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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도시
005
동고트 해군 사령관 인돌프는 수백 척에 달하는 군함을 이끌고서 세나 칼리카의 연안까지 다가섰다.
이미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하여 로마 함대들이 줄지어 대형을 이루고 있었고, 아마도 로마 함대는 항구도시를 등에 끼고서 싸우려는 듯 보였다. 이미 육지에서는 주력부대들끼리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으므로 그에 가세하기 위해서라도 인돌프는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려고 했다. 적어도 이번에 동고트 왕국의 운명을 가를 전쟁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동고트 제국의 일등공신이 되고 싶다.
완벽하게 동고트 왕국이 이길 것이라 단언한 인돌프는 전 함대에 명령을 내려서 공격 대형으로 변환시켰다. 그는 로마 함대를 상대로 하여 지중해에서 승리를 연이어 거둔 바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자신감에 차있었다.
"선두를 우현으로 꺾어라! 그리고 기발에게 연락해라. 그들이 먼저 로마 함대를 충파하고 그 다음에 우리들이 진격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마침 해풍도 육지 쪽으로 불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진형을 이루고 있는 로마 함대에 쳐박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순풍으로 불고 있는 이 억센 바람을 이용해서 추진력을 얻어 적을 유린한다. 그를 노리고자 안돌프는 전 함대에 명령하여 돛을 크게 펼치면서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으라고 하였다.
전 함대가 닻을 펼친다.
활짝 닻을 펼친 전함일수록 바람의 영향으로 추진력을 얻어 속도가 빨라졌다. 바닷물을 가르면서 전진하는 동고트 함대는 충분히 위력적이었고, 그 선두에 선 것은 기발이 이끄는 충각 부대였다.
고대의 해전으로서는 활을 제외하곤 원거리 병기가 없었던 탓에 충분한 타격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이때 이용된 것이 함수를 탄탄하게 만듦으로서 함수로 상대측 전함의 측면을 들이받아 부숴버리는 충각이었다. 충각들은 바닷물 위로 바짝 엎드리고서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빠르게 전진하였고, 그 모습이 마치 미사일을 보는 듯 하였다.
"기발 장군이 적의 예봉을 꺾어버리고 진형을 무너뜨리는 순간, 우리들도 먼저 나아간다!"
"예."
이미 대다수의 전함들에게 닻을 펼치게 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었다.
그 선두에 이미 다수의 충각들이 전진하고 있었으므로 타이밍이 좋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길 수밖에 없는 전황이라고 할까. 이제 곧이어 뾰족한 충각들이 적 함대를 유린하고, 그 다음에는 아군 전함으로 배 위의 백병전을 이끌어낸다면 다수의 이점을 살려서 동고트군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당연히 동고트의 왕 토틸라는 해전의 중요성에 대해서 미리 인돌프에게 일러둔 뒤였고, 그명령을 잊을 리가 없는 인돌프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적극적인 공세를 펼침으로서 단번에 승기를 잡겠다는 마음으로 넘쳐났다.
선두에서 충각 부대를 이끌고 있는 기발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가장 선두에서 나아가고 있던 충각들이 뱅뱅 돌더니 방향을 잃어버리고는 옆에서 나란히 돌격하고 있던 충각에 부딪쳐서 침몰해버린 것이다. 그를 수상하게 여겼는데, 그러한 현상을 보이는 충각들이 늘어나면서 그 사태의 원인을 파악했다.
"해류다!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닻을 올려라! 닻을 올려!"
"아군 충각들이 모조리 바닷속으로 쳐박히고 있습니다!"
충각을 지휘하고 있던 선장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군 충각들이 적 함대를 찢어발기지 못하고 거센 해류에 침몰당하는 광경은 지옥도와도 같았다. 세나 갈리카의 주변 연안에서는 갑작스럽게도 신의 장난처럼 거센 해류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잠잠하다고 여긴 바닷물에 변화가 생겨났다. 무언가 미지의 힘을 사용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잔재주에 대해서는 들은 바도 없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경우다.
"기발 장군님!"
"아군 함대에게 돛을 올리라고 해라! 순풍으로 몰아치는 바람은 우리에게는 독과도 같다! 오히려 해류 속으로 아군 함대를 모조리 쳐박고 있단 말이다아아아!!"
"안 됩니다. 바람이 너무 거세서 돛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아군 함대는 이미 소용돌이에 갇혀서.... 전멸 직전입니다!"
"그아아아아아!!"
소용돌이가 계속해서 몰아친다.
적어도 적 함대를 공격할 목적으로 건조된 충각 부대만이 소용돌이에 갇혔더라면 그나마 버틸 수 있었을 텐데, 아군 함대들까지도 모조리 소용돌이로 접근하고 있었다. 충각들이 소용돌이에 찢어발겨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선장들이 모두 돛을 올리려고 하였지만, 거센 바람이 몰아치면서 그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얄미울 정도로 거센 바람은 동고트 왕국의 함대들을 계속해서 소용돌이로 집어넣었고, 뱃머리를 황급하게 돌려서 방향을 바꾸려고 했던 동고트 함대는 오히려 옆으로 배의 균형이 무너져내리면서 처참한 꼴을 맞이했다.
