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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도시
001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에서 세력을 안착시킨 황제 유스티니아누스는 통일 로마의 수도였던 로마가 마침내 함락당하고 사령관 베사스까지 처형당했다고 한다.
수비대 3천은 모조리 몰살당하고, 10만에 달하는 로마 시민들은 야만족들에게 약탈을 겪고 있었다. 번영과 영화가 약속된 영원의 수도라 불리었던 로마는 다시 한 번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게르만족이 남하하여 통일 로마를 멸망시켰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수도는 다시 폐허가 되었고, 다시 약탈을 당했다.
그리고 로마에 상주하고 있던 원로원 의원들과 식솔들까지도 모두 인질이 되어버렸다. 로마의 상층부 인사들도 모두 수도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마가 떠앉는 피해는 더욱 확산되고 있었다. 귀족들이 붙잡히고 로마에 있던 로마 황실의 일원들까지도 잡혀버렸다.
그 미증유의 사태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야만족들이 북쪽에서 내려온다는 소식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황제와 교황이 피신한 것 뿐이었는데, 실제로 수도가 함락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대체 게르마누스와 베사스는 무엇을 했고, 나르세스는 무엇을 했으며, 벨리사리우스는 뭘 했단 말이냐!!"
게르마누스가 브리튼에 패전하고 병을 얻으면서 낙하산 인사로 사령관이 되어버린 베사스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동고트 왕국을 견제하고 있던 나르세스는 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분명 용맹스러운 토틸라 왕을 견제하기 위해서 동고트의 국경선으로 배치하였을 터인데도 그를 막아내지 못했고, 벨리사리우스는 수도 탈환을 위해서 공격하였다가 패전해버렸다.
물론 벨리사리우스는 급조하여 징병한 신병들을 대동하고서, 그것도 병사들에게 급료 지불조차 못할 정도로 가난하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 수도 탈환을 계획하였는데 모든 것들이 무너졌다. 수도는 무너졌고, 그 안에 있던 시민들은 모두 학살을 면하기 어려웠다. 방화로 인해 시커먼 연기가 발생하였고, 그 연기는 1주일 밤낮을 그치지 않았다.
로마의 유서깊은 교회와 성당들이 모조리 불타버렸고, 수도에 있던 아녀자들은 모두 강간당하고 살해까지 당했다. 물론 그것은 로마 황실에 속한 황녀들도 마찬가지였다. 황녀들은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고급 창녀가 되었고, 고위급 장교들의 씨받이가 되어버려야 했다.
전쟁에서 패배해버린 세력의 여성들은 그 말로가 처참하다.
신분을 가리지 않고 성욕처리개가 되어버린다. 평민 여성들은 하급 병사들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고, 귀족 여성은 오랜 전쟁으로 아랫도리가 적적해진 고위급 군관들의 하루살이 첩이 되었다. 물론 질려버리면 곧바로 병사들에게 내던져지겠지만.
"게르마누스 집정관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전령의 보고에 집정관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황제는 밝은 안색을 지으면서 그를 반겼다.
다행히도 하늘이 완전히 로마를 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집정관만큼은 살아서 돌아왔다. 10만 명에 달하는 병력으로 둘러싸인 수도였지만 적어도 탈출로는 있었다. 게르마누스는 평소에 관용이 깊고 병사들에게 인기가 많았으므로 3천에 달하는 수비대들이 사력을 다하여 그를 탈출시킨 것이다.
"폐하. 지금은 페르시아와 전쟁을 할 때가 아닙니다. 어떠한 굴욕이든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하아.... 알겠다."
그렇지 않아도 페르시아 전선의 상황은 날로 갈수록 최악으로 이어졌다.
명장 루키우스 티베리우스가 이끄는 정예군단들은 연이어 승전보를 올렸지만, 다른 군단들은 고전을 면하기 어려웠다. 특히 벨리사리우스의 후임으로 페르시아 정벌 사령관에 임명된 마르티누스는 아르메니아에서 일어난 반란을 이용해서 페르시아를 정벌하고자 하였지만, 가볍게 군사를 일으키다가 결국 전쟁에 매우 노련한 페르시아 군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페르시아에는 전대 황제였던 카바드 1세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황제인 호스로 1세를 섬기고 있는 대장군 주라크가 있었기 때문에 전선은 더욱 로마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페르시아에도 뛰어난 명장들이 많았고, 중동의 거친 지역을 활보하며 돌아다니면서 강인한 체력을 가진 페르시아 기병대들도 무서웠다.
이미 전선의 중심이 되어버린 시리아는 페르시아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원래 시리아는 로마를 섬긴 속국이었는데, 로마군이 연달아 패배하면서 시리아의 패권이 페르시아에게 넘어가버렸다. 페르시아 대장군 주라크는 시리아 일대의 중심도시인 에데사를 포위하여 공격하였으나, 에데사를 지키던 로마 병사들이 방어에 성공. 드디어 페르시아 군단의 진격이 멈췄다.
