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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173화 (173/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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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지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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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세리온과 루키우스의 만남을 성사되지 못했다.

브리튼의 군주는 서로마 제국의 영토를 모두 손에 넣기 위해서라도 본국으로 귀환해야 했고, 루키우스는 그로부터 몇 달 뒤에 로마의 위대한 황제였던 유스티니아누스가 평소에 앓던 병이 악화되면서 사망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노장 벨리사리우스가 저택에서 자연사하였으므로 그 두 거인들의 공백을 메워야만 했다.

"누님. 다음 황위에 대해서는 원로원에 맡기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다음 황제는 반드시 네가 되어야 해. 원로원의 늙은이들 따위가 결정할 논제가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누님, 원로원도 황위 계승을 선택할 권한이 있습니다."

흔히 로마 시민들은 과격한 성질을 가진 '루키우스 티베리우스'와 온건파 기질이 강한 '유스티누스'가 개인적으로 악연일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사실은 이 남매들은 사이가 좋았다. 서로 사촌지간이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남매라 생각하고 있었고, 루키우스가 미처 놓치는 결점을 유스티누스가 매번 보완해주기도 했다.

이미 콘스탄티노플에서는 다음 황제로 유스티누스를 지목하고 있었다. 루키우스로서는 분한 마음이 들지만 유스티누스는 브리튼의 군주인 비세리온 펜드래건과 친분이 있었고, 브리튼의 사신단으로 파견되었다는 전적이 있었다. 강대국으로 성장한 브리튼과 원만한 관계를 이룩하고 싶은 로마 귀족들이 주로 유스티누스를 옹호했다.

게다가 유스티누스는 명망이 높았던 명장이자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동생인 '게르마누스'의 장남이자, 브리튼과의 외교 관계와 라지카 전쟁 등에서 활약한 바가 있었다. 심지어 콘스탄티노플을 포함하여 수도 인근의 병력을 모두 책임지고 있는 사령관직을 역임하고 있었으니 그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스티누스 전하께서 황제가 되셔야 하오!"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뭐가 있겠소?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도 아무런 유지 없이 세상을 뜨신 것 아니겠소?"

"브리튼과의 관계를 생각해봅시다."

"루키우스 전하께서도 유스티누스 전하의 말이라면 수긍하지 않습니까. 괄괄하신 루키우스 전하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유스티누스 전하 밖에 없을 겁니다."

원로원은 물론 로마 귀족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라지카 왕국에서도 유스티누스의 외교 능력을 인정했고, 로마를 지원하고 있는  수많은 속국들까지도 그에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망이 깊고 명장으로서의 면모 또한 갖추고 있는 문무양도의 천재.

그 부친인 게르마누스와 마찬가지로 사람에 대한 덕망이 깊어 명군으로 추앙받았다.

로마 군부 또한 벨리사리우스와 루키우스 다음으로 유스티누스를 좋아했다. 나르세스는 환관 출신이라 기피했지만, 유스티누스는 로마의 직계 혈족이며 그 아비와 함께 대를 이어서 로마에 봉사하였으니 충성심 또한 깊었다.

-----유스티누스를 옥좌의 주인으로 옹립하자!

콘스탄티노플의 시민들은 오히려 황제의 죽음에 대해서 열광했다.

유스티니아누스는 법률 편찬, 성당 개축, 영토 확장 등 여러 요소에서 사력을 다해서 나라를 다스렸지만 훈족과 페르시아, 동고트 등 여러 야만족 국가들의 침공에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한 무능한 황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유스티니아누스로는 억울한 감정도 들 것이다. 그는 진심으로 로마를 위해서 싸웠고, 죽을 힘을 다해서 황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선정을 베풀었다.

하지만 얄궂게도 황제의 즉위 기간에 레바논 대지진과 여러 역병이 발생하였고, 화재와 수해가 겹치면서 시민들의 지지도가 하락했다. 로마의 황제는 태양신의 혈육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반신반인이었음에도 여러 자연재해를 막지 못한 것은 황제의 부덕이라고 여겼다.

"새로운 황제 폐하는 유스티누스 전하 밖에 없다."

"우리가 그 분을 옹립할 차례다."

"그 인자하신 분에게 우리들이 얼마나 은혜를 입었던가. 움직여라, 로마의 근위병대들이여!"

"가로막는 놈은 모조리 죽여도 좋다."

콘스탄티노플의 황궁을 경비하는 역할을 맡은 근위대들은 쏜살같이 움직이면서 각 중추지역을 점령하였다.

