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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침공
013
벨리사리우스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서 도착하였으나, 로마 최고의 명장까지도 패배하자 수도 로마는 항전할 기운조차 잃어버렸다.
포위를 시작한 지도 한 달 이상이나 넘어가자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로마 병사들이 배신하면서 항복을 요청했고, 동고트 병사들이 밤중에 성벽 일부를 허물고 잠입, 성문을 열면서 함락되었다. 로마의 성벽은 너무도 견고하였기에 안쪽에서 내통을 하지 않는다면 결코 함락시킬 수 없었다.
10만 명 이상이 공성전을 펼쳤음에도 수성을 하고 있던 3천의 수비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 정도로 로마는 견고하였고, 그 성벽은 결국 안쪽에서 배신자가 도와주고 나서야 무너뜨릴 수 있었다. 로마의 성문들 중에서 아시나리아 문이라 불리는 성문을 통해 '영원의 도시'에 입성했다.
천 년 영화를 꿈꾸고 있는 수도는 게르만족에 의해 다스려졌다고는 하나, 그 호화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발달된 수도에 입성하면서 가슴을 채우는 고양감이 깃들었다. 브리튼 병사와 동고트 병사들은 시가지를 따라서 수도 로마의 중심으로 진격하면서 두려움에 떠는 로마 시민들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우리가 로마로 들어왔다!"
"분명 대대로 전해질 위대한 결과인 것은 확실하지."
"최고의 공훈이다. 아들 녀석에게 자랑해야지."
분명 인류사를 따져보더라도 대제국의 수도를 점령해버린 사례는 많지 않다. 얼마나 당황하였으면 신의 대리자라고 불리는 교황이 로마를 버리고 시라쿠사로 도주하였고, 천 년의 영화를 되찾았다면서 다시금 로마를 수도로 지정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비잔티움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로 도망쳤다.
교황과 황제.
그 절대자들이 모두 꽁무니를 빼고 도망쳤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온다.
로마의 황궁에 도착하여 그 내궁에 마련된 옥좌에까지 도착했다. 옥좌의 방에까지 야만족들이 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근위병들이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브리튼 기사들의 칼날에 쓰러졌다. 이미 모든 병력들이 수도의 시가지를 모두 장악하였으며, 중추적인 조직들까지도 모두 점령하면서 로마의 수도는 야만족들의 것이 되었다.
토틸라는 옥좌에 앉지 않았고, 비세리온 또한 옥좌에 앉지 않았다.
동맹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으며 그들은 오히려 옥좌를 뽑아내어 버림으로서 브리튼과 동고트. 그 어느 쪽도 동맹의 우위에 있지 않음을 말했다. 서로 동등하기 때문에 옥좌는 필요없다. 그것을 파괴함으로서 로마에 치욕을 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황제가 시녀들을 모두 두고 갔더군. 똑같이 반으로 나누어 가지도록 하지."
토틸라는 "황제도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군!"이라고 외치면서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황제는 급하게 콘스탄티노플로 도망치느라 자신의 수발을 들어주던 시녀들을 모두 데리고 도망치지 못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시녀들 중의 극히 일부만이 황제와 함께 콘스탄티노플로 갔을 뿐이지, 그를 제외한 여성들은 모두 로마에 남았다. 그리고 이 로마가 야만족들의 것이 되면서, 그녀들의 소유권 또한 야만족들이 가지게 되었다.
수백 명의 시녀들은 벌벌 떨면서 자신들의 비참한 처지에 비관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녀들은 두 왕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몸을 접대한 다음에 곧이어 왕을 추종하는 부하들에게 넘어가리라.
이 시대에서 여성들은 하나의 재산으로 치부되며, 다시 말해서 그녀들의 신변은 전쟁에서 승리한 브리튼과 동고트의 것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단 그녀들 뿐만은 아니다. 수도 로마에 거주하고 있는 10만 명에 달하는 모든 로마 시민들이 야만족의 소유에 놓여졌다.
"모조리 약탈하고 모조리 파괴하라!"
"끄하하하핫! 불을 질러서 태워버리자!"
"한 몫 단단히 챙기자."
토틸라는 직접 군마를 이끌고서 로마 시가지를 나돌며 교회와 성당을 불태웠고, 로마를 철저히 약탈하면서 시민을 학살하고 모든 것을 파괴시키는 행동을 보였다.
거친 약탈 행위를 경험한 로마 시민들은 브리튼이 담당하게 된 지역으로 도망치면서 목숨을 건졌다. 동고트와 마찬가지로 브리튼 또한 대대적인 약탈을 자행하였는데, 적어도 학살만큼은 하지 않았으므로 목숨을 건지려는 로마 시민들이 브리튼이 관할하고 있는 지역으로 도망쳤다.
토틸라와 비세리온은 서로 협약을 맺어서 정확하게 로마 지역을 반으로 나누었다. 총 24개의 구역으로 관리되는 로마는 중앙부의 황성을 제외하고서 그 절반씩 12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서 통치했다. 서로 간의 구역은 확실하게 구분하였으므로 그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았다.
