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40화 (14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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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도시

006

세나 갈리카에서 벌어진 대해전.

지금까지 그 유래가 없었던 대규모의 해전에서 승리를 거머쥔 것은 로마였다.

세나 갈리카의 어부들에게 해류의 흐름에 대해서 익히 알았고, 대대적인 약탈을 벌이면서 로마인의 인심을 잃은 동고트는 환경의 이점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것이 가장 큰 패인이다. 그리고 눈앞의 로마군에만 신경을 썼을 뿐, 세나 갈리카라는 환경에 대해서 무지했던 야전 사령관들의 문제점으로 인해서 벌어진 결과이기도 했다.

부사령관 기발은 소용돌이에 휘말려 표류하다가 로마군에게 체포. 그리고 동고트의 수많은 전함들이 바닷물 속으로 쳐박히거나 그리스의 불에 당해서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이 해전으로 동고트는 보유하고 있던 전함의 절반을 상실하는 처참한 패배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해군 사령관 안돌프는 그나마 남은 해군들을 규합하여 육군에 편입시켰고, 로마가 항전하고 있던 항구도시 안코나를 포위한 동고트 군사들도 뒤로 물러나야 했다. 나르세스와 교전을 벌였던 동그트의 육군은 해전의 패배로 군사를 물림으로서 병력을 다소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었다.

토틸라가 만약 조금이라도 늦게 판단을 내렸더라면 로마의 육군과 수군의 연합 공격을 받아서 전멸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르세스는 토틸라의 병력을 한꺼번에 일소하지 못한 것을 애석하게 여겼고, 로마는 지금의 결과로 만족해야 했다.

"드디어 우리가 승리를 거두었다!"

"로마 만세!"

"이제 슬슬 해볼 만하게 되었다."

브리튼과 동고트가 동맹을 맺으면서 연합군을 형성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로마군이었는데, 이번의 승리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수도 로마까지 빼앗기면서 철저히 무너진 자존심이 살아난다. 로마가 조국이라는 자긍심에 도취되어 로마 군단병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동고트는 해상력의 절반을 상실.

하지만 토틸라에게는 아직도 2백 여척에 달하는 전함들이 존재했고, 이탈리아 전역에서 거점을 점령하고 있던 병력들을 모으니 얼추 다시금 일전을 벌일만도 했다. 하지만 동고트의 사기가 꺾였으므로 재전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총사령관이 된 나르세스는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여 이대로 기세를 몰아서 수도를 탈환해야 하는지를 두고서 고민에 빠졌다.

이탈리아 북부에 잔존하고 있는 로마 병력들을 연합하여 수도로 진공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물론 너무 적극적이라서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 우리도 이탈리아 내륙까지 쳐들어가 수도를 탈환해야 하지 않겠는가?"

"안 됩니다. 아직 동고트의 병력이 건재하고, 브리튼도 항구도시를 봉쇄하고서 로마 주력군의 상륙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만약에라도 상륙군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고향 땅에서 야만족에게 포위당해 죽겠군."

"그렇습니다."

아드리아 해의 재해권은 로마로 다시 넘어오게 되었고, 동고트 해군은 병력을 재배치하기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했다.

항구들은 야만족들이 지배하고 있었으나 바다에는 로마 해군으로 가득하다. 로마는 어떻게해서든 무조건적으로 상륙에 성공해야 하고, 그와 반대로 브리튼과 동고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상륙을 저지해야 한다. 이탈리아 탈환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더욱 치열한 전황으로 빠져들었다.

"시칠리아에서 벨리사리우스 장군도 오는 건가."

내심 벨리사리우스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있던 나르세스는 침음을 삼켰다.

로마 군부에서 벨리사리우스와 나르세스는 양대거두로 칭해지고 있엇다. 루키우스도 있었지만 그녀는 황실의 일원이었고, 무엇보다 여자였다. 다시 말해서 벨리사리우스와 나르세스가 로마 군부를 주도하고 있었는데, 특히 나르세스는 환관 출신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군인인 벨리사리우스를 시기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벨리사리우스가 수도 로마를 탈환하려고 하였을 때, 지원군을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그는 지금 소유하고 있던 병력들을 모두 소실하고 시칠리아에 있었다. 동고트의 해군을 간신히 시칠리아에서 막아내고 있는 그가 이탈리아로 복귀할 일은 없으리라.

현재 이탈리아 방면의 로마군을 통솔하고 있는 사람은 나르세스였고, 고국 로마를 탈환단다는 고룩한 운명은 자신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번 전쟁만 잘 마무리가 된다면 로마 군부의 1인자로 등극할 수 있으리라.

