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의 용병군주-134화 (13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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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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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로마의 탈환을 꾀하였던 벨리사리우스는 막대한 병력의 피해를 떠앉고서 퇴각을 결행.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는 데는 성공하지만 지금까지 자신과 함께 전장을 누빈 로마의 뛰어난 군관들을 대다수 잃어야만 했고, 고작해야 동고트와 브리튼 야만족에게 속아서 아까운 로마의 아들들을 차디찬 전장에 버리고 도망쳐야 했다는 그 상실감이 겹치면서 병을 얻어 쓰러졌다. 지금까지 영광스러운 승리만을 반복하던 로마 최고의 명장이 단 한 번의 쓰라린 대패를 경험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령관 베사스와 나르세스에게 배신을 당해버렸다.

지금까지 반평생 조국을 위해서 충성한 총사령관에게 있어 뼈아픈 패배이며, 아픔이었다. 아내 안토니나는 무사했지만, 이미 죽어버린 병사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 가장 미운 것은 베사스와 나르세스였다.

"간신히 게르만 놈들로부터 로마를 탈환하였지만, 이번에는 동고트와 브리튼 놈들에게 넘어가는구나!"

벨리사리우스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치면서 전장을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로마의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10만 여명에 달하는 백성들을 먹여살려야만 하는 입장에 처하자 당연히 군량은 모조리 바닥이 나버렸고, 당장 먹을 것조차 없어졌다.

군대로부터 식량을 사먹을 정도로 부유하지 못했던 대다수는 건초, 쐐기풀, 개와 쥐까지 먹으며 목숨을 이어갔는데 그중 많은 이들이 아사했다. 또한 3천에 달하는 수비대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서 벨리사리우스의 지원군에 옹호하여 함께 성문을 박차고 나가서 싸웠더라면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마의 인심은 그리 좋지 않았다.

식량이 부족해진 상황 속에서도 로마의 장군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밀가루를 어떻게 하면 비싸게 팔 수 있을지를 궁리하기 시작했고, 금화 7닢이라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식량으로 사재기를 하는 로마 군관들이 판을 치는 한편 조금의 재산조차 없는 하층민부터 굶어죽기 시작하였다.

"우리에게 식량을 제공하라!"

"베사스는 로마의 역적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성문을 열고 우리를 내보내라!"

로마 하층민을 위주로 폭동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먹을 식량은 없고, 약하고 병든 노약자들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죽어나가기 시작하니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었다. 걸어다니는 개와 시궁창의 쥐까지 모조리 먹어치웠고, 그것마저도 부족해지자 로마에는 기아와 폐허만이 가득했다.

극소수의 부유층은 그나마 로마 장군에게서 식량을 제공받았지만 터무니 없이도 높은 가격으로 거래해야 했기에, 부유층들 또한 격분하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 식량을 받는다면 재산이 모두 거덜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자 사령관 베사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남을 자는 남고, 떠날 자는 떠나라! 말리지 않겠다. 우리는 더 이상의 식량을 제공할 수 없다."

로마의 식량 사정이 참담하다는 소식을 들은 교황 비길리우스는 교황청과 상의하여 식량을 가득 실은 선박들을 동원하여 수로를 이용해 로마에 제공하려고 했지만, 이미 동고트 전함에 발각되어 모조리 회수되었다.

교황청은 미처 로마 군함들이 전멸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마로 이어지는 테베라 강에는 로마 전함의 잔해로 가득했고, 강바닥을 뒤져보면 익사한 로마 중장보병들로 가득할 것이다. 테베라 강은 로마의 죽음이 깃든 곳이 되어버렸고, 로마 일대가 위태롭게 되어버렸다.

동고트와 브리튼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로마 황제와 교황은 그들이 오기 전이 미리 피신하였지만, 기존에 로마에서 거주하고 있던 10만 명의 백성들은 발이 묶여버렸다. 언제 죽을지를 기다리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와중에 베사스는 성문을 열어줄 터이니 원하는 자들은 바깥으로 나가라고 표문을 붙였다.

"우리들더러 죽으라는 거냐!"

"동고트가 우리를 살려둘 리가 없지 않나!"

"그러게 벨리사리우스 장군이 왔을 때, 포위망을 뚫었으면 될 것이 아니었나!"

당연히 그 표문을 들은 로마 시민들은 격분하여 시위를 이어나갔다.

