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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150화 (15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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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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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원정을 떠난 브리튼의 주력군이 고국으로 귀환하였다.

원정을 떠난 지 1년 4개월에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본격적으로 전쟁을 벌인 기간이 1년이었고, 브리튼과 로마를 왕래하면서 걸린 기간이 4개월에 달하였다. 장기간에 걸친 강행군으로 브리튼 병사들의 피로는 극심했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도 꽤나 고단했다. 6만 명에 달하는 브리튼군의 일부는 갈리아에 그대로 주둔했지만, 대부분은 브리튼으로 귀환하였다.

"모드레드----!"

어찌나 성깔이 괄괄하였는지 애엄마는 물론 시녀들까지도 애먹이는 브리튼의 공주님을 불렀다. 나와 모르간의 사이에서 태어난 귀여운 딸은 브리튼 왕궁을 강타할 정도로 큰 사건사고를 몰고 다녔고, 그를 감당해야만 하는 나로서는 머리가 아플 뿐이다.

생후 10개월도 안 된 꼬맹이가 이렇게까지 사고를 칠 수 있을 줄이야.

원래 이렇게나 아이 돌보기가 힘든 걸까. 조금만 눈을 떼어도 사고를 저지르는 갓난아기의 위력에 두손 두발을 들고 말았다. 만약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피임의 중요성을 과거의 나 자신에게 설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아우우우!!"

스르르륵.

아기의 대소변을 닦을 때 사용하는 수건더미에 숨어서는 키득키득 웃고 있던 갓난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지런히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돌아다닌다. 주변인들을 골탕 먹이려고 구석에 숨는 것을 즐기는 고양이 같은 습성을 가진 공주님을 번쩍 안아들었다.

새빨간 눈동자가 반짝이면서 모드레드가 꺄우우우, 웃음을 지었다.

어린아이답게 번쩍 들어올리면 기뻐한다. 그러니 제발 공주님다운 얌전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만. 물론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이 건강한 것 만큼이나 기쁜 것도 없다지만, 모드레드는 너무 건강하다. 너무 건강해서 애를 먹을 정도였다.

지금 시녀들은 모드레드가 어디 숨어있었는지도 모르고는 "공주님이 없어졌다!" "나 이민 갈래!"라는 등의 비명을 지르며 브리튼의 공주님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드레드가 기쁜듯이 울면서 수건더미 밑에 숨어있다가 내게 쪼르르 기어왔다.

모드레드를 번쩍 안아들고 있던 와중에, 모르간이 피식 웃으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골치아픈 딸내미를 낳은 생모께서는 가족이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은 얌전한 아이를 낳았어야지, 꼭 자기 닮은 딸을 낳아서 왕궁 전체가 들썩였다.

"이봐요, 모르간 씨. 이 아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마누라를 닮았거든요?"

"아냐! 딱 봐도 당신 닮았잖아!"

"설마 내 아이가 아닌 것은....."

"당신을 죽여버려도 될까?"

나를 닮았으면 이렇게 사나운 아이가 태어날 리가 없다고, 라면서 그리 신빙성은 없는 발언을 하였다.

물론 모르간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없다. 건강한 딸을 무사히 순산하신 아발론의 붉은 마녀님께서는 슬슬 본래의 성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모성애에 따른 유순한 성격은 역시 유통기간이 짧다. 드센 성격으로 돌아오면서 딸아이와 단 둘이 있는 순간에만 모성애를 발휘했다.

"지금 당신에 대한 이야기로 브리튼 전역이 들썩이고 있어."

"그리고 왕궁에서는 모드레드 때문에 들썩이고 있지."

지금의 나에게는 왕국의 사정보다도 가정의 평화가 우선이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느지 모드레드는 내 얼굴에 매달려서는 애꿎은 머리카락만 잡아당기고 있었다. 찐득하게 달라붙는 모드레드를 목마 태우면서 빙글빙글 돌리자, 모드레드가 꺄르륵 웃었다.

브리튼 왕국은 대제국 로마와의 전쟁에서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을 뿐더러, 동고트처럼 멸망당하거나 로마처럼 피해를 입은 상황도 아니었기에 백성들이 특히 기뻐했다.

이탈리아 전역을 포함하여 수도 로마를 약탈하면서 얻은 전리품들은 동고트 전함들을 이용해서 브리튼으로 무사히 수송하였는데, 그 재산이 워낙에 막대하였기에 브리튼에서 몇 년 동안은 세율을 걷지 않아도 국정 운영이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전쟁은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희박한 확률로 나라를 부강하고 부유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쟁에서의 승리.

그리고 부강한 제국을 약탈하면서 얻은 전리품.

