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44화 (14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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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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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트는 북쪽에서 밀고 내려오는 로마군의 진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소규모의 결사대들이 리미니를 막아내었으나, 결국에는 함락당하고 말았다.

결사대들은 동고트를 위해서 결사항전을 펼쳤지만, 로마는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라 계략을 발휘하여 요새를 함락시키고 만다. 나르세스를 도와서 전투에 종군하고 있는 사령관 요한은 뛰어난 책략가였고, 노장 나르세스에게 진언을 하여 계략을 짜냈다. 동고트가 장악하고 있던 로마의 성과 요새들이 잇달아서 함락. 동고트가 현저히 밀려나고 있었다.

"드디어 이탈리아를 탈환할 때가 왔다!"

나르세스는 연이은 승리로 도취되어 크게 기뻐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도 루키우스 티베리우스가 드디어 브리튼군의 저항을 격파하고 상륙에 성공했다. 남부에서 올라오고 있는 병력들만 하여도 10만이 넘는다. 브리튼군 5만이 수비에 나섰지만 결코 루키우스가 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나르세스는 로마의 황녀가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군님, 토틸라를 몰아세우시죠."

"물론이네. 그 거대한 멧돼지 놈을 요리할 때가 온 것 같군."

이탈리아 내륙으로 진격하고 있는 로마 군단들은 전면전을 피하면서 되도록 동고트가 지배하고 있던 성과 요새의 탈환에만 집중했다. 로마 측에서 전면전을 미뤄버리자 동고트는 몸이 달아올라서는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고, 로마는 그 공세를 희롱이라도 하는 것처럼 결코 그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전면전은 동고트가 바라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나르세스는 전면전을 거부했다. 물론 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군 병력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면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아군의 손실이 크다면 승리를 하여도 그리 달갑지는 않다. 그렇기에 전면전은 피했다.

"이제 토틸라를 몰아세울 때가 왔군. 멧돼지를 사냥할 때는 유인책이 필요하지."

주변의 성과 요새를 점령함으로서 토틸라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제한시켰다.

점점 올가미를 씌우듯이 포위망을 형성하자 동고트 병력들은 로마가 탈환한 거점을 공격하였으나 연전연패. 이탈리라의 성과 요새들은 로마 군단병이 방어하기 매우 익숙했고, 동고트 병력은 공성병기까지도 제대로 공수하지 못했으므로 패전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공성병기는 세나 갈리카에서 잿더미가 되어버렸고, 당연히 공성전에 필요한 공성병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거점 전투에서 승리한 나르세스는 벨리사리우스가 기마병들과 함께 탈환한 로마를 목표로 진군을 시작. 플리미니아 가도를 따라 남진하였고, 로마의 성과 요새의 공략에 매진하고 있던 토틸라는 드디어 나르세스가 움직였다는 소식에 반사적으로 군사를 이끌고 응전하러 나섰다.

"더러운 야만족들, 모조리 죽여주지!"

"거먼한 로마 놈들.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로마와 동고트 군세는 타기나이 평원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토틸라는 나르세스가 바라는 대로 타카나이 평원으로 진출하게 되었는데, 방어 시설이 만신창이가 된 로마 주변에서 방어전을 실시하는 것보다는 동고트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평원에서 회전을 택하기로 하였다. 평야에서 싸운다면 자신이 이길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고트 기병대는 패배를 모르는 용사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지금까지 로마를 멸망의 기로까지 내몰았던 전적이 있었다. 토틸라는 휘하 기병대를 신용하면서 로마의 유인책이 일부러 말려들었다.

하지만 막상 타카나이 평원에 도착하니, 로마의 군세가 동고트보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고트는 1만 3천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에 반해서 로마는 2만 8천에 달하는 병력이 상주하고 있었다. 거의 두 배나 넘는 병력이었다. 동고트는 로마의 다른 성과 요새를 점령하기 위해서 병력이 분산되어 있었는데, 로마도 마찬가지였지만 동고트보다는 병력이 많았다.

"동고트에서 평화 협상을 제의하러 왔습니다."

"흐음. 시간벌기인가."

토틸라가 개인적으로 전령을 보내어 평화 협상을 제안하였다.

병력이 열세인 것을 파악한 토틸라는 나르세스에게 평화 협상을 요구하는 척하면서 선제 공격을 감행하려 하였으나 이를 눈치챈 나르세스가 거절했다.

