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로마 쟁란
005
서로마 제국의 계승권을 받은 브리튼.
그리고 신흥 강대국이 패권을 쥐는 것을 저지하려는 동로마.
이미 그들의 전쟁은 예견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서고트 왕국의 항구도시에서 정박하고 있던 함대들이 출진. 즉시 이탈리아로 향한다. 돛을 활딱 펼쳐들고서 순풍을 맞이하며 나아가는 2백 여 척의 함대. 시칠리아를 비롯해서 코르사카 등 지중해 연안의 로마령 제도들을 공격할 방침이다.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 일대의 물자들을 이탈리아로 곧장 운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로의 중요성이 실로 무겁다.
북아프리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소아시아의 물자들은 육로로 운반할 수도 있겠지만, 제아무리 로마가 잘 포장한 가도들로 하여금 수송 속도를 높혔음에도 해로로 운반하는 속도만큼은 빠르지 않았다. 당연히 로마의 총독과 행정관들은 수송선의 중점을 두고서 사용했고, 그 수송선들은 서고트의 함대들의 표적이 되었다.
"로마 수송선이다! 모두 파괴하라!"
"살려두지 마라! 불을 지르고 모든 물자를 바닷물 속으로 쳐넣어버려!"
"단 한 척도 이탈리아로 보내선 안 된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
서로마와 동로마가 직접적인 병력 교전이 벌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고트 왕국이 선수를 쳐서 함대들을 파견하면서 이탈리아로 향하기로 결정된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 일대의 수송선들이 침몰하고 파괴되었다.
고대 시대의 해상전은 매우 심플하다.
우선 서고트의 충선들이 일제히 진격하여 로마 함선을 때려박는다. 기동력이 제로가 되어버린 로마 함선에 서고트 군함들이 여럿 달라붙어서 백병전을 펼친다. 서고트 해병들은 솜씨 좋게도 밧줄을 매단 갈고리를 던지면서 로마 함선을 낚았고, 여럿이 그것을 잡아당기면서 함선과 함선의 거리를 붙여버렸다.
그리고 시작되는 백병전.
물고기를 잡을 때 사용되는 작살이라던지, 그물까지도 모두 사용된다. 로마 함선들은 그것들이 대부분 수송선이었던 데다가, 그를 보호하는 함선의 비중이 크지 않았기에 서고트가 매우 유리했다.
"우리 민족을 업신여긴 로마다!"
"이번 전쟁은 우리들이 승리한다."
"결코 살려둘 수 없지!"
서고트 왕국의 함대들이 지중해 연안을 약탈하고 파괴하면서 심지어 시칠리아와 코르사카까지 공격하여 로마의 수송 기지를 파괴했다. 과거 벨리사리우스가 이탈리아의 동고트를 공격하기 위한 전진 기지로서 사용되던 시칠리아가 대규모의 서고트 해병들의 공격을 받아서 함락. 지중해에서는 계속해서 콘스탄티노플로 급보를 보내고 있었다.
그를 들은 유스티누스 2세는 크나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유폐당한 몸이기는 하나, 적어도 전쟁에 관해서는 루키우스 티베리우스가 당연히 앞설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유폐된 상태에서도 허수아비 황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중해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듣자하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페르시아 전선에서는 전설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여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브리튼과의 전쟁에 집착하지를 않나, 브리튼과의 전면전이 시작하지도 않았는데도 여러 트러블이 생기고 있었다.
"이러다가 로마가 멸망하는 것은 아닐까."
허수아비 황제는 유폐지에 가까운 황궁을 서성거리면서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미 자신이 즉위하기 이전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절부터 로마의 몰락은 예정된 것이었다. 동고트와의 전쟁과 훈족과의 전쟁 등, 로마는 여러 번이고 외적의 침입으로 피폐하게 되었고 이미 나라의 살림살이는 동이 나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과도한 영토 확장.
외적과의 무리한 전쟁.
그리고 속국들을 향한 억압적인 정책까지.
모든 것들이 로마 제국에는 악영향으로 작용해버렸고,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는 승리하였지만 동방 전선은 지금까지도 근심거리로 남았다. 게다가 훈족과 게르만도 북방 초원에서 협심하여 로마를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으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후 소피아가 말했다.
"폐하, 이러다가는 나라가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 그걸 모를 리가 있겠소?"
