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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 위에서
003
예상대로 토틸라는 타카나이 평원에 가장 먼저 동고트 기병대를 투입시켰다.
가장 강한 전력으로 상대의 주력을 깎아낸다. 그것을 위해서 일부러 로마병이 방심할 수 있도록 속임수를 부린 것이 아닌가. 애초에 토틸라에게는 로마와의 평화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강대국 로마를 멸망시키는 것에만 의의를 두었다. 평화 협상을 포함해서 로마군에게 보인 모습은 모두 속임수였고, 동고트 기병대로 로마를 유린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돌격하라!"
"로마가 방비를 취하기 전에 박살내자!"
"적을 죽여라!"
동고트 기병대 수천 기들이 동시에 중앙을 공격.
평야를 가로지르면서 용맹스러운 전사들이 말고삐를 당겼다.
그들은 불의의 습격을 가함으로서 로마가 그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를 위해서 토틸라 왕이 직접 나서서 명예가 깎이는 줄 알면서도 속임수를 부렸고, 그것은 모두 로마 궁병대들이 준비를 취하지 않도록 방심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무색하게,
로마 진영에서는 이미 준비를 마친 궁병대들이 수천 발에 달하는 화살비를 쏟아부음으로서 박살나고 말았다. 나르세스는 토틸라의 검은 야망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고, 그가 속임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궁병대에게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지시하였기에 동고트 기병대의 응전에 막힘이 없었다.
토틸라는 동고트 기병대가 로마 궁수대의 사격을 피하기 위해서 작전을 핀 것이었으나, 나르세스는 이미 궁수들에게는 계속 준비하고 있을 것을 명령해 놓은 상태였다. 다시 말해서 토틸라의 전수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고, 당당하게 정면 돌파를 꾀하던 동고트 기병대를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악!!"
"화살! 화살이다! 방패 들어!"
"제 1진, 괴멸!"
돌진을 시도하던 동고트 기병대는 그 양측이 붕괴당하면서 벌집 상태가 되어버렸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화살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토틸라가 그토록 신용하였던 동고트 기병대가 패주하는 결과를 낳아버리고 말았다. 기병대는 궁수대의 집중적인 사격이 펼쳐지면 가장 무기력해지는 전투 병과였는데, 그런 기병대를 정면 공격을 시켰으니 미증유의 피해를 입는 것은 당연했다.
기병대가 패주한 뒤, 토틸라는 적어도 전투를 멈출 수 없다고 판단. 보병대들을 모조리 투입시켜먼서 공격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동고트 기병대가 패주하면서 전열이 흐트러졌다. 반달을 엎어놓은 것처럼 기괴하게 뒤틀렸고, 다시 말해서 효율적인 공격이 불가능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로마를 넘어라! 우리는 여기서 패배하지 않는다!"
토틸라가 직접 전장을 누비면서 아군을 다독였고, 필사적으로 나아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격을 막아선 것은 로마가 고용한 외국 용병인 롬바르드족이었다.
롬바르드족 전사들은 동고트 병력에 비하면 열세였지만, 적어도 자리를 고수하면서 전투를 벌였다. 동고트 병력이 공격과 진출이 좌절당하면서 공격은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로마는 용맹스러운 외국 용병들을 다수 고용하였고, 그들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훌륭하게 대처하면서 전황을 주도하고 있었다.
"큭! 이놈들아, 어떻게 로마를 위해 싸울 수가 있냐!"
"우리들은 같은 핏줄이거늘."
"그깟 돈에 우리들을 팔아?!"
동고트족과 롬바르드족은 계통을 따져보면 모두 게르만족에서 파생된 민족이었다. 적어도 롬바르드족이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국 용병의 활약은 동고트 병력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로마 병사들보다도 훌륭하게 싸우기 시작하니 숫적으로 열세인 동고트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보병전에서 밀린 동고트 병력들은 중앙에 밀집된 진형을 버리고 양측면으로 흩어졌다. 게다가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로마 기병대가 진격해오고 있었으므로 고작해야 보병대로는 버틸 수가 없었다.
웅성웅성거리면서 혼란을 빚어내었고, 거기다가 패주한 동고트 기병대와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고트 보병들끼리 혼선을 일으키면서 진형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진격하라, 로마의 기사단!"
