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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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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에서 국호를 개명하여 서로마 제국이 된 강대국은 동로마가 이등 국가로 하락하면서 비어버린 최강대국의 지위를 확보했다.
서로마 제국이 가장 우선시한 것은 영토 확장. 그리고 동로마가 등한시하면서 크게 낭패를 보았던 외교 관계였다. 게르마니아에 넓게 분포한 게르만 부족들과는 공생 관계를 유지하였고, 이베리아 반도에서 동로마 군단을 몰아낸 서고트 왕국과도 손을 잡았다.
페르시아와는 말할 필요도 없었을 뿐더러, 동로마를 적대시하고 있는 국가와 세력들과는 친선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포위망을 구성해버렸다.
지금까지 동로마가 패전과 몰락을 거듭한 것의 원인에는 '포위망'이 있었다.
동고트와 서고트. 훈족과 페르시아, 게르만. 그리고 브리튼. 여러 개의 국가와 세력들로부터 협공을 당해버리니 대제국으로서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로마와 관계를 맺고 있는 속국들은 그 충성도가 낮아서 제국이 위기에 몰리면 곧장 배반해버렸기 때문에 전력적으로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무리하게 로마 영토를 확장시키면서 속국에 대해서는 가혹한 세금을 부과했고, 심지어 로마 제국의 전쟁에 속국의 병력들을 남발하면서 그 관계가 틀어졌다. 적어도 대제는 전쟁에서 승리하였기 때문에 인기가 조금이라도 있었지만, 유스티누스 2세에 들어서는 아예 그 관계조차 파탄나버렸다.
게다가 황후 소피아는 금전적인 수완이 뛰어나 텅텅 비어버린 로마의 국고를 가득 채웠지만, 반대로 말하면 로마에 부족한 재산을 외국으로부터 강탈하듯이 벌어들였다는 뜻이기도 했다.
"로마가 알아서 삽집을 해주는데."
"하지만 루키우스 티베리우스는 위협적입니다.
브리튼은 갈리아와 게르마니아 서부 인근까지 모두 점령하고서 여러 속국들을 두었다. 이베리아 반도의 서고트 왕국을 지원하고, 이탈리아까지 그 영향력을 넓혔다. 이탈리아는 동고트 왕국이 패망한 이후에도 그 북부 지역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온전하게 로마 제국의 영토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동로마 제국은 콘스탄티노플과 소아시아 일대에 세력을 깊게 두고 있을 뿐, 이탈리아는 비교적 소속감이 옅었다. 과거 로마 제국이 발호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동로마는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지로 두고 있는 제국이었기에 이탈리아는 오히려 교황에게 친화적이었다.
"저희도 로마가 되었네요. 서로마 제국이라니, 아직까지도 익숙하지 않아요."
"나도 그래."
서로마 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를 선언.
동로마와 대등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아직까지는 삐걱거리는 지역이 많았지만 적어도 한꺼번에 넓힌 영토만큼은 동로마에 지지 않았다. 오히려 동쪽의 페르시아로부터 위협을 받는 동로마보다는 사정이 양호했다. 서로마 제국은 그 어떤 세력으로부터도 위협을 받지 않고서 발전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폐하."
가웨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직까지는 폐하, 라는 호칭이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적어도 조금 듣기에는 민망하다고 할까. 제국을 선포하고 황제가 되어버릴 줄이야. 가웨인도 조금 어색하다고 말했다. 황제라면 본디 삐까뻔쩍한 옷을 입고서 항상 왕관을 걸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황제로 즉위하였음에도 평소와 같은 옷을 입고,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왕관은 중요한 예식이 있을 경우에만 사용했다.
"페르시아는 계속해서 활약하고 있고, 이제는 우리 세상이야. 동로마 따위야 재기할 수 없겠지."
"그,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서는 그렇지. 적어도 10년 이상이 지나지 않는 이상에야 불가능해."
나는 페르시아가 동로마를 붙잡고 있는 역할을 너무도 잘해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페르시아의 황제 호스로 1세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호스로 1세는 동로마의 유스티니아누스와 평생을 걸쳐서 싸운 라이벌로, 이제 그의 적수는 죽어버렸고 그 뒤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유스티누스 2섹 물려받았다.
당연히 상대가 될 리가 없다.
페르시아는 동쪽의 돌궐인들과 동맹. 그리고 남쪽의 아라비아에 위치한 예맨을 합병하였고, 동로마를 공격하여 아르메니아 일대를 손에 넣었다. 안티오키아까지 페르시아의 손에 떨어지고, 로마의 주요 수입원이 되었던 부유한 도시들이 모두 페르시아에게 떨어지면서 동방 전선은 크게 격동하게 된다.
