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81화 (18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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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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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우스 티베리우스는 군부의 1인자가 되었고, 로마 황제는 가장 든든한 우방을 얻었다.

서로의 이해 관계가 일치하였기에 그런 결론이 맺어진 것이겠지. 집정관과 대장군을 역임하게 되어버린 루키우스는 명실상부 로마의 최고 권력자가 되어있었고, 그녀 휘하의 장수들 또한 고위직 군관을 차지하게 되었다. 정치와 내정에 대해서는 황후 소피아가 맡기로 하였고, 황실 근위대는 티베리우스가 역임했다.

어느덧 집정관 겸 대장군 루키우스와 황후 소피아가 양대 체제로 로마 제국을 다스리는 뉘앙스로 흘러갔다. 물론 소피아는 자신의 일가족을 죽인 원흉이나 다름없는 루키우스에 대해서는 내심 증오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소피아의 가문에서 암살자를 내려보내어 이집트 총독이 된 유스티누스를 알렌산드리아에서 살해하였고, 그 원수를 갚기 위해서 루키우스는 황후의 가문을 모조리 절단내버리고 황후 소피아만을 살려두었다.

"전하. 황후를 살려둘 필요가 있겠습니까?"

"전하도 잘 아시지 않으십니까. 유스티누스 전하를 죽인 것은 황후입니다!"

"저 황후가 돈벌이를 해먹으나 나라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수많은 장수들이 황후 소피아를 처단할 것을 권유했지만 루키우스가 거부했다.

현재로서는 정치적인 입장에서 행동할 수 있는 인물이 부족하다. 그래서 뽑은 것이 소피아였다. 이미 원로원은 부패 조직으로 전락해버렸고, 귀족들도 한없이 무능하기만 하다. 적어도 소피아 황후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정치가였으니 내정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았다. 황후는 기본적으로 돈을 굴리는 데는 재주가 비상해서 자기 가문의 재산을 총동원해서 돈을 불려나갔고, 텅텅 비어버린 로마의 국고가 반 정도는 차게 되었다.

그 신묘한 능력은 로마 장수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황후가 금화 한 닢을 밥그릇에 집어넣으면 곧이어 열 닢으로 만들어낸다, 라는 속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우습게도 제국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황후가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돈벌이였다. 타국으로 확산된 로마의 재력을 어떤 방식을 사용해서든 모조리 끌어오면서 제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타국에 지고 있던 국채까지 모조리 갚아버리니 그 신묘함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능력을 본 루키우스는 황후 소피아를 처단하지 않았다. 아마도 황후 또한 자신의 능력에 자기 목숨줄이 걸린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지런히도 일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브리튼이 마침내 알펜스 지역을 점령했다고 합니다."

"게르마니아의 부족들도 잇달아서 항복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들의 기세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루키우스를 견제하기 위해서 갈리아 동부에 배치한 병력들은 곧바로 방향을 바꾸어 게르마니아의 서부 일대를 장악해버렸다. 이로써 갈리아 전역은 브리튼의 수중으로 떨어졌고, 과거에 로마조차 긴장시켰던 게르만 부족들까지도 브리튼에 투항하기 시작했다. 게르만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바로 훈족이었는데, 그 훈족은 브리튼의 손에 무참하게도 깨져버렸다.

그 일화를 알게 된 게르만 부족들은 브리튼을 두려워하여 종속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브리튼은 곧이어 서로마 제국이라고 국호를 개칭하더니 마치 과거의 로마처럼 여러 속국을 두고서 그를 다스렸다. 이미 서방 제국의 일대는 브리튼에게 떨어져 버렸고, 동로마 제국은 그것이 간섭할 수 없었다.

----유스티니아누스 대제가 자신의 이름으로 서로마 제국의 계승권을 브리튼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그것을 치욕이라 여기고 있었음에도 나설 수 없었다. 제국에는 대규모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형편조차 되지 않았을 뿐더러, 브리튼의 영토 확장을 막아선다는 것은 전대 황제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에 해당된다.

그것은 제국으로서는 또다른 치욕이었고, 이미 황제의 이름으로 협약을 맺은 이상은 브리튼을 건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선 브리튼은 내버려 둬."

루키우스는 브리튼에 가지고 있는 라이벌 의식을 우선 지우고는 로마 제국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어리석은 야만족들부터 정벌했다.

