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62화 (16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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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패자

012

루키우스 티베리우스는 소규모의 병력이 페르시아의 주력군에게 패배하였다는 소식에 일시적으로 후퇴하여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미흐로에는 로마 군단병들이 라지카 왕국에서 철퇴한 것을 보고는 5천의 병력을 왕국에 상주시키면서 약탈을 자행하도록 내버려두었고, 나머지 본대를 이끌고서 아르메니아까지 진격하게 된다. 아르메니아는 친로마 성향을 가진 로마의 속국이다. 따라서 아르메니아까지 페르시아에게 짓밟힌다면 로마 제국으로서는 크나큰 데미지를 입게 되는 것이다.

"지원군은 안 오는 겁니까?"

"아니, 나라가 멸망하게 생겼는데 브리튼이든 뭐든 우선 빌고 봐아햐는 것 아닌가!"

"폐하께서는 이베리아를 포기하셨다고 합니다. 그쪽 병력이 동방 전선으로 올 예정이라고는 합니다만....."

"지원군이 오기도 전에 끝나겠군."

직접 전선에 서서 병력들을 지휘하고 있는 야전 사령관들은 콘스탄티노플에서 탁상공론이나 하고 있는 로마 귀족들과는 달리 '브리튼의 협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10년 전에는 목숨을 걸고서 싸운 악연이 있었지만, 적어도 그들의 강한 전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지원군으로 파병된다면 능히 페르시아를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콘스탄티노플에서는 황제가 브리튼에 군사요청을 한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었다. 직접 현장에서 페르시아의 막강한 군사력을 보지도 않고서 결여된 선택을 해버리는 것에 대해서 야전 사령관들의 태도가 곱지 않았다.

"전하, 이제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적을 공격한다. 그리고 승리를 거둔다. 야전에 참전하고 있는 사령관들은 그것만을 생각하도록."

루키우스는 그렇게 단언하고서 군사를 움직였다.

아르메니아로 진격하기 시작한 페르시아 군세를 저지하기 위해서 전투를 계획했고, 그 전투는 아르메니아에서 치루어졌다.

페르시아의 미흐로에 또한 로마를 한 번 크게 짓밟아버린 다음에 라지카 왕국을 포함해서 아르메니아까지도 페르시아의 속국으로 만들려고 하였다. 아르메니아는 꽤나 부유한 국가로서 한껏 약탈을 저지르면 분명 큰 재산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파시스 강에 도착한 페르시아 군들은 진영을 펼치려고 하였는데, 그보다도 빨리 로마 기병대가 습격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로마 기병대는 밤낮을 쉬지 않고 내달려서 페르시아가 예상한 시각보다도 사흘이나 먼저 파시스 강에 도착하여 공격을 개시한 것이다. 물론 로마의 습격은 꽤나 용감하고 대담한 전략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무모하기도 했다.

로마의 주력부대는 어디까지나 보병부대였다.

그런데 그 보병부대를 이탈하여 기마부대만을 적 진영에 돌격시키는 루키우스의 행동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은발의 여기사는 누구보다 용감하게 적 진영에 달려들어서 날카롭게 성검 플로렌트를 휘둘렀다.

고작 1천 기에 달하는 기병부대에 의해서 1만 4천에 달하는 페르시아 병력들이 혼란을 겪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로마 기병대가 공격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파시스 강의 지류에 군영을 세울 것이라는 정보를 로마가 미리 감지하였을 것이라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페르시아는 로마 기병대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고, 한편 로마는 페르시아의 병력 이동을 손바닥 읽듯이 헤아리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전투의 승패를 가른 요인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였고, 로마는 물리적인 접촉을 하기 이전부터 정보전에서 승리한 것이다.

"다 죽여라!!"

"군량 창고에 불을 질러라! 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자!"

"더러운 조로아스터교 놈들, 지옥으로 떨어져라!"

1천 기의 로마 기병대들이 진격하면서 페르시아 군영을 뒤엎고 창고를 무너뜨린 다음에 마굿간에 있던 군마까지 풀어버리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때마침 푸른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로마 기병대는 어두워지기 시작한 환경을 이용했고, 곧이어 장대비까지 내리기 시작하자 페르시아 진영은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지러워졌다.

비가 몰아치고 천둥이 울린다.

병사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를 짓밟는 군마의 말발굽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적 기병대는 소수다! 모두 정신 차려라."

"제 1진! 제 1진은 나를 따라와라. 적을 도륙낸다."

"포위망을 형성하고 장창을 치켜세워라. 목책을 다시 일으키고 적을 상대한다."