제아무리 루키우스 티베리우스가 집정관 겸 대장군이 되었다고 해도, 무능한 황제가 있는 한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로마인들은 무능한 황제에게 실망하고 있었고, 로마 군관들 또한 황제에게 충성 맹세를 거부해버렸다. 만약 루키우스라는 수호자가 없었더라면 이미 군인 계급들이 황실에 반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로마 제국의 고질병이 바로 근위병단들이다.
그들은 황실을 지키기 위해서 조직되었지만, 황권이 약화되는 기미가 보이면 매번 반란을 일으켰다. 지금은 티베리우스라는 이름의 명장이 그 수장을 맡고 있었다.
"이제 주지육림의 시작이다. 일 안 해."
"폐하!"
내 말에 가웨인이 소리쳤다.
영토 확장에 따른 후유증으로 온갖 업무들이 밀어닥칠 것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으니 쉬어도 되지 않을까. 나는 나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씩씩한 딸내미와 귀여운 아들내미에게 응석을 받으면서 살고 싶다. 30대 후반이다. 조금은 쉬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게르마니아 부족을 합병시키는 것만 하더라도 바쁜 실정입니다!"
"그건 알아. 케이가 알아서 해주겠지."
"케이 경을.... 과로사시킬 생각이십니까."
케이는 동로마로 사신단으로 파견되었다가 귀국한 이후에 조금도 쉬지 않고 곧바로 내정관으로 복귀했다. 그 업무량은 나조차도 경악할 수준이다.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로리인 걸까. 그녀가 일하는 수준을 보면 황제인 나조차도 두려워진다.
원탁의 기사단은 브리튼 본국을 떠나 갈리아와 게르마니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었고, 갈리아에서는 아서가 총독으로 내려간 상태였다. 게르마니아는 팔라메데스에게 일임하였으며, 다른 지역들 또한 기사단이 이끌었다. 브리튼의 상위 계급은 기사들이었고, 그들이 총독을 위임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였다.
"아바마마!"
가웨인과 단 둘이서 밀회를 즐기려고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모드레드가 달려와서는 내게 안겼다.
요즘 들어서 검술 수련에 전념하고 있는 모드레드는 일류급 기사로 이름이 높았고, 선천적인 천재라는 말이 많았다. 서로마 제국의 황녀가 된 딸내미는 장래희망이 기사라고 한다. 아무튼 다른 곳에 시집 보내기는 글렀다. 모르간도 이미 딸내미를 시집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포기했다. 아니, 애초에 시집 보내고 싶자 않은 걸지도 모른다.
이제 슬슬 혼기도 찾아오고 있지만, 말괄량이 같은 모드레드의 성격상 구혼자가 아무도 없었다. 신기하기도 하지. 대체 딸내미에 대한 소문이 어떻게 나버렸기에.
"나도 원탁의 기사단이 될 거야!"
황녀 모드레드의 희망사항이다.
물론 원탁의 기사단에는 입단 조건에 신분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평민도 실력만 우수하다면 기사단이 될 수 있었지만, 과연 황녀는 어떠하려나. 아직 열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성인이 될 것이고, 번듯한 기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딸내미는 황위 따위는 관심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시다.
"황녀가 무슨 기사냐. 어서 시집이나 가! 동로마로 가던지, 페르시아로 가던지. 아니면 서고트 왕국으로 가버리렴."
"시집은 무슨. 아바마마랑 평생 살 건데."
"그 무슨 참담한 말이냐, 나의 딸아."
평생을 말괄량이 딸의 수발을 들면서 살 수는 없지.
모드레드의 눈치를 보느라 이루어지진 못했지만 모르간과 이제 둘째도 가져야 할 때였고, 서로마 제국의 황제로서 자손을 번창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기껏 제국을 세웠는데 그를 지탱하는 황족이 적어서야 말이 안 된다. 황족이 적다는 것은 황권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라도 여러 처첩을 두어서 지방의 세력권을 하나로 뭉쳐야 했다.
다시 말해서 혼인 동맹이다.
황제로서 지방에 할거하고 있는 유력 가문의 공주와 혼인하여 그들 가문의 세력권을 아군으로 삼는다. 과거 건국시조에 해당되는 여러 군주들이 해온 일이지 않은가. 그 이유는 혼인만큼 가문과 가문을 면밀하게 이어주는 관계도 없기 때문이리라.
가웨인이 말했다.
"모드레드 님과 결혼하시면 되겠네요."
"내 딸아이라고. 누가 보면 남의 집 자식인 줄 알겠네."
가웨인의 얼토당토 않는 절충안에 모드레드가 새빨간 눈동자를 반짝 빛냈다.
"그러면 아바마마랑 결혼할래!"
농담으로 들리지 않아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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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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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