황제는 비교적 황후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소피아는 남편의 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었던 유스티누스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암살자를 보내어 살해할 정도로 과격하고 잔인한 성격이다. 그리고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가문을 멸망시킨 루키우스에 대해서 강한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가지고 있지 않을 리가 없다.
루키우스 티베리우스는 로마 제국의 1인자로, 내정과 군사 부문에 대해서 모든 전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황제와 황후 내외도 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미 황궁은 루키우스의 인원들로 가득했고, 브리튼과의 전쟁을 앞두고 제법 삼엄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제가 알아서 준비하겠습니다."
황후가 말했다.
유스티누스 2세로서는 자신의 아내가 대체 무엇을 준비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루키우스를 몰아낼 방법이 확실한 것이다. 괜한 일이 아닌지 걱정스럽지만 루키우스를 몰아내는 것은 로마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니 말리진 않았다. 물론 황제는 황후의 의견에 거역할 정도의 대담함을 가진 것도 아니었지만.
"황후. 루키우스는 무섭소. 그런 표독스러운 여자를 건들여봤자 이로울 것은 없소."
"그러면 폐하는 평생 이대로 계실 생각입니까?"
루키우스라던지, 소피아라던지.
황제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그녀들 모두가 자신의 안위를 위협했다. 만약 자신들의 의견에 거역하는 발언을 한다면 즉시 황위에서 쫓겨나겠지.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황후께서 그나마 개선시킨 국고까지 모두 사용되지 않습니까?"
"브리튼에 뭔가 씌인 모양입니다, 그 여자는."
강제로 해산당한 원로원의 의원들은 전대 황제의 조카딸이자, 현 황제의 사촌이라고 할 수 있는 루키우스를 '그 여자'라며 그 호칭을 깎아내렸다. 전쟁의 명수이며, 나아가 구국의 영웅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동고트 전쟁은 물론 페르시아 전쟁에서도 그녀가 없었더라면 나라가 큰 곤혹을 면하기 어려웠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루키우스 티베리우스가 하는 행동들은 지켜보면 그녀는 '로마의 멸망을 막아낸 것이 아니라, 그저 뒤로 미루었을 뿐.'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와서 그녀는 로마를 멸망시키려 하고 있었다.
원로원은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브리튼과의 전쟁에 대해서 미약한 기대감을 걸었다.
차라리 전쟁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브리튼을 멸망시키고 그 부유한 강대국의 모든 재산을 약탈한다면 그 전리품으로 로마 제국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매우 극소수였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모험'을 싫어한다. 짙은 위험성을 감내하는 것을 기피하고, 무리한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전쟁에 대해서는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로마인들조차도 이번 전쟁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루키우스 전하가 이길 수도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적어도 루키우스 전하는 전쟁에서 패배한 적은 없지 않소?"
전쟁에 대해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의원들은 대부분 그녀의 휘하에서 장수를 역임하였던 자들이다. 그리고 그 의원들은 거센 여론에 뭇매를 맞아야 했다.
"없기는 개뿔. 페르시아의 명장 미흐로에의 군대에 패전한 적이 있다!"
"전쟁에서는 매번 이겼겠지. 하지만 패배한 전투는 있었다."
"나라의 운명을 도박 같은 전쟁에 걸라는 건가? 이런 미친 놈들."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명장.
브리튼의 황제인 비세리온 펜드래건과 루키우스 티베리우스.
이 두 명의 전쟁 군주가 대립하리라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는 없다.
호사가들은 누가 이길지에 대해서 내기를 걸었고, 로마 시민들은 루키우스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혔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승리를 기원했다. 루키우스가 패배한다면 브리튼과의 전쟁에 모든 것을 투자해버린 로마 제국이 무너질 테니까.
피할 수 없고, 막을 수 없는 전쟁이라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다른 나라였다면 전쟁에 반대하여 반란이 일어났을 터였지만 성격이 괄괄한 로마인들은 '어디 한 번 지켜보자.'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무리하고 과도한 것은 알지만 동로마가 자랑하는 최고의 명장에 대한 신임도 깊었다.
지금은 그럭저럭 로마 제국이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전쟁에서 패전한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들이 로마 제국에 들이닥치겠지.
====================
다음 작품은 '그리스의 신왕'입니다.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의 왕으로, 올림푸스 산이 있는 그 지역. 여신하고 떡치는 내용에다가, 주 무대는 트로이 전쟁.
------- 100편 내외로 생각중,
====================
CNF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
원고료 쿠폰10개 = 연재 하나.
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