은괴 9만 개를 주고서 평화 조약을 맺은 아바르 족을 맹공격하여 그들의 부족을 모두 멸망시키고 은괴를 다시 회수하였고, 아바르 족과 함께 로마의 국경를 넘어서 약탈을 저지른 롬바르드족은 그 세력권 자체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모든 부족을 해체시키고 무기를 들 수 있는 남자를 모조리 죽여버린 다음에 여자들은 노예로 삼아서 팔아버렸다.

주로 페르시아와 이집트 일대에 팔았는데, 그 노예 정책은 꽤나 큰 이윤을 남겼다.

특히 페르시아는 노예 정책에 대해서는 대환영이라서 비싼 가격에 금발 벽안의 여성 노예들을 반겼다. 종교에 따라서 타 종교를 섬기는 여자와는 몸을 섞을 수 없었지만, 그 여성 노예로 개종시킨다면 충분히 하렘에 집어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로마가 노예상인이나 되어버린 건가."

루키우스가 자조어린 웃음을 흘렸다.

롬바르드 족을 포함해서 로마에 반기를 든 야먄족의 부락들을 모두 파괴하고 그들 부족민들을 모두 노예로 팔아버렸다. 로마에 반기를 드는 자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과시였고, 루키우스 티베리우스가 로마의 수호신이라는 것을 천하에 증명시켰다. 훈족에게 패배하고 브리튼의 눈치를 볼 뿐이라면서 깔보았던 야만족들이 벌벌 떨어야 했다.

"집정관. 혹시 전쟁을 계획하고 있나요?"

황후 소피아가 직접 루키우스를 대면했다.

그녀와 독대를 하는 것은 또 처음이다.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조카딸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두 명의 여성들은 사이가 매우 나빴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내켜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로마의 정예 군단들이 모두 동쪽으로 향하고 있으니까요. 뭐죠? 라지카 왕국을 최전선으로 삼아서 무언가 꾸미는 건가요?"

"그건 오해야."

루키우스가 사납게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을 본 소피아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대귀족에 태어나 호의호식을 하던 아가씨에게 있어 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사나운 늑대가 가진 살의를 견뎌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소피아는 루키우스를 항상 경계했고, 저 무식한 계집이라면 자신의 목을 언제든지 따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페르시아가 먼저 우리를 공격할 테니까. 이건 그를 반격하기 위한 준비에 불과해."

"뭐라고요? 페르시아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건 인정하죠. 하지만 대제께서 서거하신 이후부터 잠잠했다고요."

그를 들은 루키우스는 "네년이 내 동생을 죽여서 생긴 일이잖아." 라고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유스티누스의 죽음을 입에 담아버리면 눈앞에 보이는 가증스러운 황후를 무심코 죽여버릴 것만 같아서 참았다. 누구 때문에 페르시아 제국과 외교 관계가 엉망진창이 되었는지 모르는 건가?

루키우스는 전쟁을 좋아하지만 스스로 멸망을 원하진 않는다.

브리튼을 도발하여 전쟁터로 끌어냈던 것도 마음껏 싸우기 위함이었지, 로마 제국을 멸망시키려 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녀가 비세리온 펜드래건이라는 군주가 가진 잠재능력을 과소평가해서 로마 제국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말이다.

설마 이탈리아까지 쳐들어 올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것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비세리온 펜드래건이라는 이름의 군주는 자신의 인생을 걸어도 부족하지 않을 호적수였다. 이미 그녀는 비세리온을 무조건 꺾어버리겠다고 다짐했고, 그것은 언젠가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다.

로마와 브리튼의 전쟁.

그것은 루키우스 티베리우스가 살아있는 한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나게 될 일이 될 것이다. 그녀는 진심으로 비세리온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내고 싶었으니까.

-----설령 제국이 멸망하게 될 지라도.

조국의 멸망을 원하지 않는 루키우스였지만, 무심코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집정관 루키우스와 황후 소피아가 국정을 운영하고 있던 와중에, 이탈리아에서 총독으로 부임하여 서방 전선을 책임지고 있던 명장 나르세스가 죽었다. 그는 로마 장수들 중에서 최고령이었는데, 이제 그만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버린 것이다. 이제 로마의 3대 명장들 중에서 남은 사람은 루키우스가 유일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일 후.

페르시아가 기독교를 아예 국교로 선포해버린 아르메니아를 공격하기 위해서 군사를 집결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콘스탄티노플에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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