기발 장군이 타고 있던 충각의 기함이 소용돌이에 휩쓸려서 소멸.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인돌프는 비명을 내지르면서 괴리한 현상에 대해서 원망을 토해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그 용맹하던 기발 장군이 적과 싸우기도 전에 침몰당하지 않았느냐!"
"퇴각을 명령해주십시오. 이대로는 다 죽습니다!"
"이미.... 이미, 너무 많은 숫자를 잃었다. 여기서 돌아가버리면 전하에게 목이 달아나버릴 것이다!"
인돌포는 어째서 그 교활한 나르세스가 세나 갈리카를 전장으로 삼았는지 알 것 같았다. 애초에 나르세스는 육군의 승패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던 것은 역시 해전이었고, 비록 육지에서는 불리하게 전쟁이 작용하더라도 해전에서는 승리할 수 있도록 세나 갈리카를 선택한 것이리라.
소용돌이가 친다.
계속해서 몰아치며 죽음의 노래를 흘린다.
그리고 그것이 점차 멎기 시작하자, 드디어 세나 갈리카의 연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로마 함대들이 움직였다. 로마군으로서는 해전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작용하는 동고트 왕국의 충각을 두려워하였는데, 이미 동고트의 충각은 소용돌이가 집어삼킨 뒤였고, 동고트 함선들은 충각의 엄호를 받지 못했다.
"동고트를 박살내라!"
"로마의 용사들이여! 로마의 아들들이여!"
"진격하라! 진격하라!"
로마 함대가 몰아치면서 동고트 함대와 충돌했다.
거세게 몰아치면서 동고트 해병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바람이 갑작스럽게 방향을 전환하더니, 이제는 로마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몰아쳤다.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의 영향을 받아서 로마 함대들은 거세게 동고트 함대를 쳐박아버리고서 백병전을 일으켰다. 함선의 갑판 위에서 갑옷과 병장기로 무장하고 있던 로마 군단병들이 용감하게 동고트 전함에 달려들면서 백병전이 시작되었다.
"아직까지도 우리가 대군이다!"
"겁먹지 마라! 겁쟁이 로마를 죽여라!"
"토틸라 왕을 위하여!"
용맹스러운 것은 동고트 해병들도 마찬가지였다.
날카로운 소드를 치켜들고서 로마 군단병을 향해서 달려들었고, 곧이어 해전은 백병전으로 확산되면서 눈 먼 화살들이 빗발치고, 창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바다 위에서 울려퍼졌다. 로마 함대에 장착된 그리스의 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동고트 함선을 불태웠다. 푸르게 빛나는 지중해의 바다 위에는 그와 대조되는 시뻘건 홍염이 타올랐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리스의 불을 사용한 로마 함선은 표적으로 삼은 동고트 함선을 태워버리면서 옮겨붙은 불씨 때문에 거꾸로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는데도 로마 해병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들이 죽더라도 로마를 위해서라면!"
"선조 로물루스이시여, 힘을 주소서!"
"그리스의 불을 모조리 쏴라!"
유황과 역청 등을 섞어서 뿜어내는 그리스의 불은 화염방사기에 가깝다.
사자를 조각하여 만든 동상의 입에서 시뻘건 불길이 뿜어져 나왔고, 곧이어 동고트의 함선을 불태워버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거칠게 요동치는 바닷물의 수면 때문에 그리스의 불을 내뿜어내던 로마 전함까지도 그 화염이 옮겨붙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마 해병들은 그리스의 불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스의 불을 한계에 달할 정도로 뿜어내면서 동고트 함선들이 집결하고 있는 중심부로 돌격하여 자살 공격까지 감행해버렸다. 그리스의 불을 싣고 있던 로마 함선은 그 한계를 다하고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시뻘건 폭발은 동고트 함대들이 있는 중심부에서 벌어졌는데, 대형울 구성하고서 버티고 있던 동고트 함선들이 모조리 타오르기 시작했다. 로마 해병들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자살 특공까지 가해버리니 도무지 이길 방법이 없었다.
동고트 해군 사령관인 인돌프에게 부관이 충격적인 소식을 고하였다.
"사령관님.... 아군의... 4백 척의 배가... 모조리 불타고 있습니다!!"
푸르게 빛나는 지중해의 수평선.
그 위에는 고열의 불길이 몰아치면서 타오르고 있었다. 유황과 역청을 섞어서 사용하는 그리스의 불은 바닷물로도 꺼지지 않는다. 그 대상이 잿더미가 되기 전까지는 결코 꺼지지 않는 불길이 지중해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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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비띠 님, 쿠폰 20장 감사합니다.
(쿠폰을 주시면 바로 코멘트를 써주세요. 그래야 어느 독자분이 보냈는지 압니다.
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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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차/아리냥의 작품 하나를 선정하면 1연재 가능.
어느 작품이든 상관 ㄴㄴ
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