노련한 지휘관에게 어림도 없는 속임수였다. 그만큼 토틸라 또한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겠지. 그의 병력은 지나칠 정도로 분산이 되어있었고, 무엇보다 토틸라는 적을 두고 물러날 정도로 유연한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집이 강하고 명예를 중요하게 여겼다.

"로마와 동고트 사이에 평화는 없다. 아국의 황제께서는 이미 항복이냐 탈환이냐를 선택지로 우리들에게 제안하셨다. 항복을 하던지, 아니면 전투 날짜를 정해라. 그에 맞서주겠다."

나르세스가 강경하게 동고트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어차피 유스티니아누스는 브리튼과 동고트. 이 두 개의 세력에게 결코 관용을 베풀 생각이 없었다. 야만족의 침공으로 인해 수도를 빼앗기고 10만 여명의 로마 시민들이 학살당했다는 소식이 충격을 받고 병으로 세상을 떠버린 황후 테오도라를 위해서라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로마 황제는 자신의 반려를 잃은 것에 대한 원한과 증오를 브리튼과 동고트에게 드러냈다.

원한과 증오.

유스티니아누스는 동고트의 영토를 모조리 불태워버릴 것이고, 브리튼은 그 땅에 사람이 숨쉬지 못하도록 모든 생명체들을 죽여버리겠다며 공적인 자리에서까지 발언을 할 정도였다. 황제가 직접 시칠리아까지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의 적극성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탈환 전쟁을 펼쳤던 황제였지만, 자신이 직접 전쟁에 나선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신이 직접 전쟁에 나섰으니, 야만족을 향한 증오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황제가 직접 이번 전쟁을 주도하고 있었으니, 동고트와의 평화 협상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선택지였다. 애초에 로마는 고국을 더럽힌 야만족 따위에게 관용을 베풀 생각이 없다.

"전투는 앞으로 시일을 내어 말하겠소!"

토틸라의 전령이 찾아와 말했다.

하지만 나르세스는 결코 믿지 않았고, 외국에서 고용한 게르만 용병대를 배치시킴으로서 동고트의 선제 공격에 방비했다. 유스티니아누스는 동고트를 세나 갈리카에서 크게 격파한 나르세스의 전공을 크게 평가하면서, 그에게는 로마의 모든 재산과 재물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맡겼다.

나르세스는 그 권한을 마음껏 발휘하여 거금을 주고서 외국 용병대를 고용하였는데, 게르만 용병대는 그 출신이 야만족이었음에도 로마 쪽에서 대우를 좋게 취급하자 동고트에 맞설 준비를 했다. 게르만은 애초부터 용병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민족이었는데, 모든 게르만 민족들이 로마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부족의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훌륭한 전사들을 용병으로 보냄으로서 로마에게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았다. 자연스럽게 로마의 산하로 들어간 게르만 부족도 많았다. 롬바르드족이 특히 그러하였고, 나르세스는 같은 야만족인 동고트에게 동질감을 느껴서 배신할 것을 우려하여 게르만 용병대들을 따로 배치시켰다.

"로마를 공격하라!"

"고지를 점령해야 한다! 속히 움직이자!"

동고트 기병대들이 로마의 배후를 치기 위해서 반드시 점령해야 하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진격했다. 그렇게 높지 않은 고지였지만 로마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점령해야 한다. 토틸라는 그것을 간파하고서 정예 기병대를 급파하였지만, 그보다도 빨리 나르세스가 정예 장창병들을 보내어 고지를 방비하게 하였으므로 동고트 기병대는 연이어 공격하였음에도 결코 고지를 함락할 수 없었다.

장창과 함께 방패를 치켜들고서 하나의 요새를 쌓고 있는 로마 군단병을 상대로 동고트 기병대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로마 병력은 고지 위를 점령하고 있었기에 기마대의 속력이 크게 나오지 않았고, 돌진 공격조차 무위로 돌아갔다.

계속해서 로마가 고지 전투에서 승전을 거두어버리자, 동고트 기병대를 퇴각을 개시하게 되었다. 고지 전투로 시간을 질질 끌고 있던 와중에 동고트 진영으로 3천의 기마병들이 지원군으로 도착하였고, 토틸라는 전면전으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야전에서는 기마병들이 최고의 호율을 작용한다. 동고트 병력은 기마대의 치중이 컸으므로 이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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