사령관 미흐로에가 직접 시미터를 치켜들고서 페르시아 군관들을 다독였고, 곧이어 군관들은 병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하면서 로마 기병대의 공격에 대해서 대비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페르시아 황제 호스로 1세가 라지카 왕국과 아르메니아로 보낸 병력들은 인도 제국과 여러 북방 민족과 싸우면서 성장한 정예병이었고, 불의의 습격을 당한 것치고는 빠르게 전열을 회복하였다. 장창을 들면서 방책을 세우기 시작한 페르시아 보병들의 공격에 로마 기마병이 낙마하여 쓰러졌다. 그리고 로마 병사는 곧이어 꼬챙이에 꿰뚫려져 죽었다.

장대비가 쏟아진다.

미친듯이 쏟아지면서 갑옷을 적시고 시야를 흐트렸다. 로마 기병대들은 훈련이 매우 잘 되어있었는지 비가 몰아치고 있었음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적장이다! 잡아라!"

"저 계집이 지휘관이다!"

페르시아 경기병대들이 달려들었으나, 은발의 여기사를 이겨내지 못했다.

성검 플로렌트를 휘두르던 루키우스는 직접 전장을 누비면서 페르시아의 이름 있는 장수들을 베어버렸고, 푸른 벼락이 몰아치는 것처럼 플로렌트의 칼날에서 푸르스름한 오러가 깃들었다. 푸른색의 번개를 휘두르는 로마의 황녀. 그녀는 전희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전장에서는 매서운 모습을 보였다.

루키우스가 다른 한 손으로는 장창을 들었다.

장창을 내던지면서 적 기마병을 죽였고, 다시 한 번 장창을 빼앗은 다음에 적 기병을 또다시 죽였다. 은발의 여기사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음에도 시뻘겋게 피칠갑을 하고 있었다. 빗물이 씻어내는 것보다도 적을 죽이고 쏟아내는 피분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모조리 와라!!"

개인적인 용맹과 무용으로는 결코 적 군단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은 전쟁에서 이어져 내려온 하나의 상식과도 같았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 상식이라는 것을 깨부수는 용사가 드물지만 가끔씩 존재하기 마련이다. 푸른 번개를 뿜어내는 성검을 휘두르며 적진을 유린하는 은발의 여기사가 바로 그런 부류에 속했다. 페르시아의 중요 군관들이 모두 전사하면서 병사들이 갈팡질팡하기 시작했고, 로마 기병대가 강하게 말발굽 소리를 내자 공포를 확산시키면서 도망쳐버렸다.

공포라는 감정이 페르시아 진영을 메운다.

먹구름이 끼면서 빛이 사라지고, 흙바닥에는 사람의 살점과 핏물로 가득했다. 모든 것들이 붉게 변하고, 그 붉은 세계를 누비는 것은 로마 기병대였다.

쏟아지는 비에 파시스 강의 수면이 올라오고 있었다.

페르시아 병사들은 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군영을 꾸리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져 내렸기 때문에 강물이 확산되면서 금방 범람하기 시작했다. 발바닥에 찰랑찰랑 물이 메워지기 시작했고,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퇴각! 퇴각한다!"

마흐로에는 결국 퇴각을 명령한다.

1만 4천에 달하는 페르시아 병력이 고작해야 1천 밖에 되지 않는 로마 기병대에 의해서 패주를 개시. 은발의 여기사는 고작 1천 명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기습 공격을 하였지만 적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페르시아 병력의 사상자는 그리 크지 않았다. 고작해야 2천 명이 죽었을 뿐, 아직도 많은 숫자가 남아있었다.

파시스 강 전투에서 로마가 승리.

빠르게 적의 움직임을 감자히고서 대담하게 기병대로 돌격한 것이 변수로 작용했다. 그저 육안으로 전투의 양상을 보았을 뿐이라면 '대담한 전력'이라고만 여겼겠지만, 그 대담한 전략에는 수많은 계산이 거쳐갔을 것이다.

시간에 맞추어서 폭우가 쏟아질 것을 예상하고, 파시스 강이 범람하리라는 것을 사전에 알아두지 않았더라면 로마는 결코 이러한 전략을 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적이 자신들의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하였을 것이라 판단하고 적 진영에 스스로 돌격을 감행했다. 결코 범부 따위가 실행하지 못할 대담한 작전이다. 적이 만약 로마 기병대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더라면 파시스 강에는 로마 기병대의 시체로 메워졌을 것이다.

로마 군단병들은 파시스 강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것에 고무되어, 페르시아 군을 추격하여 히피스 강에서도 승리를 거두었다. 페르시아의 맹장이라고 불리었던 호리아네스가 전사하는 등 페르시아의 주력군이 괴멸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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