벨리사리우스는 소년 시절부터 군에 입대하여 수많은 전공을 세웠지만, 나르레스는 환관 출신에 늘그막에 군략을 발휘하여 장군이 되었다. 그 신분과 경력부터가 차이가 벌어졌고, 그 때문에 황제는 벨리사리우스는 더 총애하고 있었다.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나르레스는 이번 전쟁에서 승전을 거두오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동고트는 아욱시뭄으로 퇴각.

그리고 로마는 살리나로 진군하였다. 동고트는 이탈리아 내륙으로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나르세스는 동고트 군사들이 버리고 떠난 로마 거점들을 제압하면서 점차 세력권을 넓혔다.

야만족의 수탈을 겪은 로마 시민들은 나르세스를 구세주처럼 떠받들면서 열광하였고, 나르세스는 로마 시민들에게 누가 구국의 영웅인지를 보여주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나르세스가 대승을 거두었다는 소식에 로마 황제는 나르세스에게 전권을 위임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곧 그의 세상이 되는 듯 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면서 가을이 되었다.

봄부터 시작된 전쟁은 아마도 올해를 넘길 듯 보였다. 브리튼과 동고트가 이탈리아를 침공한 지도 1년이 훌쩍 넘어버렸고, 전황은 고착화를 유지하면서 점차 진행되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에게 승패가 돌아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루키우스 티베리우스는 브리튼 군사들이 항구를 틀어막음으로서 상륙이 불가능해지자 시칠리아와 코르사카 등으로 병력을 분산시켜서 지중해에 똬리를 틀었고, 나르세스는 이탈리아 북부와 중부를 모두 제압하면서 위용을 토해냈다.

"올해 안으로 폐하에게 모든 영토를 탈환하였다는 보고를 올려야 한다! 모두 진격하라---!!"

나르세스가 소리치자 로마 군단병들이 일제히 진격했다.

로마 병력들은 달마티아 해안을 따라서 진군을 시작하였고, 동고트 병력들은 그들이 이탈리아 내륙으로 들어오는 진군을 막아야 했다. 계속해서 전쟁이 벌어졌다. 토틸라는 과거의 패배를 교훈으로 삼고서 더욱 심사숙고하며 전쟁에 임하였고, 나르세스는 노련한 사령관으로서 결코 토틸라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로마를 쳐라!"

"이탈리아는 우리의 것이다!"

"더 이상의 후퇴는 용납할 수 없다."

분기탱천한 동고트 병력들도 용맹하게 진격하면서 로마와 격돌을 시작.

이탈리아 전역이 로마와 야만족 간의 전쟁터였고, 불타지 않는 도시가 없었다. 이미 수도는 폐허가 되어버렸고, 그 인근은 모두 동고트와 브리튼의 손에 떨어졌다. 점점 나르세스가 병력을 이끌고서 이탈리아 남부로 들어오고 있었기에, 로마가 우세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한편 해상에서도 각 세력의 함대들이 전투를 시작했다.

로마는 보급을 전적으로 해군에 맡기고 있었는데, 이를 격퇴하기 위해서 동고트에서도 2백 여척의 군함을 차출하였다. 아드리아 해의 재해권은 로마에게 넘어가버렸지만, 아직도 동고트의 해상력은 여전하다.

"비세리온 왕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브리튼에 지원군을 요청할까요?"

"아니다. 그들이 항구에서 철수해버린다면 우리는 시칠리아에 있는 벨리사리우스와 루키우스의 공격까지 받게 되버린다. 그렇게 되면 아군은 전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 어떠한 지원조차 해주지 않는 브리튼이 야속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들이 이탈리아 남부의 항구도시들을 모두 틀어막고 있는 덕분에 지중해의 로마 주력군이 상륙하지 않을 수 있었다.

소식을 듣기로는 루키우스가 직접 정예군을 이끌고서 항구에 상륙하려고 하였는데, 오히려 비세리온이 계책을 발휘하여 역공을 가하여 전멸시켰다고 한다. 분명 암울한 상황 속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셈이지만 전체적인 대국으로 바라보았을 때는 그저 작은 승리에 불과했다.

지금부터 이탈리아의 패권을 좌우하는 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전황을 단번에 갈아엎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를 위해서 토틸라는 머리를 굴리며 계책을 짜냈다.

이대로 영토 쟁탈전으로 전쟁이 이어진다면 로마에게 유리하다. 동고트가 자랑하는 평야전에서 적을 짓밟을 필요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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