자신이 강간하려고 했던 소녀가 브리튼 쪽으로 도망쳐버리자 동고트 병사를 입맛을 다셨지만 다른 여자를 찾기로 했다. 토틸라 왕이 브리튼과의 동맹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으므로 그것을 깨뜨리려는 자를 용서하지 않았다. 목숨은 귀중했고, 어차피 아리따운 계집은 널리고 널렸다. 괜스레 긁어 부스럼을 남기고 싶진 않다.
"여기는 괜찮아요. 안심하세요."
태양의 기사 가웨인은 성 베드로 성당으로 피신한 수백 명의 로마 시민들을 보호하면서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직권으로 군량의 일부를 풀어서 굶주린 그들을 먹여주기까지 했다. 물론 군량을 풀어주는 것은 그녀의 직권 남용이었지만 대부분의 브리튼 기사들이 비인륜적인 행동은 달가워하지 않았으므로 가웨인의 행동을 나무라는 자가 없었다. 그리고 브리튼 왕국은 기독교를 국교로 섬기는 나라였기에 교회와 성당으로 피신한 로마 시민들을 건들진 않았다.
물론 모든 브리튼 병사들이 약탈 행위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전장으로 참전한 브리튼 병사들은 장거리 원정을 통해서 집으로 가져갈 약탈품을 챙기고자 했고, 합법적으로 로마 시가지를 돌아다니며 부자로 보이는 일가족을 죽이고, 그 재산을 빼앗았다. 귀족 가문에 아름다운 영애가 보이면 강간을 저질렀으며, 길거리 구석에는 허리를 흔들면서 어린 여자들의 살집을 즐기는 남정네들로 넘쳐났다.
원래부터 전쟁은 비인륜적인 행위였다.
여기까지 오면서 수많은 전투에 참전했던 병사들은 자신의 노고에 대해서 보답을 받고 싶어했고, 당연히 남정네들이 가장 좋아할 오락은 '섹스'와 '약탈'이었다. 성욕과 물욕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남자들에게는 그러한 행위가 가장 중요했기 떄문이다.
롱소드를 치켜든 병사들이 귀족 가문의 저택을 강제로 빼앗아버리고 그 재산을 약탈했다. 용모가 예쁜 귀부인과 아가씨를 강간했고, 그를 제외한 모든 인원은 죽여버린다. 브리튼과 동고트는 전쟁에서 이긴 승리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행위였고, 다시 말해서 로마는 전쟁에서 패배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치욕을 겪는 것이다.
"그하하하! 달려라, 달려!"
"누가 먼저 이기나 승부다."
"나는 오른쪽 말한테 건다---!"
총 다섯 마리의 말을 가로 위로 달리게 했다.
그 말의 안장에는 밧줄이 매여져 있었는데, 그 밧줄에 끝에는 너덜너덜하게 상처를 입은 어린 소년들이 매달린 상태였다. 말이 날뛸 때마다 어린 소년들은 가로에 있는 돌멩이에 쓸리면서 상처를 입었고, 곧이어 피투성이의 길이 만들어졌다.
수도 로마에서 펼치진 약탈 행위는 처참했고, 또한 관용도 없었다.
가웨인이나 가레스 등 성격이 여린 소녀들은 약자들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이미 많은 병사들이 약탈에 맛이 들려서는 난동을 부렸으므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었다. 10만 여명에 달하는 로마 시민들이 대거 살해당하거나 약탈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심지어 건장한 남녀들은 밧줄에 묶여서는 동고트 왕국의 노예로 수출되었다.
그에 반해서 브리튼은 그 영토가 너무 멀다.
그러한 애로사항을 들은 토틸라는 수백 척이 넘는 동고트 왕국의 전함을 빌려주면서 노예를 수송하도록 도와주었다. 순전히 토틸라 왕의 호의였고, 그 호의를 받아들여서 수천에 달하는 로마 노예들을 브리튼으로 보낼 수 있었다.
정작 비세리온은 로마 원로원의 의원과 그 식솔들을 붙잡아두고서 인질로 삼았다. 로마의 정치를 운영하는 것은 황제가 아니라 원로원들이다. 로마가 제정 사회라고는 하지만, 공화정이었던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전쟁은 황제가 주도하고 국정은 원로원이 주도하는 격으로 운영되었다.
"콘스탄티노플로 보낼 서한을 써라. 너희 황제에게 항복을 요구하겠다."
"무슨...! 로마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고, 폐하는 로마의 복수를 해줄 것이다!"
비세리온의 명령을 거부한 원로원 의원은 곧이어 뒤에서 시립하고 있던 브리튼 기사에게 목이 달아났다. 그리고 그의 식솔들까지도 처형되었다. 대상자 뿐만 아니라 그 대상자의 가족들까지도 무차별적으로 죽여버리는 브리튼 군주의 행동에 원로원 의원들은 벌벌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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