그것이 바로 브리튼이 부강해진 이유였다. 전쟁에서 매번 승리하였고, 전력을 온전하게 보전하면서 고국으로 무사히 철수하였다. 이탈리아 쟁탈전에서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머쥔 것은 브리튼이다. 가장 큰 이득을 얻었고, 가장 적은 손실을 입었다. 그것을 따져본다면 브리튼의 승리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브리튼 왕국에서는 로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군주에게 찬사를 보냈고, 선술집의 음유시인들은 용감한 왕과 병사들을 찬양하는 노래들을 쏟아냈다. 술집의 이름들은 모두 전쟁에서 승리한 브리튼을 축복하는 말들이 붙었으며, 입대하는 젊은 청년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났다.

로마에서 갖은 약탈을 하면서 재산을 크게 불렸다는 소문을 들은 백성들이 귀가 솔깃해져서는 병사로 자원한 것이다. 속물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는 이유였지만, 그것으로 병력이 증강될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우리 마누라 님은 지아비가 없으셔서 슬프셨나?"

"또 까분다."

모르간이 내 이마를 콩하고 때렸지만,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모르간을 품에 넣었다. 평균 여성에 비해서 어깨가 가녀리고 신장이 작은 모르간은 내 품에 꼭하고 들어왔고, 모드레드는 나와 모르간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강하게 끌어안는 내 행동에 모르간이 새하얀 얼굴을 붉히면서 떠듬떠듬 입술을 열었다.

"모, 모드레드도 보고 있는데.... 바, 밤에 하면 안 될까?"

"너도 외로웠잖아. 나는 너를 못 봐서 외로웠는데."

내 말에 모르간이 새침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나도 외로웠어. 당신이 없었으니까."

"그런가. 다행이네."

모르간과 입술을 겹치면서 혀를 빨았다.

달콤한 타액이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감미로움이 느껴졌다. 깊게 이어지는 키스를 나누면서 서로의 애정을 달래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매만지면서 애무를 시작했다.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시선과 복숭아색으로 달아오른 뺨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섹스를 하고 싶었지만 모드레드의 앞이었음으로 지금은 참았다. 마지막으로 키스를 한 번 짧게 하면서 입술을 떼었다.

"가족과 있으니 좋아. 아내는 질투심을 조금 거두고, 딸아이는 말썽을 조금 줄였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사족이 길잖아, 당신. 내가 배 아파서 낳은 딸내미인데 왜 이렇게 조건이 긴 거야?"

적어도 조금 정도는 얌전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모드레드의 보모 시녀들이 자꾸만 교체되는 것 같아서 두려움을 느낀다. 보모 시녀의 급료를 몇 배나 올려야 할 것 같았고, 그 대우도 개선해줘야 할 것 같았다. 전쟁에서 복귀하였는데도 일거리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이렇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오후에는 가웨인과 군부 부문에 대해서 업무를 봐야하고, 그 다음에는 아서와 저녁 식사인가.... 가레스와 팔라메데스와도 일거리가 남아 있었지."

"당신 주변에는 왜 이렇게 여자들이 많은 거야?"

"누가 그 말을 들으면 카멜롯의 군주가 색골이리서 일부러 아리따운 여자를 뽑아 고용한 줄 알겠는데."

그렇게 대꾸한 나를 모르간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선에 두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모르간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가웨인을 비롯해서 내 주변에 있는 여인들을 모두 매력적이었고, 심지어 어느 여성들은 나와의 직접적인 육체 관계를 맺고 싶어했다.

특히 가레스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오늘 밤에는 가레스와 하룻밤을 보낼 생각이었고, 모르간에게는 조카딸과 섹스를 한다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야근이라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멀린이 적당히 꾸며주겠지. 물론 멀린도 밀회를 돕는 조건으로 나중에 자신과도 섹스를 해달라고 졸랐다. 멀린과 아서, 그리고 가웨인에 가레스까지. 내 아랫도리는 아무래도 바쁘게 움직여야 할 듯하다.

"로마로 갈 거야?"

"언젠가는."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

그 말에 나는 모르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가족의 안위.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까지 싸웠으니까."

물론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들은 지켜주지 못했지만.

내 가족들은 이미 오래 전에 죽은 뒤였다. 보두앵의 끄나풀이라 생각되는 어느 귀족의 수작에 말려들어서 가문이 멸망하였고, 가족들 또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오로지 나만이 살아남아서 용병이 되었으며 계속해서 성장하여 지금의 군주에 올랐다.

참 기구한 인생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기구한 인생이 확실하다. 나처럼 기구한 인생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

"너와 모드레드. 우리 아내와 딸내미를 먹여살리기 위해서라도 싸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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