나르세스는 필승의 카드처럼 측면에 숨겨 두었던 로마 기사단을 진격시켜 동고트 군대를 감싸안듯이 포위하였고, 이후부터는 승기를 잡은 로마 군대가 고트족을 일방적으로 쓰러뜨리기 시작하였다. 좌우로 날개를 펼친 것처럼 압박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는 로마. 그리고 동고트는 패주하면서 그 병력의 규모가 옅어진 채로 포위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포위 공격을 걷어내려고 해도, 그만한 병력조차 없다. 1만 5천에 달하는 병력들 중에서 제대로 가용이 가능한 인원은 불과 5천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겁을 먹고 패주해버렸으니 병력이 있을 리가 없다. 토틸라는 그럼에도 끝까지 자리를 고수하였는데, 희망을 잃지 않았다기보다는 왕으로서 병사들과 함께 죽음을 같이 하겠다는 거룩한 책임감 때문이었으리라.
"우리 동고트에게 패배는 없다! 패배는 없단 말이다!"
용감하게 창을 붕붕 휘두르면서 로마 기병대를 여럿 고꾸라뜨렸지만 토틸라도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그는 어느 맹장보다도 용감하게 싸우는 용맹왕이었지만 제 아무리 사나운 사자도 지치는 법이다. 그것도 수십 명에 달하는 기병대와 접전을 벌였다면 지칠 수밖에 없었다.
점점 동고트 병력이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로마의 포위 공격은 완성되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에 동고트 병사들은 점점 쓰러져만 간다. 전황의 승패는 이미 결정되었고, 나머지는 언제 그 승패가 마무리되는가였다.
전투는 으슥한 밤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정오가 다 되어서 시작한 전투가 해가 질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다. 초저녘이 되어서는 나르세스가 결판을 지으려는 듯이 로마의 전 병력에게 도주하는 동고트 군대를 향해 전진할 것을 명령하는 한편, 그들을 추격하여 섬멸할 것을 선포했다. 이 전쟁에서 동고트가 회생할 수 있는 방편을 모조리 뿌리뽑겠다는 뜻이다.
나르세스는 매우 지독하게도 도망치는 동고트 병력을 끝까지 추격하여 섬멸하려 했다. 물론 그것은 동고트도 즐겨하는 방법이었고, 이번 전쟁에서 섬멸전은 당연히 있어왔던 것이기에 그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승기를 잡았는데 도망치는 적을 쫓지 않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겠지.
"전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동고트 전사들이 용감하게도 도주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몸을 피하십시오. 엄호하겠습니다."
병력들이 밀집되어 사투를 그리고 있던 와중에, 로마 기병대를 여럿 베어버리면서 피칠갑이 되어버린 토틸라를 부하들이 만류했다.
토틸라는 여기서 적들과 함께 공멸할 생각이었는데, 부하들은 동고트의 희망을 입에 담으면서 그에게 몸을 피할 것을 권유했다. 토틸라가 죽는다면 이탈리아로 침공한 동고트 병력들은 공중분해가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그것만큼은 막으려 했다. 동고트는 결코 이대로 무너질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끈질긴 요청을 들은 토틸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후일을 기약하며 다섯 기의 호위대와 현장을 벗어나 피신하려 하였다. 언젠가는 로마를 멸하겠다고 다짐을 하고서.
하지만 로마는 토틸라의 생환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려 했다. 이미 타카나이 전투의 승패가 결정되었으니, 패배한 동고트 군사의 지휘관을 결코 살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하들을 간신히 대동한 채로 도망치던 토틸라는 로마에서 고용한 게피데의 용병 기병대들이 뒤를 쫓으면서 맹렬하게 다가오자, 이대로 몸을 피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는 창을 치켜들고서 용감하게 용병 기병대들에게 달려들었다.
"이놈들아, 내가 바로 동고트의 왕 토틸라다-----!!"
장창을 휘두르면서 용병을 여럿 낙마시켰고, 오히려 토틸라는 크게 날뛰면서 다수의 병력들을 압도시켰다. 동고트의 왕은 패주를 단념했고, 이 타카나이 평원에서 몸을 눕힐 것을 각오했다. 토틸라는 혼자서 100여 명에 달하는 로마 병력들을 상대하였고, 그를 후방에서 지켜보던 나르세스는 동고트의 왕을 용맹스러운 군주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용력과 뛰어난 지략은 수도 로마를 짓밟아버리고 이탈리아 전역을 강탈하는 등, 로마 제국으로서는 나라의 운명조차 흔들릴 정도의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이렇게까지 외적에게 로마가 밀렸던 적은 카르타고의 한니발 이래로 처음이었을 것이다.
토틸라는 그 무명과 위광을 존중받아야 할 위인이었고, 마침내 게피데 용병의 우두머리인 아스바두스의 창에 찔려 전사하는 순간까지도 경의를 표시해야 했다.
"훌륭하다. 이토록 강한 적수는 내 평생에 처음일 것이다."
동고트를 원망하고 하찮은 야만인이라 치부하였던 나르세스치고는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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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ooga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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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