잔학하기로 유명한 브리튼과 동고트다. 심지어 동고트 왕국은 과거 자신의 조국이 로마에 멸망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결코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를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는데,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라는 심정을 가진 시민들은 활짝 열린 성문을 통해서 바깥으로 나섰다.

성문을 통과해서 브리튼과 동고트의 연합군 포위망으로 넘어간 로마 시민들이 수천 명에 달했다. 물론 그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로마 시민이라는 것을 파악한 동고트 궁수대들이 활시위를 당겨 쏴죽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동고트 궁수대들은 수도를 빠져나오는 로마 시민들을 과녁으로 삼아서 궁술 훈련까지 즐겨했다.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서 로마를 빠져나온 시민들의 숫자가 어느덧 1만에 달하였고, 동고트 병력들이 로마 시민을 학살한 숫자도 그것과 일치했다. 다시 말해서 수도를 빠져나온 시민들 중에서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그 비인륜적 행위에 대해서는 비세리온도 침묵하고 있었다.

만약에라도 훗날 로마가 수도를 탈환하더라도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잿더미여야 했다. 잠깐의 정에 매달려서 적에게 인정을 베풀면 패배한다. 조금의 인정 때문에 아군을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이건 학살이에요!"

"맞습니다. 적어도 아군이 나서서 동고트를 설득해야 합니다!"

전쟁의 과정에서 다소의 피해를 감수했던 아서와 란슬롯이었지만, 1만 명에 달하는 로마 시민을 학살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동고트 병사들을 보며 항의를 내비쳤다. 가웨인과 가레스도 마찬가지였고, 팔라메데스 또한 그에 동의했다.

대다수의 브리튼 기사들이 일반 시민의 학살에 대해서 반대를 표시했고, 심지어 동고트 군영의 내부에서도 그러한 의견이 표출되었다. 자신들의 고향을 불태워버린 로마였지만 그들은 수도 라벤나에 거주하던 백성들을 모두 살려주었고, 심지어 왕족들까지 살려주어 왕국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주었다.

게다가 그 선의를 베풀어준 것은 다름아닌 사령관 벨리사리우스였다. 나라를 멸망시켰으나 그 백성들을 모두 살려주었고, 약탈 행위조차 저지른 바가 없었다. 로마는 미워하지만 적어도 벨리사리우스는 미워하는 동고트인은 없었다. 토틸라 왕 또한 무인으로서 벨리사리우스를 존경하고 있었다.

브리튼 무장과 동고트 무장들이 모두 학살을 반대하면서 흐지부지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반대 의사가 빗발치자 수도를 빠져나오는 시민들에 한해서는 관용을 베푸는 쪽으로 발전했다.

적어도 그들을 포로로 잡은 다음에 노예로 삼아버리자, 목숨은 연명하게 해주자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동고트 왕국은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하고 있었으니 적어도 대량의 노예들을 얻는다면 나라의 경제 사업은 크게 번창할 것이 틀림 없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도 학살 행위가 반인륜적이라 생각하는가?"

"헛소리. 우리들이 벌이고 있는 전쟁이라는 행위 자체가 반인륜적이다. 군주에게 있어서는 전쟁은 하나의 수단이야. 다시 말해서 학살 또한 하나의 수단이라 할 수 있겠지. 설령 후세에 학살자라는 오명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조국을 위해서 그 명예조차도 버린다. 그게 바로 군주다."

"흐음."

토틸라는 비세리온의 거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정당했고, 또한 옳았다.

물론 고명한 학자들이 그 말을 듣는다면 '악마'라는 말을 토해내면서 그를 비난했겠지만, 비세리온과 마찬가지로 망국을 부흥시키고 강대국으로 이끈 군주였던 토틸라는 알 수 있었다.

군주는 결코 사람의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 육신과 정신은 마지막 한 점까지도 오로지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고 바쳐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옥좌에 올랐다. 옥좌에 앉았다는 것은 영광이 아니라 하나의 저주에 가깝다. 결코 온전한 인간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학살조차도 눈을 감고서 저질러야 한다. 비세리온은 수많은 제장들과는 달리 학살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이번 기회에 로마를 짓밟아놓아야 그들이 감히 반격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제 곧 페르시아 전선에서 로마의 본군이 귀환한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피해를 입혀서 그 복구 작업이 지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수도를 불태우고 모든 것을 파괴한다. 그것을 위한 전쟁이다. 대제국의 심장부를 난도질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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