"시리아가 적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에데사는 그나마 버텨주었지만 언제 무너질 지 알 수 없는 곳이야. 페르시아 전선에서는 루키우스를 제외한 모든 장군들이 패전을 거듭하고 있고, 이제는 브리튼과 동고트의 잡것들에게 수도까지 넘겨줘버렸어. 이 이상의 치욕도 없을 것이야."
"우선은 치욕을 감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인정해야 합니다. 브리튼과 동고트, 그리고 페르시아는 너무도 강하다는 것을요. 그들은 아국이 서로마 제국의 영토를 탈환하고 있는 동안에 세력을 기르고 힘을 길렀습니다. 아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이권을 이전부터 탐내고 있었고, 이제는 아국의 영토를 빼앗음으로서 강대국으로 성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페르시아는 이전부터 아국의 세력을 넘보고 있었고, 이번에 브리튼과 동고트의 확장 전쟁을 이용해 이득을 챙길 생각입니다."
게르마누스는 황제의 오만과 자존심을 꺾으면서까지 야만족들이 강성하다는 것을 알렸다.
야만족 군단들을 야전에서 직접 그들의 강인함을 피부로 느끼고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들은 너무도 강하다. 과거에 야만스럽고 전술과 전략조차 모르던 그 무지렁뱅이들이 아니다. 비세리온은 전략의 천재였고, 토틸라는 용맹한 카리스마로 동고트 전사들을 모두 통합시켰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로마로서는 최악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야만족 왕이 두 명이나 나타나버렸고, 그들은 혈맹에 가까운 관계를 맺으면서 연합군을 결성했다. 그 관계를 무너뜨릴 방법은 없어 보인다. 비세리온과 토틸라는 로마 황궁의 옥좌조차도 서로에게 양보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고, 수도의 모든 재산을 정확하게 절반씩으로 나누면서 친분을 과시했다.
그들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훗날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로마의 세력은 건재하였으므로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들에게는 크나큰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강하단 말이지....!"
로마 황제는 직접 자신이 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충성스러운 동생인 게르마누스가 이렇게까지 간곡하게 호소하자, 그를 굳게 믿었다. 동생의 말처럼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 브리튼과 동고트는 강하다. 그들이 만든 결과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로마를 대표하는 명장인 벨리사리우스와 나르세스가 보기 좋게 농락당했다.
지금은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서둘러 일단락하고, 동쪽에 밀집하고 있는 모든 로마 군단들을 본국으로 불러들여야 했다.
"페르시아와 협상을 개시하겠다! 무슨 조건이든 좋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
황제는 자신의 오만을 꺾어버리고는 페르시아와의 협상을 주장했다.
마침 페르시아에서도 내심 휴전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로마가 주장한 협상을 받아들여야 했다. 황제 호스로 1세는 페르시아에 전염병이 돌아서 수많은 인구가 쓰러지고 죽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병사들에게도 미쳤다.
전염병은 곧이어 페르시아, 로마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그 전염병의 근원지는 이집트의 항구 펠루시움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는데, 이집트는 로마와 페르시아 양쪽 진영에 중립 교역을 하고 있는 교역 중심국가였기에 전염병의 확산이 너무도 빨랐다.
전염병은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라 불렀는데, 로마 황제의 이름을 따서 부른 것이다. 전염병의 확사이 너무도 빨랐고, 그 감염 속도고 엄청나게 빨랐다. 페르시아는 이런 상황 속에서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형편이 되지 않았고, 지중해 국가들까지 퍼져나간 전염병의 여파에 로마 군단까지도 벌벌 떨었다.
아무도 전쟁에 참전하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페르시아 전선을 사수하고 있던 루키우스 티베리우스만이 브리튼과 동고트가 날뛰고 있는 전선에 부임하겠다고 자청했다.
페르시아와의 휴전 협정이 성립.
동로마 측이 연공을 바친다는 조건 하에 5년 기한의 평화 조약이 체결되었다.
평화 조약을 체결하면서 동방 전선에서 주둔하고 있던 로마의 주력부대들이 속속히 귀환하기 시작했다. 루키우스 티베리우스 휘하의 5만 대군은 물론이고, 벨리사리우스의 명령을 받던 4만 대군까지도 귀환에 성공했다. 동고트 왕국의 국경선에 주둔하고 있던 나르세스도 수도 로마를 구원하기 위해서 남하를 개시.
벨리사리우스. 나르세스. 루키우스.
로마 3대 명장으로 불리는 영웅들이 모두 수도를 탈환하기 위해서 집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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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이 소설에서 시간개념이 뒤죽박죽이라는 걸 잘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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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ㅡㅁ레인 님, 쿠폰 27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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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을 보낸 시각과 갯수는 뜨는데 정작 아이디가 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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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신개념 자본주의 작가.
자낳작.
유통기한: 2018/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