관적인 상념을 가진 평화주의자도 아니거니와, 전쟁은 비인간적인 방법, 과정이라고 여기는 성인도 아니다.
전쟁은 필요하다.
서로의 세력을 깎아내고 독차지하고, 적으로 규정한 국가의 모든 재산을 빼앗기 위해서라도 전쟁이라는 과정은 필수불가결적인 행동이다.
나 또한 그 전쟁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했고, 발전했다.
지금의 브리튼이 그러하다.
눈부신 황금과, 풍년을 맞이하여 자라난 곡식,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브리튼 제국은 서로마 제국의 계승권을 이어받아서 명예로운 강대국으로 발전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제국의 초석이 된 것은 전장에서 썩어가는 시체들과 피로 얼룩진 살점과 해골이다.
전쟁이 없었더라면 과연 브리튼은 이렇게까지 강대한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소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세력을 잡은 무능한 위정자들이 전쟁 군주에 의해 몰락하고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그러면 병사들에게는 거점을 중심으로 방어에만 치중하라고 할까요?"
"부탁할게. 그리고 로마가 진군하는 각 부락과 도시들마다 필요 식량을 제외한 모든 식량을 폐기처분하라고도 해둬."
"네!"
이미 로마 군단들이 점거하고 있는 갈리아 남부와 동부지대의 영역에 보관하고 있던 식량들은 모두 북부로 빼돌렸다.
그리고 남은 식량은 불태워버림으로서 청야전술을 펼쳤다. 로마는 계속해서 보급로에 차질이 생기면서 식량이 부족해질 것이고, 당연히 현지조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것을 사전에 봉쇄해버리는 것이다. 장거리를 행군하여 오는 적의 원정군을 상대할 때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물론 루키우스도 그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다고 할지라도 식량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갈리아인들은 북부 지역으로 피난을 가기 시작했고, 로마 군단병들은 폐허가 된 도시에서 배고픔으로 굶주려야 할 테니까.
"루키우스는 뭘 원하는 걸까요?"
"내 목. 아니, 전쟁 그 자체가 목적이겠지. 이런 유형의 인간은 본 적이 있어. 주로 용병들이었지. 하지만 그런 전쟁광이 로마 제국의 1인자라니. 전쟁이 오래 이어지면서 이런 미친 인간도 만나네."
"오라버니! 웃으실 일이 아닙니다. 오라버니가 위험하다고요?"
"그건 그렇지."
아서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윽박질렀다.
그녀의 말에 대해서는 옳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루키우스 티베리우스는 유일하게 남은 나의 천적이다. 과거에는 벨리사리우스, 나르세스 같은 뛰어난 명장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나이가 들어 모두 죽었고, 로마 제국에는 루키우스만이 남은 상태였다. 그녀만이 서로마 제국의 부활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유일한 변수라고 여겼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그녀를 죽일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나 또한 잘 된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루키우스가 신중한 성격의 인물이라서 얌전히 로마 제국의 부흥에만 매진하였다면, 나는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가웨인 경과 란슬롯 경에게도 준비를 해두라고 일러둘게요."
"고마워."
아서가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나는 트리스탄과 팔라메데스 등의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서 뒤이어 펼쳐질 전쟁을 준비했다.
따로 별동대들을 운용하여 로마 군단이 운용하고 있는 보급로를 끊어버린다. 해로는 이미 서고트의 함대들이 막아버렸으니, 이제는 육로를 막을 차례였다. 소수의 별동대가 육로를 통해서 수송하는 로마의 보급부대를 공격하여 그를 봉쇄한다.
로마의 십만 대군을 정면에서 막아서는 것은 바보나 할 법한 짓인 데다가, 로마 군단병은 그 어떤 전쟁에서도 뛰어난 효율을 발휘하는 역전의 용사들이다. 비록 지금의 로마 제국이 쇠퇴하였다고는 하나,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병력은 강하다. 과연 최강대국을 자칭하였던 병사들다운 위용이라고 할까.
적어도 보병전에서는 브리튼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지금의 브리튼은 게르마니아에서 수입한 뛰어난 준마들로 운용하고 있는 기병대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로마의 견고한 방어력을 뚫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과거 트라비아에서 게르마누스의 군단을 패퇴시킨 전적이 있지만, 그 방어선을 뚫어내기 위해서 브리튼 기사들이 다수 전사하고 말았다. 게다가 훈족과의 전쟁에서도 브리튼이 자랑하는 전투병과인 기사들이 소진되었으니, 다시 로마를 상대로 소모전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폐하."
아그라베인이 들어와서 내게 보고를 올렸다.
"드디어 로마 군단들이 부르쥬와 트루아에까지 도착했습니다."
"벌써? 진군 속도가 말이 아니군. 얼마나 병사들을 혹사시키는 거야?"
"로마 군단병들은 보병 병과임에도 빠르기로 유명하니까요."
이래서 잘 훈련된 땅개들은 무섭다.
로마 군단병은 그 어느 보병들보다도 빨랐다. 튼튼한 팔다리와 단련된 체력. 언제나 전쟁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로마 제국이다. 사방에서 적대국을 두고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로마를 혹독하게 단련시켰다.
그것이 바로 로마 군단병이다.
가장 우수한 병과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자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넘쳐났고, 게다가 지휘관인 루키우스에 대해서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다져졌다. 그들이 다루는 글라디우스와 장창은 가장 위험한 흉기였고, 모든 기병대의 적이었다.
장창으로 적 기병대를 찔러 넘어뜨리고, 비교적 짧은 글라디우스로 사정없이 난자해서 죽여버린다. 기병대를 중점으로 그 치중을 두고 있는 브리튼은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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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크킹, 문명, 삼국지 같은 전략겜을 싫어합니다.
데드 바이 데드라이즈 개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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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F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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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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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