황제가 사망함으로서 그 빈 옥좌를 노리는 황족들은 수도 없이 많다. 루키우스와 유스티누스를 제외한 직계 황족부터 시작해서 이름도 모를 방계 황족들까지. 그들은 친족은 물론 외척까지 모조리 끌어들여서 황위에 오르고자 하는 야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그 목표가 만인지상의 자리라면 그 욕심은 더욱 깊어진다.

"근위대들은 모두 정위치에! 황궁을 출입하는 모든 인원들을 검문해라. 필요에 따라서는 수색을 펼쳐도 좋다."

불온한 움직임을 감지하고서 루키우스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그녀에게는 황위에 오르고자 하는 욕심이 없었다. 대장군이 되었으면 되었지, 머리 아픈 황제는 사양이다. 황제의 자리는 똑부러지는 일처리 능력을 가진 자신의 사촌동생 유스티누스가 되어야 했다. 혼란스러운 로마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외교력이 뛰어난 유스티누스가 황제에 올라야만 했고, 지금은 전쟁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 라고 루키우스도 확신하고 있었다.

"황제는 역시 유스티누스 님이시지."

"암. 우리 같은 미천한 것들에게도 친절하신 분이 아닌가?"

"성군이시지. 성군이셔."

귀족들에서 시민들까지.

모든 이들이 유스티누스의 즉위를 기대했고, 길거리를 걷던 시민들은 공개적으로 펼쳐지는 황제의 즉위식을 꼭 보고 말겠다면서 들뜬 마음을 보였다. 분명 쓸데없이 영토 확장에만 전념하면서 국가의 예산을 군비 증축에만 투자해버린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보다는 뛰어난 명군이 될 것이다.

브리튼은 유스티누스에게 협조적이었고, 직접적으로 평화 조약까지 치른 페르시아 또한 미리 선수를 쳐서 로마에 사절단을 보내어 유스티누스의 즉위를 축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라지카 왕국은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속국들도 의견이 같았다. 로마에 대해서는 이를 갈고 있는 서고트 왕국에서도 사절단이 도착할 정도였다. 방금 전에는 브리튼에서도 사절단이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태는 언제나 갑작스러운 곳에서 시작된다.

황제 유스티니아누스의 마지막 유언을 곁에서 받든 탁고대신 칼리니쿠스가 갑작스럽게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직계 황족을 다음 황위 계승자로 지목했다. 황자 루니어. 지금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유스티누스가 아니라,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의 누이 비길란티아와 둘키디오스의 사이에서 태어난 듣도 보도 못한 직계 황족이 지명된 것이다.

칼리니쿠스는 집정관이면서 동시에 혼자서 황제의 유언을 들었을 정도로 총애를 받던 대신이었다. 집정관은 원로원의 수장 노릇을 하는 관직이었고, 집정관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원로원의 의원들은 당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루, 루니어....? 그게 누구....인지 아시오?"

"플라비우스 로스티너스 루니어 아우구스투스.... 처음 들어보오."

"비길란티아 황녀님의 혈육이라고 하시던데."

"그런데 그 황족 분께서는 전쟁에도 나가본 적이 없다고."

대체적으로 로마 황족들은 직계일수록 전쟁에 나가는 일이 잦다.

로마는 결코 황족이라고 해서 국방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직계에 해당되는 황족일수록 전쟁에 나섰고, 로마의 위광을 떨치기 위한 전쟁에서 전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로마가 강한 이유. 황족부터 시민들까지. 전장에서 죽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루키우스와 유스티누스는 직계 황족이었음에도 어릴 적부터 전장으로 나아가 싸웠고, 언제나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 싸웠다. 사자는 자신의 새끼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벼랑 끝에 내모는 것은 주저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는 자는 도태되며, 도태되는 자는 죽임을 당한다. 그것이 바로 법칙이다.

로마의 황족들은 늑대의 젖을 먹은 로물루스의 핏줄이다.

시조 로물루스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장으로 나아가 싸웠다.

그런데 집정관 칼리니쿠스가 '차기 황제'로 지명한 루니어라는 황자는 단 한 번도 전장으로 나아가 싸워본 적이 없었고, 검을 휘두르는 것도 말을 타는 것도 미숙한 반푼이였을 뿐이다. 원로원 의원들 중에는 실례되는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혹시 집정관이 황제의 죽음으로 돌아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었다.

이미 유스티누스라는 번듯한 후계자가 있는데,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를 애새끼를 데려와서 차기 황제라고 주장하는 건가. 과연 제정신일까? 집정관 칼리니쿠스의 주장은 루키우스조차 예상하지 못한 소용돌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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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 사절단: 여기 완전 개판인데?

페르시아 사절단: 개꿀잼.

서고트 사절단: 황위 쟁탈전인가.

라지카 사절단: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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